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저 사람이 유용원 기자야?”

제가 지난 93년 유 기자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전에 신문과 잡지를 통해 많은 기사를 접하며 마음 속으로 그려왔던 유 기자의 모습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체격이 크고 눈이 부리부리하며 매우 매섭게 생긴, 마흔살 넘은 중견기자일 것으로 상상해왔으나, 제 앞에 나타난 유 기자의 실제 모습은 작은 키에 조 용한 학자를 연상케 하는 20대 후반의 청년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젊은 사람이 당시 군부를 휘어잡고 있던 하나회 명단을 폭로하고, 성역을 깨뜨리 며 무기도입 분야의 기사를 써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일종의 충격으로 제게 와 닿았습니다. 그뒤 그를 8년째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92년 '말' '월간조선'을 통해 하나회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 군을 뒤흔들었던 그는 그뒤에도 ‘군수본부 포탄사기사건 ’등 여러차례 큰 특종으로 군 관계 자들을 괴롭혔고 원성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는 특종으로 호봉 승급을 두차례나 했고 사내 특종상만 9차례 받았다고 하는데, 그 특종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 군 고위 관계자 중엔 유 기자를 국방부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군내에서 ‘작은 거인 ’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8년째 변함 없이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그가 단지 한건 위주의 특 종만 하는 기자였다면 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는 유 기자가 그동안 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바탕에 깔고 비판을 해왔으며, 그의 특종은 군의 환 부를 도려내 군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의 특종 행진은 요행으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뛰어난 전문성과 타고난 성실함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유 기자는 우리나라 군사전문기 자의 원조(元祖)로 불립니다. 단순히 우리나라 현직 기자로서 국방부를 가장 오랫 동안 담당하고 있는 ‘터줏대감 ’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무기 ·인 사 ·전략 등 웬만한 군사 문제에 대해 직업군인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는 무기체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기 전문가 ’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국방부 기자실에서의 브리핑 때 무기의 제원과 특성에 관해 설 명할 때면 기자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 (현역 군인과 동료 출입기자들을 포함하여)은 유 기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합니다. 브리핑을 하는 사람들 의 잘못된 설명과 답변을 족집게처럼 찍어내 이를 정정하는 게 그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무기에 대한 관심은 유년 시절 유난히 즐겼던 전쟁놀이와 전쟁영화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것이 무기체계에 대한 향학열로 이어지게 됐고, 신 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무기관련 사진들을 하나 둘씩 스크랩하기 시작했다는군요. 부모님으로부터 신문에 구멍 뚫어놓는다고 혼나면서도 고집스레 수 집한 그 자료들은 색이 바랜 채 아직도 그의 집에 고이 간직돼 있다고 합니다.

이런 세살적 버릇은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져 그는 요즘에도 군사전문 잡지들과 전문서적들을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수집한 자료들과 10여년간의 군 관련 기사 등을 토대로 3개월전 사비를 털어 ‘유용원 기자의 군사세계 ’(bemil.chosun.com)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기자가 만든 군사전문 사이트로는 처음으로 개설된 그의 홈페이지는 2개월만에 접속자수가 10만명을 돌파하고 요즘은 하 루 방문자가 2000~5000명에 달해 그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 기자는 ‘차가운 ’전문성을 보완하는, 우직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인간적인 매력도 갖고 있습니다. 역대 군수뇌들과의 오랜 인연을 토대로 국방부 직원 들의 여론 통로 역할을 자임,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국방부 내에서 ‘해결사 ’노릇도 하고 있습니다. 또 그는 외부 원고료 수입을 주로 국방부 실무자들에게 밥을 사는 데 써왔습니다. 그래서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유 기자가 새로운 접대문화를 만들어 가는 장본인이라고 말합 니다.

그는 전형적인 386세대이기도 합니다. 만 37세의 나이에 83학번이며 64년생입니다. 현재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386세대가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를 이끌어 갈 신세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듯이 유 기자도 국방담당 전문기자로서 선구자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월간 ‘말 ’지가 선정한 ‘21세기 한국의 희망 386리더 ’ 300명중에 포함된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 기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으며 그의 책임도 큽니다. 국가 안보를 결정짓는 국방정책이나 중요한 군 전력증강 사업은 계획 입안 단계 에서 시행에 이르기까지 조언해주고, 감시할 수 있는 민간영역이 필요한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언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 기자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정한 군사전문기자는 장기간에 걸친 국방부 출입이 관건이 아니라 본인의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탄생한다 는 점을 고려한다면 군사전문기자를 이제는 각 언론사가 회사 차원에서 양성하고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언론사는 우선 군사전문기자에게 기사 작성과 관련, 시대적 상황에 너무 좌우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소신 있게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유 기자가 나이 50이 넘어서 머리가 희끗희끗해서도 안보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군사전문기자로서, 우리 군의 곁에 계속 머무는 ‘국방의 동반 자 ’로서 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특종 건이 있다 하더라도 국익과 국가안보에 현저히 저해된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기사화를 포기할 수 있는 대기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