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유용원 기자(사회부). 올해로 기자생활 8년째다. 후배보다 선배가 훨씬 많은 소장 기자이지만 [무기]분야에서만은 어느 선배기자 못지 않은 [베테랑]이다.

백령도 해상 한국형 호위함에서의 일이다. 국방부가 [함]의 무기 제원을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 그는 동료기자들은 물론 군인들까지 놀라게 했다. 40㎜포를 35㎜포로 소개한 국방부 관계자의 잘못된 설명을 고쳐준 것. 눈으로 보아서는 웬만한 무기 전문가가 아니면 찾아내지 못하는 [5㎜]의 차이를 발견해냈다. 물론 그 차이를 발견한 것은 단순한 눈썰미 때문이 아니었다. 이만한 [클래스]의 함에는 이 정도 크기의 포가 장착된다는, 무기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 때문이었다.

유 기자의 무기에 대한 관심은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으레 그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무기에 관한 각종 사진과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는 것을 취미삼듯 특별한 관심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다. 나이가 차면 대개 [유아적] 취미라며 관심의 끈을 놓아버리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취미를 이어갔다. 세계적인 군사전문 주간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ce Weekly) 등을 정기구독했다. 지난해 언론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연수를 가서도 사비를 털어 세계적인 공군박물관 라이트패터슨 박물관, 미 대서양함대 사령부인 노포크기지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머릿?淡?입력된 무기 제원만 해도 800여가지.

그의 관심은 소총,권총 등 소규모 ?凰矗?위한 소품에 흥미를 갖는 흔한 무기 마니아들과는 또 다르다. 미사일,전차,함정,핵 등 전략 및 준전략무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미시적인 [전투행위]에 대한 흥미보다는 거시적인 [국가방위]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90년 그는 기자가 됐다. [취미]가 [일]을 만나 [일]을 저질렀다. 그는 지난 92년 월간조선에 있을 당시 140명의 하나회 명단을 발굴, 폭로해 결과적으로 군 사정 바람을 불러왔다. 또한 [포탄사기사건]을 발굴, 권영해 국방부 장관의 경질을 부르기도 했다. 그가 91년말 썼던 [한국도 핵무장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는 기사는 호주의 안보전문가 피터 헤이즈의 논문에 인용되기도 했다.

93년초 국방부 출입기자로 발령이 났다. 그의 무기전문가로서의 실력이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는게 동료들의 설명이다. 고기가 물을 만난 셈. 특종이 이어졌다. 최근 잇달아 추락한 KF-16기의 사고원인으로 분석된 연료공급 계통의 문제를 국방부의 발표 한달 전인 지난 8월초 앞서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특종은 단순히 무기에 대한 지식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군인들과의 친분도 크게 작용했다. 군인들이 자신의 부인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가족]이라는 말을 그에게도 똑같이 사용할 정도로 그들의 문화마저 이해하려 하고 있다. 무기에 대한 관심은 그에게 특종이란 명예를 가져다 주었지만 [이들은] 항상 마음에 든 [녀석]들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이들은] 점차 [비인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밖에서 단추 하나로 대량 살상하는 현대 무기는 가해자로 하여금 살인에 대한 최소한의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무기들은 탱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거품폭탄, 전투기를 녹슬게 하는 화학무기 등 비살상무기. 무기의 인간화라는 말이 성립할까마는 현실적으로 무기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사람을 죽이지 않는 무기들이 살상무기를 대체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