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1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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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이착륙 항공기

항공기술 ABC(5) 활주로가 필요 없는 항공기를 개발하려는 모든 노력의 결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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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익 항공기 vs 회전익 항공기

일반적으로 항공기를 분류할 때, 여객기처럼 커다란 주익을 가진 항공기를 고정익 항공기(fixed wing aircraft)라고 부른다.

고정익 항공기(보잉 787 여객기) <출처 : H. Michael Miley at wikimedia.org>

반면에 헬리콥터(helicopter)처럼 고정된 날개가 없이 날개를 회전시켜 비행하는 항공기를 회전익 항공기(rotary wing aircraft)라고 한다. 넓고 긴 활주로가 필요한 고정익 항공기와 달리 헬리콥터는 회전하는 날개의 힘만으로 공중에 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활주로가 없어도 어디에서나 뜨고 내릴 수 있는 헬리콥터는 매우 다양한 용도로 활약하고 있다.

회전익 항공기(벨 412 헬리콥터) <출처 : Christian Valle at wikimedia.org>

VTOL과 STOL

헬리콥터는 활주로가 없이 이착륙이 가능한 대표적인 항공기이다. 반면에 AV-8 해리어(Harrier) 전투기처럼 헬리콥터가 아니어도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항공기도 있다. 이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방식을 VTOL(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이라고 한다. 반면에 여객기처럼 반드시 활주로를 사용하여 이착륙하는 방식을 CTOL(Conventional Take-Off and Landing)이라고 구분한다. 여객기의 경우 승객을 가득 태우면 보통 2~3 km 길이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군용 수송기의 경우 실제 작전에서 긴 활주로를 확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처럼 군용 수송기는 민간 여객기와 달리 짧은 활주로에서도 많은 화물을 싣고 이착륙할 수 있는 성능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익에 특별한 양력 발생장치를 설치하여 개발하며, 비슷한 크기의 민간 여객기보다 절반 이하의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 이렇게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하는 방식을 STOL(Short Take-Off and Landing)이라고 한다. 미 공군의 주력 수송기인 C-17A 수송기의 경우 화물을 가득 싣고도 불과 910 m 길이의 활주로에 착륙이 가능하다고 한다.

보잉 C-17A 수송기 <출처 : 미 공군>

AV-8 해리어 전투기는 활주로가 없는 장소에서 충분하게 수직으로 이륙, 착륙할 수 있다. 그러나 무장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 수직으로 이륙을 하면 연료를 너무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비행거리가 급격하게 짧아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AV-8 해리어 전투기의 경우 가급적 수직으로 이륙하지 않는다. 대신에 무장을 많이 실을 경우 250 m 정도의 활주로만 사용하여 빠르게 이륙한다. 이러한 단거리 이륙 성능은 비좁은 해군 함정의 비행갑판에서 이륙하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그리고 귀환할 때는 수직으로 가뿐하게 착륙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이렇게 단거리 이륙과 수직 착륙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을 V/STOL(Vertical/Short Take-Off and Landing) 또는 STOVL(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이라고 한다.

AV-8B 해리어(Harrier) II 전투기 <출처 : Michael Pereckas at wikimedia.org>

회전익 수직이착륙 항공기: 헬리콥터, 오토자이로, 자이로다인

오늘날 대표적인 수직이착륙 항공기라고 한다면 곧바로 헬리콥터를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 헬리콥터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역사는 매우 짧다. 1950년대에 등장한 헬리콥터는 이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불진화, 인명구조, 송전선 점검, 목재 운반, 교통단속과 같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소방헬기의 산불진화 작업 <출처 : 미 해군>

헬리콥터가 세상에 등장하기 이전에도 헬리콥터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토자이로(Autogyro)로, 얼핏 보기에는 헬리콥터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정익 항공기와 달리 주익이 없으며 엔진으로 프로펠러를 구동하면 아주 짧은 거리에서 활주하다가 위에 있는 날개가 회전하면서 헬리콥터처럼 떠오른다. 사실 회전익(rotary wing)이라는 용어도 헬리콥터가 아닌 오토자이로에서 비롯되었다.

시에르바 오토자이로(Cierva Autogyro) <출처 : David Merrett at wikimedia.org>

오토자이로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불과 몇 미터 길이로 이륙이 가능하다. 이처럼 활주로가 거의 필요가 없는 오토자이로는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꿈의 항공기로 각광을 받았다. 1922년에 등장한 최초의 오토자이로가 바로 시에르바(Cierva) C.4이다. 1918년에 1차 대전이 끝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시기에 등장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활주로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으며 특히 해군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오토자이로는 자유롭게 비행하다가 엔진의 출력을 조절하면 착륙지점에 거의 수직으로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주익이 없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실제로 실용화하는데 실패하였다.

미 해군 XOP-1 오토자이로 <출처 : 미 해군>

고정익 항공기는 비행할 때 갑작스럽게 옆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주익에서 발생하는 양력의 힘으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 반면에 오토자이로는 주익이 없고 회전하는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으로 지탱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옆바람이 부는 경우 회전하는 날개가 불안정해지면서 바로 추락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비행성능이 불안한 오토자이로는 큰 관심을 보인 군대에서도 사용하기가 어려운 항공기가 되고 말았다. 실제로 2차 대전 당시에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오토자이로가 실전에 투입된 사례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오늘날 오토자이로는 군용이 아닌 개인용 스포츠 항공기로만 사용되고 있다.

개인용 스포츠 항공기로 사용되는 오토자이로 <출처 : Aleksandr Markin at wikimedia.org>

전진하면서 바람의 힘으로 바람개비처럼 날개가 회전하면서 비행하는 오토자이로와 달리 헬리콥터처럼 엔진의 힘으로 날개를 회전시키는 자이로다인(Gyrodyne)이라는 항공기가 있다. 오토자이로와 헬리콥터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자이로다인은 엔진의 힘을 사용하여 회전날개와 프로펠러를 동시에 구동하여 비행하는 일종의 복합 항공기이다. 이에 따라 거의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하면서도 헬리콥터보다 훨씬 빠르게 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하나의 회전날개(rotor)만 사용하여 비행하는 헬리콥터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제작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어 실용화에는 실패하였다.

페어리 자이로다인(Fairey Gyrodyne) <출처 : Johannes Thinesen at wikimedia.org>

고정익기의 수직이착륙, 파워드 리프트

헬리콥터와 오토자이로는 회전익 항공기로서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 반면에 고정익 항공기 중에서도 활주로를 사용하지 않고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특별한 기종이 있다. 고정익 항공기가 수직으로 이착륙하도록 특수하게 동력을 공급하는 방법을 파워드 리프트(powered lift)라고 한다. 고정익 항공기는 엔진을 가동하여 활주하면 바람의 힘으로 주익에서 양력이 발생한다. 다시 말하자면 엔진으로 직접 양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익을 거치면서 간접적으로 양력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파워드 리프트는 말 그대로 엔진의 힘으로 직접 양력을 발생시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엔진의 힘으로 직접 양력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직이 가능한 항공기가 탄생한다. 파워드 리프트는 컨버티플레인(convertiplane), 테일 시터(tail-sitter), 벡터드 스러스트(vectored thrust), 리프트 제트(lift jet), 리프트 팬(lift fan)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벨-보잉 V-22 틸트로터(Bell-Boeing V-22 Tiltrotor) <출처 : 미 해군>

고정익 항공기가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도록 고안한 방법이 바로 주익을 위로 들어 올리는 방법이다. 컨버티플레인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틸트로터(tiltrotor), 틸트윙(tiltwing), 로터 윙(rotor wing)을 들 수 있다. 틸트로터는 일반적으로 프로펠러(propeller)고 보이는 로터(rotor)를 앞쪽, 위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방법이다. 수직으로 이착륙할 때는 로터를 위로 향하게 하고, 전진 비행을 할 때는 로터를 앞쪽으로 향하게 한다. 따라서 수직이착륙할 때는 헬리콥터와 비슷하고 전진 비행을 할 때는 고정익 항공기와 비슷하다. 말하자면 헬리콥터와 고정익 항공기를 합친 항공기라고 할 수 있다. 성능도 두 가지 항공기의 장점을 합친 것과 비슷한데 속도가 0인 상태에서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면서도 전진 비행을 할 때 헬리콥터보다 훨씬 빨리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현재 헬리콥터를 대체하는 수직이착륙 항공기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이미 실용화되어 미 해병대, 공군에서 사용하고 있다.

LTV XC-142 틸트 윙(Tiltwing) <출처 : NASA>

주익은 그대로 두고 로터만 들어 올리는 틸트로터와 다르게 엔진과 로터(프로펠러), 주익을 한꺼번에 들어 올리는 방법이 바로 틸트윙이다. 현재의 틸트로터가 완성되기 이전에 개발한 기술이지만 기계적인 구조가 매우 복잡하여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S-72 X-wing 실험기 <출처 : NASA>

헬리콥터를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특이한 기종이 바로 로터 윙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보면 그냥 일반적인 항공기와 비슷한데 이착륙할 때 동체위에 있는 날개가 회전하면서 헬리콥터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일단 이륙한 다음 어느 정도 비행속도가 되면 날개의 회전을 멈추고 고정익처럼 비행할 수 있다. 아직 이륙한 다음 수평 비행으로 바꾸는 단계에서 안정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헬리콥터보다 빠르게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실용화에 성공한다면 헬리콥터를 일부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콘베어 XFY 포고(Convair XFY Pogo) <출처 : 미 해군>

에디슨(Thomas Edison)의 라이벌이자 천재적인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고안한 수직이착륙 항공기가 바로 테일 시터이다. 말 그대로 꼬리로 직접 착륙하는 항공기로 엔진의 시동을 걸고 하늘을 보고 바로 수직으로 이륙한다. 어느 정도 안전한 고도에 이르면 차츰 속도를 높이면서 기체를 기울여 전진비행으로 바꾸며 착륙을 하려면 점차 기체를 세우면서 속도를 줄여 착륙한다. 보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 조종사가 지면이 아닌 하늘만 보면서 항공기를 조종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실용화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최근 해군 함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정익 무인기를 개발하면서 다시 이러한 방식을 접목하여 개발 중이라고 한다.

TERN 무인기 <출처 : 미 국방부>

벡터드 스러스트, 리프트 팬, 그리고 리프트 젯

벡터드 스러스트는 엔진에서 분출하는 배기가스의 방향을 바꾸어 수직이착륙과 전진 비행이 모두 가능한 방식이다. 가장 성공한 수직이착륙 기종인 AV-8 해리어 전투기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 엔진은 그대로 두고 배기가스 분사구(nozzle)의 각도만 조절하면 되므로 다른 방식과 비교할 때 일찍 실용화에 성공하였다. 함정의 좁은 비행갑판에서 이착륙이 가능하여 해군에서도 환영을 받았다. 영국 해군의 해리어 전투기는 1982년 포클랜드(Falkland) 전쟁에서 실전에 참가하였다. 다만 벡터드 스러스트 방식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하여 초음속 비행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해리어 전투기의 가변 분사구 <출처 : Tony Hisgett at wikimedia.org>

리프트 제트는 해리어 전투기처럼 분사구의 방향을 조절하지 않고 수직으로 설치한 별도의 엔진으로 이착륙을 하는 방식이다. 일단 이륙에 성공하면 본래의 주엔진(main engine)을 가동하여 전진 비행을 한다. 일단 해리어 전투기보다 기계 장치가 복잡하고 수직 엔진을 설치하면서 연료탱크를 설치할 공간이 줄어들어 항속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일단 이륙에 성공하면 주엔진을 사용하여 고속비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야코블레프 Yak-38 포저(Yakovlev Yak-38 Forger) <출처 : Vladimir Rodionov at wikimedia.org>

리프트 팬 방식은 기본적으로 리프트 제트와 비슷한 방식이다. 다만 다른 점은 수직이착륙에 사용하는 리프트 제트 엔진을 대신하여 리프트 팬을 사용한다. 리프트 팬은 일종의 대형 선풍기라고 할 수 있으며 주엔진에서 동력을 공급받아 회전시킨다. 일단 이륙한 다음에는 헬기처럼 기체를 기울여 전진 비행을 하는데 비행조종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용화가 늦어졌다.

아브로 캐나다 VZ-9 아브로카(Avro Canada VZ-9 Avrocar) <출처 : 미 공군>

최근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F-35B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리프트 팬 기술을 적용하여 실용화에 성공하였다. 다만 리프트 팬만 설치한 이전의 항공기와 달리 F-35B 전투기는 리프트 팬과 주엔진의 분사구를 동시에 사용하여 수직으로 이착륙하도록 개발되었다. 그리고 이륙한 다음에는 주엔진을 최대로 가동하여 초음속까지 가속하면서 전진 비행을 할 수 있다.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F-35B 전투기 <출처 : 미 해군>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