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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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조종실

항공기술의 ABC(4) 조종사가 안전하게 항공기를 운항하는 핵심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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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조종실은 닭을 키우는 비좁은 우리라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최첨단의 F-22 스텔스 전투기조차 비좁은 조종실을 갖추고 있다. <출처: 미 공군/TSgt. Ryan Crane>

이륙을 시작하고 목적지에 착륙할 때까지 모든 과정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운항승무원이다. 운항승무원은 앞쪽이 잘 보이는 조종실(cockpit)에 탑승하는데, 자동차의 운전석처럼 항공기의 조종실은 운항과정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중요한 장소이다.

조종실(cockpit)이라는 단어는 원래 항공분야와 전혀 다른 뜻에서 유래되었다. 예전부터 싸움닭(鬪鷄)을 키울 때는 서로 싸우지 않도록 한 마리씩 따로 키운다. 만일 한 우리에서 키운다면 서로 싸우다가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닭(cock)을 키우는 작은 우리(pit)라는 의미에서 cockpit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대나무로 만든 작은 우리의 위쪽에는 작은 구멍이 있는데 갇혀서 답답한 싸움닭이 머리를 내밀기도 한다.

1차 대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는 창문이나 덮개(canopy)가 없이 완전히 개방된 조종실에서 항공기를 조종하였다. 이때 조종사가 기체의 외부로 머리만 내밀고 조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작은 우리에서 머리를 내민 싸움닭을 연상하게 된다고 하여 cockpit이라는 단어를 붙였다고 한다. 오늘날 항공승무원(aircrew)의 경우에도 업무에 따라 조종을 담당하는 운항승무원(cockpit crew), 승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객실승무원(cabin crew)으로 구분한다.

라이트 형제가 개발한 플라이어 I(Flyer I) <출처 : Andrew Thomas at wikimedia.org>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가 최초로 항공기를 개발할 무렵에는 조종실이 없었다. 조종사는 날개위에 위험하게 엎드려 항공기를 조종하였다. 1차 대전 당시의 항공기는 대부분 조종실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었다. 따라서 조종사는 매서운 바람과 추위와 싸우면서 임무를 수행해야만 하였다. 이 때문에 항공기의 속도, 고도성능을 높이려고 하여도 조종사의 부담이 커서 항공기의 성능이 크게 발전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스패드(SPAD) 전투기의 조종실 <출처 : 미 공군 홈페이지>

그러다가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덮개로 보호되는 조종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이전과 달리 바람과 추위를 걱정하지 않고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비행고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조종사가 계속 호흡할 수 있도록 산소마스크(oxygen mask)나 여압 조종실(pressurized cockpit)이 개발되었다.

노스 아메리칸(North American) P-51 전투기 <출처 : 미 공군 홈페이지>

조종실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바로 계기반(instrument panel)이다. 계기반에는 항공기 조종에 필요한 비행속도, 고도, 방향, 자세, 연료량, 엔진 회전수, 엔진 온도, 무전기 주파수 등 운항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표시한다. 1차 대전 당시의 항공기는 속도, 고도 방향 등 가장 기본적인 정보만 표시하였고 나머지 정보는 조종사의 감으로 조종을 하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항공기의 상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비행을 계속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초창기 항공기에는 무전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예상되어도 기지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C-47 수송기의 조종실 <출처 : 미 공군 홈페이지>

1차 대전이 끝나고 대공황을 극복한 다음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회복되자 항공분야도 점차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슈나이더(Schneider)배 대회와 같은 화려한 행사를 통해 우수한 성능을 가진 항공기가 계속 등장하였다. 당시 모든 사람의 관심은 비행속도이었고, 빨라진 속도 성능에 대응하려면 조종실도 변화가 필요하였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조종실은 점차 개방형에서 밀폐형으로 발전하였다. 2차 대전에서는 개방형 조종실을 가진 항공기는 거의 없었고, 비행고도 역시 오늘날 제트기에 버금갈 수준으로 급속하게 향상되었다.

2차 대전 중에 최고의 비행성능을 가진 보잉(Boeing) B-29 폭격기 <출처 : Signaleer at wikimedia>

2차 대전 중에 등장한 장거리 폭격기와 수송기의 경우 외부의 도움이 없이 먼 거리를 단독으로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었다. 특히 엔진의 숫자가 증가하고 항공기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조종사는 안전운항에 필요한 정보가 더욱 많이 필요하였다. 따라서 조종사가 항로를 잃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다양한 비행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대형 계기반을 설치하였다.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더글러스(Douglas) C-54 수송기의 조종실 <출처 : 미 공군 홈페이지>

항공기의 엔진이 왕복엔진에서 제트엔진(jet engine)으로 바뀌고 비행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이전에는 중간 경유하여 바다를 건너는 장거리 노선도 제트엔진이 등장하면서 무착륙 비행이 가능해졌다. 특히 제트엔진은 발전을 거듭하여 마침내 소리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콩코드(Concorde) 여객기가 등장하였다. 대서양을 2시간에 완주하는 콩코드 여객기의 경우 안전한 초음속 비행을 위해 많은 정보가 필요하며 상당히 복잡한 계기가 빼곡하게 조종실에 설치되어 있다.

콩코드 여객기의 조종실 <출처 : ONC at wikimedia>

콩코드, 보잉 747 점보 여객기의 경우처럼 고성능 대형 항공기의 조종실은 엄청나게 많은 계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조종사가 비행 중에 기체의 상태를 표시하는 수많은 계기를 읽으려면 정작 중요한 비행에 집중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따라서 조종사는 비행에 필요한 정보에 집중하고, 기체 각 부분의 상태를 표시하는 정보는 함께 탑승하는 승무원(flight engineer)이 관리하도록 업무를 분담한다.

보잉 747 점보(Jumbo) 여객기의 조종실 <출처 : Daderot at wikimedia>

하늘에서 군사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fighter)의 조종실은 다른 항공기와 비교할 때 많은 차이가 있다. 2차 대전과 초창기 제트전투기의 조종실은 대부분 다른 군용기와 많이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고성능 레이더가 탑재되고 최신예 미사일로 무장하면서 임무가 다양해졌고 이에 따라 조종실도 복잡해졌다.

노스 아메리칸 F-86 세이버(Sabre) 전투기의 조종실 <출처 : 미 공군 홈페이지>

1970년대까지 전투기 조종실의 경우 성능이 향상되고 수행하는 임무가 다양해지고 특히 탑재하는 무장이 증가하면서 점차 복잡하게 발전하였다. 최고의 성능을 가진 미 공군의 F-15 전투기도 이전의 전투기와 비교할 때 계기반의 기본적인 배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투기는 1명의 조종사만 탑승하기에 많은 계기를 판독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려면 부담이 매우 큰 편이다.

맥도넬 더글러스(McDonnell Douglas) F-15 전투기의 조종실과 HUD <출처 : 미 공군 홈페이지>

이러한 조종사의 부담을 줄이고 임무에 집중하도록 중요한 정보를 구분하여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노력이 시도되었다. 비행 중 조종사는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도록 항상 전방을 주시하여야 한다. 따라서 비행 중에 고개를 내려서 계기반을 읽는 시간이 매우 짧다.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많은 계기를 모두 읽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조종사가 전방을 주시할 때 계기반의 위에 투명 유리판을 설치하고 여기에 각종 비행정보, 목표물 위치, 탑재무장의 상황 등을 표시하면 전투에 집중하면서도 아래쪽 계기반을 볼 필요가 없어진다. 이처럼 조종사가 머리를 들고 있는 상태(head-up)에서 정보를 표시하는 장치를 HUD(Head-Up Display)라고 한다. 반면에 계기반은 고개를 숙여서(head-down) 읽어야하며 전투정보보다는 우선순위가 낮은 정보를 표시한다. 항공기가 발전하면서 조종실은 인체공학을 많이 적용하여 개발되며 첨단기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발전을 거듭하면서 복잡해지던 조종실에 큰 변화를 일으킨 주역은 맥도넬 더글러스(McDonnell Douglas) F/A-18 전투기이다. 이전에 개발된 F-15 전투기의 경우에도 바늘로 움직이는 계기가 조종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러나 F-15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조종실 설계에 어려움을 느낀 맥도넬 더글러스의 기술팀은 F/A-18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한계에 이르렀다. 공중전을 주요 임무로 하는 미 공군 F-15 전투기와 달리 미 해군 F/A-18 전투기는 공중전과 더불어 다양한 지상공격, 함선공격 등 수행하는 임무가 다양하며 탑재하는 무장도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많은 정보를 표시해야 하지만 F/A-18 전투기의 조종실은 F-15 전투기보다 오히려 크기가 작은 편이었다. 이러한 기술적인 난관에 직면한 기술팀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난관을 극복하면서 전투기 조종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

맥도넬 더글러스 F/A-18 전투기의 조종실 <출처 : NASA 홈페이지>

이전까지 각종 비행정보, 무장정보 등은 바늘 계기(dial gage)로 표시하였다. F/A-18 전투기의 경우 조종실을 가득 메운 바늘 계기를 과감하게 모두 없애고 비행 중에 꼭 필요한 계기만 남겨두었다. 그리고 나머지 계기와 각종 무장정보, 레이더 화면, 지도를 대형 모니터(monitor)에 통합하여 표시하도록 하였다. 조종사는 필요에 따라 각종 정보를 선택하여 확인할 수 있으며 이전보다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사용하면서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할 수 있으므로 각종 스위치를 조종간(control stick), 스로틀(throttle)에 설치하였다. 조종사는 조종간과 스로틀에서 손을 뗄 필요가 없이 각종 장치를 마음대로 조작하면서 각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HOTAS(Hands On Throttle-And-Stick)라고 한다.

1978년에 등장한 F/A-18A 전투기는 구형 텔레비전(TV)에서 사용하던 브라운관 기술을 응용한 CRT(Cathode-Ray Tube) 모니터를 사용하며 각종 정보와 많은 기능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MFD(Multi-Function Display)라고 부른다. MFD의 경우 초기에는 흑백 CRT 모니터를 사용하여 초록색으로만 표시되었으나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컬러 LCD(CMFD, Color Liquid Crystal Display)로 발전하였다.

맥도넬 더글러스 C-17 수송기의 조종실 <출처 : Landmark9254 at wikimedia>

F/A-18 전투기에서 처음 시도한 MFD 기술은 점차 다른 전투기에도 영향을 주었고 현재는 모든 전투기의 표준 기술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전투기를 비롯하여 폭격기, 수송기, 초계기, 훈련기, 헬기와 같은 대부분의 군용기에도 MFD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조종실 개발기술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모니터(MFD)를 사용하는 조종실을 글라스 콕피트(glass cockpit)라고 한다.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F-22 전투기의 조종실 <출처 : Matrek at wikimedia>

F/A-18 전투기 다음에 개발된 F-22 전투기는 구형 계기가 거의 없고 HUD와 MFD만으로 조종실을 구성하며 MFD도 대형 화면을 채택하여 조종사가 쉽게 판독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한 F-35 전투기의 경우 여러 개의 MFD를 배열하는 조종실 개발기술에서 한 단계 발전하였다. F-35 전투기는 조종실의 계기반에 딱 하나의 모니터만 설치되어 있으며, 조종사는 필요에 따라 커다란 모니터 화면(LAD, Large Area Display)을 분할하여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종전의 MFD의 경우 화면을 조작할 때 버튼을 사용하였으나, F-35 전투기의 LAD는 버튼이 없으며 스마튼 폰(smart phone)처럼 손가락으로 화면을 직접 조작한다.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F-35 전투기의 조종실 <출처 : 미 공군 홈페이지>

F/A-18 전투기에서 시작된 조종실 기술의 혁신은 다른 항공기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현재는 전투기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군용기가 글라스 콕피트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MFD가 없는 임무비행을 생각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군용기뿐 아니라 민간 항공기도 글라스 콕피트 기술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안전한 운항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에어버스(Airbus) A380 여객기의 조종실 <출처 : Ssolbergj at wikimedia>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