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열차 이어 ‘저수지 SLBM’까지… 北미사일 탐지 더 어려워졌다
北, 예상 못한 곳서 발사… 한국 킬체인 무력화 노려
수중 20~30m 바닥에 발사대
고압장치로 SLBM 밀어올려 점화
발사대 윤곽 안드러나 파악 어려워
軍 “이동식 발사대서 쏜 것” 오판
입력 : 2022.10.11 03:31

북한이 10일 공개한 일련의 핵타격 훈련 및 미사일 발사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지난달 25일 평북 태천군 저수지에서 소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발사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수지 수중 발사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아이디어”라며 “미사일 열차 발사에 이어 우리 ‘킬 체인’(Kill Chain)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우려했다. 킬 체인은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탐지해 선제 공격하는 것이다.

저수지 발사 SLBM을 비롯, 지난달 말 이후 보름간 김정은 참관하에 이뤄진 7차례의 미사일 발사는 미 증원(增援) 전력이 들어오는 부산항 등 항구와 계룡대 등 군 지휘시설은 물론 동해상의 미 항모전단까지 언제 어디서든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과 의지를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25일 발사 당시 한미 군 당국은 지상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KN-23 계열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잘못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9월 처음 선보였던 열차 발사 KN-23 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양인성·김현국


북한 언론들은 이날 “저수지 수중 발사장에서 전술 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 진행됐다”며 “실전 훈련을 통해 계획된 저수지 수중 발사장 건설 방향이 확증됐다”고 보도했다. 북 언론이 공개한 사진에 등장한 미사일은 지난해 10월 무기 전시회에 처음 등장한 뒤 같은 달과 지난 5월 두 차례 수중 잠수함 시험 발사에 성공한 KN-23 개량형 SLBM(일명 미니 SLBM)과 매우 흡사하다. 수중 시험 발사 때 비행거리 600㎞, 최대 고도 60㎞를 기록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고도와 거리를 나타냈다. 북한의 주력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부상한 KN-23을 SLBM으로 개량한 것이다. 북한 주장에 따르면 상하로 움직이는 풀업 기동 외에 좌우 회피 기동까지 해 요격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저수지 발사 SLBM은 수중 20~30m 바닥에 있는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콜드 론치’(엔진을 점화시키지 않고 증기압 등으로 미사일을 밀어올리는 것)로 물 밖으로 내보낸 뒤 엔진을 점화시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저수지 속 수중 발사대는 땅 위를 움직이는 이동식 발사대보다도 탐지와 타격이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 내에 있는 저수지는 현실적으로 우주 공간에 떠있는 위성으로 감시할 수밖에 없다.

저수지 물이 맑아 물속 수십m 깊이에 있는 발사대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는 파악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SLBM 수중발사대를 숨겨놓을 수 있는 북한의 대형 저수지는 수십곳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이번 북 미사일은 세계 최초의 호수 수중발사 탄도미사일로 ULBM(Underwater Launched Ballistic Missile)으로 부를 만하다”며 “우리 킬 체인을 조롱하며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4일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으로 약 4500㎞를 날아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에 대해서도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표현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에 따르면 신형 미사일은 화성-12형에 비해 탄두가 뭉툭해지고 엔진도 보조엔진이 잘 식별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완전한 신형이기보다는 화성-12형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총 6발을 발사한 ‘전술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해당 설정 표적들을 상공 폭발과 직접 정밀 및 산포탄 타격의 배합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정 고도에서 핵폭발에 의한 전자기파로 적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 전자기파(EMP) 공격, 넓은 범위로 퍼지는 집속탄 공격 등을 시험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저수지 발사 등 북한이 기존 상식을 깨는 새로운 타격 수단과 방식을 계속 개발함에 따라 킬 체인 등 3축 체계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며 사이버전자전 등 새로운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선호 전 수방사령관(예비역 육군중장)은 “기존 3축 체계에 사이버 전자전으로 북 핵미사일을 발사 전 무력화하는 등 비(非)물리적 수단을 결합한 ‘신(新)3축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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