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국방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은 섬나라 같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육지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우방국인데, 설령 이들이 적대국이라 해도 군사력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강력한 해군을 앞세워 적의 도발을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막아내면 물리적으로 상대방이 미국 영토에 발을 디딜 수조차 없다. 그래서 미국은 영국처럼 해군이 강한 나라다.

당연히 군비는 오랫동안 해군과 공군에 우선 집중될 수밖에 없어 오늘날도 다른 나라의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 수준일 정도다. 하지만 육군은 최신 무기로 충실히 무장하였음에도 독주할 정도라고 평가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2차 대전 전만해도 병력이나 무기의 양적, 질적 수준이 경쟁국보다 떨어졌다. 총을 예로 든다면 서부개척 시대의 전통으로 말미암아 성능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육군 강국이 몰려있는 유럽에 비한다면 뭔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

기관단총도 그러하였는데 1941년, 제2차 대전에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였을 때, 미국은 민수용으로 호평 받던 톰슨 기관단총(Thompson, 이하 톰슨)이 있었음에도 경쟁국의 주력 기관단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휴대가 불편하고 대량 생산도 어려웠다. 커다란 전쟁을 치르려면 보다 가볍고 빨리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기관단총이 필요하였다. M3 기관단총(이하 M3)은 그러한 시대의 요구에 의해 탄생하였다.

대량 생산이 요구되다

당시 적대국인 독일은 날렵한 MP40을 사용하고 있었고 소련은 PPSh-41(따발총)같은 좋은 기관단총을 개발하여 전선에 투입하였다. 미국의 톰슨은 뛰어난 기관단총이기는 했지만 제1차 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이미 구시대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기관단총의 역사를 놓고 보면 전성기는 제2차 대전이었다. 이 당시 사용된 경쟁 기관단총에 비한다면 톰슨은 분명히 오래된 구식 모델이었다.

미군의 표준 제식화기인 M1 개런드 보다 무거운 5kg 가까이 나가는 중량은 한마디로 기관단총과 어울리지 않았다. 기관단총은 연사력과 휴대성에 중점을 둔 화기지만 톰슨은 그런 관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또한 일일이 쇠를 깎아서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다 보니 생산성도 부족하여 전쟁이 격화되자 물량을 대기가 어려웠고 가격도 비쌌다. 즉, 새로운 기관단총은 가볍고 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해결하여야 했다.

거기에다가 적어도 톰슨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기본 전제였다. 1941년 미 육군 병기국은 당시 피아가 사용하던 기관단총을 모두 조사한 후, 기존의 절삭 가공 방식으로는 총기의 단가를 낮추고 대량 생산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따라서 새로운 기관단총은 스탬핑(stamping) 공법과 프레스 공법을 이용한 전금속제로 만들고 45구경이나 9mm 파라블럼 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 업체들에 요구하였다.

뜻밖의 개발자

이때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며 새로운 제식 기관단총의 공급 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뜻밖에도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였다. 물론 GM은 트럭이나 전차 같은 장비를 생산하였기에 군수 분야가 생소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화기에 특화된 회사는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 총기 분야에 GM이 뛰어들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이 회사의 엔지니어인 하이드(George Hyde)는 샘프슨(Frederick Sampson)의 도움을 받아 기관단총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그 당시 경쟁 총기 업체들의 후보작들보다 GM이 제출한 모델이 군에서 요구한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하였기에 당선작으로 채택된 것은 불문가지다. 군 당국은 실험 결과에 만족하여 M3라는 번호를 부여하고 곧바로 제식화하였다. 그런데 그 모양이 자동차 윤활유인 그리스(Grease, 구리스)를 주입하는 도구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리스건(Grease Gun)으로 더 많이 불렸는데, GM이 만든 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인연이라 하겠다.

1942년 12월부터 일선에 공급된 M3은 나무대신 철제 슬라이드 식 개머리판을 설치하여 무게를 대폭 절감하였다. 처음부터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설계가 이루어져 철판을 팍팍 찍어내고 이를 용접으로 결합시키는 단순한 공정으로 3년 동안 70만 여정을 생산할 수 있었다. 사실 M3뿐만 아니라 미국과 소련의 무기 공급량은 제2차 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다. 반면 독일과 일본은 소모한 것을 제때 보충하지 못하였다.

혹독한 평가

그러나 당국의 생각과 달리 M3에 대한 야전에서의 평가는 상당히 냉혹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대량 생산에만 신경 쓰다 보니 철판을 자르고 구부리는 공정은 쉽게 기계화하였지만 용접처럼 인력으로 손봐야 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였다. 또한 탄창 불량 문제도 상당히 고질적이어서 사격의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사격 불능에 빠지는 경우도 흔하였다.

총기 전문회사가 아닌 자동차 회사에 만든 총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M3은 설계부터 그다지 병사들에게 친화적이지 못했다. 초기의 크랭크 식 장전손잡이도 불편하였는데, 이를 개량하였다는 M3A1이후부터는 아예 크랭크도 없애버리고 손가락을 볼트에 넣어서 장전하는 식으로 변경되어 병사들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더불어 탄피배출구에 연동되도록 간략하게 한 안전장치도 종종 문제를 일으켰다.

가벼워 휴대하기는 편리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일선의 병사들에게 정작 총의 가격이나 생산성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M3이 대량 생산되었음에도 계속 톰슨이 일선에서 사랑 받아 애초 목표만큼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야심만만하게 시작한 M3사업도 종전과 더불어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M3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각광받은 곳

비록 제2차 대전 기간 중에는 일선에서 많은 불만을 유발하였지만 그래도 좋게 평가하고 애용하던 이들도 있었다. 후기에 들어 문제를 해결하였던 점도 한 몫 하기는 하였지만 가벼운 무게와 적은 소음 그리고 강력한 연사력 때문에 특수부대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군 특수부대는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까지도 M3을 애용하였고 한국군도 국산 K1A1 기관단총이 제식화되기 전까지 특수부대, 여군 등에서 사용하였다.

6.25전쟁 당시에 상당량의 M3이 사용되었다. 공산군이 제2차 대전 당시에 대량 공여되었던 톰슨으로 무장한 경우가 있어서 야간에 교전이 벌어지면 사격 소음 때문에 피아를 오인하는 경우가 빈발하여 아군은 M3을 주로 사용하였다. 당시 체형이 작았던 한국인들에게 M3은 그야말로 적당한 화기였다. 사실 M1 개런드 소총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시쳇말로 끌고 다닌다는 소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때문에 등장 초기에 미군 내에서 있었던 악평과 달리 제2차 대전 후 한국, 일본, 베트남, 대만처럼 체격이 작은 아시아 국가에서 상당히 중요한 무기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사실 특정 무기가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M3은 처음부터 특정 목적을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개발된 무기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신속히 많은 무기를 공급해야만 했던 제2차 대전이라는 환경에 최적화된 가장 대표적인 무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제원

탄약 .45 ACP 또는 9×19mm 파라블럼 / 작동방식 블로우백, 오픈볼트 / 전장 757mm / 중량 3.63kg / 발사속도 분당 450발 / 유효사거리 100m

글  남도현 | 군사 저술가[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