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원짜리 美 ‘슈퍼항모’ 첫 실전배치, 우크라 지원하러 갔다
입력 : 2023.05.07 05:45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싸며 강한 ‘슈퍼 항모’로 불리는 미 최신예 핵추진(원자력추진) 항모 제럴드 R. 포드함(CVN-78)이 이달 초 처음으로 본격 실전배치돼 지중해로 파견됐다.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중이어서 우크라이나전 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 견제 등 우크라이나전 지원을 위해 슈퍼 항모를 지중해로 파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 미, 2021년 말부터 러 견제 위해 지중해에 항모 전단 교대 배치

제럴드 포드함은 당초 태평양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대서양 및 지중해에서 우크라이나전 지원작전이 끝나면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북한 견제임무 등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군사전문 매체인 미 해군연구소(USNI) 뉴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제럴드 포드함이 첫 본격 작전배치(실전배치)를 위해 이날 오후 버지니아주 노포크항을 떠나 지중해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12월부터 지중해에 교대로 항모 전단을 지속 배치, 우크라이나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 미 항모 함재기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전하고 있지는 않지만 함재 조기경보기, 전자전기나 항모 호위 이지스함 등이 러시아군 동향정보 제공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니미츠급 원자력추진 항모인 조지 부시함이 지중해에서 작전중이다.

항해중인 미 최신예 원자력 추진 항모 제럴드 포드함. 최대 80대 이상의 각종 함재기를 탑재하는 세계 최대, 최강의 항공모함이다. /미 해군


지중해에 배치될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은 이지스 순양함인 ‘노르망디’함,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인 ‘래미지’·'맥폴’·'토마스 허드너’함 등 이지스함 4척을 호위함으로 거느리고 있다. 제럴드 포드함의 본격적인 실전배치는 지난 2013년 진수된지 10년, 2017년 취역한지 6년만이다. 이로서 실전배치된 미 항모는 모두 원자력 추진 방식으로 니미츠급 10척, 제럴드 포드급 1척 등 총 11척이 됐다.

◇ 포드함, 전자기식 사출장치 등 5가지 신기술 적용

기존 니미츠급 항모를 대체하려고 발주한 제럴드 포드급 항모들 중 첫번째 함정인 제럴드 포드함은 최신형 A1B 원자로 2기를 통해 동력을 20년간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다. 길이 337m, 높이 76m, 전폭 78m에 만재 배수량 11만2000t으로, 75대 이상의 각종 함재기를 탑재한다.

F-35C 스텔스기와 F/A-18E/F 등 전투기 44대, 조기 경보기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스’ 5대, EA-18G 전자전기 5대, MH-60R/S 해상작전 헬기 등을 탑재, 웬만한 국가의 공군력과 맞먹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 85대 이상을 탑재할 수 있는 니미츠급에 비해 함재기 숫자가 다소 줄었는데 이는 첨단장비 탑재로 함재기 발진 횟수가 25%나 늘었기 때문이다.


각종 첨단기술이 집약된 제럴드 포드함에는 신형 레이더, 전자기식 항공기 사출장치(EMALS·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ing System), 최신형 강제착륙장치(AAG·Advanced Arresting Gear), 신형 원자로 등 다섯가지 신기술이 적용됐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EMALS와 AAG다. 두 신형 장비는 항모 전투력과 직결되는 함재기 이착함 횟수를 크게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들이다.

◇ 첨단 장비 채용으로 함재기 발진 횟수 25% 증가

보통 전투기(F-16 기준)가 이륙하는 데는 최소 450여m 이상, 착륙에는 910m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니미츠급 항모에선 비좁은 비행갑판에서 이착륙해야 하기 때문에 99m 이내에서 이륙하고, 98m 이내에 착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륙에는 사출장치인 캐터펄트(catapult)가, 착륙에는 강제착함 장치가 필요하다.

니미츠급 항모에선 원자로의 터빈을 돌리는 증기를 이용해 함재기를 짧은 거리서 이륙하게 해주는 증기 사출장치를 사용한다. 니미츠급의 Mk 13 캐터펄트는 증기를 담기 위한 탱크 등 함내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시스템 중량만 해도 웬만한 호위함 무게인 1500t에 이른다. 캐터펄트 운용요원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

2021년6월 미 '슈퍼 항모' 제럴드 포드함에 대한 수중폭파 내구성 시험이 대서양에서 실시돼 항모 바로 옆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미 해군


반면 포드함의 EMALS는 증기가 아니라 강력한 전자기력을 사용, 부피와 무게가 크게 줄어들었고 유지보수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착륙장치의 경우 기존 니미츠급에선 Mk7 유압식 강제착륙 시스템을 쓰고 있지만, 포드함에선 AAG를 채용, 기존 전투기는 물론 X-47 등 무인전투기의 착륙도 소화할 수 있다.

◇ 건조비 상승과 배치 지연으로 ‘미국 최고의 돈 낭비’ 비판도

이들 장비를 통해 포드함은 하루 최대 270소티(출격횟수)의 작전을 할 수 있다. 함재기가 최대 270차례 항모에서 뜨고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FA-18 E/F 슈퍼 호넷 전투기가 한번에 JDAM(합동직격탄) 2발을 장착하고 출격할 경우 하루에 최대 500개 이상의 표적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첨단 AN/SPY-3 AESA(능동위상배열) 다기능 레이더(MFR)도 운용하는 포드함은 현대화된 시스템 덕택에 승조원 수도 기존 초대형 항모보다 25% 가량 줄어든 466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EMALS 등 신형 장비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들이 발견돼 건조비가 당초 105억 달러에서 135억 달러(17조5000억원)로 크게 늘어났고, 취역 및 실전배치 시기도 계획보다 상당히 지연되는 문제도 있었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었던 고 존 매케인 의원은 포드급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미국 최고의 돈 낭비(America’s Most Wasted)’라는 제목의 보고서까지 발간하기도 했다.


제럴드 포드급은 현재 주력인 니미츠급을 대체하기 위해 당초 12척이 계획됐지만 건조비용 상승 등으로 8척으로 줄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1번함인 제럴드 포드함에 이어 2번함인 존 F. 케네디함(CVN-79)이 2019년 진수됐고, 3번함인 엔터프라이즈함(CVN-80)과 4번함인 도리스 밀러함(CVN-81)이 건조중이거나 건조 예정이다. 도리스 밀러함은 처음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흑인 수병의 이름을 따 주목을 받았다.

◇ 규모 3.9 지진에 맞먹는 위력의 수중폭파 시험도 거쳐

제럴드 포드함은 본격적인 실전배치에 앞서 지난 2021년 이후 3차례 가량 강력한 폭발물을 함정 인근 수중에서 떠뜨리는 수중폭파 내구성 시험도 실시했다. 수중폭파 시험에는 약 18t의 폭발물을 사용, 규모 3.9의 지진에 맞먹는 폭발력으로 극한 전투상황에서 제럴드 포드함이 견뎌낼 수 있는지를 테스트한 것으로, 포드함보다 훨씬 높이 올라간 거대한 물기둥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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