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시제기까지 비행 성공한 KF-21… 인공지능 스텔스기로 변신한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순항 중인 한국형 전투기 개발
입력 : 2023.06.29 03:00


첫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마지막 시제기(試製機)인 6호기가 28일 오후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KF-21 1호기가 첫 비행에 성공한 이래 시제기 6대 모두 첫 비행에 성공하게 됐다.

KF-21 개발은 지난 2021년 4월 1호기가 롤아웃(출고)한 뒤 첫 비행 성공을 거쳐 초음속 돌파(올 1월), AESA(위상 배열) 레이더 탑재 시험(3월), 공대공(空對空) 무장 분리·발사(3~4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5월) 등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개발이 끝나는 2028년까지 시험 비행이 총 2000여 소티(비행 횟수) 예정돼 있는데 지금까지 250여 소티가 진행됐다. KF-21 사업 초기 해외의 어느 전투기 개발 유수 업체가 KF-21 개발 계획을 ‘기적에 기반한 개발 일정’이라고 할 만큼 실현 불가능한 무리한 계획으로 평가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연 없이 진행되자 많은 외신도 현재까지 개발한 경과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유럽 등 전투기 선진국들도 보통 신형 전투기 개발 착수 후 전력화까지 15년 이상이 걸렸기 때문에 KF-21이 계획대로 10년 안팎에 개발에 성공할 경우 선진국들보다 짧은 기간에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 된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5~6개월간 피 말리는 하루하루”

그동안 외형상 순조로웠지만 코로나 사태 등으로 위기일발 순간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개발은 시간과 벌이는 싸움이어서 갈 길이 급한데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면서 장비를 적기(適期)에 개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첫 비행 전 이뤄진 지상 활주 시험 때엔 조종사 비상 탈출 장치의 폭발물 카트리지가 필요했는데 폭발 위험물이라 일반 항공 화물 운송 허가가 나지 않는 품목이었다. 우크라이나전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19국이나 통과하는 운송 경로로 들여와야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당시 5~6개월간 피를 말리는 하루하루였다”고 말했다.

KF-21은 앞으로 1800여 회 추가 시험 비행을 통해 다양한 환경의 전투기 특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공중 급유, 외부 연료탱크 분리, 공대공 무장 발사 시험 등이 계획돼 있다. 특히 엔진 미작동 또는 실속(失速) 상황 등 위험도 높은 시험도 포함돼 있다. 오는 2026년까지 공대공 무장 능력을, 2028년까지는 공대지(空對地) 무장 능력을 갖추는 2단계 개발 계획을 통해 개발이 완료된다. KF-21은 외형은 F-22를 닮은 스텔스 형상이지만 내부 무장창 등 본격적 스텔스 능력은 없어 ‘절반의 스텔스기’라고 해왔다. 군 당국과 개발·제조 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지난해 스텔스기의 중요성과 무인기를 활용하는 유무인 복합 체계(멈티)의 등장,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6세대 전투기 개발 추세 등을 감안해 2040년대까지 단계적으로 KF-21 성능을 개량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래픽=양인성


◇함재기 등 파생형도 개발

이 계획에 따르면 KF-21은 2040년까지 무인 편대기 등과 합동 작전을 하는 유무인 복합 전투 비행 체계 능력 등을 확보하고, 2041년 이후엔 완전한 스텔스 능력과 국산 엔진을 갖춘 AI 기반 6세대 유무인 전투기로 ‘변신’할 수 있는 것으로 돼있다. KF-21은 군 당국이 검토 중인 한국형 항모에 탑재할 KF-21N 함재기형, 전자전 능력을 갖춘 전자 전기형 등 다양한 파생형 개발도 추진 중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국방부에서 항모와 관련된 추가 정책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KF-21 함재기형 등 파생형 개발 계획은 관련 소요와 사업 추진 정책 등이 먼저 결정된 뒤 검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F-21의 진정한 가치는 ‘한국형 독침 무기’들을 우리 마음대로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가 국산 미사일을 개발하더라도 공군 기존 주력기인 미국제 F-35 스텔스기나 F-15K 전투기에 장착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등과 관련해 수백억원대를 미 정부와 업체에 지불해야 한다.

KF-21의 한국형 독침 무기로는 초음속 공대함(空對艦)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미사일 상승 단계 요격미사일 등이 꼽힌다. 국산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은 유사시 KF-21에서 발사돼 중·러 등 주변 강국의 항공모함과 수상 함정 등을 격침할 수 있는 무기다. 마하 3(음속의 3배) 이상의 초고속으로 비행하고 수면 위로 낮게 날아갈 수 있어 요격이 어렵다. 미·러·중·일 강대국들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임 체인저’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난 2020년 8월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이 국방과학연구소 창립 50주년 기념식장에서 개발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해 공식화됐다.


◇폴란드 수출도 성사되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 KF-21에서 발사한 고속 미사일(요격탄)로 요격하는 무기도 개발 중이다. 북 미사일을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면 미사일 파편이 우리 땅에 떨어져 생기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KF-21의 수출 가능성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KF-21 사업은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 형식으로 진행 중이지만, 인도네시아가 개발 분담금을 일부만 내 논란이 있는데 최근 폴란드가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폴란드 최대 국영 방산 업체인 PGZ 세바스찬 흐바웩 회장은 지난해 말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으면 기쁠 것”이라며 “한국 측이 KF-21과 같은 새로운 세대 전투기 연구 개발 사업에 (폴란드가 일정 부분) 책임을 맡도록 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KF-21 사업 참여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달 초 폴란드 수출 FA-50 경공격기 출고식 참석차 방한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도 KAI를 방문했을 때 KF-21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극복하며 계획대로 개발해 보람”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인터뷰


“‘KF-21 개발 성공’이라는 목표 아래 원팀으로 함께 노력한 공군, 국방과학연구소, 업체 등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KF-21 개발을 지휘·감독하고 있는 노지만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사진>은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KF-21 시제 6호기 첫 비행 성공에 따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노 단장은 “그동안 코로나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가며 사업 이정표(마일스톤)를 계획대로 달성한 것에 성취감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KF-21 개발 성공 시 크게 4가지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공군의 장기 운영 전투기를 대체함으로써 전력 공백을 방지할 수 있고, 둘째, 4.5세대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게 됨으로써 첨단 항공기술 능력을 보유하는 것은 물론 5세대 이상 전투기 개발의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독자 전투기 플랫폼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제한됐던 국산 항공무장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의 국내 연구개발 확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넷째로는 방위산업 발전과 방산 수출로 연계가 돼 일자리 및 부가가치 창출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노 단장은 밝혔다.

6월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6대의 KF-21 시제기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노 단장은 “해외 협력업체의 임시 휴업 등으로 일정 지연이 발생해 기술적 협의 등을 위해 출장을 떠났지만 예상치 못한 격리를 당한 적도 있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현지 개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2주 계획으로 출장을 갔다가 6개월 만에 돌아오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코로나 기간 중 개발 애로 사항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연구개발의 특성상 기술적 어려움과 불확실성은 항시 존재하며 이는 연구개발의 숙명과 같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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