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 통신 등 위성을 보완할 수단으로 다시 관심 집중

최현호 밀리돔 대표/군사칼럼니스트

[사진 1] 미 공군 U-2 정찰기에서 본 중국의 성층권 관측기구

미국 상공을 침범한 중국의 관측기구로 인해 성층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군사적 활용을 위한 움직임들이 일부 있었지만, 그동안 관심이 덜했던 이 영역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성층권의 특징과 성층권을 비행할 수 있는 비행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중국이 보낸 정찰용 기구가 미국 영공을 침범하면서 성층권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성층권은 대기권을 구성하는 네 가지 층 가운데 하나다. 대기권은 고도에 따라 지상에서 고도 12km 정도까지로 여러 가지 기상현상이 일어나는 대류권, 그 위로 고도 50km까지 성층권, 그 위로 고도 80km지 중간권, 그 위인 열권으로 나뉜다.

[사진 2] 대기권을 구성하는 네 가지 권역

성층권이 시작되는 고도는 위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극 지역에서는 7km 정도로 낮고, 적도 지역에서는 20km 정도로 높아진다. 성층권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흡수하여 가열되기 때문에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온도 분포가 열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대류권에서 발생하는 대류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대류권과 맞닿은 성층권 계면에서 강한 바람이 불고, 그 위로 갈수록 바람이 약하게 분다.

성층권 계면에서 부는 강함 바람은 항공 운항에 영향을 주는 제트기류다.

성층권은 일반적으로 항공기가 비행하기에는 높고, 인공위성이 머물기는 낮은 고도다. 현재 운용중인 유인기체 중 성층권을 비행할 수 있는 기체는 최고 비행고도가 약 24km인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인 U-2뿐이다. 퇴역한 유인 초음속 정찰기인 미국의 SR-71은 최고 비행 고도가 26km 정도다. 고고도 장기체공(HALE) 무인기인 RQ-4 글로벌호크는 최고 비행고도가 18km 정도다.

[사진 3] 성층권 비행선이 받게 되는 다양한 영향들

전투기를 동원한 요격도 공기가 희박하여 제트 엔진을 가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고도 제한이 있다. 미국은 중국의 정찰 기구가 미국 동부 해안 상공에 들어서자 최고 비행고도가 20km 정도인 F-22 전투기를 보내 단거리 미사일로 격추했다.

요격 미사일도 대부분 성층권 하층에만 도달할 수 있다.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고도 약 24km,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 아스터-30은 고도 약 20km 정도까지 교전이 가능하며, 러시아의 S-400도 대부분의 미사일이 고도 20~30km까지 요격할 수 있다.

즉, 탐지 수단만 뒷받침된다면 대부분의 대공미사일이 도달할 수 있는 고도보다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통신 중계, 환경감시, 해양 감시, 미사일 방어망용 감시체계 등 다양한 임무를 장시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그동안 과학 관측용 기구의 영역이었던 성층권에 대한 군사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성층권 기구도 기상 관측용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정찰용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민군 기술 융합을 추진하고 있어 순수한 과학 기술 목적이라는 발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중국의 주장에 대한 의심은 중국군의 과거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2018년 중국군 공식 매체인 PLA Daily 기사에서 성층권에서 열권에 이르는 영역을 ‘현대전의 새로운 전장’이라고 불렀다.

이에 앞서 2016년에는 “현재와 앞으로 오랫동안 대다수의 방공 무기는 근거리 우주에 있는 목표물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성층권에서 열권에 이르는 영역을 “신속하고 장거리 공격을 위한 중요한 침투 채널”로 규정했다. 2018년 중국 관영 매체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한 고고도 기구 실험을 보도했다.(Kelly A. Grieco and Maximilian K. Bremer, “Weaponized balloons challenge US air superiority – quite littorally”, defensenews.com, 2023.3.7.)

[사진 4] 진행되었거나 진행중인 성층권 비행선 프로젝트들

군사적 목적으로 성층권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중국만이 아니다. 2022년 7월, 미 국방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 추적을 위한 성층권 비행선에 대해 연구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2019년부터 마약 밀매를 잡기 위해 고안된 COLD STAR(Covert Long-Dwell Stratospheric Architecture)라는 성층권 기구 프로젝트가 알려졌는데, 최근 미 국방부로 이관된 것이 확인되었다. 미 국방부는 기밀 사항이라는 이유로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Lee Hudson, “U.S. military’s newest weapon against China and Russia: Hot air”, politico.com, 2022.7.5.)

프랑스 국방부도 최근 성층권에 관심을 보였으며, 성층권 외에 중간권과 열권까지 포함한 고공역 운영(HAO : Higher Airspace Operations)을 염두에 두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는 HAO에 대한 공식적인 요구는 없지만, 업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군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Christina Mackenzie, “France considering options for ‘unexploited’ higher airspace region”, breakingdefense.com, 2023.1.13.)

영국도 성층권에서 운용할 기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2021년 12월 실시간에 가까운 성층권 무인 통신 및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위한 프로젝트 에테르(Project Aether)를 발표했다. 프로젝트 에테르는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9개월간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Gareth Jennings, “UK launches Project Aether for stratospheric global comms, ISR”, janes.com, 2021.12.10.)

2022년 8월, 미국의 시에라 네바다(SNC)는 영국 국방부에 프로젝트 에테르를 위해 성능을 시연할 성층권 기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관련 업체들의 대응이 발표되고 있다.(Catherine Buchaniec, “UK to test Sierra Nevada’s high-flying spy balloons”, defensenews.com, 2022.08.12.)

성층권은 제트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는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성층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헬륨이나 수소를 사용한 기구(풍선)나 비행선, 그리고 태양광 비행기가 있다. 그리고 성층권에서의 비행은 목표 고도에 도달하는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인간이 탑승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인화 되어야 한다.

성층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비행체로는 먼저 기구(balloon)를 꼽을 수 있다. 풍선으로도 불리는 기구는 내부에 프레임이 없고, 헬륨과 수소 같은 부력용 가스가 기낭에 가득 차 있는 형태의 비행체다. 기낭은 매우 얇은 두께의 폴리에틸렌 같은 가스 누출을 차단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진다. 기낭 아래에 각종 임무 장비와 전력 발생용 태양 전지판 등을 매달게 된다.

[사진 5] 성층권 기구 구성도

미국이 격추한 중국 기구가 성층권 기구에 속한다. 성층권 기구는 기상과 우주 관측, 미세 운석 입자 수집, 우주 광선 연구, 자기장 관측 등 과학적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성층권 기구는 위성에 비해 운용비용이 100분의 1 정도로 저렴하며, 언제든 회수와 재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상에서 성층권으로 기구를 보내는 것에는 날씨와 장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이유로 추락해도 피해가 적은 지역에서 띄워야 한다.(“하늘 위 실험실 성층권 풍선 뜬다”, 동아사이언스, 2020.12.4.)

군사적 용도를 위한 성층권 기구를 이용한 프로젝트로는 미 국방부로 이관된 COLD STAR를 꼽을 수 있다. 이 외에 2017년부터 나토가 추진하고 있는 BALSAR 프로젝트가 있다.

BALSAR는 고고도 기구 탑재 합성개구 레이다(high-altitude balloon-borne synthetic aperture radar)의 약자다.(“NATO Science presents:High-altitude balloon-borne radar”, nato.int, 2020.11.25.)

기구와 비슷한 것으로 비행선(airship)이 있다. 비행선은 기구처럼 부력 가스로 부력을 얻지만, 기구와 달리 이동을 위한 추진 장치를 가지고 있다. 형태적으로도 기구는 일반적으로 둥글지만, 비행선은 원통형인 경우가 많다.

기구 표면에 전력 발생을 위한 태양 전지를 부착하고, 추진 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람이 약한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도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 ISR, 통신 중계 등의 임무에 적합하여 ‘의사 위성(pseudo-satellite)’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성층권 비행선은 최근 떠오른 기술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위성의 보완재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취소되었고 현재는 극히 일부만 유지되고 있다.

최근 진행중인 성층권 비행선은 프랑스·이탈리아의 합작 항공우주 업체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가 2016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스트라토부스(Stratobus)가 대표적이다. 스트라토부스는 길이 100m 이상, 직경 33m, 중량 5톤, 탑재 중량 250~450kg으로 계획되었고, 고도 20km에서 최대 5년간 체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6] 탈레스 알레니아의 스트라토부스 성층권 비행선 컴퓨터 그래픽

2020년 1월, 프랑스 국방부는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와 스트라토부스를 감시 및 정찰 임무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스트라토부스는 2023년 말 비행 시제품의 비행 시연을 예정하고 있다.(“Stratobus Autonomous Stratospheric Airship”, airforcetechnology.com, 2020.1.23.)

부력 가스를 사용하는 기구와 비행선 외에 성층권 비행이 가능한 비행체로 태양광 무인기(solar UAV)가 있다. 성층권 드론으로도 불리는 태양광 무인기는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진 넓은 주익을 가진 기체에 필름 형태의 태양 전지와 배터리를 가진 형태가 대부분이다.

추진력은 태양전지나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으로 전기 모터를 가동하여 얻는다. 기체 중량 대비 탑재 중량이 많지 않지만,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영국 BAE 시스템즈의 PHASA-35, 유럽 에어버스의 제피르(Zephyr), 보잉 팬텀웍스의 솔라 이글(Solar Eagle), 구글의 스카이벤더(Skybender)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다.(Dricus De Rooji, “Top 8 Solar Powered Drone (UAV) Developing Companies”, sinovoltaics.com, 2015.7.9.)

[사진 7] 에어버스의 제피르 태양광 무인기

우리나라도 태양광 무인기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KARI)이 개발한 EAV-3는 2020년 8월, 국내 최장 기록인 53시간 연속 비행에 성공했다.(“영원히 나는 꿈의 무인기 한 발짝 성큼...국산 무인기 이틀 동안 날았다”, dongascience.com, 2020.8.26.) EAV-3 개발에서 얻는 기술과 경험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총사업비 375억 원을 투입하여 20kg 이상의 임무 장비를 탑재하고 성층권에서 30일 이상 장기 운용이 가능한 상시 재난 감시용 성층권 드론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불 등 재난 감시 ‘태양광 무인기 개발사업’ 본격 추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2.3.21.)

이상으로 최근 관심이 집중된 성층권의 군사적 효용성과 성층권에서 이용할 수 있는 비행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성층권은 그동안 군사적 용도에서 대류권과 우주 사이에 있는 틈새로 여겨졌지만, 최근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북한의 성층권을 이용한 회색지대 전략에 어떻게 대응하고, 우리 국방을 위해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