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동부대의 지휘관들 모두가 주요 목표로 삼은 것은 미 항공모함 부대였다. 그러나 공격전야 오하우 섬 일본 영사관에 외교관으로 위장시켜 침투 시켜놓은 일본 해군의 간첩 요시가와(吉川 猛夫)소위는 진주만 내에 미국 항모는 한 척도 없다고 타전해왔다. 미 항모 사라토가는 미 서해안 샌디에고 해군항에, 호넷과 요크타운은 대서양에, 그리고 엔터프라이즈와 렉싱턴은 하와이 근해에서 훈련을 겸한 함재기 수송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진주만에 은밀히 다가가는 일본 해군 기동함대에게 낙심천만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두 번째의 주요 목표인 태평양 함대 전함(戰艦-battleship)들은 진주만에 집결해 있었다.

*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그의 주특기를 포술에서 항공으로 바꿀 만큼 일본 해군 항공 육성에 공헌도 많았었고 세계사에서 해군 항공력의 시대를 연 주인공이지만 전함에 대한 미련을 아직 완전히 버리지 못했었다. 그는 항공모함대신 전함이라도 부수면 미 태평양 함대의 주력이 격멸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가 만약 미래 태평양 해전에서 전함의 시원치 않은 활약상을 정확히 예견했더라면 그는 전함 격침에 올인하지 않고 항만 시설과 유류 저장소 그리고 아홉 척이나 계류중인 잠수함들에 더 많은 타격력을 할애했을 것이다.

진주만에 정박중인 미 태평양 함대 전함들은 모두 8척으로서 캘리포니아, 메릴랜드, 테네시, 애리조나, 오클라호마, 웨스트버지니아. 펜실베니아, 네바다였었고 전함 다음의 가치를 가진 목표가 되는 중순양함은 헤레나와 호노룰루, 라리 등 세 척이었다.

6척의 항모 부대가 동원할 수 있었던 함재기는 말 한대로 총 399기였다. 이중에 360기가 두 번으로 계획 된 하와이 공격 제 1,2파를 구성할 것이고 48기가 항모 호위 임무가 주어질 예정이었다. 이 48기에는 제 1파 공격에서 돌아올 전투기 9기가 포함 된 숫자다.

진주만 공격 작전계획

공격은 두 번에 걸쳐서 실행될 것이었다. 기습의 효과를 업어 함대공격을 할 첫 번째 제1파(一波)공격이 주력 공격이고 두 번째 제2파(二波) 공습은 일차 공습에서 해치우지 못한 목표들을 분쇄하는 마무리 공격이었다. 1파의 97식 공격기들은 대부분 미국 전함 공격용 91식 항공 어뢰를 적재하고 있었다. 어뢰로서 타격을 가하고 발생하는 연기가 함체를 가리면 99식 함폭기로 연기 사이를 뚫고 급강하 폭격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이 어뢰들은 얕은 바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이었다.

조종사들은 우선적으로 가장 군사적 가치가 높은 목표를 타격하도록 명령 받았다. 최우선 목표는 항모나 전함이었다. 항내에 이런 최대 가치의 전투함이 없다면 차상위로 중요한 순양함이나 구축함을 타격하라는 것이었다. 99식 폭격기는 지상 목표를 타격하도록 계획되었다. 전투기들은 미리 항공기지를 급습하여 지상에 주기된 전투기들이 이륙하기 전에 모두 기총소사해서 격멸 해버리기로 하였다. 미군의 요격 가능성 제거는 일파 공격대의 공격전에 해치워버림에 특히 최우선 가능성을 두었다.

함재기들의 대규모 공격 전 두 기의 수상 정찰기가 순양함에서 이륙하여 오아후 섬 상공에서 정찰을 수행하고 항내의 미 함대 파악과 위치들을 미리 보고하게 되었다. 4기의 더 많은 정찰기들이 일 기동함대와 미 하와이 사이의 상공을 초계하며 이상 유무를 보고하도록 명령을 받았다.

특수 잠항정들의 기습

진주만에 공습이 가해지기 전 잠수함에서 발진한 특수 잠수정의 공격이 먼저 있었다. 하와이 공격에 다섯 척의 특수 소형 잠항정들이 동원되었다. 갑표적(甲標的)이라는 비밀 명칭으로 불리던 이 소형 잠항정은 일본 해군의 신종 무기였다.

두 명의 승조원이 운용하고 두 발의 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이 신무기는 잠수함으로 적지까지 운반되어 해중에서 은밀히 발진시키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야마모토 사령관은 안전한 귀환 가능성이 낮다고 잠항정 출동 작전을 재가 하지 않았으나 잠항정 부대 간부들의 세 번에 걸친 간청에 할 수 없이 재가한 것인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야마모토가 판단한대로 모두 귀환에 실패하였다. 특수 잠항정을 하와이에 침투시키기 위해서 다섯 척의 잠수함이 이 작전에 출동했다. I-22, I-16, 1-18, 1-20, I-24들인데 이들은 모두 특수 잠항정을 탑재하고 있었다.

이 특수 공격대의 사령관은 사사키(佐佐木 半九)대좌였다. 하와이에 침투할 정대의 대장은 이와사(岩佐) 대위였다. 각 잠항정의 탑승원들은 장교 한 명과 부사관 한명이었다. 잠항정을 탑재한 잠수함들은 1941년 11월 25일 일본 구레(吳) 해군 기지를 떠났다. 이들이 탑재한 특수 잠항정들은 탑재한 다섯 척의 잠수함들은 1941년 12월 7일 오전 01:00, 진주만 부근 10해리 해저에 도착해서 모두 잠항정들을 발진시켰다.

03:42분 잠망경을 해면에 노출하고 수중 침투를 하던 잠항정 한 척이 초계하고 있던 미국 소해정 콘돌에 발각되었다. 수상 선박 출현의 보고를 받은 구축함 와드는 경계를 강화하고 초계하다가 역시 잠망경을 올리고 진주만에 잠입하던 잠항정 한 척을 격침하였다.

다른 한 척이 포드 섬 북부로 침투하여 수상기 모함 커티스 함에게 어뢰 한 발을 발사했으나 불명중하고 되려 미 구축함 모네한에게 격침 당했다. 한 잠항정은 좌초하고 정장 사카마키 가즈오 소위는 헤엄쳐 탈출했다가 포로가 되었다. 그는 미군 최초의 포로로서 생활하다가 전후 귀국하여 도요타 자동차에 들어가서 브라질 도요다 자동차의 사장까지 되었다.

1999년 전문가들이 진주만 기습의 현장을 촬영한 한 사진을 판독한 결과 잠항정 한 척이 수중에서 전함 웨스트 버지니아에게 어뢰를 발사하는 장면을 포착하였다. 그 외에 잠항정의 어뢰 공격으로 오클라호마가 전복했다는 일부의 의견도 있으나 공식 확인 된 것은 아니다.

일본 해군은 한 잠항정이 진주만 내에서 대형 함에게 어뢰를 발사하여 피해를 주었다는 보고를 하고 실종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잠항정은 한 척도 돌아오지 못했고 사카마키를 제외한 9명이 전사했다. 일본 해군은 이들을 진주만의 9 군신(軍神)으로 신격화했다.

일본의 늦은 선전 포고문 전달

진주만 공격은 일본이 공식적인 선전포고를 하기도 전에 감행되어 세계의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 군부 본래의 음모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야마모토는 본래 선전 포고 30분 후에 진주만을 공습하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진주만 기습은 선전포고 전에 감행되었는데, 사정이 있었다.

일본은 공격 전날 무려 5,000단어에 달하는 선전 포고문을 암호로 해서 워싱턴 주재 주미 대사관에 송신하고 이를 다음날 진주만 공격 30분전에 미 국무부에 전달하라는 훈령을 내렸었다. 그러나 이는 극비로서 타이피스트 등에게 시키지 못하고 대사관의 이구치(井口 貞夫)원사관과 오쿠무라(奥村 勝蔵)일등 서기관 둘이서 밤을 세워 암호 해독과 서류 작성을 했지만 너무 시간이 걸려 예정 시간을 넘겨 버렸다.

선전 포고문은 공격이 시작되고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나 미국 동부시간 2시 20분 하와이 시간 오전 8시 50분, 노무라 요시지로 (野村吉三郎)주미 일본대사와 구루스 사부로 (来栖三郎) 특명 전권 대사에 의해서 극도로 분노한 미국 헐 국무장관에게 전달되었다.

결과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이 타국을 기습한 비겁한 국가라는 비난을 받았고 미국민을 격노시켜 반일사상과 대일본 복수 여론이 순식간에 퍼져 버렸다.

제 1 파 공격 - 도라! 도라! 도라!

1941년 12월 7일 오전 6시 진주만이 있는 오하우 섬 북방 230해리 해역에 도달한 일본 기동부대는 후치다 미쓰오 중좌가 지휘하는 공격대 183기를 발진시켰다.

영식(제로) 전투기 43기, 99식 함폭기 51기, 97식 함상 공격기 89기였다. 6기의 함재기가 기계적인 결함으로 출격하지 못하였다. 일본 1파 공중 공격대는 편대를 완성하고 오하우 섬으로 비행해갔다. 오하우 섬에서 방송하는 라디오 전파가 이들에게 진로의 참고가 되었다.

첫 공격 1파는 오아후 섬에 접근하면서 상공에 비행중인 미국 민간 경항공기 포함 항공기 몇 기를 공격해서 격추했다. 격추당한 비행기중 한 대는 경고 무선을 보내기도 하였다. 진주만 항구 입구 바다에 떠있던 함선 중에 몇 척이 상공에 이상한 항공기들이 접근하고 있는 것을 보고 육지에 알렸지만 이 정보를 확인한다고 꾸물대다가 공격이 시작되었다.

설마 그런 정보들로 적기 내습을 정확히 알았다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필리핀에서 맥아더 지휘의 미군은 9시간 전에 일본군 하와이 기습 정보를 알았지만 별다르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미군에게 이미 레이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일본 조종사들은 단 한기의 요격기도 보이지 않은 사실에 의아하기도 하였다.

12월 7일 7시 49분. 제 1파 공격대는 진주만 상공에 도달하였다. 99식 함상 폭격기를 조종하던 1파 공격대 지휘관 후치다 중좌는 각기에게 전군 돌격(도, 도, 도 신호의 연송(連送)의 명령을 했다.2)전 공격대가 돌격 태세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치다는 후방석의 미즈키(水木) 일등 병조에게 명령했다.

“미즈키, 타전하라! 도라, 도라. 도라를! “

기함 아카기에 진주만 기습 성공을 알리는 신호였다. 후치다는 전군에 돌격을 명령하고 자기도 전함 메릴랜드에 급강하 폭격을 가했다.

첫 공격파의 선두에서 비행을 리드한 일본 해군 항공대 공격기는 속도가 제일 느린 3인 탑승의 97식 공격기였다.공격의 선두에 선 97식 공격기들은 기습의 효과를 최대로 살려 최우선 목표인 전함들을 겨누었다. 반면 2인 탑승의 99식 급강하 공격기들은 오하우 섬에 있던 히캄 기지와 휠러 기지 등 여러 항공기지를 강타하여 요격기들을 격멸하고 제공권 확보의 임무를 가졌었다.

공격은 먼저 접근한 육상 목표에 먼저 가해졌다. 7시 55분 항모 쇼가쿠 비행대장 다카하시(高橋 赫一)소좌가 지휘하는 공격대가 저공으로 포드 섬을 엄습했다. 함대에 최초로 육박한 것은 어뢰를 탑재한 97식 육상 공격기였다. 어뢰로 먼저 공격하고 피격 당한 함에서 발생한 연기가 상공을 가리면 틈새를 노려 급강하 폭격으로 함을 공격한다는 공격전술이 이미 수립되어 있었다. 함대를 공격한 첫 탄은 18세의 모리 지조 병조장이 발사한 어뢰였다.

7시 58분 미 해군 항공대는 “진주만이 공격 받고 있다!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경보를 발했다. 8시 조금 지나 일본 가가 항모 공격대 97식 공격기가 투하한 800kg 폭탄이 전함 애리조나의 4번 포탑 측면에 명중하였다. 이어서 1번 포탑과 2번 포탑 사이의 우현에도 폭탄이 명중하였다. 애리조나는 전부(前部) 탄약고에 대폭발을 일으켜 침몰했다.

미군의 대공 방어

미군들은 아무런 방어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탄약고의 자물쇠는 잠겨 있었고 항공기들은 노천 계류장에서 날개 끝을 연이어 대고 밀집 주기하고 있었다. 하와이 일본인 교민 첩자의 침투 파괴를 염려했던 육군 항공대 사령관의 우둔한 감각의 결과였다. 진주만 상공에 붉은 일장기가 그려진 공격대가 쇄도한 다음에도 보고를 받은 간부가 조종사들이 독일인인지 확인하라고 얼빠진 소리를 했을 정도였다.

정보부서의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 미군부의 누구도 감히 일본이 대담하게 진주만을 기습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하지 못했다. 이런 태만은 일본기들이 진주만으로 접근하고 있던 먼 거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접근 비행을 하던 1파의 공격대는 오아후 섬 약 180km 떨어진 위치에 이르렀을 때 오아후 섬 북단 오파나 포인트 끝 산꼭대기에 배치한 미 육군 SCR-270 레이더에 탐지되었다. 비록 설치는 되었다 해도 당시 이 운영요원들은 아직 훈련 중이었고 레이더 기지도 정식 운용이 되기 전이었다. 즉 시험 가동 중이었다. 레이더를 운용하는 요원 상하(上下) 간부나 서투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정에 설치된 레이더의 조작병 조지 엘리엇 주니어 일병과 조셉 록카드 일병은 레이더 스크린에 무수히 뜬 반점들을 보고 레이더 탐지 센터에 새로 부임한 케르밋 타일러 대위에게 이를 보고했다. 그는 화면의 비행체들이 미 본토에서 날아오고 있는 6기의 B-17 폭격기들이라고 짐작했다. 공교롭게도 일본 함재기들이 들어오는 코스는 미국에서 날아오는 폭격기들의 코스와 몇 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아주 유사해서 그런 실수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비행체들 무리가 화면을 가득 채운 엄청난 크기의 규모라는 사실에 대해서 두 사병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화면을 가득 채운 비행 편대들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들이 수백 기의 항공기들이라는 사실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과 두 사병은 지금으로서는 필수적인 보고 사항인 레이더 화면을 항공기들이 온통 뒤 덮은 사실에 대해서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 공습 내내 미 함대의 대공 사격이 가능한 5인치 포는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단지 대공포의 1/4만이 대공사격을 했었고 육군의 31개 대공 포대 중 단 4개 포대만이 대공 사격을 했다.

그렇게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기습을 당했지만 영웅들이 탄생했다. 네바다 함에 남아있던 조 타우식 주니어 소위는 네바다를 몰고 바다로 나가려고 했지만 폭격에 다리를 잃고 말았다. 네바다는 함의 선임하사에 의해서 일부러 만 내에 좌초 되었다. 함대 구축함 알윈은 일본기 내습 때 단지 네 명의 장교들만 승함하고 있었다. 모두 해상 근무 1년 미만의 신출내기들인 소위들이었었다. 그들은 구축함을 바다로 몰고 나가 36시간이나 운용을 하였다. 36시간 뒤에야 함장이 돌아와서 임무를 넘겨주었다. 전함 웨스트 버지니아의 함장 메르빈 베니온은 부하들을 잘 지휘해서 대공사격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정박한 테네시에게 명중한 폭탄에서 튀어나온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글 : 김창원 | 전사연구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장교로 군 복무, 기갑부대 전차 소대장을 지냈다. ‘울프 독’이라는 필명으로 전사와 역사를 다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국방부 정책·정보 블로그(N.A.R.A.)에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 [공격 마케팅]이 있다

제공 :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진주만 공격] [1] 태평양 전쟁의 막이 오르다
[진주만 공격] [2] 도라! 도라! 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