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주 훈련, 체력에서 안보·국가관까지 완벽

해군 핵심가치는 학벌 아닌 명예·헌신·용기

세종대·충남대 2012년 학과 개설 신입생 모집

한양대도 지난해 국방정보공학과 전격 문 열어

해군 첫 일반대학 군사학과 출신 장교 임관을 앞두고 있는 박세광(왼쪽 첫째) 후보생과 김근형(왼쪽 셋째) 후보생이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군항에 정박 중인 독도함 앞에서 후배 김민석(왼쪽 둘째) 군과 백승두(왼쪽 넷째) 군을 만나 양성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도기 상사

“선배님들 못 본 지가 4~5개월밖에 안 되는데 너무 많이 달라지셨어요. 한결 늠름해진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너희도 곧 이렇게 될 거야.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많이 노력해야 해.”

지난 20일 해군사관학교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세종대학교 국방시스템공학과 3학년 김민석 군과 충남대학교 군사학부 해군학 전공 4학년 백승두 군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각각 26일 임관을 앞둔 학과 선배 박세광(세종대) 후보생과 김근형(충남대) 후보생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다.

박 후보생과 김 후보생은 329명의 120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OCS) 가운데도 특이한 출신 성분을 가지고 있다. 2012년 해군이 세종대·충남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처음으로 배출되는 일반대 군사학과 출신 장교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각 학교에 해당 학과가 설립된 직후 입학한 1기생들이다. 동경하던 선배들이 빛나는 소위 계급장을 달게 된 것에 대해 학과 후배들의 자부심이 대단할 터. 김군과 백군은 해군본부와 국방일보 주선으로 학과를 대표해 선배들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그동안 궁금했던 훈련 및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해사를 찾아왔다. 다음은 두 후보생과 두 학생이 나눈 대담. 국방일보 맹수열 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사회=반갑습니다. 빛나는 젊음을 보고 있으니 저까지 힘이 솟네요. (웃음) 지금부터 일반대학 군사학과에서 처음으로 해군 장교가 될 두 분과 미래의 해군 장교 두 분의 좌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좌담이라고는 하지만 격의 없이 편하게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로서 이야기를 나누시면 될 것 같아요. 지난 11주 동안 강한 훈련을 소화하느라 고생했을 두 후보생에게 궁금한 점이 많을 텐데 먼저 후배들부터 이야기를 꺼내볼까요?

백승두(이하 백)=짧은 시간 사이에 선배님이 굉장히 많이 변하신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두발이나 복장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생활했는데 후보생 생활은 확실히 다르지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조언을 들었으면 합니다.

김근형 후보생(이하 김(후))=보다시피 많이 다르지? 하지만 보이는 것만이 변화된 부분이 아니야. 나 역시 체력은 물론 정신력, 국가·안보관이 하루가 다르게 강건해지는 것에 많이 놀랐어.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곳에서 느낀 점은 훈련은 그와 별개라는 거야. 결국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학교에선 군사훈련을 받지 않으니 낯설고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이곳의 양성교육 프로그램은 정말 잘 짜여 있어서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어. 나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좋은 장교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생각한다.

김민석(이하 김)=저는 예비 장교로서 갖춰야 할 자세, 훈련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박세광 후보생(이하 박)=사실 나는 학교에서 그렇게 특출난 학생은 아니었어. 너도 알지? 하지만 이곳에서 많이 달라졌다. 양성교육 기간 내내 모두에게 동등한 시간이 주어져. 나는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봐. 다 같이 주어진 수업시간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임하는 것, 체력단련 시간에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리는 것이 습관화돼야 해. 여기에 5분만 더 빨리 움직인다면 금상첨화지. 쉽게 얘기해 5분만 일찍 일어나면 동기들보다 화장실도 먼저 갈 수 있어. (웃음) 그 5분이 사람을 변화시키지. 그리고 여기엔 좋은 학교, 좋은 스펙을 가진 동기들도 있지만 주눅 들지 말고 자신 있게 행동하는 것도 아주 중요해.

김=아까 선배님이 “기죽지 말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인가요?

박=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야. “저 친구는 나보다 학벌이 좋으니까…” 이런 식의 생각은 스스로에게 좋을 것이 전혀 없거든.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으니 내가 잘할 수 있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 중요해.

김(후)=해군의 핵심가치는 명예·헌신·용기야. 여기에 학벌은 없지? 교육 기간에도 항상 이 핵심가치를 얼마나 잘 지키는지가 가장 중요해. 수업, 체력도 중요하지만 생활을 간과해서는 안돼.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명예로운 행동, 헌신적인 행동, 용기 있는 행동을 습관화한다면 여기서는 물론 야전에 나가서도 훌륭한 장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박=한 마디만 더. 이곳에서 나는 신독(愼獨)이란 가치를 배웠어.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지 않게 스스로 삼간다는 뜻이야.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명예롭게 행동하는 것. 정신적인 가치를 지켜나가야겠다고 느꼈어.

사회=마지막으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와 후배들의 각오를 듣고 싶네요. 

김(후)=학교는 실수가 용납되는 곳이야.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부단히 도전해서 실패와 성공 속에서 멋진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느꼈으면 한다. 나는 이제 막 시작한 학과의 첫 입학생이었어. 이곳에서 교육을 받으며 손원일 제독의 창군 정신이 생각났지. 앞으로 나는 손원일 제독의 창군 정신을 이어받아 후배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잘 만들고 싶다. 다들 멋진 장교가 돼 야전에서 만나자.

박=너희는 장차 대한의 바다를 함께 지킬 전우들이야. 앞으로 익혀야 할 전문지식과 기술이 참 많지. 나 역시 열심히 장교의 길을 갈 테니 너희도 더 많이 배우고 익혀 더 큰 해군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자. 우리의 출항은 이제 시작이니까. 함께 항로를 잘 설정해 보자고.

김=오늘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됐습니다. 먼 길이지만 오길 참 잘했네요. 지금 저는 예비 장교가 되기 위한 지식, 체력, 리더십을 열심히 익히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기반으로 선배님들처럼 훌륭하고 늠름한 장교가 되고 싶습니다.

백=선배님들은 처음 임관하는 군사학과 출신임에도 좋은 결과를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이 말씀하신 창군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후배들을 위한 길을 닦겠습니다. 학부와 해군의 명예를 높이는 장교가 되고 싶어요.

 해군 장교가 되는 또다른 길, 군사학과는...

해군은 지난 2011년 세종대·충남대와 각각 ‘군사학 발전 협력 합의’를 체결했다. 2012학년도부터 각 학교는 군사학 학사과정을 개설,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들은 4학년까지 학교 수업을 받은 뒤 사관후보생으로서 해군사관학교 장교교육대대에 입소, 양성과정을 거쳐 해군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한양대도 해군과 손잡고 지난해 국방정보공학과를 개설, 해군 장교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우수 인력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상식(대령) 해군본부 인재개발교육과장은 “우수한 중기복무 장교를 안정적으로 획득하고 다양한 장교 획득원 운영을 통해 해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군사학과 학생들을 장교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각 학교는 군사이론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예비역 교수를 활용해 해전사, 군대 윤리, 군 리더십, 항해학 개론 등 관련 과목 강의를 하고 있다. 또 장교로서의 직무능력은 물론 기본적인 자질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박재필 충남대 해군학과 교수는 “충남대는 국내 유일의 군사학 학부와 석·박사과정을 운영하는 거점 국립대로서 장교에게 요구되는 전문성과 품성 및 체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장교, 부하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 장교, 올바른 판단과 조치를 할 수 있는 리더십을 겸비한 장교, 통일 한국의 미래를 이끌 창의력을 갖춘 장교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기초·핵심·심화 과정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우영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 학과장은 “세종대는 군사과학기술 전문지식과 덕성을 겸비한 해군 장교 및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우수 기술 인력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며 “첨단화된 국방 운용체계를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운용 관리하기 위한 군사과학기술 분야와 해군 장교로서 갖춰야 할 교과목을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학교는 교육은 물론 군사학 발전을 위해 세미나, 운영협의회 등 다양한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해군은 앞으로도 군사학과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 과장은 “예산지원이 가능한 범위에서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을 지원할 것”이라며 “여름방학 중 장교 직무 체험 교육 및 부대 견학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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