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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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세계]

물량으로 승리를 이끌어 낸 주역

M4 셔먼(Sherman)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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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SS 서스펜션을 사용하여 야지에서 주행 능력이 향상된 M4A3E8. 흔히 이지에이트(Easy Eight)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무기를 가진 쪽이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19세기 이후에 벌어진 전쟁들을 살펴보면 무기의 성능이 승패를 좌우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893년 짐바브웨에서 벌어진 원주민 항거 당시에 4정의 맥심 기관총을 보유한 50여 명의 식민지 경비대가 무려 4천여 원주민의 공격을 막아낸 사례는 무기의 질적 우위가 중요함을 알려준다.


그런데 개별적 무기의 질 못지않게 양도 중요한 요소다. 위 사례는 기관총의 보유 유무에 따른 결과지만 만일 양측 모두 기관총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바뀌었을 것이다. 설령 원주민의 기관총이 성능이 뒤졌더라도 양이 많았다면 승패가 달라졌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국방 관계자들은 질 좋은 무기를 충분히 갖추기를 원하지만 생각만큼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하여 당장 극복하기 힘든 기술적 열세로 인해 상대방 무기보다 성능이 뒤지는 경우, 양으로 질적 격차를 메우는 방법을 동원하는데, 특히 상대보다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동원할 능력이 있다면 설령 무기의 성능이 뒤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제2차 대전 당시 미군의 주력이었던 M4 셔먼(Sherman) 전차가 이에 가장 부합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핵폭탄이나 전략폭격기의 예에서 보듯이 당시 연합국도 뛰어난 무기가 많았지만 사실 사상 최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독일이 결코 맞설 수 없었던 엄청난 물량 공세였다. M4는 가장 거대했던 전쟁에서 물량을 앞세워 승리를 이끌어 낸 주역이었다.

시급히 제작된 M3 리 전차. 기존 M2 전차 차체에 75mm 포를 장착한 포탑을 올릴 수 없어 차체에 부착하였다.

급박한 정세

주변에 가시적인 위협 상대가 없는 미국은 군사전략상으로 본다면 마치 섬나라 같다. 따라서 미국을 침공하는 세력을 멀리서부터 격퇴하기 위한 해군의 비중이 큰 반면 육군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편이다. 최신식 장비로 무장한 지금도 군비의 규모를 고려할 때 육군이 그다지 큰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거대한 지상전을 수시로 경험한 유럽 열강에 비해 무기의 성능도 뒤진 편이었다. 그런 미 육군에게 제1차 대전 참전은 좋은 경험이 되었다.


미군은 맥심기관총, 루이스기관총처럼 정작 미국인이 만든 좋은 기관총이 있었음에도 채택을 등한시 하였다. 결국 변변한 지원화기 없이 싸움터에 뛰어든 후 엄청난 곤욕을 치렀고, 이들 기관총을 사용 중이던 연합군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남북전쟁 이후 제한적인 국경 분쟁 정도의 국지전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전면전을 경험하지 못한 미군은 실전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이제 막 전선에 등장한 전차도 미군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무기였다. 효용성을 깨달은 미국은 전후 여러 종류의 전차를 만들었지만 시대를 선도할 정도의 성능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련이 돈을 주고 사가 BT, T-34 전차 등에 채택한 크리스티 현가장치(Christie suspension)처럼 뛰어난 관련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었다.


이처럼 느긋하던 미국에게 1940년 5월에 있었던 독일의 프랑스 침공전은 경악이었다. 흔히 현대 전차의 효시로 보는 독일 3호, 4호 전차들이 돌파의 중핵으로 맹활약하면서 놀라운 전과를 선보인 것이다. 이제 미국의 전쟁 참여도 서서히 가시화되었지만 1939년에 독일이 폴란드 침공전에서 사용한 1호, 2호 전차와 비슷한 수준의 전차만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1940년 7월 기존 M2 전차에 75mm 포를 탑재한 M3 리(Lee) 전차의 제작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이는 포탑이 아닌 차체에 포를 장착하여 화력만 강화한 임시변통 전차였다. 결국 보다 나은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360도 회전이 가능한 포탑의 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곧바로 신형 전차 개발에 나섰다. 세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미국의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초기형인 M4. 주조방식으로 제조되었고 75mm 포를 장착하였다.

신속한 개발

개발 목표는 보병을 가까이서 지원하면서 제1차 대전 당시처럼 전선을 단독으로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중형(中型) 전차였다. 충격을 안겨준 독일의 4호 전차가 참고대상이었는데,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대규모 기갑전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더불어 신속히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야전에서 정비가 편한 구조여야 했다. 사실 바로 이 점이 M4 전차가 희대의 베스트셀러가 된 요인이기도 했다.


일사천리로 개발이 이루어진 신형 전차는 불과 1년 만인 1941년 8월 2일에 M4라는 제식부호를 부여 받고 생산이 개시되었다. 이후 용접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리벳으로 이어 붙인 이전 전차들과 달리 최초 양산형의 차대는 주조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처음에는 리마(Lima) 기관차공작창에서 생산되었지만 그 해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급습하며 미국이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하게 되자 여러 업체에서 나누어 대대적인 양산에 돌입하였다.


영국에서 개량한 셔먼 파이어플라이. 강력한 17파운더 포를 탑재한 대전차 요격용 구축전차다.

M4A3 도저 전차. 전진로를 개척하기도 했지만 태평양 전쟁 당시 참호 속에서 저항하는 일본군을 그냥 매장해 버리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그런데 최초 실전투입은 미군이 아닌 영국군에 의해 이루어졌다. 원래 미 2기갑사단에 보급할 예정이던 300여 대의 M4가 상황이 급했던 영국군에 공급되면서 1942년 10월 제2차 엘알라메인(El Alamein) 전투의 승리에 일조하였다. 전차의 애칭을 남북전쟁 당시 북군 지휘관이었던 셔먼(William T. Sherman)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도 영국군이었는데, 이 때문에 남부 출신 병사들은 이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미군은 그 해 11월에 있었던 알제리 침공전에 M4를 처음 사용하였다. 북아프리카 전선에 공급된 M4는 원래 개발 당시부터 목표로 한 독일 3호, 4호 전차를 능히 상대할 수 있어서 성능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태평양 전선에 공급된 M4는 시대의 뒤진 95식, 97식 전차와 빈약한 대전차 무기를 사용하던 일본군에게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반자이를 외치며 군도를 들고 뛰어 드는 미친 현상도 너무나 커다란 격차로 인한 자포자기의 심정 때문이었다.


1944년 동부전선의 스몰렌스크에서 격파된 M4. 라스푸티차 를 극복하기 위한 통나무가 실려 있는 것만으로도 소련군이 사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소련은 M4를 T-34와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하였다.

약점을 극복한 방법


하지만 부족함이 없다는 건 잠시 동안의 착각이었다. 티거(Tiger)같은 독일의 중(重)전차를 만나면서부터 M4의 위상은 순식간 추락하였다. 1943년 1월 북아프리카 전선의 튀니지에 티거로 무장한 제501중전차대대가 등장하면서 M4는 전선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거대한 절벽을 만났다. 전략적으로 연합군이 독일군을 밀어붙이는 중이었지만 처음 마주한 티거는 죽음의 사신이었다. 다행이라면 그나마 수량이 적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M4의 장갑이 나쁜 수준은 아니었지만 전고가 높고 측면 방어력이 빈약하여 쉽게 격파되곤 했다. 마치 태평양 전선에서 셔먼을 마주한 일본군 전차 같은 느낌이었다. 티거와 교전한 연합군 전차부대에게 엄청난 손실은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2월 12일에는 2,000미터가 넘는 원거리를 두고 벌어진 교전에서 15대의 셔먼이 피격되고 온전한 것은 노획되어 독일로 보내지기까지 하였다.


셔먼 전차를 지휘한 일선 부대장이 “이것은 너무나 불공평한 싸움”이라고 불평하였을 정도로 실력 격차가 심했다.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 이후 서부전선이 본격 형성되면서 더 많이 접하게 된 독일 중전차들의 공포는 갈수록 더해 갔다. 일단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피탄 면적이 넓고 일부 장갑이 빈약하여 벌어진 결과였다. 그 보다 심각한 것은 어느 정도 때려서는 상대가 꿈적도 않는 부족한 공격력이었다.


오픈탑 터렛에 90mm 포를 장착한 M36 잭슨 구축전차. M4 차체를 이용한 일종의 파생형이다.

강력한 76mm 포를 장착한 모델도 역부족이었다. 설령 방어력이 강하더라도 화력이 약한 이상 전차전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3인치 대전차포를 장착한 M10 구축전차, 90mm 포를 장착한 M36 구축전차, 17파운더 포를 올린 영국의 셔먼 파이어플라이(Sherman Firefly)처럼 화력을 극대화한 변형도 등장하였고 결국 이마저도 부족하자 M26 퍼싱(Pershing) 같은 미국 최초의 중전차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M4는 결코 독일이 극복할 수 없는 한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어마어마한 생산량이었다. 티거가 1,347대, 티거 II가 492대 생산된 데 반하여 M4는 49,234대가 만들어져 전선에 공급되었다. 대량 생산에 적합한 구조도 한몫 하였지만 미국의 엄청난 공업 생산력이 뒷받침되었기에 나타난 결과였다. 물론 독일도 중전차 외에 여러 종류의 다른 전차를 전선에 투입하였지만 전쟁 말기로 갈수록 더욱 커져가는 양적 격차를 극복할 수 없었다.


연합국보다 기갑전 경험이 풍부하고 개별 전차의 성능이 강하다고 해도, 이 정도의 물량 차이를 극복하고 독일이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었다. 자료를 살펴보면 미군 당국이 M4가 4배 이상의 우위가 담보되지 않으면 티거와 정면 승부를 펼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는 설도 있는데, 그 진위가 어떠하든 현실적으로 전선에 투입된 물량 자체가 독일 전차의 4배를 훨씬 넘었다.



진정한 능력

전면에 부가장갑을 장착하여 방어력을 강화한 M4A3E2.

보병과 함께 작전을 벌이는 M4 전차. 최초 개발 당시 보병을 근접하여 지원하는 임무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다.

비록 물량을 강조했지만 사실 M4의 성능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맞상대한 일부 독일 전차들이 너무 강해서 벌어진 일종의 착시였다. 흔히 M4는 소련의 T-34와 더불어 제2차대전에서 물량을 앞세워 독일을 굴복시킨 대표적인 전차로 알고 있지만 평가는 사뭇 다르다. T-34는 소련-러시아에서 조국을 구한 전차라고 할 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만 M4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냉전 후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무기대여법에 따라 엄청난 M4를 운용하였던 소련은 T-34에 뒤지지 않는 좋은 전차로 평가하고 있다. 제2차 대전 후에도 M4는 한국전쟁을 비롯한 여러 전장에서 꾸준히 활약하였는데 이스라엘이 개량한 M50, M51은 중동전에서 T-55를 격파하였고 이후 M60 HVMS라는 이름으로 칠레에 수출된 개량형은 21세기 초까지 사용되었다. 기본적인 성능이 나빴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종류의 M4 전차들이 섞여서 함께 작전을 벌이고 있다. M4는 파생형이 많은 전차로도 유명하다.

M4의 외형상 특징이 전고가 높다는 점인데, 피격되기 쉬운 단점도 있지만 반대로 적을 발견하기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외에 이런 특유의 구조로 말미암아 처음부터 넉넉한 여유 공간이 있었고 차체에 비해 엔진이 강력한 편이어서 이후 다양하게 개량될 수 있었다. 따라서 M4는 성능이 향상된 모델이 속속 등장하였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장비의 플랫폼이 되었다.


비록 개별 전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많은 곤욕도 치렀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M4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차라는 점이다.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던 중전차들을 보유하고 기갑 전략, 전술에 획기적인 이정표를 개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패전한 독일을 생각한다면 M4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칠레군이 21세기 초까지 사용한 M60 HVMS. 현역에서 마지막까지 활약한 최후의 M4로 알려진다.

1952년 5월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 8사단을 지원하기 위해 사격을 가하는 미 2사단 72전차대대 소속의 M4A3E8.


 

제원 (후기 형 기준)


중량 30.3톤 / 전장 5.84m / 전폭 2.62m / 전고 2.74m / 승무원 5명 / 76mm M1 전차포 (적재탄수 55발), 12.7mm 기관총 1정, 7.62mm 기관총 2정 / 항속거리 193km / 최대속도 48km/h



남도현 / 군사저술가,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히틀러의 장군들》 등 군사 관련 서적 저술 http://blog.naver.com/xqon1.do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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