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MIL 쉼터
동태찌게
밥상에 동태찌개가 올라왔습니다. 고로 오늘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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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이 너그러운 사람이며 또 미감이 둔한 사람입니다.
입이 너그럽다함은 무슨 음식이든지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기 때문이며, 미감이 둔하다 함은 맛있는 음식을 기억하고 찾아다니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지요....저는 맛을 찾아 특정 음식점을 찾아간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오직 하나...동태찌개에 대해서만은 그 맛을 탐하고 언제라도 즐겨하지요...."내 미각의 리미트는 동태찌개로다.."
초등학교 시절에 아버님을 여의고 중학교에 들어간 시절은 여러가지로 매우 어려웠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동회에서 배급받아온 밀가루에 이스트를 섞어넣은 후 커다란 찜통에 넣어 빵을 만들어 먹었죠.
요즘도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옆에서 "옥수수 빵" 이라는 노란 빛깔의 큼직한 수제 빵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집에서 만든 빵이 그와 흡사했습니다. 가끔 빵에 질리다보면 제공되는 다음 레파토리가 수제비 였죠....언젠가 학교에서 돌아와 솥을 열어보니 지겨운 수제비가 가득하기에 내딴에는 뭔가 맛에 변화를 주려고 당원(감미료)을 집어넣었다가 어머님께 혼줄이 난 기억이 생생하군요.
<불우학생 대표>
어느 월요일 조회에서 연단에 서신 교장선생님이 내 이름을 호명했습니다.....이런 영광이...단상에 올라 전교생의 눈길을 받으며 몸둘바를 몰라하는데 교장선생님이 쪽지를 낭독하시더군요.
"불우한 친구들을 도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불우학생 대표 김바사에게 ....우리의 정성을 전한다...."
불우학생 대표라... 이건 뭐... 공부를 잘해서 받는 상품도 아니고.
나는 입이 너그러운 사람이며 또 미감이 둔한 사람입니다.
입이 너그럽다함은 무슨 음식이든지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기 때문이며, 미감이 둔하다 함은 맛있는 음식을 기억하고 찾아다니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지요....저는 맛을 찾아 특정 음식점을 찾아간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오직 하나...동태찌개에 대해서만은 그 맛을 탐하고 언제라도 즐겨하지요...."내 미각의 리미트는 동태찌개로다.."
초등학교 시절에 아버님을 여의고 중학교에 들어간 시절은 여러가지로 매우 어려웠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동회에서 배급받아온 밀가루에 이스트를 섞어넣은 후 커다란 찜통에 넣어 빵을 만들어 먹었죠.
요즘도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옆에서 "옥수수 빵" 이라는 노란 빛깔의 큼직한 수제 빵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집에서 만든 빵이 그와 흡사했습니다. 가끔 빵에 질리다보면 제공되는 다음 레파토리가 수제비 였죠....언젠가 학교에서 돌아와 솥을 열어보니 지겨운 수제비가 가득하기에 내딴에는 뭔가 맛에 변화를 주려고 당원(감미료)을 집어넣었다가 어머님께 혼줄이 난 기억이 생생하군요.
<불우학생 대표>
어느 월요일 조회에서 연단에 서신 교장선생님이 내 이름을 호명했습니다.....이런 영광이...단상에 올라 전교생의 눈길을 받으며 몸둘바를 몰라하는데 교장선생님이 쪽지를 낭독하시더군요.
"불우한 친구들을 도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불우학생 대표 김바사에게 ....우리의 정성을 전한다...."
불우학생 대표라... 이건 뭐... 공부를 잘해서 받는 상품도 아니고.
여하튼 학교와 학우들의 정성으로 제공된 밀가루 두 포대를 몇몇 친구들이 집에까지 날라다 주었는데...녀석들의 뒤를 따라가면서 나의 철없는 생각은 두 갈래로 가지를 치더군요..
"이상하다...나보다 더 가난한 녀석들이 있을텐데..." 하는 생각과
<더 가난한 정남이>
내가 나보다 더 가난한 녀석으로 점찍은 놈이 정남입니다.
이 녀석, 몸집은 작고 붙임성이 있는 녀석.. ..전라도 어디에선가 올라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약수동 언덕 꼭대기 판자촌에서 산다는 이 녀석은 어느모로 보나 나보다 더 가난해 보였기로 내가 밀가루 두 포대를 챙긴 것이 마음에 큰 부담이었죠...
"선생님이 녀석보다는 공부를 잘하는 나를 편애하셔서 그러셨을꺼야..."
어느 날, 방과후에 정남이는 나에게 자기집에 놀러가자며 팔을 당겼습니다...
녀석과 나는 모두 아버님을 여의었다는 동질감이 있기로 잘 어울리고 있었지요.
정남이의 집은 약수동 언덕 꼭대기에 검정 콜타르를 대충 바른 판자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우리집은 밤에만 전기가 들어와"
전깃불도 들어오지않는 컴컴한 방에서 잠시 떠들다가 마당으로 나와보니 와...전망좋더군요...서울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습니다.
<동태찌개>
한참을 지나 약수동 시장에서 행상을 하신다는 정남이 어머님이 돌아오시고 아직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에 저녁상이 들어왔습니다.
오! 맙소사! 동태찌개!...밥상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냄비속에 커다란 동태가 가로누워 있었습니다.
집에서 찜통으로 만든 이스트 빵과 수제비만 장복하던 나에게 이 동태찌개 맛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던 것이지요.
어두워진 후 그의 집을 나서 우리집, 왕십리를 향하여 터벅터벅 걸어갔습니다.
마음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어떤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죠.
밀가루 사건으로 정남이에 진 마음의 빚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요.
"저렇게 동태찌게도 먹는 집이라면 수제비만 먹는 내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겠구나."
지금도 동태찌개를 대하면 그 기억이 새롭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정남이와는 연락이 끊겼는데 동태찌개에 대한 기억이 살아있는 한 녀석에 대한 기억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깃불도 들어오지않는 컴컴한 방에서 잠시 떠들다가 마당으로 나와보니 와...전망좋더군요...서울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습니다.
<동태찌개>
한참을 지나 약수동 시장에서 행상을 하신다는 정남이 어머님이 돌아오시고 아직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에 저녁상이 들어왔습니다.
오! 맙소사! 동태찌개!...밥상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냄비속에 커다란 동태가 가로누워 있었습니다.
집에서 찜통으로 만든 이스트 빵과 수제비만 장복하던 나에게 이 동태찌개 맛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던 것이지요.
어두워진 후 그의 집을 나서 우리집, 왕십리를 향하여 터벅터벅 걸어갔습니다.
마음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어떤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죠.
밀가루 사건으로 정남이에 진 마음의 빚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요.
"저렇게 동태찌게도 먹는 집이라면 수제비만 먹는 내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겠구나."
지금도 동태찌개를 대하면 그 기억이 새롭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정남이와는 연락이 끊겼는데 동태찌개에 대한 기억이 살아있는 한 녀석에 대한 기억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 짜투리 글 *******************
1. 이 동태찌게의 문제는 제게 하나의 컴플렉스로 굳어있습니다.
뭐랄까.. 동태찌게보다 비싼 음식에 대한 거부반응이죠.
그 동태찌게 사건이후에 내 마음은 풍족한 삶을 "동태찌게를 마음대로 먹를 수 있는 삶" 으로
"나" 의 허락도 없이 정해논 것이지요.
비싼 음식을 대하게되면 (더구나 음식 값이 너무 비싸면) 내 추억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나의 심리가 옳다는 것은 아니며 유년의 가난이 한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경계를 만드는가에
대한 체험적 토로라 할 것입니다.
-
- 광야의 늑대 (218.145.xxx.xxx)
- 2015-01-24 14:54:49
- 왕십리.
그 옛날에는 전동차가 다녔었는데.
오스카 극장 앞에서 써커스를 봤던 기억이...
-
- 광야의 늑대 (218.145.xxx.xxx)
- 2015-01-24 15:00:08
- 수제비 제대로 끓이면 맛있는데 요즘은 서울시내에서 수제비집이 다없어져서 먹을 곳이 없습니다.
옛날에는 동태찌개가 모두 국산 생태였었는데 지금은 모두 북태평양에서 잡은 커다란 냉동명태, 맛이 차이가 있습니다.
동태찌개에는 필히 무우가 들어가야합니다.
요즘은 염분을 줄여야한다고 해서 찌개 잘먹지도 않고 먹게되더라도 국물을 덜 먹게 됩니다.
-
- 열네소초 (218.145.xxx.xxx)
- 2015-01-24 15:18:39
- 명천 태생 명태공은
한기가 느껴지는 겨울에 제격이라.
성질은 사나워
간 가질러 온 별주부만 못하고
백사장에 드러눕는
향유경공과도 거리가 크더라.
팔색조 모양으로
이리저리 낯바꾸기 대가라서
어린놈은 노가리요
까뭇하면 북어,
구덕하면 코다리,
푸석하면 북어포
죽은 놈 얼려 녹여 반복으로 괴롭히면
이마에 이름 붙여 진부령 황태란다.
잡을 때도 격이 달라
낚시질은 조태,그물질은 망태
봄이 오면 춘태,가을날에 추태
생물이니 생태,얼렸더니 동태
알을 빚어 명란이
단장 꺼내 창란이
과음 후 내장탕에
애가 둥둥 떴길래
숟가락으로 잘 걷어서
친구에게 애 먹인다.
-
- 김바사 (218.145.xxx.xxx)
- 2015-01-24 15:42:34
- 열네소초님, 마치 동태찌게라는 글이 올라올 것에 준비라도 해 두셨다는듯이 글값(!)을 주시네요. ^.^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열네소초님의 시를 따로 모아두신 방이 있으신지요?
있으시면 찾아가 읽어보고 싶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추가로.... 주저주저 하면서 자유게시판에 글 올려보았는데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 뵙게되어 감사합니다.
올리는 글들이 예전에 써 둔 글이라 몇년을 묵은 글들입니다.
요즘 몸 상태가 별로 좋지를 못해서 새로 글을 쓰려고해도 집중할 에너지가 딸립니다.
몸이 좀 회복되면 이 시대를 따라가는 글들도 만들어보고 싶군요.
-
- 김바사 (218.145.xxx.xxx)
- 2015-01-24 15:47:48
- 열네소초님,
아주 오래전에 인터넷 한국일보에 정보동호회라는 공간이 있었고 거기에 저도 글들을 종종 렸습니다.
그곳에 "박수부대" 라는 시인이 계셨는데... 이 분이 "창작과 비평" 공간에 들어가서도 대단한 논쟁을 하시더군요.
그 분의 시에는 성(性)적인 묘사가 아주 진하게 나타나서... 선비기질인 제가 무척 껄그러워한 기억도 나고요.
그래도 저와는 건전한(?)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혹시 이 분에 대하여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세월이 흐르니 안부가 궁금합니다.
-
- 김바사 (218.145.xxx.xxx)
- 2015-01-24 15:50:26
- 광야의 늑대님,
그 추억의 기동차를 그리워하며 그 행적을 따라간 글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유년시절에 오스카 극장에서 디즈니의 에니메이션 "신데렐라" 와 프랑스 영화 "즐거운 풍선여행" 을 보았지요.
-
- 노루발 (218.145.xxx.xxx)
- 2015-01-24 16:04:47
- 뱃살좀 빼볼까하고 덴마크 다이어트 일주일째입니다.
동태탕 한그릇에 훅 보내버리는 군요.
아~~~ 클릭하지말걸....
-
- 김바사 (218.145.xxx.xxx)
- 2015-01-24 16:17:13
- 노루발님, 그렇다면 위의 "월하의 공동묘지"를 권합니다.
으스스함이 체중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임상결과가 머지않아 나올겁니다. ^.^
-
- 열네소초 (218.145.xxx.xxx)
- 2015-01-24 18:34:07
- 김바사님!
등단은 소시적 꿈일 뿐 삶이 이야기니 즐깁니다.
글을 주고 받아야 선비고
마음을 주고 받아야 동지고
눈빛만 보아도 안다면 한몸 아니겠습니까?
무릇 넷바다에 쓰레기부터 호박 보석이
둥둥 떠다니니 동색을 만나 즐기고
타색을 만나 반성하며 변색을 만나면
조심하면 되지요.
커피 글은 다듬어 놓은 것이고
나머지는 즉흥이라 거칠거칠 합니다.
저 또한 이렇게 쓴 글을 다시 다듬고는 합니다.
저의 유일한 팬과 독자는 제 달링입니다.
밴드를 단 둘이 하는데
밴드 이름이 그대 그리고 나 입니다.
글은 그곳에만 있습니다.
시간 나는대로 글 값으로 올릴테니
추억 듬뿍 주소서.
-
- 산도끼 (218.145.xxx.xxx)
- 2015-01-24 19:12:55
- 김바사님 글은 참 정감이 듬뿍 들어 있어요.
읽기도 좋고요.
가난도 추억이고, 부끄러움도 '그런 일이 있었지...'고...
힘든 것들을 각 개인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대한 포근한 대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힘든 시기에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