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독일 슈체친에서 태어난 Herbert Haupt은 5살이던 1925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미국행 배에 몸을 싣는다.
1923년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 있던 그의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독일군 출신이었다.
1930년 Herbert Haupt은 부모의 시민권 취득으로 미국 시민이 된다.

초등학교에 다닐 당시 Herbert Haupt은 친구들에게
"두고 봐, 앞으로는 독일이 미국을 지배할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시카고 외곽에 있는 Herbert Haupt 의 집)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취업을 하게 되는데,  Simpson Optical Company는
유명한 Norden bombsight(노던 폭격 조준기)의 중요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Carl Norden이 발명한 노던 폭격 조준기는 미국의 유럽전선 고공 전략 폭격의 핵심 기술로
이와 관련된 정보는 국가 최고 기밀에 속하는 것이었다.

(Norden bombsight  노던 폭격 조준기)

이 무렵 그는 Gerda Melind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기억하는 Herbert는 독서광이라 불릴만큼 책을 많이 읽었으며 여행을 즐겼고,
철학에 심취한 달변가였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던 Herbert Haupt는 1941년 갑자기 종적을 감춘다.
회사에는 휴직계를 낸 상태였다. (1941년 12월 11일 독일, 미국에 선전포고)
연인이던 Gerda Melind 에게 캘리포니아로 갈 거라는 간단한 내용의 엽서 한 장을 남기고 사라진 그는
멕시코 소재 독일 영사관에서 돈과 독일 여권을 받아 프랑스와 일본 등을 거쳐 독일로 간다.

(프랑스로 가는 배안에서, 가운데가 Herbert Haupt)

독일에 도착한 Herbert는 할머니의 집에 기거한다.
독일군 정보기관 'Abwehr'는 그를  브란덴브르그에 있는 사보타지 요원 양성소에 입소시킨다. 
아직 어렸던 Herbert Haupt는 부모가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간절했는데, Abwehr는 이런 약점을
잘 이용했다. 이 일을 한다면 부모와 함께 미국에서 잘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물론 거부하면 다시는 부모를 만날 수 없을 거라는 협박과 함께 ...
 

(독일군 정보기관 Abwehr 본부)

당시 독일은 'Operation Pastorius'으로 명명된 파괴 공작을 계획중이었다.
미 국적을 가진 독일 이민자의 자손들이나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던 독일계 미국인들을 포섭,
본국에서의 훈련을 거쳐, 미국으로 침투시킨 후, 방산업체를 포함한 기간 산업시설, 교량,
백화점 등을 파괴하는 작전이었다.

이를 위해 12명이 선발되었는데 모두 영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었다.
Herbert Haupt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폭파훈련 등을 거쳐 8명이 최종 낙점되었다.

1942년 6월 이들 8명은 2대의 U-Boat에 나눠 타고 미국으로 향한다.
6월 18일 Herbert Haupt가 속한 팀의 유보트는 플로리다 해안에 도착했고,
다른 팀은 12일 뉴욕 롱 아일랜드에 도착한다.

Herbert Haupt 팀은 상륙 후, 버스를 이용 잭슨빌로 갔다.
해변에 폭발물과 현금 등을 묻고, 몇 주 후 재집결 하기로 약속하고 일단 헤어진다. 
Herbert Haupt  기차를 타고 집이 있는 시카고로 간다.

그의 임무는 전에 다니던 회사에 복귀해, 노던 폭격 조준기의 기술을 빼돌리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Herbert는 부모와 재회했고. 여자 친구도 만나는 등 평범한 일상 생활을 하며
복직을 서둘렀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던 바로 그때, 갑자기 FBI가 그를 덥친다. 

(체포된 Herbert Hans Haupt)

어찌된 일일까?

문제는 롱 아일랜드 팀에서 발생했다.
상륙 과정에서 해안경비대 요원에게 발각된 것이 화근이었다.
이때 팀 리더인 George John Dasch 는 해안경비대 John Cullen에게 240달러를 쥐어주며 못 본걸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John 은 알았다며 일단 그들을 안심시키고,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바로 본부에 보고했던 것이다.
당국이 그들의 존재를 최초로 포착한 순간이다.

(수훈을 세운 해안경비대 요원 John Cullen)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George John Dasch는 재빨리 마음을 바꾼다.
그리고 동료인 Ernest Peter Burger 에게 "자수하자. 잡히면 사형이다"라며 설득했다.  

George 는 6월 19일 FBI 뉴욕 지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자수하겠으니 사형만 면하게 해달라는
조건을 제시한다. 두 명의 신병을 확보한 FBI는 George의 정보를 바탕으로 즉시 잔당 추적에 나선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Herbert Hans Haupt를 포함한 나머지 6명이 모두 체포되었고. 임무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들의 공격 목표는 수력 발전소, 철도, 알루미늄 공장, 광석 채굴장, 교량,
운하, 용수 공급 시설, 유대인 소유 건물이나 상점 등 다양했다.
 

워싱턴으로 압송된 8명은  미국 시민을 상대로한 군사재판에 회부되는데,
Herbert Haupt 외 5명에게는 사형이 선고된다.
  
또한 이들과 접촉한 가족, 친구들도 모두 체포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Herbert의 아버지는 범죄에 이용될
승용차를 제공하고 돈을 대주었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정보를 제공했던 George John Dasch는 30년형, Ernest Peter Burger는 무기징역형을 각각 선고 받았다. 

이는 후버 FBI 국장 등의 건의로 이루어졌다. 두 사람은 종전 후인 8년 뒤, 독일로 추방되어 미국 점령지역에서
살게된다.

(이 사건은 후에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직후,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민간인에 대한
군사재판 적용 시도에 인용되기도 한다)

Herbert 를 포함한 6명은 1942년 8월 8일 전기의자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의 나이 겨우 22세였다.
루즈벨트 정부는 사형이 집행된 후에야 평결 내용을 대중에 공개했다.

이들의 시신이 매장된 곳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이 278이라고 적힌 나무 막대기만 덜렁 꼽혀있었는데,
1982년 독일계 미국인 단체에서 이름이 새겨진 석재 비석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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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슨빌 해변에서 발견된 폭발물 등 파괴 장비

노던 폭격 조준기(norden bombsight)

칼 노던(Carl Norden)이 고안. B-10 폭격기에 최초 탑재했다.

폭격 예정 지점에 이르면 폭격 조준병이 노던 조준기에 달린 오토 파일럿 버튼을 누르고,
이때 폭격기는 그대로 수평 직선 비행에 돌입한다. 그리고 조준기 십자선에 목표물이 일치하는 순간,
투하 버튼을 누르면, 일시에 폭탄이 투하된다. 이와 동시에 조종석의 판넬에 초록 램프가 켜지고
조종사가 다시 조종을 하게된다. 

노던 조준기는 일급 비밀이었다.
임무가 없을 때는 기체에서 떼어냈고, 부착시에도 밀봉 상태로 가져와, 무장한 경계병 입회하에 장착했다.
또한 폭격기 승무원들은 적지에 추락 혹은 비상착륙했을시, 가장 우선으로 노던 조준기를 파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전쟁말까지 총 43,000 여개의 노던 조준기가 생산되었는데,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B-29에도 이 노던 조준기가 장착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