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급 순양함
미국의 잠수함을 잡기 위한 소련의 야심작
  • 남도현
  • 입력 : 2022.06.16 09:56
    카라급 순양함 중 가장 마지막까지 활약했던 3번 함 케르치. < Public Domain >
    카라급 순양함 중 가장 마지막까지 활약했던 3번 함 케르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소련(현 러시아 포함)은 영토에 비해 영해가 작은 편이기에 해군의 위상이 육군, 공군에 뒤지는 편이다. 일단 가장 넓은 연해인 북극해는 항상 얼어있어서 활동이 어렵다.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핵 추진 잠수함이 배치되면서 상황이 바뀌기는 했어도 여전히 작전을 펼치는 데 제약이 많다. 그래서 초입인 무르만스크에 배치된 북방함대의 우선 작전권도 북극해가 아니라 북대서양과 북해다.

    흑해함대는 내해에 배치된 데다 함정이 지중해로 오가려면 터키가 통제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야 하므로 강력한 전력을 운용할 수 없다. 출입구가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 포위된 발트함대도 여건이 비슷하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모항으로 하는 태평양함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양으로 나가려면 일본이 견제하는 쓰가루 해협, 소야 해협, 대한해협 중 하나를 지나야 한다.

    소련의 2세대 SSN인 빅터 I급 공격잠수함. 소련은 엄청난 SSN을 운용했으나 그것만으로도 안심하지 못해 다양한 종류의 대잠함을 운용했다. < Public Domain >
    소련의 2세대 SSN인 빅터 I급 공격잠수함. 소련은 엄청난 SSN을 운용했으나 그것만으로도 안심하지 못해 다양한 종류의 대잠함을 운용했다. < Public Domain >

    이러한 여건으로 말미암아 소련 해군은 유사시 각 함대 간에 유기적인 협조가 불가능하다. 20세기 초에 벌어진 쓰시마해전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지금도 여전히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29년간 해군 총사령관을 역임한 세르게이 고르시코프의 노력으로 1970년대에 이르러 영국, 일본, 프랑스 등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강력한 해군이 되는 데 성공했어도 미 해군에게는 절대 열세였다.

    함대 간 연계도 문제지만 일단 주력함의 숫자가 적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해군력은 란체스터 법칙이 철저할 정도로 적용된다. 20세기 초에 독일은 영국과 치열하게 해군력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양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고 제1차 대전 내내 수세적으로 행동하다가 패했다. 가뜩이나 지리적 약점이 있는 소련 해군은 양적으로 월등히 압도하지 않는 한 미 해군과 정면으로 맞서기는 불가능했다.

    카라급과 크레스타 II급의 기반이 되었던 크레스타급 순양함. 서방에서 순양함이나 구축함으로 분류하나 소련에서는 대잠함이다. < Public Domain >
    카라급과 크레스타 II급의 기반이 되었던 크레스타급 순양함. 서방에서 순양함이나 구축함으로 분류하나 소련에서는 대잠함이다. < Public Domain >

    수적 열세를 질로써 만회하고자 체급에 비해 과할 정도의 중무장을 갖추었어도 한계가 있었다. 고심 끝에 소련은 같은 전력으로 대응하는 전통적 방식 대신에 비대칭 전략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항모를 항모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화력을 일거에 투사할 수 있는 전투함으로 견제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잠수함을 잡기 위해 탄생한 카라급 순양함(Kara-class cruiser, 이하 카라급)도 그러한 산물 중 하나다.

    나토에서 카라급이라는 코드를 부여하고 배수량을 기준으로 순양함으로 구분하지만, 소련에서의 명칭은 1134B형 대잠함이다. 잠수함을 잡는 함종으로 구분한 것만으로도 탄생 배경과 목적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실 배수량이 5,000톤이 넘는 대형 전투함을 대잠전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사치다. 당연히 원양에서 기함도 담당할 수 있도록 다목적 임무를 수행한다. 그럼에도 카라급은 대잠전에 상당히 특화되었다.

    슬라브급은 나토에서 순양함으로 구분되는 대형 전투함이다. 다목적함이나 대잠전에 특화되었다. < Public Domain >
    슬라브급은 나토에서 순양함으로 구분되는 대형 전투함이다. 다목적함이나 대잠전에 특화되었다. < Public Domain >

    가장 무서운 전략무기인 SSBN(전략원잠)을 감시하고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SSN(공격원잠)이다. 그래서 SSBN을 상대방의 SSN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런데 1960년대부터 미국이 대대적으로 SSBN 확충에 나서자 소련은 SSN뿐 아니라 수상함으로도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대잠 임무를 수행 중인 크레스타급 순양함, 카신급 구축함으로는 새로운 전략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1964년부터 후속함 사업을 개시했다.

    새로운 대잠함은 소련 인근 해역은 물론 남태평양, 인도양처럼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원양에서도 적성국의 잠수함을 수색, 발견, 격침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었다. 단독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고 공격 부대를 이끌 때는 대잠전뿐 아니라 함대의 방공까지도 책임지며 아군 잠수함을 보호하는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했다. 미국 해군에 일대일로 대응하지 못해도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소련 해군의 강력한 의지였다.

    내해인 흑해함대와 남지나해까지 관할하는 태평양함대에 나누어 배치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카라급은 연근해는 물론 원양에서도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 Public Domain >
    내해인 흑해함대와 남지나해까지 관할하는 태평양함대에 나누어 배치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카라급은 연근해는 물론 원양에서도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 Public Domain >

    명령을 받은 제53설계국은 개발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배치를 앞당기기 위해 기존 크레스타급(1134형)을 기반으로 함수를 개선하고 개량형 소나를 장착한 크레스타 II급(1134A형)과 고속 항행용 가스터빈을 장착하기 위해 선체가 커진 카라급(1134B형)의 복수 설계안을 당국에 제출했다. 제안을 검토한 소련 해군은 모두 전력화하기로 하고 1966년에 크레스타 II급, 1967년에 카라급의 건조 승인을 내렸다.

    대대적인 해군력 증강이 이루어지던 시기였기에 가능했던 투자였다. 총 7척의 카라급은 1968년부터 우크라이나의 미콜라이우에 위치한 61 코뮤나즈 조선소에서 초도함 니콜라예프를 시작으로 매년 한 척씩 건조에 들어가 순차적으로 취역했다. 그렇게 배치된 후 카라급은 소련이나 러시아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했던 해군을 운용했던 1970년대~1980년대에 미국 잠수함 킬러를 자임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징

    카라급은 가스터빈 때문에 함께 건조되었지만 이전처럼 전통적 동력 방식을 택한 크레스타 II급보다 길이가 14m, 전폭이 1.7m 확대되었고 배수량도 2,000톤 정도 늘어났다. 주기관이 고출력의 고속용 터빈과 저출력의 순항용 터빈으로 구성된 COGAG 방식이다. 동력 계통이 바뀌고 선체가 커졌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센서류, 무장 체계를 비롯한 여타 성능은 함께 개발된 크레스타 II급과 대동소이하다.

    동력으로 COGAG 가스터빈을 채택해 유사시 신속하게 고속으로 항해할 수 있다. < Public Domain >
    동력으로 COGAG 가스터빈을 채택해 유사시 신속하게 고속으로 항해할 수 있다. < Public Domain >

    카라급은 키로프급 순양전함, 슬라바급 순양함이 등장하기 전까지 소련 해군에서 가장 강력한 주먹이었다. 가장 큰 역할이 대잠전답게 무장의 핵심은 RGB-60 대잠로켓 144발을 발사할 수 있는 2기의 RBU-6000 발사관과 RGB-10 대잠로켓 60발을 발사할 수 있는 2기의 RBU-1000 발사관이다. 그 외에도 대함미사일과 함대 방공까지 담당할 수 있는 대공미사일도 장비하고 있으나 대지 공격 능력은 부족하다.


    운용 현황

    1971년부터 1979년까지 총 7척이 취역했다. 1~4번 함은 흑해함대, 5~7번 함은 태평양함대에 배속되어 활약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후 1번 함 니콜라예프가 우크라이나 해군 소속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6척은 러시아 해군이 인수했다. 하지만 경제 문제로 대대적인 감군이 단행되자 오버홀 주기가 닥친 함들을 개수하지 않고 그냥 도태시켜 버리면서 취역한 지 20년도 되지 않은 1990년대에 5척이 퇴역했다.

    해로를 봉쇄하기 위해 고의 좌초시켜 작전이 종료된 후 해체 중인 오샤코프. < (cc) Mitte27 at Wikimedia.org >
    해로를 봉쇄하기 위해 고의 좌초시켜 작전이 종료된 후 해체 중인 오샤코프. < (cc) Mitte27 at Wikimedia.org >

    2번 함 오샤코프(Ochakov)는 2011년에 퇴역해 치장 물자로 보관하던 중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침공했을 때 우크라이나 해군 기지 봉쇄 작전에 동원되어 입구에 고의 좌초되었고 이후 폐기되었다. 3번 함 케르치(Kerch)는 46년 동안 활약한 후 2020년 퇴역했다. 만일 2년 정도 퇴장이 늦었다면 모스크바함의 격침으로 전력이 약화된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을 담당했을지도 모른다.


    변형 및 파생형

    Nikolayev
    건조 1968년 6월 25일
    진수 1969년 12월 19일
    취역 1971년 12월 31일
    퇴역 1992년 10월 29일

    Nikolayev함 < Public Domain >
    Nikolayev함 < Public Domain >

    Ochakov
    건조 1969년 12월 19일
    진수 1971년 4월 30일
    취역 1973년 11월 4일
    퇴역 2011년 8월 12일

    Ochakov함 < Public Domain >
    Ochakov함 < Public Domain >

    Kerch
    건조 1971년 4월 30일
    진수 1972년 7월 21일
    취역 1974년 12월 25일
    퇴역 2020년 2월 15일

    Kerch함 < Public Domain >
    Kerch함 < Public Domain >

    Azov
    건조 1972년 7월 21일
    진수 1973년 9월 14일
    취역 1975년 12월 25일
    퇴역 1998년 5월 30일

    Azov함 < Public Domain >
    Azov함 < Public Domain >

    Petropavlovsk
    건조 1973년 9월 9일
    진수 1974년 11월 22일
    취역 1976년 12월 29일
    퇴역 1992년 2월 26일

    Petropavlovsk 함 < Public Domain >
    Petropavlovsk 함 < Public Domain >

    Tashkent
    건조 1974년 11월 22일
    진수 1975년 11월 5일
    취역 1977년 12월 31일
    퇴역 1992년 7월 3일

    Tashkent함 < Public Domain >
    Tashkent함 < Public Domain >

    Vladivostok
    건조 1975년 11월 5일
    진수 1976년 11월 5일
    취역 1979년 12월 31일
    퇴역 1994년 7월 5일

    Vladivostok함 < (cc) Andshel at Wikimedia.org >
    Vladivostok함 < (cc) Andshel at Wikimedia.org >



    제원

    제작: 61 코뮤나즈 조선소
    경하 배수량: 8,200톤
    만재 배수량: 9,700톤
    전장: 173.2m
    선폭: 18.6m
    흘수: 6.7m
    추진기관: 2×COGAG
                 4×DN59
                 2×DS71 가스터빈 (89,000kW)
    속력: 34노트
    항속 거리: 9,00nmi
    무장: 2×쌍열 76mm AK-726 함포
            4×30mm AK-630 CIWS
            8(2×4) URPK-3 대함미사일 발사기
            4(2×2) B-192 함대공미사일 발사기
            40×V-611 함대공미사일
            10(2×5) 533mm PTA-53-1134 어뢰발사관
            2×RBU-6000 대잠로켓발사관
            2×RBU-1000 대잠로켓발사관
    전자 장비: 코렌 1134B 전술정보디바이스
                   알레야 1134B 전술정보링크 디바이스
                   2×MRP-11-12 전파탐지 디바이스
                   2×MRP-13-14 전파탐지 디바이스
                   1×MRP-15-16 전파탐지 디바이스
                   1×MRP-150 전파방해 디바이스
                   1×MRP-152 전파방해 디바이스
    센서: 1×MR-600형 3차원식레이더
            1×MR-310A형 3차원식레이더
            2×볼가형 항법레이더
            1×MG-332 함수소나
            1×MG-325 가변심도식소나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카라급 순양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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