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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베레타 92는 전형적인 원더나인(Wonder Nine)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9mm 파라플럼탄에 복열탄창, 그리고 최소한 첫 발에서는 더블액션으로 발사가 가능한 특징을 지녔다. 애초에 베레타는 M1934 권총으로 유명세를 탔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병사들 사이에서 M1934 권총은 최고의 노획품으로 여겨졌다. M1934 권총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바로 9mm 쇼트탄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M951 권총에서 9mm 파라블럼탄을 채용하기 시작했으며, 92 시리즈로 넘어와서 복열탄창을 채용하면서 현대적인 권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베레타 92 시리즈는 사실 작동 방식 면에서 P38에 채용된 로킹블록(locking block)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방아쇠를 당기면 총열과 슬라이드가 동시에 후퇴하다가, 약실이 열릴 때 총열 아래에 위치한 로킹블록이 캠을 따라 내려가면서 총열이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방식이다. P38의 작동 방식을 그대로 베꼈다는 말은 P38의 문제점까지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말이 된다. 즉, 로킹블록이 충분한 강성이 나오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다. 다른 브리치락(breech lock) 방식에 비해 뛰어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원활한 작동이 가능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베레타 92의 특징은 약실 바로 앞부터 총구 근처까지 슬라이드 탄피배출구가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슬라이드 설계는 베레타 권총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다. 4.9인치 총열이 노출되어 있으니 총기의 기능 고장에 대처하기 쉽고 슬라이드의 무게가 줄어들며, 아무래도 총열의 열 부담을 덜어주어 신뢰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격 시에 우연히 총열에 접촉하여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는 슬라이드의 강성이다. 쇳덩어리에 탄피배출구를 만들어놓는 기존의 슬라이드에서는 블로우백(blow back)의 하중을 3면에서 다 받지만, 베레타의 슬라이드는 양쪽에서만 충격을 다 받아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탄환 중에서도 장약량이 많은 +P 탄환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슬라이드가 쪼개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슬라이드의 성능이 개선된 92FS 모델이 등장하기도 했다.

더블액션 권총이니만큼 당연히 초탄은 길고 무거운 방아쇠 압력을 가진다. 더블액션에서의 방아쇠 압력은 12파운드 정도다. 초탄 발사 후 해머가 젖혀진 상태에서는 싱글액션(single action)으로 운용되며, 이때의 방아쇠 압력은 5파운드 정도다. 일반적으로 3~6파운드 정도의 방아쇠 압력이면 권총 사격에 최적이라고 평가되는데, 베레타 92 시리즈의 방아쇠는 괜찮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한편 경찰시장을 염두에 두고 더블액션으로만 사격할 수 있도록 한 92D 모델도 있다. 한편 베레타 92는 총의 크기에 비해 권총 손잡이가 너무 두꺼워 사격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총 손잡이를 최대한 슬림하게 재설계한 모델이 바로 버택(Vertec)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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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9은 이후 1991년 걸프전과 2001년 아프간전, 2003년 이라크전 등 전쟁의 일선을 누비면서 미군의 총기로서 활약해왔다. 그러나 사실 전장에서 권총의 역할이 주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 전과를 올릴 기회는 없었고 M1911 권총과 같은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나름 잘 활용되어왔다.

문제는 이제 채용된 지 30년이 되어가다 보니 로킹블록 파손, 탄창 급탄 불량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2017년 1월 12일 매티스(James Mattis) 국방장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라크전에 참전한 여군 출신 조니 언스트(Joni Ernst) 상원의원은 자신의 군 경험을 얘기하면서 “M9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적에게 던지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었다고 말하고는 총기교체사업을 서두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베레타 92FS 권총은 경찰용으로도 많이 활용되었다. 특히 LA 경찰국(LAPD, Los Angeles Police Department)에서 채용한 것으로 유명하며, 이에 따라 LA에서 벌어진 경찰총격전의 주역이 되었다. 특히 1997년의 노스할리우드(North Hollywood) 총격전에서도 사용되었는데, 노린코(Norinco) 56식과 HK-91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범인들을 베레타 92FS 권총만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이 상대하면서 상당히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비록 화력이 약해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LA 경찰관들은 SWAT팀이 도착할 때까지 권총만으로 용의자들의 퇴로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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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 기종

● 베레타 92: 베레타 92 시리즈의 시작 모델. 하부 프레임에 안전장치가 달려 있으며, 권총 손잡이 왼쪽 하단부에 탄창멈치가 달려 있다. 초기 모델 7,000여 정은 스텝 슬라이드 모델로 생산되었다.

● 베레타 92S: 1977년 등장한 92의 개량형. 안전장치를 프레임에서 슬라이드로 옮기면서 안전장치가 디코킹 레버(decocking lever) 역할까지 겸하도록 했다. 안전장치/디코커(decocker: 장전 해제 장치)의 장착으로 더블액션 자동권총으로서 안전성이 확보되자, 이탈리아 경찰 등에서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 베레타 92SB: 미국 시장의 요구에 맞춘 92S의 개량형으로 애초에는 베레타 92S-1으로 구분되었다. 공이안전장치, 좌우대칭형 안전장치, 3점식 가늠자/가늠쇠를 채용했고, 탄창멈치를 방아쇠울 옆으로 옮겨 빠른 탄창 교체가 가능하도록 했다.

● 베레타 92F/FS: 미군의 JASSP 사업에 맞춰 베레타 92SB를 개량한 모델로, 최초 모델명은 92SB-F였으나 92F로 간소화되었다. 92F는 결국 사업에서 승리하여 M9으로 미군에 채용되었다. 한편 채용이 되던 시기에 슬라이드 파손 문제가 제기되자 문제점을 개선한 92FS 모델이 등장했으며, 추후 M9은 92FS 사양으로 생산되었다.

● 베레타 92G: 프랑스 국가헌병대(Gendarmerie)의 채용모델은 92G로 분류된다. 이후 프랑스군에도 제식채용 되었는데, 92G 모델은 슬라이드에 장착된 레버가 디코커 기능만 할 뿐 안전장치 역할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92G 모델은 PAMAS G1이라는 제식명으로 11만 정이 프랑스 MAS 조병창에서 면허생산되었다.

● 베레타 92D: 92D는 베레타 92FS를 바탕으로 만든 더블액션 온리(double-action only) 모델이다. 1980년대 중후반, 미국 경찰들이 리볼버에서 점차 자동권총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리볼버처럼 계속 더블액션의 무거운 방아쇠 당김을 선호하는 경찰관서들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더블액션 온리'라는 방아쇠 방식이 등장했다. 92D도 이러한 리볼버 교체 시장을 노리고 등장한 권총이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 컴팩트L: 총열과 권총 손잡이를 줄인 컴팩트 모델로, 1982년 92SB 권총의 컴팩트 모델로 처음 등장했다. 총열은 4.25인치로 줄어들었으며, 장탄수도 13발로 줄어들었다.

● 센추리온(Centurion): 총열만을 줄인 컴팩트 모델을 센추리온이라고 부른다. 기본형 모델에서 총열만 4.25인치로 줄인 모델로, 장탄수는 15발을 그대로 유지한다.

● 브리거디어(Brigadier): 1993년 베레타 92 시리즈의 슬라이드를 강화하기 위해 1993년에 처음 등장한 모델이 바로 브리거디어다.

● 버택(Vertec): 버택은 92 시리즈의 단점으로 지적되어오던 손잡이를 개선한 모델로, 총열도 4.7인치로 줄어들었다. 버택 모델은 2001년 첫 출시되었다가 생산이 종료되었지만, 2014년부터는 레일을 장착한 모델이 다시 발매되었다.

● M9A1 / M9A3: 레일 장착 추세에 맞춰 미군의 수요에 맞도록 개조한 모델들로, M9A1은 2005년에, M9A3는 2015년에 발매되었다. M9A3는 사막색 세라코트(ceracote: 특수 세라믹 코팅) 모델로만 생산되며, 간단한 개조만으로 92G 모델처럼 디코커 기능만 쓸 수 있도록 설정이 가능하다.

● 타우러스(Taurus) PT92/99/100: 베레타 92 오리지널의 복제 모델로, 1982년부터 생산되었다. 브라질군은 1976년 베레타 92 권총을 제식으로 채용하면서 조병창에서 양산했는데, 이 조병창이 1980년 민간에 불하되면서 총기제조사인 타우러스(Taurus) 사가 되었다. 타우러스 사는 브라질군 채용 모델들을 생산했는데, 이후 점차 베레타 92FS 등을 참조하면서 설계를 가다듬어나갔다. 베레타 92 오리지널 모델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프레임 쪽에 장착되어 있다. 초기 모델에는 베레타 92처럼 디코커가 없었으나, 이후 본격 양산되면서부터는 디코커도 장착되었다. 2005년 이후 모델부터는 M9A1처럼 레일도 장착된다.

● 벡터(Vektor) Z-88: 베레타 92F 모델의 복제형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생산되었는데, 그 모델명이 바로 벡터 Z-88이다. Z-88은 1986년에 개발되기 시작하여 1988년에 개발이 완료되었으며, 이듬해부터 생산되었다. 제작사인 남아공의 LIW 데넬(Denel)과 이탈리아의 베레타가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그리 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남아공은 인종차별정책과 핵개발 등으로 유엔(UN) 제재를 받아왔는데, 제재를 피하기 위해 계약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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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군사전문가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고, 줄곧 국방 분야에 종사해왔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컨설팅과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민간군사서비스(PrivateMilitary Service) 기업인 AWIC(주)의 대표이사다. 또한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이자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자문위원,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우리 국방의 나아갈 길에 대한 왕성한 정책제안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