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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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세계]

세계 최대의 잠수함

타이푼급 원자력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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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크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구소련의 타이푼급 원자력잠수함. 원래 명칭은 아쿨라급 혹은 프로젝트941급이다.

20여년 전인 1990년 개봉된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은 구 소련의 엘리트 잠수함 함장이 최신예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갖고 미국에 망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첩보전과 소련 잠수함의 추격전, 잠수함 내의 갈등을 다룬 영화다. 미국의 저명한 테크노 스릴러 작가 톰 클랜시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배우 숀 코너리가 주인공인 라미우스 함장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영화와 톰 클랜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최신예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바로 사상 최대의 잠수함인 러시아의 타이푼(Typhoon)급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다.


 

타이푼급 원자력잠수함 전면부

세계 최대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타이푼급은 냉전 시절 나토에서 ‘태풍’과 같은 위력과 규모를 가졌다고 해서 붙인 별명으로, 구 소련에선 ‘아쿨라(Akula)’급 또는 ‘프로젝트(Project) 941’급으로 불렸다. 1981년 처음 출현한 타이푼급은 미국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비해 2배가 넘는 배수량과 독특한 함체로 주목을 받았다. 타이푼급의 수상 배수량은 1만8000여t~2만3000여t, 수중 배수량은 2만6000여t~4만8000여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중 배수량이 1만8000여t급인 미 오하이오급에 비해 2배가 넘는 것이다. 기네스북에도 세계 최대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등재돼 있다.


타이푼급은 길이 171.5m, 폭 24.6m로 여느 잠수함에 비해 폭이 넓은 것도 특징이다. 이는 보통 잠수함이 원통형의 압력선체 1개로 구성돼 있는 데 비해 타이푼은 직경 8m의 압력선체 2개를 나란히 배열한 뒤 이 외부를 1.2m의 간격을 두고 외부 선체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적의 어뢰 공격 등에 대해 충격을 흡수해 잘 견딜 수 있고 두꺼운 북극 얼음을 깨고 부상해 전략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타이푼급은 두께 3m의 두꺼운 얼음을 깰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함체 선형과 잠항타 등도 얼음이 많은 북극에서의 작전에 적합하도록 튼튼하게 설계됐다. 웬만한 어뢰 1~2발 맞아서는 격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음을 뒤집어 쓴 타이푼급 원자력잠수함. 북극의 얼음 바다 밑이 타이푼의 활동 무대다.

북극의 얼음을 깨고 떠올라 핵미사일을 쏘다


러시아(구 소련)가 타이푼급이 북극에서 얼음을 깨고 부상해 미사일을 쏘는 능력을 갖도록 한 것은 북극의 두꺼운 얼음 아래에 있으면 잠수함을 제외하곤 타이푼급이 얼음 밑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각종 정찰·감시 위성이나 대잠 초계기 등은 두꺼운 얼음 밑의 잠수함을 정확히 찾아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 갑자기 얼음을 깨고 솟아올라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미국에서 머지 않은 곳에서 기습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보통 러시아(구 소련) 잠수함들의 거주성은 미국 잠수함보다 떨어지지만 타이푼급은 워낙 크다 보니 거주성도 크게 향상됐다.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에도 없는 사우나에 미니 풀장까지 설치돼 있다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등에서 방영한 타이푼 원자력잠수함 관련 다큐를 보면 잠수함 안에 사막이나 해수욕장, 도시 사진들이 돌아가며 나타나는 스크린까지 설치돼 있어 승무원들이 이것을 보면서 바깥 세상 구경을 못하는 스트레스를 풀도록 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정박 중인 타이푼급 원자력잠수함

100킬로톤 핵탄두를 200개 장비한 무서운 위력


타이푼급의 주력 무기는 SS-N-20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20기다. 이 미사일은 길이 16m, 직경 2.4m로 최대 사정거리는 8300km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 1발당 100킬로톤(1킬로톤은 TNT 폭약 1000t에 해당)의 위력을 갖는 핵탄두 10개씩을 갖추고 있다. 타이푼급 1척은 이런 미사일 20기를 갖고 있으므로 100킬로톤의 위력을 갖고 있는 핵탄두를 200개나 갖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는 당초 타이푼급들을 신형 SS-N-28 미사일로 현대화할 계획을 세웠으나 잇단 시험발사 실패로 계획이 취소됐고 현재 개발중인 SS-N-30 ‘불라바’를 탑재할 수 있도록 일부 잠수함을 개조했다. 타이푼급은 이밖에 어뢰와 잠대함 미사일(총 22발)로도 무장하고 있다. 어뢰 발사관은 650mm 4문, 533mm 2문 등을 장착하고 있고, 잠대함 미사일은 러시아 잠수함이 널리 사용하는 SS-N-15를 갖추고 있다.


추진 시스템은 원자로와 증기 터빈 각 2기로 구성돼 있다. 능동·수동 탐색 및 공격 소나는 어뢰실 아래 선체에 고정되어 있으며 그 외 선체 옆에 일렬로 붙어있는 소나, 잠수함이 끌고 다니는 초저주파 소나인 예인배열 소나 등 다양한 센서를 갖추고 있다. 또 신해와 빙하 밑에서 무전과 위성항법 신호, 목표 분류 데이터 등을 받기 위한 부유식 안테나 부이 2기를 장비하고 있다.


 

신형 미사일 '불라바'와 함께 새로 태어나고 있는 타이푼


타이푼급은 1981년 1번함 ‘드리트리 돈스코이’호를 시작으로 1989년 6번함까지 취역했으나 구 소련 몰락에 따른 예산 부족의 직격탄을 맞아 3척은 이미 퇴역했고 3척만 운용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번함 ‘돈스코이’호는 신형 잠수함 발사 전략핵탄도미사일인 SS-N-30 ‘불라바’를 발사할 수 있도록 10년간의 개조작업을 마치고 2002년 6월에 다시 진수했다. ‘불라바’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타이푼급은 보다 강력하고 정확한 공격능력을 갖춘 잠수함으로 다시 태어나 상당 기간 현역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유용원 / 군사전문기자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유용원의 군사세계] 러 전략 핵잠수함 타이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