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낭만적으로 들리는 ‘프라하의 봄(Prague Spring)’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1968년 위로는 최고위층 정치인들, 아래로는 작가와 예술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자유화 운동을 일컫는 상징적인 의미이며, 또 다른 의미는 5월에서 6월까지 이어지는 체코 최대의 음악축제인 프라하 국제 음악 페스티발의 공식명칭으로서의 ‘프라하의 봄’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의미 모두는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새로운 희망을 추구하는 체코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고 있다.

<1968년 ‘프라하의 봄’>
양차대전 시기 전유럽에서 가장 민주적이었고 선진화된 체코슬로바키아는 2차 대전 이후 공산화로 말미암아 전체주의 국가로 전환되었고, 사회주의 사상과 공산당 그리고 소련이라는 외적인 압력으로 요약되는 소위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지식인들과 작가 그리고 학생들은 자유화와 민주화 그리고 다원주의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결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변화를 초래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굴복한 공산당 내부에서는 강경파를 퇴진시키고, 슬로바키아 출신의 온건한 개혁주의자인 두브체크(Alexander Dubcek)를 공산당 제1서기로 추대했다. 두브체크는 곧 개혁주의자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소련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다당제가 인정되고, 일정 부분 자본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Socialism with human face)’를 표방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시작된 ‘프라하의 봄’은 불과 8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만 유지될 수 있었다. 1968년 1월 두브체크의 제1서기 취임에서 시작된 프라하의 봄은 8월 소련을 비롯한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프라하 침공으로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짧은 기간 동안 유지된 프라하의 봄은 체코인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봄이었고, 이 봄을 되찾기 위한 시도는 그 뒤 후기 전체주의 체제 시기 동안에도 계속되었다. 1977년 설립된 반체제운동 단체인 77헌장(Charter 77) 그룹은 현 체코 대통령인 하벨(Vaclav Havel)과 체코 지식인의 상징인 하예(Jiri Hayek) 등을 포함한 지식인들과 작가, 예술가 등이 주축이 된 반체제단체이자 체코슬로바키아 시민사회의 효시로,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개입으로 무산된 이후, 다시금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새로운 봄을 일으키고자 하는 시도였다.

1985년 고르바쵸프가 소련 서기장으로 등장하면서 시작한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의 핵심이 바로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의 봄 당시 개혁주의 공산당 지도부에서 제시했던 민주화, 개방화 그리고 다원주의였는데, 20년전 그들이 무력으로 억눌렀던 바로 그 개혁주의 정책을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으로 채택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글출처 : 네이버 지식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