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밖 표적 명중에 ‘엄지척’...흑표전차, 폴란드 대통령 앞 첫 실사격
입력 : 2023.04.02 11:42


◇ 폴란드 대통령, 한국 무기 현지도착 행사 이어 실사격도 참관

폴란드에 수출된 국산 K2 ‘흑표’ 전차가 지난달 31일 현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이 참관한 가운데 처음으로 실사격을 했다. 두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K2 전차와 K9 자주포 초도분(1차 물량)이 현지에 도착했을 때에도 이례적으로 선박이 도착한 부두까지 가 환영행사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두다 대통령은 K2 전차가 최대 2.7㎞ 떨어진 표적 등을 잇따라 명중시키자 큰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31일 “폴란드 동북부 오르지스(Orzysz) 훈련장에서 K2 전차와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K9 자주포는 지난 2월 현지서 실사격 훈련을 했었지만 K2 전차의 실사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란드군은 4대의 K2 전차를 투입, 1.2㎞~2.7㎞에 떨어진 다양한 표적에 대해 대부분 명중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31일 폴란드 동북부 오르지스 훈련장에서 한국서 수출한 K2 전차가 처음으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사격훈련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직접 참관해 관심을 끌었다. /현대로템 제공


◇ 한국선 시험 불가능한 2.7km 장거리 표적 명중해 찬사

폴란드 대통령실과 현대로템 등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고정표적에 대해선 모두 정확히 명중했지만 일부 이동표적에 대해선 빗나가는 장면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1.2㎞ 떨어진 이동표적 중 1발만 실패했는데 한국선 시험이 불가능한 2.5km, 2.7km 장거리 표적 명중에 성공해 의미가 있었고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격에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6주간 교육을 받고 귀국한 폴란드군 요원들도 투입됐다고 한다.

두다 대통령은 이날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함께 사격장을 찾아 지켜봤다. 두다 대통령은 브와슈차크 장관과 함께 K2 전차 위에 올라 16기갑사단 참모로부터 직접 사격 관련 브리핑을 받고 실사격 훈련 과정을 참관했다. 두다 대통령은 이날 K2 전차와 K9자주포를 배경으로 찍은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2025~2039년 폴란드군의 주요 개발 방향과 국가 방어 정책 결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행사에 두다 대통령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았지만 막판에 참석이 결정되면서 행사 비중이 크게 커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 한.폴란드 3개 업체 K2 전차 컨소시엄 구성도 합의

앞서 두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 등 초도 물량이 도착했을 때 수도 바르샤바에서 차량으로 4시간 걸리는 폴란드 북부 그디니아에 있는 해군 기지까지 직접 달려가 환영행사를 열었다. 전력화 행사가 아닌 해외 무기 초도분 도입 행사에 군 통수권자까지 참석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가 느끼는 위기감과 한국산 무기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당시 두다 대통령은 “현대식 장비를 갖춘 군(軍)만이 러시아 제국의 야망과 잔인함을 막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의 침공과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한국 무기의 신속한 인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실사격이 이뤄진 뒤 K2전차 제조업체인 현대로템과 폴란드 최대 국영 방산업체 PGZ, WZM 등 3사는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들 컨소시엄 3사는 폴란드 국방부와 2차 사업 계약 협상을 하게 된다. 폴란드군이 도입할 K2전차는 총 1000대에 달한다. 이중 180대는 한국군이 도입중인 것과 똑 같은 형이지만, 나머지 820대는 폴란드형(K2PL)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한국군 K2 전차에는 없는 원격조종기관총탑(RCWS), 적 대전차 미사일·로켓을 요격하는 능동방호체계(APS) 등을 장착하게 된다. 820대 중 320대는 한국서, 나머지 500대는 폴란드 현지생산이 추진된다.

K2전차 포탑에 오른 폴란드 대통령과 국방장관 - 안제이 두다(왼쪽)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31일(현지 시각) 폴란드 동북부 오르지스 훈련장에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오른쪽) 국방부 장관과 함께 K2 전차에 올라 장비를 살피고 있다. /AP 연합뉴스


◇ K2, 노르웨이 전차사업서 독 레오파르트2보다 높은 평가 받고도 탈락

RCWS는 폴란드 제품이, APS는 우선 이스라엘제를 장착하다 현재 개발중인 국산품 개발이 끝나면 국산을 장착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블린, NLAW 등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에 러시아 전차들이 속속 파괴되면서 이들 무기를 요격할 수 있는 APS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소식통들은 최근 노르웨이 전차사업에서 비록 독일 레오파르트2 전차에 고배를 마셨지만 폴란드에서 K2 전차의 성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K2전차와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독일 레오파르트A7 전차는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여오다 올해 초 독일제로 결정됐다. 노르웨이 국방물자청은 최근 디브리핑(사업 결정 배경과 내용 등을 해당 업체에 설명해주는 것)을 통해 가격면에서 K2가 우수했고, 성능면에서도 동등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 폴란드, 한국 K2전차의 4분의 1 규모 미 M1A2전차 도입

노르웨이 군에선 K2 전차를 원했지만 독일과의 관계 등 정치적인 이유로 레오파르트를 선정했다는 얘기다. 한 소식통은 “폴란드는 지난해 K2 구매를 결정할 때 (K2가 레오파르트2A7보다 우수하다는) 노르웨이 전차 사업 평가 결과를 입수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전을 통해 전차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면서 평원지대가 많은 폴란드는 전차·장갑차 등 기갑부대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구소련) 무기 중심에서 미국 등 서방세계 무기로 크게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과정에서 미국제 무기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전차의 경우도 당초 미국제 M1A2나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도입을 적극 검토했지만 신속하게 폴란드군이 원하는 시기에 납품할 수 있었던 건 우리 K2 전차밖에 없어 K2 전차 대량구매로 방향을 돌렸다. 폴란드가 도입할 미국 M1A2 전차는 240대로 우리 K2 전차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국에서 폴란드로 처음으로 인도된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31일(현지시간) 폴란드 오지시 인근 비에주비니에 있는 군훈련장에서 실사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폴란드 방산업체, 제3국 시장 공동진출도 추진

이에 따라 미국,독일 등의 한국무기에 대한 견제도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냉전 이후 방산업체 생산라인이 크게 약화됐던 독일이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본격적인 방산 업체 재가동에 나선 것도 우리에겐 도전요소다. 전문가들은 이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폴란드를 유럽의 ‘방산수출 거점’으로 삼아 함께 제3국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브와슈차크 국방장관도 지난해 11월 한·폴란드 방산 협력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폴 방산 협력을 통해 양국 방산 업계는 공동으로 제3국 시장 진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한국 방산 업체들과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경공격기 48대, 천무 다연장로켓 288문 등에 대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 무기 수출은 2030년대 초중반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폴란드와의 1차 계약은 120억달러(약 15조6000억원) 수준이지만 탄약과 후속 군수 지원 등 전체 물량을 포함하면 총규모는 400억달러(약 52조여 원)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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