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군사강국이다. 핵무기는 물론 항공모함, 잠수함, 전투기, 전차 같은 주요 무기를 대부분 자국에서 개발하여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니 말이다. 특히 프랑스제 무기는 냉전시기에 미국제나 소련제 무기를 선택하기 곤란했던 제3국들에게 좋은 대안이었고, 지금도 국제 무기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무기가 발전할수록 점점 많은 기술과 자본이 요구되기 때문에 자국에서 개발한 무기로만 무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례로 프랑스와 전통적 경쟁 관계인 영국은 1960년대 말부터 새로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협력 사업을 통해 공동 생산한 전투기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프랑스도 그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프랑스 특유의 자존심과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목적이 맞물려 이런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여곡절도 많은데, 항공모함 드골 같은 경우는 건조 도중 원자로 문제로 선체를 절단해야 했고, 라팔 전투기는 성능은 좋았지만 대외 판매에 애를 먹어 개발 대비 효과가 미미했다.

그런데 이런 항공모함이나 전투기 같은 하이 테크 쪽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재미있게도 프랑스가 엄청난 난항을 겪었던 분야 중 하나는 가장 기초적이라 할 수 있는 소총 쪽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갖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여 현재 프랑스군의 표준 제식화기로 사용되고 있는 FAMAS(Fusil d'Assault de la Manufacture d'Armes de St-Etienne) 돌격소총이다. FAMAS는 자체 무기 개발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소총개발, 타이밍이 문제다

19세기 초의 나폴레옹 전쟁 이후 프랑스군은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 등에서 프랑스군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착시효과가 존재한다. 프랑스에게 계속하여 어려움을 안겨준 상대가 바로 독일이었다는 점이다. 국경이 육상에서 마주하고 있는 지역 특성 상, 두 나라가 싸움을 벌이면 육군이 앞장설 수밖에 없는데 19세기 중반 이후 독일 육군은 그야말로 세계 최강이었다. 프랑스가 약한 것이 아니라 독일이 너무 강했던 것이다.

1870년에 발발한 보불전쟁에서는 전술적으로 팽팽히 맞섰지만 전략적인 판단착오로 패하였고, 1914년에 시작된 제1차 대전에서는 최종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렇다고 이긴 전쟁이라 자부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패전의 정점은 제2차 대전 당시 불과 개전 7주 만에 무참하게 패하고 항복을 선언한 1940년의 독불전쟁이었다.

그런데 프랑스의 소총 개발사를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전쟁의 전략이나 과정보다는 승패 결과에 따라 차기 소총을 제작할지 여부가 결정됐다는 점이다. 보불전쟁 당시 사용한 샤스포(Chassepot) 소총은 당대 기준으로 훌륭한 무기였고 실제로 프로이센군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지만 전쟁에 패했다는 이유로 프랑스는 즉각 더 뛰어난 차세대 소총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레벨(Lebel) 소총이었다.

레벨 소총은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소총에 비해 성능이 부족한 편이었지만 그런대로 제 몫을 해주었다. 문제는 오히려 그 후에 있었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프랑스가 승전국이 되자 새로운 소총 개발을 등한시하게 된 것이다. 결국 프랑스는 제2차 대전에서 시대에 뒤쳐진 레벨 소총을 주력 소총 중 하나로 사용하였고, 이런 안이함은 프랑스가 참패를 당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소총개발 난관에 봉착한 프랑스

1945년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는 군 재건에 나섰다. 하지만 5년 간의 독일 지배 기간 동안 파괴된 것이 너무 많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여타 경쟁국들, 하다못해 패전한 독일까지도 전쟁을 거치며 무기 기술을 급격히 발전시켰지만 프랑스는 오히려 퇴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라도 외국산 무기를 계속 사용할 수는 없었다.

전쟁 말기에 등장한 자동소총이 점차 대세로 떠오르자 프랑스는 1946년부터 AME와 MAS의 주도로 새로운 자동소총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이때 불법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이후 신형 소총 개발에 악전고투하게 된다. 불펍 방식은 나름대로 장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단점이 많아서 신형 소총 개발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탄환도 골칫거리였다. 미국의 주도로 탄생한 7.62x51mm NATO탄은, 강력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자동소총용으로 사용하기엔 반동이 너무 강했다. 개발에 난항이 거듭되자 프랑스는 하는 수 없이 구형 MAS-36, 49 소총 등으로 일단 재무장을 시작했다. 제1차 대전 직후의 안이함이 재연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로 인해 1954년 베트민(베트남 공산주의 독립운동단체)과 벌인 디엔비에푸 전투에서 프랑스는 그야말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고지 위까지 손으로 대포를 끌고 와서 포격을 가하는 베트민의 기상천외한 방법에 된통 당한 것이지만, 기존의 MAS-36 같은 볼트액션 소총으로 사방에서 몰려드는 베트민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톡톡히 망신을 당한 프랑스는 1950년 중단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신형 소총의 개발을 재개했다. 이렇게 개발, 중단 그리고 재개발 끝에 1962년, 자동소총이 탄생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FAMAS-62이다.

FAMAS의 탄생, 반응은?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비록 분당 600발의 연사력을 자랑하는 FAMAS-62였지만 반동 제어에 실패하여 명중률이 형편없던 것이다. 7.62mm NATO탄과 불펍 방식이 여전히 궁합이 맞지 않는 탓에 결국 60정 정도의 시험 물량만 생산하고 실패로 막을 내렸다. 7.62mm NATO탄은 자동소총 개발에 확실히 걸림돌로 작용했는데, 일례로 당시 탄환 정책을 주도한 미국조차도 NATO탄을 이용하는 M14 전투소총에 불만족스워하는 형편이었다.

기대했던 소총 개발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당장 제식 소총의 대체가 시급했던 프랑스는 숙적이었던 독일 H&K의 G3 전투소총을 면허 생산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바로 그때 미국이 월남전에서 사용했던 M16 자동소총의 범용성 덕분에 5.56x45mm탄도 NATO탄으로 지정되었다. 화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던 5.56mm탄이 실전에서 뛰어난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프랑스도 FAMAS-62가 실패하고 5년이 지난 1967년, 5.56mm탄을 기반으로 하는 불펍식 자동소총의 개발을 재개하게 된다.

그동안 실패를 반복하였지만 1946년부터 시작된 연구 결과를 발판 삼아 개발에 박차를 가한 프랑스는 1971년 마침내 FAMAS 소총을 완성했다. 여러 평가를 통과한 FAMAS 소총은 1978년 군 당국에 의해 표준 소총으로 채택되었다. 이때 보급된 초기형이 FAMAS F1으로, 노후해진 MAS-36, 49, 56 소총과 MAT-49 기관단총을 서서히 대체해 나갔다. 그런데 정작 일선에서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자주국방 의지의 표상

불펍방식을 채택한 소총은 가늠좌와 가늠쇠의 거리가 짧아 구조적으로 조준사격 시 명중률이 떨어졌다. 더불어 외부 충격에 쉽게 파손되거나 연사 시 작동불량이 빈번하게 일어나 내구성과 안정성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5.56mm NATO탄을 사용하면서도 전용 25발 탄창만을 장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보급이 상당히 더뎌 일선에서는 1980년대까지 여전히 구식 무기가 사용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한 것이 1994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FAMAS G2인데, 해군에서 일부 채택하였고 육군은 여전히 구형 F1을 사용하고 있다. 비교대상인 AUG와 F2000에 비한다면 객관적으로 뒤진다는 평가지만 F1을 실전에 투입해본 결과 심각한 결함이 없음이 입증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가장 큰 난제였던 반동을 확실하게 잡은 점은 호평을 받았다.

프랑스의 기술력으로 40년 넘게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FAMAS는 최고의 소총이 아닐 뿐더러 만족할 만한 수준의 소총도 아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보여준 성능과 활용성을 보면 ‘좋은 소총’으로 불릴 자격은 충분하다. 비록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자주국방에 대한 프랑스의 의지가 투영된 소총이기에 지금까지도 일선에서 제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제원 (F1 기준)

탄약 5.56x45mm NATO / 작동방식 레버 지연 블로우백 / 전장 757mm / 중량 3.61kg / 발사속도 분당 900~1000발 / 유효사거리 300m

글 남도현 / 군사저술가,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히틀러의 장군들》 등 군사 관련 서적 저술 http://blog.naver.com/xqon1.do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