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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 전후의 이탈리아 총기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었지만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창립 멤버가 되었다. 당시 이탈리아군은 30-06(7.62x63mm)탄을 사용하는 미국의 M1 개런드(Garand) 소총을 ‘라 가란드(La Garand)’라는 이름으로 채용하여 자국에서 면허 생산을 하고 있었지만, 냉전이 악화일로를 걷던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식 반자동 소총은 유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1957년에는 NATO의 맏형인 미국이 12년간의 연구를 끝내고 M14 소총을 제식화기로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여기에 사용되는 7.62x51mm탄이 NATO 회원국 소총의 표준이 되어버려 각국은 앞다투어 그에 맞는 신형 소총을 내놓고 있었다. 벨기에 FN Herstal(Fabrique Nationale de Herstal: 파브리크 나시오날 드 에르스탈)의 FAL이나 스페인의 CETME(Centro de Estudios Técnicos de Materiales Especiales: 세트메)의 모델B, 이를 원형으로 한 독일의 G3(Gewehr3)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였지만,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이탈리아는 자국의 총기 개발 회사인 브레다-사파트(Breda-SAFAT: FIAT의 자회사)와 피에트로 베레타(Pietro Beretta S.p.A., 이하 베레타 사)에 이 프로젝트를 던져놓고 감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베레타 사는 결국 새로운 소총을 만들어보겠다던 생각을 접고 많은 양이 보급된 M1 개런드를 개수하는 방식으로 눈을 돌렸다. M1 개런드의 총열과 약실 부품을 그대로 사용면서 일부분을 가공하고 부품을 추가하여 길이는 줄이고 연사 기능 20발 탄창, 양각대와 총류탄 발사기를 장착했다. 연사 속도가 빠른 이 자동소총은 BM59(Beretta Modification 1959: 베레타 개량형 1959)라 명명되었고, 1959년에는 이탈리아군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육군이 채택했다. 개발 당시 BM59는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미국의 조지 패튼(George Smith Patton Jr.) 장군이 BM59를 손으로 탁 내리치면서 “이제까지 개발된 것들 중 최고의 전쟁 도구로 임명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BM59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걸작이었던 M1 개런드 소총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총이었다.

- 새로운 탄약의 등장

진짜 큰 변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1950년대 말부터 미국을 비롯한 NATO 회원국들은 관통력이 우수하면서도 반동이 적고 많은 양을 휴대할 수 있는 새로운 소총탄을 찾아 해매기 시작했다. 샐보 프로젝트(Project SALVO: 미국에서 1950년대에 계획된 미군의 차세대 보병화기 개발 프로젝트의 통칭으로, 소형 고속탄을 사용하며 빠른 연사력과 저반동을 갖춘 새로운 소총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으나 높은 기대치와 요구에 비해 그 성과물들은 형편없어 결국 실패한 프로젝트다)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던 중 베트남에 병력을 파병하기 시작한 미국은 공군이 .223 Rem을 사용하는 M16을 채택한 데 이어 전 미군이 이를 채택하는 바람에 1969년 5.56X45mm탄을 사용하는 M16A1이 미군의 제식 소총이 되었다.

샐보 프로젝트와 7.62X51mm 소총에 돈과 시간을 쏟아부은 NATO회원국들은 미국에서 갑자기 벌어진 이 놀라운 변화를 그저 눈뜨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미 개발된 7.62X51mm 소총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의 경우 7.62X51mm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개발한 64식 소총을 제식화할 시기에 미군의 M16 채용 소식을 듣게 되었으니 측은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보면 1967년부터 베트남 파병으로 5.56X45mm M16을 사용하고 1970년대부터 면허 생산을 시작한 대한민국은 본의 아니게 신형 NATO탄 대열에 굉장히 빠르게 합류했다고 할 수 있다.

- AR70의 개발

NATO 회원국들에게 새로 등장한 5.56X45mm(.223)탄을 사용하는 소총은 당장 필요 없어 관심 밖이었을지 몰라도 유럽의 총기회사들에게는 새로운 도전 과제였다. 여러 회사가 .223탄을 사용하는 총기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베레타 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1963년부터 5.56X45mm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선행연구는 스위스의 SIG와 함께 했는데, 두 회사는 1968년에 그들의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작동방식에 대한 이견(異見)으로 각자의 길로 갈라섰다.

이후 베레타 사는 독자적으로 신형 소총 개발을 시작하여 1970년에 .223 Rem탄을 사용하는 AR70/223의 프로토타입을 발표했다. 초기의 AR70은 이탈리아 특수부대가 시범적으로 채용하여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군용으로서 부족한 점이 발견되어 차후에 개량을 거치게 된다. 한편 베레타 사는 AR70/223이 막 개발된 1970년대 초에 무슨 생각인지 미국의 콜트(Colt) 사와 M16의 이탈리아 현지 생산 협상을 했으나 이 협상이 결렬되자 이후 콜트 사와 상당히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1972년 말레이시아는 AR70/223을 5,000정 수입했고, 희안하게도 M16A1과 HK33을 동시에 5,000정씩 사들였다. 이외에도 요르단이 구매했다.

- AR70/223에서 군용 AR70/90으로

이렇게 자국산 총이 버젓이 개발되어 눈앞에 있었지만, 이탈리아군은 사용 중이던 BM59에 꽤나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수부대에 소수 채용된 것을 제외하고는 AR70을 먼 산 보듯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에 노후화된 BM59 소총의 교체 계획이 발표되자, 베레타 사는 1985년에 신형 SS109탄(미국명 M855, 한국명 K100)을 사용 가능하고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 이 새로운 모델은 1990년 독일 H&K 사의 G41A1와의 경쟁에서 이기면서 이탈리아군의 제식 총기로 선정되어 AR70/90라는 정식 명칭을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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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AR70/90은 가스압 작동식 자동소총으로 총몸이 강철 스탬핑(stamping: 프레스 가공의 일종) 공법으로 제작되어 있다. 위총몸과 아래총몸은 M16처럼 앞뒤 2개의 핀으로 고정되어 있어 분해가 간단하고, 내부 구조는 AK 시리즈와 비슷하며, 정비가 쉬운 편이다. 전작인 AR70/223의 위총몸은 단면이 직사각형으로 내부를 보면 프레스 가공된 노리쇠 가이드를 비롯하여 가동부와 외벽 사이가 얇아 한눈에도 그리 튼튼하지 못한 총임을 알 수 있다. 군용인 AR70/90으로 개량하면서 보다 두꺼운 철판을 사용하고 위총몸의 단면을 사다리꼴 형태가 되도록 설계를 바꿔 총몸의 내구성을 높였다. 또한 작동불량의 원인 중 하나였던 프레스 가공 노리쇠 가이드도 별도의 절삭 가공된 부품을 용접하는 형태로 변경하여 작동 신뢰도를 높였다.

AR70/90은 작동 구조가 K2와 동일한 롱스트로크 가스압 피스톤 작동식 소총이다. 우선 가늠쇠가 있는 가스 블록(gas block)에서 실린더로 이어지는 로드(rod) 부분에는 베레타 소총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총류탄 발사용 조준기가 추가되었다. 총류탄 발사용 조준기는 총류탄 발사를 위한 조준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로 세우면서 가스 로드(gas rod)가 차단되면서 총류탄 발사 시 로드로 발사 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총열의 수명 유지뿐만 아니라 발사 가스를 전부 총류탄 발사에 이용하기 위한 장치다. 노리쇠에 있어서는 K2의 경우 M16계열처럼 5개의 노리쇠 뿔이 약실의 뿔과 결합하는 약실 폐쇄 구조로 되어 있지만, AR70/90의 경우에는 AK 시리즈처럼 2개의 큰 뿔을 이용하여 약실을 폐쇄하게 된다. 총열은 대부분의 서방 총기와 마찬가지로 나사산을 이용해 몸통에 고정되어 있으며, 약실 내부는 크롬 도금 처리했다.

군용인 AR70/90의 경우에는 셀렉터(조정간)가 안전/단발/점사(옵션)/연발 순으로 양쪽에 배치되어 있는 반면, 민수용으로 판매된 AR70/223의 경우에는 점사가 불가능하며 셀렉터가 총몸 왼쪽에만 위치해 있다. 탄창을 고정하고 분리하는 매거진 릴리즈(magazine release)는 AR70/90이 양쪽에 있는 반면에 AR70/223은 AK 소총처럼 방아쇠울과 탄창 사이의 레버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이 두 총기의 탄창은 다르다. AR70/90의 조준기구는 금속판 프레스의 가늠쇠울로 보호되어 있고 야간조준을 위해 발광 도료를 칠했으며, 뒤쪽의 플립업 가늠자는 250/400m로 사거리 보정이 가능하다.

AR70/90의 위총몸 상부에는 NATO STANAG 2324 규격의 표준 조준 보조기구를 장착할 수 있으며 운반 손잡이를 탈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운반 손잡이 위에는 야간조준이나 CQB에 사용할 수 있는 권총 스타일의 가늠쇠 가늠자가 붙어 있다. 최근에는 이 운반손잡이에 피카티니 레일(Picatinny rail)이 장착된 모델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탈리아군은 야간조준을 위해 차이스(Zeiss)의 오리온 야간조준경을 사용해왔지만, 최근에는 미군이 사용하는 광학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편으로 스웨덴 에임포인트(Aimpoint) 사의 광학장비는 물론이고 미국 트리지콘(Trijicon) 사 및 이오테크(EoTech) 사의 광학장비까지 장착하여 사용 중이다. 총열 하부에는 장거리 사격 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양각대가 장착되어 있다.

AR70/90의 개머리판은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되었다. 스탠다드 모델인 AR70/90은 고정형 개머리판을, SC70/90와 SCP70/90은 접철식 금속제 개머리판에 견착 부분에 플라스틱 덮개를 덧붙였다. SCP70/90은 총류탄 발사기구가 제거되었지만, 최근에는 HK 사의 유탄발사기나 미국의 M203을 장착한 모습도 많이 보이고 있다. 방아쇠울은 스위스의 SIG550과 마찬가지로 방아쇠울을 옆으로 돌려 겨울에도 장갑을 낀 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전용 M8 총검은 미국의 M7이나 M9과도 혼용할 수 있는 규격으로 되어 있다.

약간은 투박해 보이는 박스 형태의 리시버를 가진 AR70은 스탠다드 모델과 접철식 폴딩 스토크(folding stock)가 장착된 공수부대용 카빈형 SC70/223, 여기에 폴딩 스토크를 장착한 SC70/223 단축형 총열과 폴딩 스토크가 장착된 특수부대용 스페셜 카빈 SCS70/223, 분대지원 화기로 개발되어 양각대와 총열 교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LM70(Light Machinegun)의 네 가지 형태가 있으며, 이 모델들은 개량 후 군에 채용되면서 AR70/90, SC70/90, SCP70/90의 명칭을 부여받았다. 경기관총 모델인 LM-70/223은 대폭 개선하여 내놓으면서 총열 교환이 불가능해지고 양각대가 탈착형으로 바뀌어 이름까지 AS70/90으로 변경되었다. LM70은 그 개념이나 성능 자체가 매우 애매했기 때문에 정식으로 채택된 적은 없지만, 기존 소총 모델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우선 작동방식이 클로즈드 볼트(closed bolt) 방식이 아니라 기관총에 흔히 쓰이는 오픈 볼트(open bolt) 방식이라는 점, 그리고 방열을 위해 두꺼워진 총열은 금속제 커버로 보호되어 있으며, 총몸에는 차량이나 거치대 장착을 위한 걸쇠가 장치되어 있다. 개머리판도 일반 소총과는 약간 디자인이 다르고 어깨걸쇠가 있어 연발사격 시 안정된 사격자세를 도와준다. 또한 가늠자는 300/800m로 조절할 수 있으며, 기관총임에도 총류탄을 사용할 수 있다.

꽤 오래전에 설계된 소총이라 해도 한 가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은 소총의 무게다. 최초 개발된 AR70/223은 중량이 3.8kg으로 다른 5.56mm 소총에 비하면 무거운 편이었는데, 이를 군용 모델인 AR70/90으로 개량하면서 무게가 4.07kg으로 늘어났다(M16A2 소총: 3.77kg, K2 소총: 3.26kg). 분대지원화기인 AS70/90의 경우에는 5.34kg이나 된다. 여기에 피카티니 레일, 유탄발사기, 광학조준경 등을 장착하면 간단하게 분대지원기관총(SAW)의 무게까지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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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이탈리아 육군은 105,000정의 AR70/90과 15,000정의 단축형 SCP70을 사용 중이며, 현재는 특수부대를 우선으로 2009년 채용된 베레타 ARX-160 소총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공군, 해군, 해병대, 군 경찰(Arma dei Carabinieri), 재무경찰(Guardia di Finanza), 국가경찰(Polizia di Stato) 등에서 다수를 운용 중이다.

이탈리아 이외 사용 국가는 아래와 같다.

나이지리아(Nigeria)
레소토(Lesotho)
말레이시아(Malaysia)
멕시코(Mexico)
모로코(Morocco)
몰타(Molta)
부르키나 파소(Burkina Faso) 경찰
온두라스(Honduras)(2006년 1,000정)
요르단(Jordan) 경찰․사법기관 제식총기
이집트(Egypt) 경찰
인도(India)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인 국가보안경비대(NSG)
인도네시아(Indonesia) 해군 특수부대s
카타르(Qatar)
콜롬비아(Colombia) 경찰
파라과이(Paraguay)
짐바브웨(Zimbab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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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제원 및 파생형 모델의 제원

- 사용탄: 5.56mm NATO
- 작동방식: 가스압 피스톤 방식(롱스트로크)
- 노리쇠: 클로즈드 볼트(폐쇄식)(AS70/90 모델은 오픈 볼트)
- 사용 탄창: STANAG 4179 탄창
- 운반손잡이 중량: 0.130kg
- 강선: 6조우선-7인치/회전

● AR70/90의 제원 
- 구분: 돌격소총
- 개머리판: 고정식 개머리판
- 전장: 998mm
- 총열길이: 450mm
- 중량: 3,990kg
- 양각대 중량: 0,360kg
- 연사속도: 680발/분
- 총열: 6조우선-7인치/회전
- 가늠쇠 가늠자거리: 555mm

● SC70/90의 제원 
- 구분: 카빈
- 개머리판: 폴딩 스톡(접이식)
- 전장: 998mm(개머리판 접었을 때: 751mm)
- 총열길이: 450mm
- 중량: 3,990kg
- 양각대 중량: 0,360kg
- 연사속도: 680발/분
- 가늠쇠 가늠자거리: 555mm

● SCS70/90의 제원  
- 구분: 스페셜 카빈
- 개머리판: 폴딩 스톡(접이식)
- 전장: 876mm(개머리판 접었을 때: 647mm)
- 총열길이: 352mm
- 중량: 3,790kg
- 양각대 중량: 양각대 없음 
- 연사속도: 670발/분
- 가늠쇠 가늠자거리: 514mm

● AS70/90의 제원 
- 구분: 분대지원화기
- 개머리판: 어깨걸쇠개머리판
- 전장: 1,000mm
- 총열길이: 455mm
- 중량: 5,340kg
- 양각대 중량: 0,950kg
- 연사속도: 800발/분
- 가늠쇠 가늠자거리: 55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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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오병무 / 군사전문가
서울예술대학교 사진과를 졸업했다. 《월간평화》, 《디펜스타임즈》 취재팀장을 거쳐 현재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통신용 헤드셋, 총기레일 개머리판 등을 제조, 특수부대 및 대테러기관에 전술장비와 함께 납품·판매하는 데브그루커뮤니케이션즈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