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지난 3월 5∼6일간 인도에서 『자유·공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을 주제로 개최된 국제세미나에 FOIP에 대한 한국적 입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참석하였으며, 당시 미국 등 서방국가에서 세미나에 참가한 인도 군부 지도층과의 대화에서 인도와 한국 간 국가안보를 다루는 있어 유사한 점이 많고, 특히 이번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한국 국가안보에 교훈으로 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지난 2월 중순부터 터진 인도-파키스탄 분쟁은 단순한 국경 및 종교분쟁이 아니었다. 이는 재래식 전쟁의 시작이자, 종국적으로 핵전쟁으로 귀결되는 국지전으로서 이와 유사한 상황을 갖고 있는 한반도 안보에 귀중한 교훈을 주고 있었다.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1일 동안 인도-파키스탄 간 카슈미르 국경분쟁이 물리적 군사충돌로 확대되어 서남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긴장하였다. 이는 지난 2월 14일 파키스탄 지원을 받는 테러집단(JeM)이 카슈미르 지역 국경선(LoC) 인접에 있는 인도 풀와마 지역에 테러를 가하고 2월 26일에는 파키스탄 군부가 인도 민항기의 파키스탄 영공 통과를 금지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2월 27일에 인도 공군이 파키스탄 내 테러집단(JeM) 인식처가 있는 바라코트 지역에 대해 전격적인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을 실시하자, 양국 전투기 간 공중전(dogfight)이 발생하여 인도 공군 미라쥐 전투기 2대 격추되고 인도 공군 조종사 1명이 체포되는 『국지적 우발분쟁(skirmish)』 상황으로 발전되었다. 최근엔 인도사 파키스탄 F-16 전투기를 격추시켰다고 하여 미 국방부가 조사에 나서고 있다. 즉 서방 국가 전투기 간 교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 1947년 이후 8회에 걸친 크고 작은 양국 간 물리적 충돌 중에 가장 핵전으로의 확산이 큰 분쟁이었다. 이유는 인도군이 카슈미르 지역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을 선제타격하였고 이에 파키스탄 공군이 대응하여 치열한 공중전이 발생하였으며, 1971년 양국 간 카슈미르 지역 국경분쟁에서 인도군이 카슈미르 지역 국경선을 처음으로 넘은 국지전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월 1일에 파키스탄 정부가 포로로 잡은 인도 공군 조종사 아비난단 바르타만 중령을 전격 송환함으로써 긴장이 완화되는 국면을 보였으며, 현재는 양국 간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전이 전개되고 있다. 양국 모두 카슈미르 지역 분쟁에서 전술적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이러한 인도-파키스탄 분쟁은 한반도 안보와 다음과 같은 유사점이 있다.

첫째, 재래식 분쟁과 핵무기 경쟁의 병행이다. 핵과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인도-파키스탄 간 분쟁은 지난 70년 간 비무장지대에서의 군사적 긴장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따른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동시에 갖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둘째, 해당 지역만이 아닌 세계 이슈화이다. 인도-파키스탄 카슈미르 분쟁은 서남아시아만이 아닌,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이란 간 전략적 이해가 얽힌 복잡한 세계적 이슈이다. 한반도 역시 미국-중국 간 경쟁, 이해상관국과의 동맹 형성 그리고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 사실화 전략으로 동아시아만이 아닌 세계 안정과 평화를 좌우하는 현안으로서 인도와 동일성이 있다.

셋째, 파키스탄과 북한 간 유사성이다. 이들 양국 모두 국민경제 문제 해결 보다,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적 도움으로 겨우 가난을 모면하고 있다. 또한 양국이 세계 최대 빈국에도 막대한 예산이 요구되는 핵무기를 개발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북한과 파키스탄 간 은밀한 핵무기 협력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넷째, 국력이 우세한 국가의 자제력(restraint)으로 현상유지가 유지되고 있다. 인도는 1999년, 2001년 그리고 2008년의 파키스탄의 대(對)인도 테러에도 불구하고 인도군이 국경선을 넘지 않도록 엄격한 교전규칙을 적용해 양국 간 현상유지 체제를 관리하고 있다. 한국도 유엔사령부의 교전규칙을 엄격히 준수해 북한의 2010년 천안함 및 연평도 군사도발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보복을 자제함으로써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인도-파키스탄 분쟁 시 인도 정부의 변화된 강경대응과 공세적 군사전략은 제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로 불확실한 상황을 접하고 있는 현 한반도 상황에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인도의 강경 대응이다. 이번에 인도군은 인도 모디 수상의 지침에 따라 1971년 이후 처음으로 카슈미르 지역 국경선을 넘어 파키스탄 테러집단(JeM) 은신처에 대해 선제타격을 실시하여 기존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전략을 더 이상 고수하지 않았다. 즉 인도군이 그동안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가급적 카슈미르 지역 국경선을 넘지 않았으며, 군사적 도발이 있어도 보복적 군사작전을 하지 않는 소극적 입장이었으나, 지난 2월 27일의 선제타격은 파키스탄과의 핵전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인도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준 것이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4월 11일부터 약 한달 간 치려질 인도 선거를 고려한 인도 모디 수상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보나, 이번 대(對)파키스탄 강경대응은 인도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둘째, 공세적(offensive defence) 군사전략 채택이다. 1974년 인도의 ‘평화적 핵실험(peaceful nuclear explosion)과 1987년 파키스탄의 원자력임무(autominc mission) 달성으로 양국 간 핵경쟁이 도래되자, 인도는 국제사회 우려를 인식하여 파키스탄과의 군사적 충돌을 자제하는 방어적 군사전략을 채택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파키스탄 군부가 파키스탄과의 핵위기(nuclear brink)을 우려하는 전략적 인내를 역이용하여 지속적으로 저강도 군사적 도발을 자행하였으며, 이번에 인도 정부는 공세적 군사전략을 채택하여 지난 2월 27일 선제타격으로 파키스탄과의 핵공격 우려(nuclear impunity)를 불사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파키스탄에 시현하였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인도군이 교전규칙까지 개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긴장이 완화된 이후 지난 3월 7일에 인도 해군이 러시아제 아쿠라(Akura)-Ⅲ급 핵잠수함의 10년 임대계약을 체결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실제 이번 분쟁 기간 중에 파키스탄은 인도 잠수함이 파키스탄 영해를 침입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셋째, 인도의 대(對)파키스탄 외교적 압박의 성공이다. 과거엔 중동 이슬람 국가 모두가 인도-파키스탄 간 분쟁을 양국 문제로 국한하면서 개입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번 파키스탄 테러집단(JeM)을 우려하는 중동국가,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미국 그리고 파키스탄에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의해 대대적 산업기반시설 투자를 한 중국까지 매우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며, ‘이슬람국가 협력기구(OIC)’마저 파키스탄을 비난하고 심지어 북한까지 파키스탄의 테러지원 행위를 비난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특히 북한은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2월 14일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파키스탄의 테러지원 행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하였다. 더욱이 분쟁 기간 중 개최된 OIC에 인도 외무장관이 초청되어 기조연설을 하였으나, 주최국은 파키스탄은 초청되지 않았다. 이는 인도의 외교적 승리였다.

넷째, 미국의 역할 변화 이용이다. 그동안 미국은 인도-파키스탄 분쟁 발생에 적극적이었으나, 이번엔 미국은 인도와 중국 간 끼어, 적극적 중재 보다 양국 간 정보만 교환하면서 확전 방지에 주력하였으며 인도는 적절히 이를 활용하였다. 미국은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간에서 17년 동안 대(對)테러전쟁을 치르고 있어 만약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확대되면 미국의 아프간 대테러전쟁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미군은 탈레반 정부와 평화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아프간 주둔 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킬 계획을 구상하고 있어 이번 인도-파키스탄 간 분쟁에서 미국의 전략적 선택은 더욱 제한적이었다.

인도는 이 점을 적극 활용하였다. 2010년대 초반부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의 마라바르(Malabar)와 쿼드(QUAD) 훈련 등의 군사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미국이 파키스탄이 아프간 탈레반을 지원하는 것을 역이용하여 미국이 파키스탄 편을 들 수 없도록 하였다. 실제 지난 3월 8일자 『브롬버그(Bloomberg)』지는 이번 분쟁 중에 “미국은 인도와 파키스탄 각각에 상대국 군사정보만을 제공함으로써 확전을 방지하고 양국이 자위권(self-defence) 수준의 군사적 조치만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인도의 대(對)파키스탄 대응입장과 군사전략 변화는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첫째, 우리 정부의 대(對)북한 태도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였으며, 그 후유증으로 향후 북한 핵위협을 기존의 재래식 군사위협과 함께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문제를 떠받게 되었다. 해서 이제는 이번 인도 정부의 강력대응으로의 변호와 같이 우리 정부도 기존의 상호 win-win 전략과 같은 애매모호한 입장 보다, 인도가 파키스탄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존중하지 않으면, win or lose 입장에 선다는 것을 보여준 강경입장을 교훈으로 삼아 북한에게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도가 우려한 소위 ‘핵악몽(nuclear nightmare)’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우세한 국력을 바탕으로 파키스탄 테러집단(JeM) 은신처에 대해 선제타격을 실시한 사례를 향후 대(對)북한 협상전략의 레버리지로 삼아야 현 한반도 상황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Win-win 전략으로는 더 이상 진전이 어려우면, 더욱이 중재자 입장을 수행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둘째, 북한 문제를 우리만 고민하면 아니된다. 이번 분쟁에서 인도는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로부터 파키스탄의 테러행위에 대한 비난을 유도하여 파키스탄을 고립시키는 외교적 승리를 얻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직접적 대화와 평화정착 모드를 통해 북한 핵문제와 군사적 긴장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으며, 지난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까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이제는 우리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에 주변의 주요 이해상관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일본과의 전략적 동조를 소홀히 하면 아니 된다. 지난해 12월 동해상 우리 해군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간 갈등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인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그래도 인내하고 군사협력 관계만은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미국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인도는 변화된 미국의 입장을 잘 이용하였다. 특히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Trump's America)’은 우리가 경험한 과거의 미국이 더 이상 아니다고 지적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정상회담과 기지회견 내용 이외는 변화된 것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북한 김정은 정권 체제 보장 차원에서 지난 70년간 실시하였던 연합훈련이 중단되고 변형된 대체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이러니하게 연합훈련 중단을 트럼트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었으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한미 군사동맹 강화 등의 구술적(口述的) 구호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지난 제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의도를 잘못 읽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해 어떻게 하겠지, 아니면 2020년 재선에 실패하여 다음 정권이 해결하겠지 하는 안일한 대처는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이후 미국도 트럼프 이전의 미국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넷째, 군사적 대비책 강구이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 핵위협 대비를 재강조하나, 대부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그저 한미 동맹 강화 및 전술 핵무기 재배치 정도만 언급하는 수준이다.

이제는 기본으로 되돌아가서 냉정하게 군사적 대응 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 더욱이 개념없이 완충지대(buffer zone) 확장 차원에서 신뢰를 구축하자고 작년에 체결한 『9/19 남북한 군사합의서』에 대해서만 비난하고 있으면 실기(失機)한다. 이참에 인도와 같이 방어적 군사전략을 공세적 군사전략으로 개선하여 파키스탄에 강력한 대응의지를 보여 기선을 제압한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군사전략과 교전규칙(RoE)을 개정하여 우리 군만은 현 정부의 평화만들기 국면에서 있을지도 모를 북한군부의 국지적 도발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인도의 전략적 인내를 역이용하여 이번 분쟁을 일으킨 파키스탄 군부와 같이 북한 군부가 오판을 하지 않도록 미리 대처해야 한다.

사실 어쩌면 김정은도 이를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대화에 의해 소외감과 불만을 갖고 있는 북한 군부가 전세 만회를 위해 김정은에게 국지도발을 주장하더라도 김정은이 우리 군의 강력대응 태세 유지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 이번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군부 조종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전(前) 크리킷 선수였던 임란 칸 수상이 이번 분쟁 시 인도의 선제타격을 명분으로 피키스탄 군부의 추가대응 압력을 자제시킨 것으로 외신들은 평가하고 있다. 우리 군의 공세적 군사전략 채택이 북한과의 평화 만들기에서 장애요인이 아닌, 협상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다.

궁극적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 2월 27∼28일 간 카슈미르 국경분쟁에서 인명 손실과 전력 피해 산정 등에 따른 전장에서의 승패 선택 보다, 전략적 승리를 주장하는 설전(舌戰)을 하였다. 지난 3월 3일자 영국 『가디언(Guardian)』지는 “이번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교전 동영상 등의 실질적인 증거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 점은 양국 모두 국내 정치적 이해를 고려하여 확전을 바라지 않는 입장이 작용한 것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지난 2월 27∼28일 간 베트남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가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27일 인도의 대(對)파키스탄 강격대응 소식을 접하고, 당시 어설픈 핵무기로 전면적 경제제재 해체를 주장하는 김정은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떠했는가를 가름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이제는 우리 정부가 변화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