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군사세계] 軍 초급간부 지원율·만족도 추락… ‘애국 페이’만 강요할 때 아니다
입력 : 2022.11.09 03:00

지난 7월 초 충남 계룡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관으로 열린 전반기 전군 지휘관회의는 외형상 ‘국방혁신 4.0′을 통해 AI(인공지능)·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핵심 주제였다. 당시 대외적으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초급간부 등 직업군인들의 많은 관심을 끈 사안은 따로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 국방부는 간부들의 당직 근무비를 평일 1만원에서 3만원, 휴일 2만원에서 6만원으로 대폭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직은 군 특성상 격오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수당은 공무원들의 평일 3만~5만원, 휴일 6만~10만원에 비해 턱없이 적어 큰 불만의 대상이 돼왔다. 국방부에서 초급간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8%가 당직 근무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을 정도로 당직은 직업군인들을 힘들게 해온 존재다. 소대장 지휘활동비와 주임원사 활동비도 대폭 인상하겠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초급장교(대위 이하) 및 부사관(중·하사)으로 구성되는 초급간부는 군의 중추이자 기초로 불린다. 국방부가 이처럼 초급간부 처우 개선 대책을 제시한 것은 초급간부 확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육군소위 임관자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ROTC(학군사관) 모집에서 그 실상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2014년 6.1대 1이었던 ROTC 지원 경쟁률은 2015년 4.5대 1, 2018년 3.4대 1, 2020년 2.7대 1로 해마다 줄더니 지난해엔 2.6대 1까지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국내 1호 학군단인 서울대 학군단의 경우 1963년 1기생은 528명이 임관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60년이 지난 올해 임관한 60기생은 단 9명이다. 1기생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명문대 학군단들이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군의 척추로 불리는 부사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육군 부사관의 경우 경쟁률은 2019년 4.1대1, 2020년 3.2대1, 지난해 2.9대1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 우선 ROTC의 경우 무엇보다 긴 복무 기간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ROTC 의무 복무 기간은 28개월이다. 1968년 이후 52년간 변화가 없었다. 반면 병사들의 복무 기간은 1968년 36개월에서 이젠 절반인 18개월로 줄었다. ROTC 복무 기간이 병사들보다 10개월이나 길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ROTC 복무기간을 24개월로 4개월 단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국방부는 아직 검토 중인 상황이다. 복무 기간 외에 병사보다 23배나 많았던 월급과 대기업 등 취업에 유리했다는 점 등도 과거 ROTC 인기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병사 월급이 100만원(2023년 병장 기준)에 달하게 됐고 취업률도 크게 떨어졌다.

부사관의 경우 2006년부터 우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대와 협약해 ‘부사관학과’를 운용하고 있지만 전국 34개 대학에서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학생 비율은 30여%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부사관학과를 나와도 임관이나 장기 어느 것도 보장되지 않으니 차라리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대하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2020년 이후 군 자살자 중 간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64~70%로 병사 자살률의 2배에 달하고, 간부 자살 중 초급간부 비율이 22~31%에 달하는 것도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들어 ‘병사 월급 200만원’이 추진되면서 초급간부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2025년 병장 봉급이 2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됨에 따라 초급간부들과 병사들의 봉급 차이는 급속도로 줄어들게 됐다. 국방부 분석에 따르면 병사 연봉은 올해엔 882만원인데 2025년엔 2232만원으로 2.5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ROTC는 올해 연봉이 3316만원인데 2025년엔 3467만원으로, 부사관은 올해 연봉이 3072만원인데 3225만원으로 각각 조금씩 늘어난다. 병사 연봉 대비 장교는 2022년 3.8배에서 2025년 1.6배로, 부사관은 2022년 3.3배에서 2025년 1.4배로 각각 격차가 크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일각의 우려대로 올해 ROTC는 지원자가 감소해 모집 기간까지 연장했지만 경쟁률은 2.3대1로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초급간부 위기가 계속되면 약 20년 뒤인 2040년쯤에는 30만명 병력도 채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말까지 한국군 병력은 50만명으로 줄어드는데 병사는 30만명, 간부는 20만명 수준으로 구성된다. 간부 비율이 종전 35%에서 40%로 늘어나는 것이다. 인구절벽에 따라 입영 대상(20세 남성 기준)은 지난해 29만명에서 2035년엔 23만명으로, 2040년에 13만명으로 급감하기 때문에 초급간부가 확보되지 않으면 한국군은 최소한의 병력 숫자조차 채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급속도로 고도화하면서 각종 첨단무기 도입을 통한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등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첨단무기를 실제로 현장에서 움직이며 3축 체계를 지키는 것은 초급장교와 부사관들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1000억원짜리 스텔스기도, 1조원짜리 이지스함과 3000t급 잠수함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은 “무능한 간부는 적보다 더 무섭다”고 강조했다. 우리 초급간부들은 병사들과 같은 이른바 MZ세대다. 이들에게 ‘애국 페이’ ‘열정 페이’를 강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도 당직수당 등 윤 대통령이 약속했거나 보고받았던 일부 사안들이 아직까지 실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가 직접 나서 챙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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