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실전배치 단계… 신설된 미사일총국이 발사 주도
화성-15형 ICBM, 최대 사거리로 고각 발사 도발
北 “사전계획 없이 김정은 명령따라 불시 발사” 실전능력 과시
美 B-1B 전폭기 긴급출동, 한국 F-35와 함께 맞대응 연합훈련
입력 : 2023.02.20 03:00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북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동식발사대에서 불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위 사진). 북한 매체들은 이 미사일을 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동해 공해상을 향해 고각 발사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북한의 도발 하루 뒤인 19일 한미 공군은 괌 기지에 있던 미 전략폭격기 B-1B와 전투기 10여 대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며 예정에 없던 연합 공중 훈련으로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아래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합동참모본부


북한이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18일 오후 발사했다. 올 들어 첫 ICBM 도발이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계획 없이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이뤄졌다고 했다. 최근 열병식에서 ICBM 17기를 공개하며 양산 능력을 과시한 데 이어 ‘불시 명령’에 따른 발사를 강조한 것은 ICBM이 실전 배치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여러 차례 기습 발사하며 실전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19일 오후 한미는 미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긴급 출동시켜 우리 공군의 F-35 스텔스기, F-15K 전투기 등과 연합 공중 훈련을 실시해 북 도발에 맞대응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투 명령을 받은 제1붉은기 영웅 중대가 18일 오후 평양 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최대 사거리 체제로 고각(高角)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최대 고도 5768.5㎞까지 상승해 989㎞를 4015초(약 1시간 7분)간 비행해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전했다. 미사일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화성-15형이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될 경우 최대 1만4000㎞를 비행할 수 있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특히 “훈련은 사전 계획 없이 18일 새벽에 내려진 ‘비상 화력 전투 대기’ 지시와 오전 8시에 하달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김정은) 명령서에 의해 조직되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발사는 오후 5시 22분쯤 이뤄져 명령부터 도발까지 9시간 22분이 걸렸다. 북 노동당 중앙군사위는 모든 미사일 부대에 ‘강화된 전투 태세 유지’를 지시했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우리에 대한 적대에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주 한미 ‘핵우산’ 훈련과 다음 달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 등에 대응해 ICBM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더 높일 것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 ICBM 탄두로 추정되는 물체가 화염에 휩싸여 떨어지고 있다. 일본 자위대 F-15 전투기가 촬영한 장면이다. /일본 방위성


북한이 이번 ICBM 발사가 기존 전략군이 아닌 최근 신설한 미사일총국의 지도로 이뤄졌다며 구체적 부대 이름과 역사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ICBM을 발사한 제1붉은기 영웅 중대가 “2022년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7형’을 발사한 구분대”라며 “전략적 임무를 전담하는 구분대들 중 가장 우수한 전투력을 지닌 중대”라고 밝혔다.

이번 ICBM 발사를 지도했다는 미사일총국은 북한이 전술·전략 핵 탑재 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탄도미사일의 생산과 관리, 행정 등을 총괄하기 위해 신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이다. 미사일총국의 부대 깃발이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처음 확인된 데 이어 8일 북한군 창건 기념 열병식에도 등장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미사일총국 부대기 외에도 화성-17형 ICBM, 신형 고체 연료 ICBM,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이 그려진 부대기도 공개했는데 이 무기들을 전담하는 부대도 정식 편제됐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북한 선전 기관들은 지난 13일 “인민군 각급 부대들의 전략적 사명에 맞게 군기들이 개정됐다”며 군 조직 개편에 따른 군기 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열병식에서 북한은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을 역대 최다인 12기(예비 1기 포함)나 등장시키는 등 ICBM 총 17기를 공개했다. 군 당국자는 “ICBM을 양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지난달에는 김정은이 26~27기에 달하는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의 1단 로켓과 탄두들을 시찰하는 모습도 내보냈다. 화성-12형은 지난해 10월 일본 열도를 넘어 4500㎞의 최대 사거리를 비행,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거점인 괌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이 화성-12형에 이어 ICBM인 화성-15형도 실전 배치 단계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명령이 떨어진 뒤 실제 미사일 발사까지 9시간 22분가량 걸린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은 “기습 발사 훈련”이라고 했지만 군 관계자는 “기습이라고 하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했다. 액체 연료 주입에 시간이 든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북한 주장처럼 액체 연료를 미리 별도 용기에 채워두는 ‘앰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북한은 발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ICBM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화성-15형 사진도 공개했는데 지난해 11월 발사한 개량형이 아니라 2017년 11월 시험 발사에 성공했던 기본형과 같은 형태로 파악됐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ICBM을 쐈지만 고도 1920㎞, 비행 거리 760㎞에 그쳤다. 화성-15형 개량형인데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번 ICBM은 2017년의 화성-15형 기본형보다 탄두 중량을 줄이고 일부 엔진 성능을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성-15형 기본형의 최대 사거리는 1만3000㎞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15형 탄두가 화염에 휩싸인 채 낙하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도 분석이 필요하다. 탄두가 불타 없어지지 않은 만큼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서 진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방위성은 “항공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가 공중에서 확인했다”며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화성-15형 탄두 추정체가 화염에 휩싸여 떨어지다 소멸된다. 과거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이나 화성-14형 ICBM 탄두가 낙하할 때 찍힌 화염보다 선명하고 오래 지속돼 재진입 기술 진전이란 평가도 제기됐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실제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는지는 좀 더 분석해 봐야 한다”며 “정상 발사가 아닌 고각 발사였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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