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 호위함
현실을 인정한 러시아 해군의 불가피했던 선택
  • 남도현
  • 입력 : 2022.05.30 08:05
    순차적으로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 호위함은 추후 러시아 해군의 주력을 담당할 예정이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순차적으로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 호위함은 추후 러시아 해군의 주력을 담당할 예정이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개발의 역사

    레오니트 브레즈네프가 통치하던 시기의 소련은 몽골 제국의 멸망 이후 해당 지역에서 등장했던 모든 국가나 정권 중에서 가장 강력했다. 소련은 미국과 더불어 냉전을 이끈 쌍두마차였지만 엄밀히 말해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시기는 1960년 중반에서 1980년 중반에 이르는 약 20년간이었다. 공산주의 계획경제라서 객관적 비교가 어려우나 이 시기에 소련의 명목상 GDP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 평가된다.

    하지만 선진국이라 할 수는 없었고 비효율적인 체제 특성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심각하게 문제가 누적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단 겉으로는 보통 사람이 먹고사는 데 커다란 문제가 없어 보였기에 현재도 대부분 러시아인이 이때를 영화로웠던 시기로 언급한다. 종합적인 국력에서 전성기를 달린 것은 틀림없었기에 군비에도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1970년대에는 국방비 지출에서 미국을 앞섰을 정도였다.

    1977년에 벌어진 러시아 혁명 60주년 기념식에 퍼레이드 중인 소련군 기갑부대. 당시 소련은 자타가 인정하던 초강대국이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Q5IvethuPMw 갈무리>
    1977년에 벌어진 러시아 혁명 60주년 기념식에 퍼레이드 중인 소련군 기갑부대. 당시 소련은 자타가 인정하던 초강대국이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Q5IvethuPMw 갈무리>

    덕분에 당시 소련군은 그야말로 최강이었다. 미군과 비교하면 핵 전력에서는 대등, 육군은 압도적 우위, 공군은 근소한 열세를 점했다. 반면 해군은 격차가 컸어도 전통적 강국인 영국, 일본,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소련은 국토에 비해 영해가 작다는 핸디캡으로 말미암아 해군을 육성하는 데 불리한 여건이다. 그럼에도 무지막지한 투자를 통해 엄청난 전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런 대업을 이끌었던 이는 1956년부터 무려 29년간 해군 총사령관을 역임한 세르게이 고르쉬코프(Sergey Gorshkov)다. 그는 잠수함 전력과 해군항공대 육성에도 힘썼지만, 해군력의 제1지표라 할 수 있는 수상함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다. 덕분에 러일전쟁에 패한 이후 1960년대까지 연안 해군에 머물렀던 소련 해군은 이 시기에 미국에 맞서는 초거대 해군으로 환골탈태했다.

    30년 가까이 총사령관을 역임하며 소련 해군을 세계 2위로 끌어올린 세르게이 고르쉬코프. 러시아 해군은 아직도 그가 남긴 많은 유산의 덕을 보고 있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30년 가까이 총사령관을 역임하며 소련 해군을 세계 2위로 끌어올린 세르게이 고르쉬코프. 러시아 해군은 아직도 그가 남긴 많은 유산의 덕을 보고 있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고르쉬코프가 재임하는 동안 무수한 거함들이 탄생했다. 킨다급 순양함, 크레스타급 순양함, 카라급 순양함, 모스크바급 항공순양함, 키예프급 항공순양함, 키로프급 순양전함, 슬라바급 순양함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체급에 비해 과할 정도의 중무장을 갖췄다는 점이다. 소련 군함의 강력한 이미지는 이때 고착화된 것이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모든 것이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렸다. 소련의 대부분을 승계한 러시아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경제가 휘청했다. 그 여파는 당연히 군에도 미쳤다. 러시아는 소련 수준으로 군비를 유지할 수 없었다. 엄밀히 말해 엄청난 군비는 소련이 붕괴한 하나의 원인이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핵 전력을 유지하는 대신 재래식 전력은 대폭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소련 최초의 항모인 키예프급 항공순양함도 소련 해체 여파로 전량 퇴역했다. 4번 함 바쿠만이 고철로 판매되거나 해체되지 않고 보존되다가 개조되어 인도에 팔려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그런데 소련 해체 후 바쿠에게 새로 부여된 함명이 어드미럴 고르쉬코프였다. < Public Domain >
    소련 최초의 항모인 키예프급 항공순양함도 소련 해체 여파로 전량 퇴역했다. 4번 함 바쿠만이 고철로 판매되거나 해체되지 않고 보존되다가 개조되어 인도에 팔려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그런데 소련 해체 후 바쿠에게 새로 부여된 함명이 어드미럴 고르쉬코프였다. < Public Domain >

    해군도 SSBN, SSN이 핵심을 담당하고 수상함은 연안 작전을 전담하는 것으로 재편되었다. 이에 따라 소련 시절 국력을 기울여 만들어 놓았던 주력함도 상태가 좋은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퇴역, 대외 판매, 폐기되었다. 같은 규모의 거함으로 전력 대체가 불가능하니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참전했다가 격침된 모스크바(슬라바급 순양함 1번 함)처럼 30~40년 된 노후 함들이 여전히 활동 중이다.

    대신 러시아는 기존 전력은 최대한 보수해서 사용하되 도태분은 소형 함정으로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은 그러한 러시아 해군의 고민을 배경으로 탄생한 최신 호위함이다.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미 해군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강력했던 소련 해군을 건설한 고르쉬코프의 이름을 초도함에 부여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강력한 해군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항공모함에도 붙였던 함명을 승계했을 만큼 고르쉬코프는 소련·러시아 해군에게 각별한 이름이다. 그만큼 새로운 호위함에 대한 기대가 크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항공모함에도 붙였던 함명을 승계했을 만큼 고르쉬코프는 소련·러시아 해군에게 각별한 이름이다. 그만큼 새로운 호위함에 대한 기대가 크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정식 명칭이 프로젝트 22350형 호위함인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은 2003년에 사업이 시작되었다. 일단 기존 크리박급 호위함, 네우스트라시미급 호위함의 대체가 목적이지만 노후화된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우달로이급 구축함의 승계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만일 슬라바급 순양함, 키로프급 순양전함이 후속 함 없이 그대로 퇴역한다면 현재로서는 이들의 일부 임무까지도 수행해야 하는 형편이다.

    전투함은 성능은 크기에 따라 좌우된다. 배수량 5,000톤 규모의 호위함으로 그보다 체급이 큰 함정의 임무를 모두 담당하기는 어렵기에 개발을 담당한 북방설계국(Severnoye PKB)은 고민이 컸다. 일단 기본적으로 성능이 향상되어야 했는데, 함은 물론이거니와 탑재되는 장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소련 전투함의 고질적인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레이더를 비롯한 센서류와 전투체계의 개선이 필요했다.

    사장된 프로젝트 13040형을 기반으로 제작해 인도에 납품한 타르와 호위함. 이때 터득한 많은 기술이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 개발에 이용되었다. < (cc) M. Mazumdar/ Bharat-Rakshak at Wikimedia.org >
    사장된 프로젝트 13040형을 기반으로 제작해 인도에 납품한 타르와 호위함. 이때 터득한 많은 기술이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 개발에 이용되었다. < (cc) M. Mazumdar/ Bharat-Rakshak at Wikimedia.org >

    일단 경제적 여건과 개발 실패를 피하고자 기존 크리박형 호위함을 베이스로 설계에 나섰다. 장비의 개발을 병행했고 소련 시절에 연구를 진행하다가 사장된 프로젝트 13040형 호위함도 참고했다. 서방 전투함을 벤치마킹해서 스텔스 구조를 적용하고 상부 구조물을 육각형 통합 마스트로 바꾸었다. 그래서 일단 외형부터 우락부락한 기존 소련 시절에 전투함과 달리 콤팩트하다.

    그러면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련 시절부터 내려오는 최대한 무장을 많이 탑재하는 특유의 사상도 그대로 수용했다. 여담으로 중국, 일본과 수적으로 경쟁할 수 없는 한국 해군의 함정도 화력이 강하다. 어쩔 수 없이 근무 여건이 나쁘고 유사시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련 당시보다 전력이 축소된 상황이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오히려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은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기로 예정된 상태다.

    2번 함 어드미럴 카사토노프. 현재 2척만 취역한 상태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2번 함 어드미럴 카사토노프. 현재 2척만 취역한 상태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그렇게 설계를 마친 후 2006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세베르나야 조선소에서 건조에 들어갔다. 하지만 세계 금융 위기, 9M96을 탑재할 VLS 결함, 엔진을 납품할 우크라이나의 조르야-마쉬프로엑트가 2014년 크름반도 합병에 반발해서 공급을 거부하는 등의 문제가 연이어 발생해서 수시로 건조 중단이 발생했다. 그래서 초도함 어드미럴 고르쉬코프도 2018년이 돼서야 이루어졌다.


    특징

    앞서 언급처럼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은 기존 순양함, 구축함들이 퇴역하면 해당 임무를 모두 승계 받을 예정이다. 그래서 작지만 모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함으로 개발되었다. 일단 무장부터 야혼트 초음속 대함미사일, 흔히 S-400으로 많이 알려진 9M96 대공미사일처럼 상당히 강력하다. 4면 고정 위상배열 레이더를 기반으로 하는 대공 감시망의 성능은 당연히 비밀이나 이지스 시스템 정도로 추정된다.

    외형상으로는 서방의 최신 전투함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외형상으로는 서방의 최신 전투함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동력으로 소련, 러시아 함정 최초로 CODAG 방식을 채용했다. 평시에는 5,200마력 10D49 디젤 엔진 2기로 운항하다가 상황 발생 시 27,500마력 M90FR 가스터빈 2기를 작동해 고속을 낼 수 있다. CODAG 방식과 돌출면을 최대한 줄인 저피탐 스텔스식 선체 구조는 서방 측 전투함으로부터 벤치마킹한 기술이다. 때문에 외형상으로는 전에 존재하던 소련식 함정과 차이가 극명하다.


    운용 현황

    러시아 해군은 총 15척의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을 획득할 예정이다. 원래 계획은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려 했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사건, 사고로 인해 초도함이 건조에 착수한 지 무려 12년 만인 2018년에 취역했다. 자연스럽게 후속 함 건조도 지연되면서 현재 2척만 북해 함대에 실전 배치된 상태다. 6척이 건조 중이고 추후 계획 물량 획득은 미정인 상태다. 아직 실전에 투입된 사례는 없다.

    초도함 어드미럴 고르쉬코프는 2018년에 북해 함대에 배치되어 활동 중이다. 아직 실전 경험은 없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초도함 어드미럴 고르쉬코프는 2018년에 북해 함대에 배치되어 활동 중이다. 아직 실전 경험은 없다.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변형 및 파생형

    Admiral Gorshkov
    건조 2006년 2월 1일
    진수 2010년 10월 29일
    취역 2018년 7월 28일

    Admiral Gorshkov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Admiral Gorshkov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Admiral Kasatonov
    건조 2009년 11월 26일
    진수 2014년 12월 12일
    취역 2020년 7월 21일

    Admiral Kasatonov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Admiral Kasatonov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Admiral Golovko
    건조 2012년 2월 1일
    진수 2020년 5월 22일

    Admiral Golovko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Admiral Golovko < Ministry of Defence of the Russian Federation >

    Admiral Isakov
    건조 2013년 11월 14일
     
    Admiral Amelko
    건조 2019년 4월 23일
     
    Admiral Chichagov
    건조 2019년 4월 23일
     
    Admiral Yumashev
    건조 2013년 7월 20일
     
    Admiral Spiridonov
    건조 2013년 7월 20일


    제원

    제작: 세베르나야 조선소
    경하 배수량: 4,550톤
    만재 배수량: 5,400톤
    전장: 135m
    선폭: 16m
    흘수: 4.5m
    추진기관: 2×CODAG
                  2×10D49 디젤엔진(3,900kW)
                  2× M90FR 가스터빈(20,500kW)
    속력: 29.5노트
    항속 거리: 4,850nmi
    무장: 1×130mm A192M 함포
            16(2×8)~32(4×8) 함대함미사일 UKSK VLS
            32(4×8) 함대공미사일 Redut VLS
            2×Palash CIWS
            2×4 330mm Paket-NK 어뢰발사관
            2×14.5mm MPTU 기관총
    전자 장비: Prosvet 대전자전 디바이스
                   2×PU KT-308 디코이
                   8×PU KT-216 디코이
                   2×5P-42 Filin 디코이
    센서: 5P-27 Furke-4 대공추적레이더
            34K1 Monolit 대지추적레이더
            5P-10 Puma 화력관제레이더
            Zarya-M 소나
            3×Pal-N 항법레이더
            Vigstar Centaurus-NM 통신시스템
            2×MTK-201 광학시스템
            Sigma-22350 전투시스템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 호위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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