팔기 위해서 만든 제품이 사용자들로부터 불평불만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는 이들은 없다. 또한 소비자에게 나쁜 상품으로 낙인 찍혀 외면 받게 되면 더 이상 시장에 존재하기도 어렵다. 그것은 무기라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전쟁은 개개의 병사들이 단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벌이는 극단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용하는 무기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 만일 품질이 좋지 않다면 즉시 퇴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교전 중에 툭하면 고장이 발생하는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는 군인은 많지 않다.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면 그것은 단지 무거운 짐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많이 만들어지고, 싫다는데도 억지로 사용을 강요당할 정도라면 그야말로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사실 간첩이 아니라면 굳이 이런 일을 아군에게 강요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믿기지 않지만 역사에 그런 무기가 있었다.

바로 Mle 1915 쇼샤(Chauchat) 경기관총(이하 쇼샤)이 이런 황당한 사례의 주인공이다. 이 총에 관한 자료를 읽어보면 예외 없이 비난과 혹평 일색이다. 한마디로 사용해 보았던 모든 이가 치를 떨었을 만큼 성능이 극악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어 한창 교전 중에 그냥 버리는 행위까지 비일비재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그리고 오래 사용되었다.

새롭게 요구된 공랭식 경기관총

19세기 말이 되자 전통의 육군 강국인 프랑스는 장차전에서 기관총이 중요한 무기가 될 것임을 확신하여 도입을 서둘렀다. 독일, 영국, 러시아 등 당시 주변의 군사 강대국들이 맥심 기관총이나 그 변형 제품을 라이선스 받아 도입하였던 데 반하여, 독자적인 무기 개발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프랑스는 Mle 1897, Mle 1900, Mle 1908, Mle 1914처럼 자국산 호치키스(Hotchkiss) 기관총을 주력으로 채택했다.

전자가 수랭식인데 반하여 프랑스의 기관총은 공랭식이어서 야전에서 사용이 상대적으로 편리했다. 하지만 이들 초기 기관총들은 냉각 방식과 상관없이 대개 중량이 20킬로그램이 넘는 무거운 장비여서 이동과 배치가 만만치 않았다. 또한 사격에 들어가려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단단한 거치대를 사용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제1차대전 당시에 기관총들은 공격용 무기가 아니라 진지에 고정하여 사용하는 방어용 무기였다.

당시 보병들은 볼트액션 소총을 사용하여 돌격할 경우 다음 사격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공격 시 보병을 따라다니며 근접에서 지원사격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관총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즉 휴대와 사용이 간편한 경기관총이었다. 프랑스군은 조병창 시설을 이용하여 1903년부터 직접 개발에 나섰다. 이때 개발을 주도한 이는 프랑스 육군의 루이 쇼샤(Louis Chauchat) 중령인데, 1900년 파리 올림픽 사격 종목에 프랑스 대표로 참가하기도 한 인물이었다.

이론상으로는 뛰어난 스펙

미국의 유명한 총기 개발자인 존 브라우닝이 1906년 완성한 레밍턴 모델 8형 반자동 소총에 적용하였던 롱 리코일 방식과 여기에 가스 작용 방식을 추가해서 1908년 프랑스군의 기존 제식 탄환인 8×50mm 레벨(Lebel) 탄을 사용하는 초도 모델이 완성되었다. 새롭게 탄생한 경기관총은 유효 사거리가 약 200미터여서 길다고 볼 수는 없고 분당 200발 수준인 발사 속도 또한 기관총으로는 그다지 빠른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문제는 해결을 했다. 무게가 당시 기관총으로는 상당히 가벼운 편에 속하는 약 9.1킬로그램이라서 각개 병사가 휴대하여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20발이 삽탄되는 탄창을 이용하므로 부사수의 도움 없이도 사격을 할 수도 있었고 숙달된 사수라면 돌격하면서 난사도 가능했다. 그러나 작전에 투입되려면 탄약통을 휴대하는 별도의 병사가 필요했으므로 통상 3~4인이 1조로 전투에 투입되었다.

이 경기관총의 본격적인 양산은 1차대전이 발발한 이듬해인 1915년부터 시작되었다. 이때 군 당국이 붙인 정식 명칭은 Fusil-Mitrailleur Mle 1915 CSRG라는 긴 이름인데, 이를 줄여서 Mle 1915 또는 M1915 CSRG라 했다. 하지만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흔히 ‘쇼샤’라고 불리는데 이는 프랑스 무기 명명 체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전쟁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대량 생산된 쇼샤는 전선에 즉각 공급되어 분대지원 화기로 활약했다.

성능은 최악

개발 당시부터 쇼샤는 당시 기관총들의 보편적인 생산 방식인 절삭가공을 최대한 배제하고 총 몸통 등의 상당 부분을 철판 프레스 가공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따라서 재료 낭비가 적었고 생산성이 탁월하여 대량 생산에 적합했다. 이 때문에 1922년까지 약 26만 점 가까이 생산되었는데 이로써 쇼샤는 제1차대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자동화기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많이 만들어지다 보니 프랑스군뿐 아니라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 루마니아, 러시아, 세르비아처럼 많은 연합국에 공급되었고 독일군도 종종 노획한 쇼샤를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레벨 탄보다 강력한 자국의 7.62×63mm탄(스프링필드 탄)에 맞게 개조한 모델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정도까지만 본다면 쇼샤는 흠잡을 곳 없는 너무나 훌륭한 경기관총이라 하여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는데, 바로 성능이 너무 나빴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기계적 결함이 너무 많아 정작 이를 보급 받은 일선에서는 쇼샤를 신뢰하지 않았다. 총의 첫 번째 선택 기준이 성능인데, 웃기는 사실이지만 쇼샤는 이것만 빼고 괜찮았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없는 것보다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악명의 대명사였다. 단지 많이 생산되다 보니 널리 퍼진 것뿐이었다.

악명의 대명사

연사를 위해 도입한 롱 리코일 방식으로 인해 사격 시에 진동이 컸는데, 덕분에 명중률은 기대 이하였다. 잔탄 확인을 위해 일부러 탄창에 낸 구멍과 공기로 냉각하기 위해 총열 보호망에 뚫어 놓은 통풍구로 많은 이물질이 흡입되면서 사격이 멈추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제1차대전의 상징인 참호전에서 이러한 결함은 최악이었다. 미국의 7.62mm탄에 맞게끔 개조된 쇼샤는 사격 시에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부품이 파손되거나 폭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너무 경량을 추구하여 쇠를 적게 쓰다 보니 연사 시에 쉽게 과열되어 작동이 멈추었고, 이때 마음이 급한 사수들이 손이나 도구를 이용하여 두들기면 총이 휘어버리는 황당한 일까지 흔하게 벌어질 만큼 내구성이 약했다. 전선에서 병사들이 총기를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프랑스군 수뇌부는 일선의 고민을 해결하기보다 어쩔 수 없이 무기를 훼손한 병사를 군법에 회부하는 작태를 연출하며 강제로 쇼샤를 사용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사실 하루속히 퇴출되어야 할 기대 이하의 성능이었으면서도 단지 가볍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쇼샤가 종전 이후에도 계속 생산된 사실을 반추하면, 나폴레옹 군대의 전통을 보유한 프랑스가 제1차대전 당시에 왜 그토록 고전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쇼샤는 당시에도 최악의 총기로 유명했고 억지로 사용을 밀어붙인 프랑스군 당국도 성능 부족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당장 이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 보니 전쟁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자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여 계속 생산하여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목숨을 걸고 이를 들고 싸워야 하는 일선의 병사들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전시에 쓸모 없는 무기를 많이 생산하는 것은 사실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 자원 낭비일 뿐이다. 어쩌면 전쟁이라는 환경이 이런 비능률적인 모습도 가능하게 했는지 모른다.

제원

탄약 8×50mm 레벨 / 급탄 20발 탄창 / 작동방식 롱 코일, 가스 작동 / 전장 1,143mm / 중량 9.07kg / 발사속도 분당 250발 / 유효사거리 200m

글   남도현 | 군사 저술가[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