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병과의 정의

통신병과(通信, Signals)는 떨어진 상대방과의 연락을 담당하는 병과다. 군의 운용, 특히 실전을 벌일 때 각종 정보는 상당히 중요하나 필요한 곳에 적시에 전달하려면 통신병과가 하드웨어를 미리 구축하고 원활히 운용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군대의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병사 간, 부대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전투를 벌일 수 없다. 이처럼 통신병과는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일 만큼 역할이 막중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장수가 단기필마로 싸움의 판도를 좌우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당연히 허구다. 전쟁 중 교전은 일선의 병사들이 하는 것이고 장군은 뒤에서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결국 얼마만큼 지휘관이 부대를 잘 통솔하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이때 모든 상황과 결정이 즉시 보고되고 곧바로 피드백 되어야 한다. 통신병과는 이를 책임지므로 전투병과에 속한다.

보고와 지시의 통로 역할만 담당하던 과거와 달리 현대는 치밀하게 연결된 다중의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취합하고 가공해 필요한 곳에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한마디로 현대는 C4I(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and Intelligence)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으로 전쟁을 치르는 시대가 되었다. 때문에 최근에는 정보통신병과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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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병과의 역사

의사소통, 즉 통신은 인간이 지구 상에 등장해 무리를 지어 살게 된 이후부터 있어 왔다. 비단 군뿐만 아니라 2018년 11월 24일, 서울에서 있었던 통신구 화재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에 와서 통신은 사회를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핵심 인프라다. 때문에 전시가 되면 초전에 상대의 통신망을 무력화시켜야 하고 반대로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켜내야 할 기간 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

전투를 벌일 때 제때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이기기 힘들다. 특히 전장이 넓고 많은 전력이 동원된 전투일수록 통신의 역할은 중요하다. 따라서 근대 이후에 개념이 정립된 병과가 아니더라도 이전부터 군에서는 먼 거리에 있는 상대방과의 연결을 위해 다양한 통신 수단을 이용해 왔다. 사실 이는 군이 선도했다기보다는 통신 기술의 발달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초보적인 방법이 전령(傳令)이다. 내용을 병사가 암기해서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문서를 병사가 운반하는 형태다. 단독으로 적진을 가로질러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만큼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전통적으로 뛰어난 병사들이 전령을 담당한다. 대면 효과 때문에 지금도 사용하나 전달 속도가 느리고 중간에 사고라도 나면 작전을 그르칠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전서구(傳書鳩)처럼 동물을 이용한 통신 방법도 있었다. 전령의 다른 형태라고 할 수도 있는데, BC 4,000년경부터 통신용으로 사용했을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고 제2차대전 당시까지만 해도 별도의 전담 부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도 했다. 그만큼 뛰어나고 효율적인 수단이었지만 전서구를 미리 이동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후 비행기가 실용화되면서 연락기(Liaison)가 해당 임무의 상당 부분을 넘겨 받았다.

봉화나 조명탄처럼 신호를 이용하는 방식도 오래된 통신 기법이다. 하지만 사전에 약속된 몇 가지 정보만 전달할 수 있고 적들도 동시에 내용의 감지가 가능해 기밀 유지가 어려웠다. 이를 보완한 단거리용 통신 기법이 가시성이 좋은 깃발이나 점멸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내용을 주고받을 수 있어 현재도 함정 등에서 사용하지만 가시권 밖으로는 정보 전달이 불가능하다.

진정한 통신병과의 시작은 현대식 통신기기의 등장과 함께한다. 19세기 중반부터 본격 사용된 전신(電信), 19세기 말에 등장한 전화(電話), 20세기 초에 본격 사용된 무선 그리고 21세기부터 본격화된 디지털 통신은 인류사에 커다란 변혁을 불러왔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공간적 제약을 획기적으로 뛰어넘어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당연히 군도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그만큼 전쟁의 방법은 크게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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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통신병과의 상세 임무

현대 통신병과의 목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고지휘부에서 일선의 말단 병사까지 일사불란하게 소통이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중심전을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단순 의사소통을 넘어 엄청난 정보의 쌍방향 전달과 주변 연관 부대 및 시설과의 공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크게 임무가 전술통신, 특수통신, 정보통신으로 구분된다.

전술통신은 통신병과의 기본으로 핵심은 각종 유무선 망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군은 전령처럼 수천 년 간 이어진 방법으로 통신을 해왔다. 그래서 이동 수단 정도를 제외하면 통신을 위해 특별히 요구되는 장비도 없었다. 하지만 유무선 통신 체계가 개발된 후 통신병과는 획기적으로 변모했다. 이전보다 많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군에서 담당하는 역할도 커졌다.

그러기 위해 사전에 망을 구축하고 원활하게 작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지 보수하는 일이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소한의 인프라도 구축하지 않고 통신을 할 수는 없다. 때문에 망의 매설이나 전신주 가설, 안테나 설치 등은 마치 통신병과의 상징처럼 인식된다. 군용 통신망은 혹독한 기후나 거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되며 다른 무선이나 위성에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많은 주파수를 취급한다.

현대에 와서 품질 좋은 무선 통신기기가 많이 개발되어 종종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망을 가설하고 관리하는 임무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전신, 전화만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다루어야 할 데이터가 많고 육해공은 물론 수중과 우주에 위치한 포스트와의 다자간 연결도 이루어지면서 인프라의 규모가 더욱 커지고 복잡해진 것이다. 민간 시설을 일부 이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별도의 망을 갖춰야 한다.

특수통신은 암호 체계 관리, 도감청 그리고 각종 탐지 장비를 운용하는 것이다. 전술통신이 신경망이라면 특수통신은 대뇌에 해당된다. 1914년 탄넨베르크 전투에서 전력이 앞섰던 러시아군이 대패한 이유 중 하나가 소홀했던 통신 보안이었다. 제2차대전 당시 유명했던 특수통신 기기인 독일의 에니그마(Enigma)와 이를 역으로 이용한 영국의 대응은 영화 <출처: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극화되었을 정도로 치열했다.

특수통신의 기본은 보안이다. 평이한 내용은 암구호를 이용하지만 중요한 정보는 송신 전 암호화하고 수신 후 복호화 하는 과정을 거친다. 과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암호생성기처럼 다양한 기기를 이용하게 되면서 리얼타임으로 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임무가 상당히 막중하므로 각종 사령부를 비롯한 지휘조직이나 방공, 정보, 방첩 등의 여타 병과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데 효율을 위해 해당 조직이나 병과에서 직접 운용하기도 한다.

정보통신은 컴퓨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다자간 통신을 의미하며 앞서 언급한 네트워크중심전의 핵심이다. 1991년에 있었던 걸프전에서 그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이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가 되었다. 근래에 와서 민간에서도 통신이 통화가 아니라 데이터를 주고받는 의미로 진화하다 보니 향후에는 전술통신과 특수통신을 모두 포함하거나 정보통신이라고 별도로 구분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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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