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변경에서 무기 도입까지 큰 변화 추구

최현호 밀리돔 대표/군사칼럼니스트

일본의 국방정책이 중국과 북한을 이유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GDP 대비 1%를 넘은 국방비는 2%까지 늘릴 예정이며, 무기체계도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변화를 예고했다. 방위 장비 도입에서도 자국 제품만 고집하지 않고 외국 제품을 선정하는 등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본 국방정책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일본이 그동안 지켜오던 전수방위 정책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까지 갖추는 공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2022년 12월 10일 연설에서 일본의 방어 능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엄중한 안보 환경에서 가장 시급한 도전이라고 말했다.(Colin Clark, “‘Breakthrough’ Japan strategy eyes China threat, drives huge defense changes”, breakingdefense.com, 2022.12.16.)

총리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 2027년까지 국방비에 5년간 42조 엔(미화 3,140억 달러)을 투입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국방비를 달성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일본의 국방비는 2018년 GDP의 1%에서 점차 올랐고, 2021년에는 GDP의 1.1%로 올랐다.

일본의 국방정책 변화는 3대 안보 문서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그리고 방위력 정비계획에도 포함되어 있다.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외교·방위 기본 지침을, 국가방위전략은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 방향을, 그리고 방위력 정비계획은 구체적인 방위 장비의 조달 방침 등을 각각 담고 있다. 이 문서들은 2013년 처음 채택되었고, 2022년 12월 17일 개정되었다.

일본은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면서 반격 능력 도입을 명시했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에 대해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 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이 행해진 경우, 무력행사 3 요건에 근거해 그런 공격을 막기 위한 부득이 한 필요 최소한의 자위 조치’라고 규정했다. 반격 능력의 도입은 사실상 일본이 고수해 온 전수방위 원칙을 폐기하는 것이다.(“일본 3대 안보문서”, 시사 상식사전, 네이버, 최종 수정일 2023.2.9.)

자위대 지휘 체계도 변화하는데, 2027년까지 우리나라와 미국의 합동참모본부와 같은 중앙 집중적인 지휘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함께 상설 공동사령부를 창설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본이 도입할 장거리 반격 능력을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지휘 통제 능력을 미국의 도움으로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국방정책 변화의 주요 원인은 대만 문제를 두고 연일 공세를 높이고 있는 중국,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 그리고 일본과 북방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다.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대비하기 위해 태평양에서 호주와 일본이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촉구해 온 미국은 일본의 전략 변화를 환영했다. 일본이 개정된 3대 안보 문서를 발표한 직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일본이 새로운 안보 전략을 채택하면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고 방어하기 위해 대담하고 역사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방위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일본의 목표도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할 것이라면서 환영했다.(“Statement by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on Japan’s Historic National Security Strategy”, whitehouse.gov, 2022.12.16.)

일본은 중국의 공세에 대비하여 오키나와현을 포함하는 난세이 제도에 자위대 병력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가고시마현 아마미 오시마, 오키나와현의 본섬, 미야코섬, 그리고 이시가키 섬의 네 곳에 육상자위대 지대함과 지대공 미사일부대를 배치하고, 부대 주둔에 필요한 막사, 탄약고, 훈련장 등이 들어선다. 2023년 3월 17일에는 이시가키섬에 대함 및 대공미사일이 운반되었다.(Chris Lau, “Japan moves missile capable troops into remote island base as regional tensions rise”, cnn.com, 2023.3.17.)

2021년 3월에는 원격지 섬을 방어할 전자전 부대도 큐슈 남부 구마모토현의 캠프 켄군(Camp Kengun)에 창설되었다. 육상자위대는 이 부대 외에도 홋카이도의 캠프 루모이, 도쿄와 사이타마 사이 경계에 있는 캠프 아사카, 나가사키의 캠프 아이노우라, 가고시마의 캠프 아마미 그리고 오키나와의 캠프 나하와 바이스 캠프 치넨에 추가로 6개 전자전 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다.(Kosuke Takahashi, “JGSDF forms new EW unit to defend Japan’s southernremote islands”, janes.com, 2021.3.30.)

전자전 부대는 전자 정찰을 수행하고 적의 지휘통제 및 통신(C3) 네트워크를 저하시키도록 설계된 특수 장비를 갖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부대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적의 해군 및 공중 통신 및 레이다 신호를 감지하고 식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이 정보를 사용하여 육상자위대의 자체 통신 링크를 보호하면서 적 레이다 및 미사일 탐색기를 방해한다.

캠프 켄군에 창설된 전자전 부대는 사세보의 캠프 아이노우라에 있는 상륙신속배치여단(ARDB)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ARDB는 중국과 대만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일본이 통제하고 있는 오키나와현의 센카쿠/다오위다오 열도를 포함하여 남서부의 난세이 제도를 방어하는 일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 3월 창설되었다.

2022년 11월에는 항만이 없는 난세이 제도에서 군사작전을 위해 이동식 항구를 개발하여 배치한다는 결정도 내려졌다.(Ryo Nemoto, “Japan eyes portable harbors to help defend southwestern islands”, nikkei.com, 2022.11.7.) 사키시마섬도 공항 활주로를 개조하여 자위대 F-35 전투기를 수용하고, 요나니구섬의 항구를 확장하여 해상자위대의 대형 함정이 정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developments eyed at air, sea ports in Okinawa Pref. to accommodate SDF aircraft, vessels”, yomiuri.co.jp, 2022.12.13.) 3,000m 길이의 활주로가 있는 시모지섬 공항도 항공자위대 전투기 배치를 위해 이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Japan Air Self-Defense Force Move Mitsubishi F-15J Fighters to Miyakojima Islands”, militaryleak.com, 2021.11.9.)

새로운 사업은 처음으로 해외 업체의 참여가 허용되면서 미국의 제너럴다이나믹스 랜드시스템(GDLS)과 핀란드의 파트리아가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과 경쟁했다. 2022년 12월, 파트리아의 AMV 8X8 차륜형 장갑차가 선정되었다.(“Patria AMVXP 8x8 vehicle selec-ted by Japan as a new Wheeled Ar-mored Personnel Carrier(WAPC) for Japan Ground Self-Defense Force”, patriagroup.com, 2022.12.9.)

일본이 외국산 차량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긴급 소요로 호주에서 부시마스터 장갑차 8대를 도입했고, 2016년에는 섬 방위를 목적으로 미국 BAE 시스템즈에서 상륙장갑차 AAVP-7 58대를 도입했다.(Franz-Stefan Gady, “Japan’s Military to Get New Assault Amphibious Vehicles”, thediplomat.com, 2016.4.12.)

최근 도입이 시작된 19식 차륜형 자주포는 발사 반동 등을 견딜 자국산 차량이 없었고, 비용 절감을 위해 독일 MAN의 8X8 트럭 차체를 사용했지만, 이런 경우는 도입 수량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차륜형 장갑차처럼 주력 장비를 외국산으로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