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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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포병

병과 이야기(3) 여전히 강력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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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mm M198 견인곡사포로 사격 중인 미 포병대 포병 <출처: Public Domain>

포병의 정의

포병(砲兵, Artillery)은 직접 전투를 벌이기도 하고 방공(防空)처럼 특정 목표를 타격하는 임무도 수행하지만 기본적으로 화력을 지원하는 병과다. 현대에 와서 전통적 의미의 전선은 많이 퇴색된 상태이나 지상전이 벌어지면 여전히 보병과 기갑부대가 가장 앞장서서 싸운다. 포병은 이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뒤에서 혹은 함께 행동하며 각종 화력 수단으로 적의 부대나 표적을 제압한다.

포만 사용하던 예전과 달리 현대의 포병은 유도탄처럼 다양한 수단도 운용한다. 그럼에도 박격포, 대전차포 등은 보병의 공용화기로 분류된다. 차량으로 운반하는 120mm 박격포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용화기는 보병이 휴대해서 사용하는 반면 포병의 포는 반드시 별개의 이동 수단을 사용하며 부대 단위로 운용한다. 그만큼 포병은 무겁고 크고 거기에 비례해서 위력도 강한 무기를 다룬다.

105mm M119 견인곡사포를 운반 중인 UH-60 헬기. 이처럼 포병은 전술적 융통성이 뛰어난 병과다. <출처: Public Domain>

포병은 이동 능력과 사거리에 비례해 작전 권역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전술적인 융통성이 매우 뛰어나다. 예를 들어 평시에는 포대들이 보병부대에 배속되어 각각 떨어져 있지만, 유사시 사거리 내라면 같은 목표를 동시 공격할 수 있으므로 지휘 체계를 바꾸어 통합 작전을 쉽게 펼칠 수 있다. 이처럼 효과가 크고 최신 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지비용이 저렴해서 여전히 전선의 주인공으로 활약 중이다.

미군의 포병 사격 장면 <출처: 유튜브 / ArmedForcesUpdate>

포병의 역사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략 10세기경 5대 10국 시절[당(唐)이 멸망한 907년부터, 960년에 나라를 세운 송(宋)이 전 중국을 통일하게 되는 979년까지의 약 70년에 걸쳐 여러 나라가 흥망한 시대]에 화약(장약)을 사용하는 대포가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19세기 중반 고폭탄(高爆彈)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포는 화약의 힘으로 날아간 금속이나 돌로 만든 탄두의 충격력에만 의존한 무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공성용으로 사용하던 각종 투석기나 노포(弩砲)도 포로 볼 수가 있다. 따라서 포병은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병과라고 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 투석기도 포의 일종이다. 이처럼 탄환을 날리는 도구를 오래전부터 사용해왔기에 포병은 그만큼 역사가 유구한 병과라고 할 수 있다. <출처: (cc) Quistnix at wikimedia.org>

화약과 총포는 동양이 먼저 발명했으나 근대 이후 포병의 발전은 서양에서 이루어졌다. 비록 금을 만드는 꿈은 좌절되었지만 연금술을 통해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했고 이를 바탕으로 품질이 좋은 포신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능이 향상된 포의 등장과 이를 이용한 전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서양은 대항해시대 이후 대외 진출을 가속화해 역사의 주도권을 잡았고 그 여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우르반(Urban) 거포를 어렵게 끌고 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을 공격한 사례도 있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오랫동안 포는 거점이나 함정에 거치해서 사용하던 무기였다. 18세기 중반, 프랑스의 그리보발(Jean-Baptiste Vaquette de Gribeauval)에 의해 보병과 함께 이동하며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가벼운 포를 이용하는 기동 포병의 개념이 정립되었고, 나폴레옹 전쟁을 거치면서 현대 포병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말에 의해 견인되는 스코다 70mm 포. 이처럼 보병과 함께 이동하며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경포가 일반화되면서 현대식 포병의 체계가 형성되었다. <출처: (cc) PHGCOM at wikimedia.org>

제1·2차 세계대전에서 포병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차 공군의 비중이 커지기는 했지만 전선에서 화력의 대부분을 책임진 것은 포병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유도탄처럼 보다 강력하고 멀리 나가며 정확한 새로운 수단들도 사용하지만 편리성, 위력, 그리고 경제성을 고려할 때 포는 여전히 포병의 상징과도 같다. 오히려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커졌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 쿤두즈(Kunduz)에서 포격을 가하는 독일군 소속의 PzH 2000 자주포. 여전히 포병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출처: Bundeswehr-Fotos>

현대 포병의 종류와 역할

야전포병

전선의 변화에 발맞추어 신속히 옮겨 다니며 작전을 펼치는 포병이다. 적정 사거리 등의 이유 때문에 최전선이 아닌 전투부대의 배후에서 활약하는 것이 기본이다. 아직도 인력이나 가축을 이용해 포를 옮기는 경우가 일부 있지만, 이동 수단에 따라 크게 차량이 끌고 가는 견인포병과 차량에 장착되어 스스로 이동하는 자주포병으로 나뉜다. 항공기로 이동하는 공수포병을 별도로 구분하기도 하나, 사실 견인포병의 일종이다.

험비에 연결되어 이동 중인 105mm M102 견인곡사포 <출처: (cc) Damon.cluck at wikimedia.org>

견인포는 모든 포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이동은 가축, 차량, 항공기 등을 이용하고, 방열과 운용은 병사들의 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신 견인포는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지만 자주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기동력, 사격 속도 등이 느린 편이다. 하지만 화력 지원이라는 포의 기본적인 기능에 가장 충실하게 제작되므로 통상적으로 사거리나 화력이 강력하다.

자주포는 기존 견인포의 포신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륜형 차체에 단순히 포만 탑재하는 경우도 있으나 야지에서 기동 능력이 좋은 궤도형 차체에 대포병전을 대비한 장갑을 두른 포탑을 장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별도로 개발한 전용 차체를 사용하는 최신 자주포는 스페이드(Spade: 지지삽)를 고정하지 않고 곧바로 사격이 가능하다. 이동, 배치, 사격, 철수가 용이하여 현대 포병의 핵심이 되고 있다.

국군 포병의 중추인 155mm K9 자주곡사포 <출처: 한화지상방산>

요새포병

야전포병과 가장 큰 차이는 이동 여부다. 요새포병은 진지를 옮겨 다닐 수 있는 경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의 침입을 멀리서부터 거부하는 임무를 수행하므로 이동을 완전히 포기한 대구경의 거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1916년 갈리폴리 전투(Gallipoli Campaign)나 1940년 노르웨이 전역처럼 뛰어난 전과를 올린 경우도 있지만 1940년 마지노선 우회 돌파,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Invasion of Normandy)에서 보듯이 아무런 역할도 못 한 사례 또한 많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대서양 방벽에 설치한 380mm 요새포. 하지만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출처: Bundesarchiv>

현대에 와서 전략상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일부 요충지에서 거포를 운용 중이나 고립되면 쉽게 무용지물이 되므로 점차 그 역할이 줄어드는 추세다. 더불어 조기 경보 체계가 발전하면서 장거리 유도탄, 공군, 해군으로 하여금 보다 먼 거리에서부터 적을 격퇴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뒤에 언급할 사일로(silo)에서 운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 유사한 모습이지만 요새포병은 방어가 목적이어서 개념상으로 차이가 크다.

로켓포병

로켓포병은 로켓의 추진력을 이용해서 탄두를 발사하는 포병이다. 로켓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최신이라 생각하지만 신기전(神機箭)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가 오래되었다. 연료가 소진되는 시점까지 비행이 가능하므로 사거리를 늘리기 편리하고 발사 시 발생하는 에너지의 방출이 쉬우므로 반동 제어에 유리하다. 국군을 예로 들면 군단급 화력지원용인 K136 구룡, 천무 같은 다연장 로켓이 대표적이다. 야전포병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보다 광범위한 작전이 가능하고 일부 전략 타격이 가능한 각종 지대지미사일도 로켓포병의 영역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국군이 운용 중인 K136 다연장 로켓 구룡. 순차적으로 신형 천무로 대체될 예정이다. <출처: Public Domain>

방공포병

대공포나 지대공미사일을 이용해 영공을 방위하는 포병이다. 처음에는 비행기가 목표였지만 경보 및 추적 기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현대에 와서는 미사일이나 포탄까지도 격추시킬 수 있다. 완전 수동인 기관총에서부터 고고도 요격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사용하는 무기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육군이 아닌 공군 혹은 별도로 편성한 군에서 운용하기도 한다. 담당하는 면적이 가장 넓은 포병이라 할 수 있다.

탄도탄 요격 체계인 사드(THAAD) <출처: Public Domain>

전략포병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을 운용하는 포병이다.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을 만한 핵심 목표를 타격하는 최고의 전략 자산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보유한 국가도 많지 않고 부르는 명칭이나 운용 방법도 제각각이다. 핵미사일은 일종의 요새인 사일로에 보관하고 있다가 발사하기도 하지만 전략적 유연성이 뛰어난 잠수함이나 이동식 발사대(TEL, Transporter Erector Launchers)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최신 ICBM인 SS-27 토폴-M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포병을 육군의 병과로 보는 것과 달리 전략포병은 다른 군에 속하거나 별개의 독립된 군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식적인 5대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전략핵폭탄을 해군의 SSBN(Submersible Ship, Ballistic missile, Nuclear powered: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탑재한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으로만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전략포병을 별도의 독립된 군으로 분리했고, 미국은 3군 통합 조직인 전략사령부에서 운용한다.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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