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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지난 16일 ‘방위 정책의 대전환’으로 평가되는 안보 관련 3대 문서의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서 확정해 국내외에서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개정된 안보 문서에는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현재 방위비를 5년 이내 GDP의 2%까지 증액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2차대전 종전 후 70년 넘게 이어져 온 일본 방위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인데요,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일, ‘적이 공격에 착수한 시점’을 어떻게 확인하고 판단하나

우선 3대 문서 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지요. 3대 문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을 말하는데요, 이들 문서는 일본의 중·장기 군사 전략과 무기 보유 계획, 예상 재원 등을 담은 것들입니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반격 능력’을 갖기로 한 점입니다.

이는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다고 판단될 때 상대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자국뿐 아니라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미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때도 적국을 공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컨대 중국이나 북한이 동중국해나 동해상의 미 함정을 공격했을 경우에도 반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특히 선제타격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로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음이 확인됐을 때’를 들고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적국이) 공격에 착수한 시점’을 어떻게 확인하고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요, 예를 들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위해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시점을 ‘착수’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 등입니다.

◇ 우리 ‘킬 체인’ 선제타격도 실효성 논란

이는 우리나라에서 선제타격 문제가 이슈화됐을 때도 논란이 됐던 부분인데요, ‘한국형 3축 체계’의 하나인 ‘킬 체인’에도 선제타격 개념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가능한가에 대해선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이 핵탄두 미사일을 장착한 이동식 발사대들을 기지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켜 실제 쏠 듯한 징후를 보여 우리 군 당국이 선제타격을 했는데 북한이 “남한이 먼저 전쟁을 도발했다”고 뒤집어씌울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이 논란이 되는 것이지요. 선제타격은 국제법적으로도 쟁점들이 많아 복잡합니다.

일본은 군사기술적으로 우리보다 더 대북 선제타격을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독자적인 감시정찰 능력이 떨어집니다. 일본은 현재 7기의 정찰위성(EO카메라 및 SAR 영상 레이더)을 운용중이지만 북한의 100~200기 이상에 달하는 이동식 발사대를 촘촘하게 감시할 수준은 못됩니다.

때문에 일본이 북한을 타격한다면 현재로선 ‘도발 원점’인 이동식 발사대가 아닌 미사일 기지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미사일을 쏠 발사대 대신 미사일을 쏘지 않을 고정 기지를 선제타격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는 미 정찰위성 등 미 감시자산에 상당 수준 의존해 북 미사일 발사를 감시하고 있는데요, 아직 ‘30분내 탐지·타격’이라는 ‘킬 체인’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일본은 우리보다 독자 정찰위성 능력은 강하지만 우리처럼 미국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상 이동식 발사대에 대한 선제타격은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일 본토서 순항미사일로 북 타격시 1시간이나 걸려

일본의 타격수단도 문제입니다. 일본은 아직까지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보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육지에서 북한을 때리는 수단으로 ‘12식 지대함(地對艦) 미사일’을 사거리 1000㎞ 이상으로 늘린 신형 장거리 지대지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사용할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느려 일본 본토에서 북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려면 1시간 가량이나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설사 북 이동식 발사대가 미사일을 쏜 도발 원점을 파악하더라도 미사일이 도발 원점에 도착했을 때엔 이동식 발사대가 이미 수십km 떨어진 곳으로 내뺀 뒤가 될 것입니다.

일본은 독자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개발에 앞서 미국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최대 사거리 1300~2500㎞) 500발 도입도 추진중인데요, 토마호크는 명성이 대단한 무기지만 음속 이하의 속도여서 타격엔 시간이 제법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일본이 도입중인 최신예 스텔스기 F-35를 비롯, F-15J 개량형 전투기, 일본제 F-2 지원전투기 등이 북한 인근까지 날아들어가 북한의 방공망 밖에서 중장거리 공대지(공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타격시간은 단축됩니다.

이런 자위대의 공대지(공대함) 미사일로는 F-35 내부무장창에 탑재하는 노르웨이제 JSM 미사일(사거리 500여km), 미국제 재즘-ER 미사일 (최대 900km), 일본제 ASM-3 공대함 미사일(최대 200~400km)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초음속 순항미사일인 ASM-3를 제외하곤 모두 속도가 음속 이하로 느립니다. 잠수함에 잠대지 순항미사일을 탑재해 북 해안 가까이 가 발사할 경우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순항미사일의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고속 활공탄(최대 사거리 1000㎞)도 개발중인데요, 이들은 유사시 북한과 중국 목표물을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빨리 타격할 수 있겠지만 개발에 시간이 걸려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 일본의 자위권 차원 보복 타격 막을 방법 현실적으로 없어

일본이 현재 북 이동식 발사대 타격능력은 없다 하더라도 북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이에 대한 보복 타격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며, 일본 설명대로 자위권 차원의 보복 공격을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는 상태입니다.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은 과거엔 노동 미사일(사거리 1300㎞) 정도였지만 지금은 고체연료 미사일인 북극성-2형(사거리 2000km 이상)을 비롯, 북극성-3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4500~5000㎞) 등 여러 종류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북 신종무기 3종 세트의 대표 주자인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사거리 800㎞)도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수백만t의 탄약을 비축하고 있고 미 상륙전단이 출동하는 사세보 등 일본 일부 지역을 사정권에 넣고 있습니다. 북 미사일은 10분 안팎의 시간 내에 일본을 타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시다피시 일본에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등 유엔사 소속 전력지원국(16개국) 병력과 장비의 핵심 지원 기지가 되는 7개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습니다. 여기엔 7함대 모항인 요코스카를 비롯, F-22 등이 배치된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 해병대가 출동하는 후텐마 기지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은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생시 주일미군 등 유엔사 회원국들의 개입과 지원을 막기 위해 북한이 최우선 공격목표로 삼을 수 있는 곳들이고, 이제 북한은 실제로 다양한 타격수단을 갖게 됐습니다.

◇ “유사시 한미일 군사적 역할분담 세부논의 서둘러야”

우리 외교부는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와 관련해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사시 한반도를 대상으로 하는 반격 능력 행사에 대해서는 “사전에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위론적 입장을 밝혀왔는데요, 일본의 설명은 우리와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반격 능력 관련한 정보 수집과 분석 관점에서 미국 및 한국과 연계할 것은 있으나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일, 한·일간에 한반도 유사시에 대한 세부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번 일본의 방위정책 대전환에 대해 적극 환영하고 있는 것도 우리로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주일 무관을 역임한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준장)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일 군사작전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민감한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이번 사안에 대해 가급적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이 비록 지금은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를 선제타격할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극초음속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등 타격수단, 초소형 정찰위성을 비롯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한 만큼 머지 않은 장래에 그런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우리나라 주권, 국민 생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안보 문제인 만큼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한미일, 한일간 세부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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