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포병이란 육군의 전투병과 중 하나로, 화포와 로켓 그리고 미사일을 운용하는 인원과 부대를 말한다. 화포와 로켓 그리고 미사일 등의 수단으로 적의 전투부대나 군사표적을 파괴 제압하는 야전포병은, 육군의 전투병과 가운데 가장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다양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는 야전포병.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무기는 역시 화포(火砲)이다. 화포는 기동형태에 따라 견인포와 자주포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견인포는 우리 육군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야전포병의 기본이 되는 무기인 동시에 가장 많은 수량을 자랑한다.

투석기에서 시작된 화포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대변될 만큼 끓임 없이 전쟁을 치러 왔다. 이 과정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각종 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돌과 창 그리고 칼이 사용되었고, 이후 화약의 발명과 함께 총포가 사용되었다. 인류 최초의 화포라고 할 수 있는 투석기는 기원전 400년경 등장했다. 투석기즉 캐터펄트(Catapult)라는 단어는 아래로라는 뜻의 카타(kata)와 작은 원형 방패를 의미하는 풀토스(pultos)라는 두 개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가죽이나 밧줄 등의 탄성을 이용해 크고 무거운 돌을 적지에 날려보내는 투석기는,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에서는 전투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된 무기였다. 특히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투석기를 사용하여 아군을 엄호하거나 적을 포위 공격했다. 이후 중국과 그리스, 로마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투석기를 사용했다.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화포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화약이 12세기 무렵에 등장하면서, 투석기는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고 화약의 힘을 이용한 화포가 전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화포를 이용한 최초의 전투는 유럽에서 일어났다. 백년전쟁이 한창이던 1346년 프랑스의 크레시(Crécy)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군대가 맞붙었다. 수적 우세를 자랑했던 프랑스 군은 전투초기 영국군을 밀어붙였지만, 영국군의 장궁에 추풍낙엽처럼 스러졌고 화포공격에 전의를 상실했다. 당시 화포의 효과는 전투의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핵심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화포 발사 시 발생된 어마어마한 포성은, 프랑스군의 기세를 제압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크레시 전투 이후 화포는 각종 전투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무기가 되었다.

화포에 기동성을 더하다

하지만 초기 화포는 사실상 고정형 화포였고 무거운데다 이동시키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이 이동의 편의상을 위해 화포에 점차 바퀴를 달기 시작했고, 소나 말을 이용해 무거운 화포를 끌고 이동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된 견인포는 이전의 화포와 달리 기동성이 향상되었고, 특히 나폴레옹1)의 유럽침공에 핵심적인 무기로 자리잡게 된다. 포병 소위로 프랑스군에 임관한 나폴레옹은 견인포를 이용한 보병과의 합동작전으로 유럽각국의 군대를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린다. 이후 견인포는 이후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기 시작한다. 전장포에서 후장포로 여기에 더해 강선포의 출현으로, 포탄에 회전력을 더해 사거리가 증대되고 파괴력이 향상되었다. 또한 회전 나사식 및 수평 회전식 폐쇄기의 출현으로 분당 발사속도가 대폭 증가되었다.

육군 야전포병의 시작 M3 105mm 견인포

105㎜ 견인포는 한국전쟁 이전부터 지금까지 60여 년이 넘도록 사용 중인, 우리 육군에서 가장 오래된 화포이다. 창설 당시 우리 육군은 필요한 장비의 대부분을 미국의 군원에 의존하였다. 미국의 군원에 의해 최초 도입된 견인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의 공수부대에서 사용하던 M3 105mm 견인포였다. 공수부대용으로 개발되어 무게가 가볍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사거리가 짧았고 발사속도 또한 느렸다. 이후 한국전쟁 중에 미군에게 M2 견인포를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105㎜ 견인포를 운용하게 된다. 미군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 M2 견인포의 이름을 M101로 바뀌었고, 이 이름이 지금도 쓰이고 있다. 과거 우리 육군의 주력 화포였던 105mm 견인포는, 155mm 견인포와 자주포에 밀려 서서히 도태중이지만, 일부 야전부대와 예비군에서는 여전히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28일 제7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기존 105mm 견인포의 성능개량 사업이 추진되면서, 105mm 견인포는 2015년 이후 차량탑재형 105mm 자주포로 재 탄생될 예정이다.

1970년대부터 생산된 국산 견인포

한국전쟁 이후에도 우리 육군 야전포병의 주요 화포는 미국의 군원에 의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1971년부터 추진된 번개사업에 의해 M101 105mm 견인포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한다. 역 설계를 통해 제작된 국산 M101 105mm 견인포는, 1973년 3월 시제품이 완성되었고 같은 해 6월 시범 사격을 성공적으로 거친 후 12월에 백령도에 최초 배치되었다. 이후 추가적인 보완을 거쳐, 1977년부터 양산에 들어갔고 이후 육군 야전포병에 배치되었다. 국산 M101 105mm 견인포 개발 이후 1983년에는 순수 독자모델 105mm 견인포인 KH-178이 개발되었고, 칠레와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되기도 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우리 보다 많은 KH-178 105mm 견인포를 운용 중에 있다. 이밖에 1983년에는 KH-179 155mm 견인포를 독자 개발해 육군 야전포병에 배치했다. KH-179 155mm 견인포는 기존의 M114A2 곡사포에 비해 사거리, 신뢰성, 유지비에서 성능 향상이 이루어졌으며, 경량화가 이루어져 CH-47 치누크 수송헬기와 C-130 수송기로 운송 가능하다.

▌주석

나폴레옹
프랑스의 군인 ·제1통령·황제. 프랑스혁명의 사회적 격동기 후 제1제정을 건설했다. 제1통령으로 국정을 정비하고 법전을 편찬하는 등 개혁정치를 실시했으며 유럽의 여러 나라를 침략하며 세력을 팽창했다. 그러나 러시아원정 실패로 엘바섬에, 워털루전투 패배로 세인트 헬레나섬에 유배되었다.

글 김대영 군사평론가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국방관련 언론분야에 종사했으며, 현재 KODEF 연구위원, 인텔엣지㈜에서 국방조사팀 팀장, <디펜스 타임즈 코리아>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cyworld.com/undercoverbrother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