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APEC정상 몰려오는데…” 부산 초비상
[조선일보 2005-07-09 04:59]


김해공항·역에 특공대·탐지견 긴급배치
회의장 유리 외벽엔 방탄필름 등 입혀
호텔직원에 “투숙정보 인터넷교신 금지”
[조선일보 권경훈, 홍원상 기자]

런던 연쇄 폭탄 테러로 오는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부산에 테러 비상이 걸렸다. 이번 회의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비롯한 세계 21개국 정상들과 각국 요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정부는 이번 런던 테러가 G8정상회담이 열린 시점에 일어난 점을 감안, APEC 회의 때 테러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월 경찰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APEC 치안대책위원회’를 구성, 경호 훈련 및 운영 계획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특히 테러, 지진, 태풍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각국 정상을 비롯한 요인들의 긴급 대피계획도 비밀리에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런던 폭탄 테러가 G8회의 개최 도시가 아닌 런던에서 발생한 만큼, 부산 외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대테러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은 “회의기간을 전후로 부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비상근무에 들어간다”면서 “이르면 오는 8월쯤 대테러 실전 모의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8일 부산시·소방본부 등 APEC기획단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긴급회의를 갖고 비상대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경찰은 이날 부산역, 김해공항 등지에 각각 12명씩의 특공대와 탐지견 등을 긴급 배치했다.


1차 정상회의장으로 쓰일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BEXCO, 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는 유리 외벽에 방탄필름을 입히는 등 안전 공사가 한창이었다. 2차 정상회의장인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 APEC하우스’ 공사 현장은 경계가 강화됐다. 주야간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특별 순찰도 빈번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건립 중인 회의장소에 대한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계 강화 이유를 밝혔다.



실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 동안 이들 회의장 주변은 3중 안전망에다 동백섬 앞바다, 하늘 등 육·해·공의 물샐틈없는 경호가 펼쳐진다.

회원국 대통령 등 APEC 관계자들이 묵을 부산지역 호텔들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등 주요 호텔 종사자들은 이날 호텔 시설 내역에 대한 외부 유출을 막고, 호텔 운영에 대한 정보의 경우 한 부서에서 전담해 교류하되 전화·인터넷 교신 등으로 하지 말고 대면(對面) 접촉을 통해서만 하도록 하는 행동 지침을 교육받았다.


김해공항은 공항기동대 순찰조의 인원을 4명 1조이던 것을 8명 1조로 늘려 순찰을 강화했다. 부산시내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및 다중(多衆)운집 시설 194곳에 대해서는 평소 1~2회 실시하던 지구대 순찰을 2시간에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했다.

항만에 대한 감시 체제도 수위를 높였다. 부산경남본부세관은 3개의 감시정 기동반과 감시종합상황실이 24시간 외항선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부산남항·다대포항·요트경기장 등 취약지역으로 출입하는 외항선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부두 출입을 감시하는 28개 초소의 근무 인력을 30% 이상 늘리고, 순찰 근무 간격도 3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시키는 것을 검토 중이다.


(부산=권경훈기자 [ imat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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