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 다음 주역은 군함? 美가 눈독 들이는 이유
[유용원의 군사세계] 세계 시장서 주목받는 K군함
입력 : 2023.07.13 03:00


‘이들은 아마도 세계 최고의 군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산이 아니다(These may be the world’s best warships. And they’re not American).’

미 CNN이 지난달 초 보도한 특집 기사 제목이다. CNN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중국의 함대를 따라잡는 방법으로 한국과 일본을 거론하면서 우리 해군의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세계 최고 함정 중 하나로 꼽았다.

CNN은 중국 해군이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수적 우위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 해군 수뇌부는 최근 미국 조선소가 이를 단순히 따라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한 척의 함정을 건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중국은 3척을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현재 중국 해군이 약 340척의 군함을 보유해 300척 미만인 미국을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 보유 함정 수는 2년 이내에 400척으로 증가하지만 미국은 2045년에야 350척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상훈


◇캐나다 58조 잠수함 사업의 유력 후보인 한국

CNN은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가장 높은 사양과 저렴한 해군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 선박을 구매하거나 두 나라 조선소에서 미국 설계 선박을 건조하는 것도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는 가성비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CNN 보도에 앞서 실제로 미군 관계자들이 방한해 우리 조선소들을 둘러보며 높은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미 해군 수상함 사업을 총괄하는 해군 함정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PEO Ships)인 토머스 앤더슨 해군 소장 일행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HJ중공업 조선소들을 방문해 생산 공정과 제품을 둘러봤다. 국내 조선소들을 둘러본 앤더슨 소장은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소를 찾으러 왔고 그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항해 중인 미국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미 국내법이 개정되면 우리 조선소가 미 일부 함정들을 건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해군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도 우리 함정 건조 능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연방조달청과 해군 관계자 등은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및 한화오션 조선소, 해군잠수함사령부 등을 찾아 3000t급(도산안창호함급) 잠수함과 건조 시설 등을 둘러봤다. 캐나다는 변화한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8~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해 구형 잠수함을 교체하는 600억 캐나다달러(약 58조원) 규모의 차기 잠수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선 우리 도산안창호함급과 일본 다이게이급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경호 방위사업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은 지난달 대한민국잠수함연맹과 한국국방안보포럼이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3000t급 잠수함은 캐나다와 폴란드 등 국제적 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가 미 해군 함정을 실제로 건조해 수출하는 데엔 법적인 장애물 등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은 ‘존스법(Jones Act)’ 등에 따라 안보 우려 및 자국 조선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외국에서 건조한 함정을 구매하거나 해외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CNN도 미국이 장차 치러질지 모르는 중국과의 해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법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됐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박상훈


◇10년간 세계 함정수출 시장 76조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조선산업 기술력과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신속한 미 해군력 건설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함정 분야가 K-방산 수출의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 조선소들은 인력 부족과 노후한 시설 등으로 건조 비용이 우리보다 훨씬 비싸고 건조 시간도 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양 관할권 분쟁 중인 동남아 국가들의 함정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함정 수출은 특히 수상함과 잠수함 모두 10종 이상의 탐지 센서, 포·미사일·어뢰 등의 무기를 탑재한 복합 무기체계로 부가가치가 높고 후속 군수지원 등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윤희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전 합참의장)는 “함정은 복합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다른 지상 장비나 전투기에 비해 수량은 적지만 연관된 산업 부문이 넓어 방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편”이라며 “함정은 함정 1척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함정 관련 시스템과 공급망(Supply Chain)을 수출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호위함급을 기준으로 협력업체는 200여 개, 장비는 160여 종에 달할 정도로 연관 산업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국 방산컨설팅회사 ‘제인스 포캐스트’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2022~2031년) 건조가 예상되는 세계 함정시장 규모는 9930억 달러(약 129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자국 군용 함정 건조나 수출이 금지된 국가를 제외하고 우리가 수출할 수 있는 함정 시장 규모도 590억 달러(76조7000억원)에 이른다.

◇폴란드 수출 모델도 활용해야

이에 따라 우리도 특화된 함정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세계적으로 가장 수요가 많은 원해경비함(OPV·Offshore Patrol Vessel) 표준함을 톤수(크기)별로 다양한 형태로 개발한 뒤 각국 해군의 현대화 계획에 맞춘 맞춤형 수출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를 수출한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선도(先導)함은 국내에서 건조하고 후속함은 현지에서 양산하는 ‘윈윈(Win-Win)’ 전략도 필요하다. 즉 표준함 기반의 함정 대량 건조와 현지 건조 지원, MRO(유지보수) 사업 개발 등 함정 수출 패키지화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 시장의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을 통해 진출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덕기 해군사관학교 교수(예비역 해군준장)는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 속에서 해양 주도권 유지를 위해 함대 증강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조선소 건조 능력 부족 등으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해외 전진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일부 함정은 MRO(유지보수) 지원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36년간 11國에서 함정 24척 수주]

늘어나는 국산 함정 수출

국내 조선업체들은 1987년 뉴질랜드에 군수지원함을 처음 인도한 이래 36년 동안 11국에서 총 24척의 해외 함정을 수주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지난 2020~21년 필리핀에 2600t급 호위함 2척을 수출한 데 이어 2021년 3100t급 초계함 2척 수출 계약을 수주해 관심을 끌었다. 3100t급 초계함들은 2025년 필리핀에 인도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엔 2200t급 원해경비함(OPV) 6척을 필리핀으로부터 수주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원해경비함은 1500t급 및 2200t급 2종으로, 헬기·무인기 탑재 등 다양한 복합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탑재 장비 변경이 가능한 ‘모듈식 선체’ 설계를 적용, 구매국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건조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지금까지 우리 함정 수출 사상 필리핀을 대상으로 3가지 유형의 수상함 10척을 잇따라 수주하고 함정MRO(유지보수)까지 패키지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처음이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이사는 “필리핀 함정 수출 사례는 단일 국가가 해외에서 도입한 함정 척수로도 가장 많은 것”이라며 “함정MRO 측면에서 운용 국가와 수출한 업체 간에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7~2021년 인도네시아 1400t급 잠수함 3척을 수출한 것도 예상을 깬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인도네시아 잠수함 사업에서 우리에게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전수했던 독일과 경쟁해 승리, 제자가 스승을 이긴 사례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군수지원함도 세계 함정 시장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로 함정 종주국인 영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베네수엘라, 뉴질랜드 등에 수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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