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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효식의 밀컴> 글로벌 K-방산을 위해 두드려 봐야 할 ‘돌다리’
글로벌 K-방산을 위해 두드려 봐야 할 ‘돌다리’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행복감을 몰아주는 산업이 있는데, 반도체가 아닌 방위산업이다 몇 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없던 일들이 눈앞에서 미처 일일이 챙겨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對UAE 4조·對이집트 2조·對폴란드 20조 기본계약(1차 본계약 7조6천억), 지난 5년간 세계방산수출시장 점유율 2.8%로 8위,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무기 수출액은 5억6600만 달러로 세계 10위, 올해 수출액 100억 달러 가능 등 눈부신 발전이다. 지난 7월 KF21이 처음으로 하늘을 날아올랐고,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Redback 장갑차는 호주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에 우리 대표팀이 올라간 것 만큼이나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침체국면으로 들어선 주식시장에서도 만년 서러움을 받던 방산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거의 두배로 올라섰고, 연일 불기둥을 그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러시아·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수출국 진입으로 방위산업을 전략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선언했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국가별 맞춤형 수출 지원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실제 국방부 장관은 호주,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폴란드를 직접 방문하여 해외 방산시장 협력과 방산수출 계약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방산환경의 획기적인 변화에 맞춰서 최근 한화그룹은 방산계열사 통합을 결정하고 세부계획을 추진 중이다. 방산계열 4개사의 매출액를 통합하면 6조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인데, 글로벌 1위인 Lockheed Martin이 80조가 넘는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국내 방위산업이 가격의 합리성과 생산의 효율화 등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LIG는 방산수주가 넘쳐남에 따라 적시적인 사업이행을 위하여 사옥을 확장하고, 연구소의 역량을 더욱 넓혀가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방산부문의 매각설이 심심찮게 나돌던 현대로템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때 방위산업에 삭풍이 휘몰아치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대한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등록한 정회원 기업은 80여개가 넘는데, 준회원인 600여개의 협력업체들까지 모두 합산하면 국내 방산시장 규모가 대략 15조원 안팎이다. 그러나 수십년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압도하기 위하여 집중된 재래식 무기체계들은 거의 생산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어느정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모두가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활력으로 등장한 것이 수출이고, ‘K-방산’은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연일 들리는 해외시장의 호평과 수십 조의 수출을 예견하는 기사들은 국민 전체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이제 방위산업은 국가의 자존심, 국력의 동의어처럼 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방위산업이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우리의 방위산업이 글로벌 방산시장으로 눈부시게 진출하는 것은 요행과 우연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첫째, 방산기업들이 방위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사업보국의 신념과 사명감으로 지켜왔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몰아친 사법당국의 수사, 원가에 대한 방위사업청과 기업들간의 엇갈린 시각, 외국 방산기업들과 비교하여 역차별, 일반 기업들과 비교도 되지않는 낮은 영업이익율 등 시련과 고난이 많았다. 심지어 국민들의 사업신뢰도가 높았던 삼성그룹이 방산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매각하는 결정이 나왔을 당시에는 방위산업이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의 4개 방산계열사를 비롯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 풍산, 현대로템 등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등록한 정회원 80여개 기업과 준회원 600여개의 협력업체들이 업종을 변경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덕분이다.
둘째, 방산기업들이 정부만 바라보고 의존하는 초보적 단계를 벗어나서, 스스로 치열한 기술경쟁과 가격우월성을 달성해냈기 때문이다.
방산기업들이 정부의 국방예산 중 방위력개선비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성장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첨단 기술의 장비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을 했기 때문에, 국내방산기업들이 자칫 재래식 구형 장비들을 중심으로 국군전력화를 하면서 구멍가게식 영업에 안주할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이후 한화테크윈으로 사명을 변경한 2017년, 미국 육군협회 방산전시회(AUSA)에 우리의 K9 자주포를 자신있게 들고나간게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외국기업들이 국내 방산전시회에 자신들의 제품을 전시하고 기술력을 뽐내던 시기에 오히려 우리의 제품을 들고 자신있게 방산시장의 종주국 미국 워싱턴 중심부에서 K9자주포를 전시한 것이다.
당시 K9자주포와 K30비호복합을 민간선박에 싣고 태평양을 건너 1달간의 항해 끝에 볼티모어 항에 도착, 트레일러 차량으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모습은 지금다시 생각해봐도 감격적이다.
셋째,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여, 적시적인 전력화는 물론 끊임없이 품질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군사적으로 분단된 상태에서 정규군이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국가들은 거의 없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100만 대군에 맞서서 우리 군은 끊임없이 무기체계를 개량하면서 압도적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선진국들이 대부분 항공우주분야로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이었지만, 사실 북한이라는 실체적 위협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과 집중이 그리 자유롭지는 않았다. 그러던 상황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간 지속되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있는 국가들이 안보적 위협을 느끼면서 재래식 무기체계들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 것이다.
지금으로서 그러한 재래식 무기체계들을 적시에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밖에 없기에 지금의 때를 만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방위산업의 특성상 마냥 환호성을 지르고, 잭팟을 이야기하기에는 짚고넘어야할 몇가지가 있다.
방위산업의 결과물인 무기체계들은 반도체나 식량, 에너지처럼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필수품은 아니다.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시기는 매우 제한적이고, 또한 인명의 희생이라는 불가피한 어두운 측면도 발생할 수있다.
기업을 비롯한 어느조직이건 한단계 성장을 확인하기위해서는, 스스로 내부규율을 정비하고 컴플라이언스를 비롯한 준법활동, 기업의 문화를 재점검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위상을 만들어 갈 수있다.
눈만뜨면 희소식이 날아드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돌다리도 두둘겨보고 건넌다는 조심스러움이 필요하다.
지금쯤에서는 정부와 국회, 기업 등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전열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가 글로벌 10대 강국 순위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 이전처럼 행동하던 양식과는 달라져야만 한다.
첫째, 방위산업과 방산제품이 대한민국의 가치와 스토리로 무장해야 한다.
방위산업은 현재를 지키고 수호함으로써 우리와 자식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중요한 부문이다. 미래의 안전과 평화를 상상하면서, 우리가 지켜야할 대상과 가치를 항상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이제는 대한민국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의 평화를 지키는 주축이 되어야한다.
전세계에 우리의 K9 자주포가 곧 1000여문이 넘게 활동을 하게된다. 이제 각각의 자주포가 어떤 상대를 향해서 정확한 사격능력을 발휘할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세에 대한 높은 안목과 장기적인 분석도 매우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수출하는 무기체계들이 어느순간 우리를 향해 돌아설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야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만든 무기체계들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현실이 멀지않다.
6.25전쟁당시 변변한 야포와 전차가 없어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던 대한민국과 국군이 70여년이 지난 지금처럼 놀라운 성장을 이룰수있었던 경험과 각오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근간을 이뤄야하고, 수출하는 공간에서도 자리잡아야 한다.
그러기위하여 브랜드적인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단순하게 가성비가 좋아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 무기체계가 지향하고있는 가치에 주목할 수있도록 해야한다. 지금까지는 B2B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서 커뮤니케이션 특히 브랜드적인 접근은 등한시했었다.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이 진행중인 현상황에서 가성비가 좋아서가 아니라 같은 값이면, 심지어 값이 더 비싸더라고 구매결정을 할 수 있는 K 방산이 되도록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인 관심국가들이 강력한 구매동기를 일으키도록 하는게 브랜드의 역할이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방위산업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금전적 이익만을 신봉하는 상업적 접근만을 신봉해서는 안된다.
둘째, 첨단기술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며,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전장을 바라볼 수있어야 한다. AI나 무인화 등 여러 가지 신기술을 언급하고 있는만큼, 그러한 연구인력들 즉 괴팍하지만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생각을 하는 인재들을 스스로 육성해야 한다. 흔히 EL(Export License) 즉 수출승인 품목이란 것이 있다. 자국의 기술로 만든 부품이나 장비에 대하여 수출품목에 포함시키려고 할때는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고있는 방산제품들이 완전 국산화부품이 아닌 경우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방산수출에 있어서는 또한 감수해야할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으로 가지 않기위해서는 결국 그러한 핵심기술과 부품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방과학연구소(ADD)그 그러한 핵심기술 개발의 주체로서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해왔다. 그러나 무기체계들이 다양하게 분화되고 복잡해지는 현 시점에서 국방과학연구소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합리적으로 역할을 구분하여 기술개발 분야에 있어서도 서로 시너지를 낼 수있도록 조정해야한다.
특히 우리는 국제방산전시회를 중요한 기술적 상상 또는 기술획득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제방산 전시회는 단순하게 제품을 전시하고 마케팅하는 공간만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기술을 동시에 볼 수있고, 다양한 국가의 장교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군사외교의 현장이다. 단순히 참석과 관람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기동과 화력, 레이저 및 무인화 등 무기체계의 카테고리별로 현재의 기술발전 상황을 체크하고 분석해서 戰勝에 대한 확실성을 높이고, 우리 군이 필요로 하는 ROC의 현실적 타당성을 검증할 수있어야 한다.
셋째, 軍과 동지적 유대감을 더욱 돈독히 해야한다.
미래의 전쟁은 지금의 생각과 전술, 무기체계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날아다니는 육군, 달리는 해군, 항해하는 공군 등 무한의 영역이다. 전장에 대한 상상은 군이 하고, 방산기업은 그저 군이 요구하는 명령을 따라서 제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존립이 어렵다.
방산기업은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곳이고, 군대는 그러한 무기를 전략 전술적으로 운용하여 우리의 시간과 터전을 지켜내는 곳이다. 그래서 ‘DEFENSE’는 두 집단이 공유하는 소중한 가치가 된다.
방위산업의 정신적 동맹, 동반자는 결국 군이다. 사용자인 군인들의 전략과 전술, 고민을 듣기위해 노력해야하고, 인명손상이 조금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품질높은 무기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방위산업은 휴머니즘과도 연결이 된다. 그 군인들은 결국 우리들의 자식이자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방산기업들과 군은 보이지않는 구분이 있다. 아직도 비리와 부정이라는 의혹제기를 미연에 방지하기위한 차원에서 활발한 상호 교류와 소통을 못하고 있다.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공식적인 세미나와 회의를 제외하고는 함께 이야기하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토의는 군인들끼리만 해야하는게 아니라 군인들과 방산기업이 함께 해야한다. 그래야만 현재와 미래전장에서 활용도가 높은 무기체계들을 만들 수 있다. 최초 무기체계 소요제기는 물론 ROC(작전요구성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군과 방산기업이 함께하면 더욱 유의미할 것이다.
2022년은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실하게 진입하는 변곡점이 되었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도 출근할 때, 단순히 월급을 받는 것 이외에도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를 품에안고 출근했을 모든 방산기업 임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끝//
대표 이미지
k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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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stForever Captain (203.247.xxx.xxx)
- 2022-09-08 08:06:02
- 언급하신 방산업체 중 한곳의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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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ever Captain (203.247.xxx.xxx)
- 2022-09-08 08:06:02
- 언급하신 방산업체 중 한곳의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장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