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84 전투기
전투기가 아니라 공격기로 명성을 얻다
  • 남도현
  • 입력 : 2022.05.25 08:34
    F-84는 F-80(P-80)과 더불어 미 공군이 초창기에 운용한 주력 제트전투기다. 하지만 공중전에서 기대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아 공격기로 임무가 바뀌면서 명성을 얻었다. < Public Domain >
    F-84는 F-80(P-80)과 더불어 미 공군이 초창기에 운용한 주력 제트전투기다. 하지만 공중전에서 기대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아 공격기로 임무가 바뀌면서 명성을 얻었다.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 말기에 독일은 제트전투기를 사상 최초로 실전에 데뷔시켰다. 그러나 주인공 Me 262는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도 패전 직전이던 독일이 급한 마음에 투입한 것이었기에 기대만큼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 반면 미국, 영국도 제트전투기 개발을 마친 상태였으나 테스트 중 드러난 문제점이 해결될 때까지 배치를 미루고 있었다. 이처럼 제트전투기가 제대로 활약하려면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았다.

    프로펠러기와 다른 여러 기술이 필요하므로 어쩌면 이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산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실패에 대비해 여러 후보를 동시에 개발해서 좋은 것을 택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아무리 무기의 수요가 많은 전시라고 해도 유럽과 태평양에서 동시에 연합군을 이끌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국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F-84에 대한 미 공군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부족했던 시기여서 원하는 만큼 성능이 나오지 못했다. < Public Domain >
    F-84에 대한 미 공군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부족했던 시기여서 원하는 만큼 성능이 나오지 못했다. < Public Domain >

    통상적으로 거대한 전쟁이 끝나면 군비 감축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제2차 대전 종전 후 곧바로 냉전이 시작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덕분에 미국은 당시 개발된 제트전투기들이 어지간한 성능만 발휘하면 모두 제식화하는 위엄을 보였다. 1960년대까지 많은 미국제 전투기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것도 이와 관련이 많다. 리퍼블릭에서 개발한 F-84도 그런 시대상을 배경으로 탄생한 전투기 중 하나다.

    F-84는 미국 최초로 제식화한 제트전투기인 F-80, 제1세대 전투기의 대표인 F-86과 같은 시기에 탄생했지만, 이들에 비해 유명세가 뒤진다. 최초로 투입된 실전인 6.25전쟁에서 공산군의 MiG-15에게 밀리자 곧바로 공격기로 임무를 전환했을 만큼 제공기로서의 성능이 평범한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각종 파생형을 포함해 무려 7,500기 이상이 생산되었고 미국 이외에 13개국에서도 사용된 베스트셀러였다.

    지상 목표에 로켓을 발사하는 F-84E. 저고도 비행 능력이 좋고 폭장량이 좋아 공격기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 Public Domain >
    지상 목표에 로켓을 발사하는 F-84E. 저고도 비행 능력이 좋고 폭장량이 좋아 공격기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 Public Domain >

    이처럼 흥미로운 F-84의 개발은 1944년부터 시작되었다. 초창기 대부분의 제트전투기가 그러했듯이 리퍼블릭도 기존 프로펠러 전투기에 제트엔진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연구에 나섰다. 그러나 덩치가 크다는 평판을 얻은 P-47조차도 단면적이 큰 초창기 터보제트 엔진을 탑재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동체가 폭이 확장된 유선형으로 변경되고 연료를 많이 저장하기 위해 주익이 두터워지면서 완전히 별개의 전투기로 재탄생했다.

    리퍼블릭의 제안을 접수한 당국은 1944년 11월 11일, 3기의 XP-84 프로토타입을 발주했다. 이듬해 1월 4일에는 YP-84A 실험기 25기와 P-84B 양산기 75기의 주문도 이루어졌다. 당시 미국은 무기의 배치를 앞당기기 위해 개발과 양산을 함께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는 냉전 초기까지 이어졌다. 다만 프로토타입조차 이제 막 제작에 들어간 상태였기 곧바로 실용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F-84는 개발과 양산 준비를 동시에 진행해서 배치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많아 지속적으로 개량해야 했다. < Public Domain >
    F-84는 개발과 양산 준비를 동시에 진행해서 배치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많아 지속적으로 개량해야 했다. < Public Domain >

    특히 풍동 테스트에서 비행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게를 줄이고 추력을 늘려야 했다. 때문에 전면 재설계와 다름없을 만큼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 제2차 대전이 끝난 후인 1946년 2월 28일,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각종 테스트와 개선을 거쳐 1947년 11월부터 배치가 시작되었고 직전에 공군이 창설되면서 제식 부호도 P-84에서 F-84로 변경되었다.

    F-80과 더불어 미 공군의 주력 전투기 자리를 차지했지만 아무리 냉전 시기라고 해도 초도 비행 1년 만에 일선에 공급되었음에도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는 것은 사실 무리였다. 결국 최초 양산형인 F-84B가 배치 직후부터 주익의 강도 부족으로 비행 중 진동이 많이 발생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조사 결과 심각한 문제임이 확인되어 226기 전량이 2선으로 돌려졌고 불과 5년 만에 퇴역이 결정되었다.

    폐기 준비 중인 F-84B. 신속히 개발되었지만 성능에 문제가 있어 불과 5년 만에 전량 도태되었다. < Public Domain >
    폐기 준비 중인 F-84B. 신속히 개발되었지만 성능에 문제가 있어 불과 5년 만에 전량 도태되었다. < Public Domain >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량해가며 나름대로 주력 전투기 역할을 담당하고자 했지만, 고고도에서의 기동력이 떨어져 결국 자리를 F-86에게 내주어야 했다. 대신 폭장량이 좋은 장점을 살려 뛰어난 공격기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F-84F는 전술작전기 최초로 Mk.7 전술핵폭탄을 운용할 수 있었고 F-84G는 최초로 공중급유 능력도 갖추어 미 공군의 귀한 자산으로 취급받았을 정도였다.

    또한 효용성이 없다고 판명되어서 취소되기는 했지만 전략폭격기에 달려서 함께 출격했다가 상황이 발생하면 분리해서 적기와 싸우는 기생 전투기로 사용하는 방안도 연구되었다. 특히 FICON 계획에서는 오늘날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의 역할을 담당했다. 덕분에 개량형과 파생형이 많아 각 형별로 이름이 다른데 크게 주익이 직선형 모델은 썬더제트(Thunderjet)로, 후퇴익 모델은 썬더스트릭(Thunderstreak)으로 구분된다.


    특징

    모든 제1세대 전투기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F-84도 당시 유행하던 방식대로 인테이크가 기수에 일직선으로 엔진과 노즐이 배치된 형태다. 단순하기는 해도 이는 역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구조다. 직선익은 고속 비행에 적합하지 않지만 설계가 이루어진 1940년대 기술력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후퇴익으로 개량된 F-84F는 최고 속도가 F-86보다 조금 빠른 시속 1,119km까지 향상되었다.

    F-84의 3면도. 전형적인 초창기 제1세대 전투기의 구조를 갖추었다. < (cc) Kaboldy at Wikimedia.org >
    F-84의 3면도. 전형적인 초창기 제1세대 전투기의 구조를 갖추었다. < (cc) Kaboldy at Wikimedia.org >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 터보제트엔진의 고질적인 추력 부족 문제로 말미암아 상승력이 떨어져서 이륙이 힘든 전투기라는 오명을 얻었다. 혹서기에 최대 폭장을 할 경우에는 대형 민항기와 맞먹는 약 3,000m 정도를 활주해야 했을 정도였다. 당시 일선에 그런 비행장도 드물었고 그렇다고 무장을 줄이면 그나마 F-84의 장점마저 포기하는 것이기에 이륙 시 로켓을 장착해서 도움을 받았다.

    이보다 더한 것은 고고도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기동력이었다. 이는 F-84가 제공전투기로써 생애가 짧았던 가장 큰 이유였다. 다만 저고도에서 비행 성능이 좋고 폭장량도 많은 데다 리퍼블릭의 히트작인 P-47처럼 기골이 튼튼해서 공격기로는 무난했다. 문제의 근원은 엔진이었는데 초기형에 탑재된 엔진은 수명이 짧은 데다 정비성도 좋지 않았다. 후기형도 조금 향상되었을 뿐이지 고질적인 트러블로 인해 상당히 애를 먹였다.

    F-84는 이륙이 힘든 전투기로 악명이 높았다. 때문에 폭장을 줄이거나 로켓을 장착해 힘을 얻는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 Public Domain >
    F-84는 이륙이 힘든 전투기로 악명이 높았다. 때문에 폭장을 줄이거나 로켓을 장착해 힘을 얻는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F-84는 총 7,524기가 생산되었다. 성능에 비한다면 상업적으로 대단한 성공작임에는 분명하다. 이중 직선익 썬더제트가 1947년부터 1953년까지 4,096기, 후퇴익 썬더스트릭이 1950년부터 1957년까지 3,428기가 만들어졌다. 제2차 대전 후에 탄생한 전투기이고 주력기도 아니었음에도 양측 생산량이 모두 엄청난 수준인 데다 외형, 성능도 차이가 커서 F-84F와 그 파생형을 전작과 구분해서 별도로 취급하는 자료도 많다.

    한국전쟁 당시 편재 비행 중인 제474전투폭격비행단 소속 F-84. < Public Domain >
    한국전쟁 당시 편재 비행 중인 제474전투폭격비행단 소속 F-84. < Public Domain >

    초창기 최초로 제식화된 제트전투기 중 하나라는 프리미엄과 상대적으로 F-86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많은 나라에 공급되었다. 유럽 나토 회원국은 물론 대만, 태국도 상당량을 사용했다. 특이하게도 냉전 시기임에도 공산국가인 유고슬라비아가 231기를 운용했다. 유고슬라비아가 제3세계의 맹주를 자처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보였기에 소련을 견제하는 의미에서 공급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초기형 F-84B는 성능상 결함으로 곧바로 퇴역하다시피 했고 최초의 실전은 F-84D, F-84E로 편성된 부대가 한국전쟁에 투입되면서 경험했다. 처음에는 폭격기 호위 임무를 담당했으나 공산군이 MiG-15를 투입한 후부터 공격기로 임무를 전환했다. 전쟁 내내 미 공군이 실시한 폭격 작전의 60퍼센트 정도를 담당했을 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에 퇴역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1970년대까지 활약했다.

    앙골라 독립 전쟁 당시 F-84에 폭탄을 장착 중인 포르투갈 식민지군. < (cc) Soares da Silva at Wikimedia.org >
    앙골라 독립 전쟁 당시 F-84에 폭탄을 장착 중인 포르투갈 식민지군. < (cc) Soares da Silva at Wikimedia.org >



    변형 및 파생형

    직선익형(Thunderjet)

    XP-84: 프로토타입. 2기.

    XP-84 < Public Domain >
    XP-84 < Public Domain >

    YP-84A: 실험용 시제기. 15기.
     
    F-84B: 초기 양산형. 226기.

    F-84B < Public Domain >
    F-84B < Public Domain >

    EF-84B: 폭격기 호위용 기생 전투기.

    EF-84B < Public Domain >
    EF-84B < Public Domain >

    F-84C: J35-A-13 엔진 환장. 191기.

    F-84C < Public Domain >
    F-84C < Public Domain >

    F-84D: J35-A-17 엔진 환장. 154기.

    F-84D < Public Domain >
    F-84D < Public Domain >

    F-84E: J35-A-17D 엔진 환장, 기체 연장, 레이더 조준기 장착. 843기.

    F-84E < Public Domain >
    F-84E < Public Domain >

    EF-84E: 공중 급유 시험기.
     
    F-84G: 35-A-29 엔진 환장, 공중 급유 기능 추가 전폭기형. 3,025기.

    F-84G < Public Domain >
    F-84G < Public Domain >

    EF-84G: 급속 발진 시험기.

    EF-84G < (cc) Nationalinterest >
    EF-84G < (cc) Nationalinterest >

    F-84KX: 미국 해군용 무인 표적기. 80기 개조.

    후퇴익형(Thunderstreak)

    YF-84F: 후퇴익 프로토타입.

    YF-84F < Public Domain >
    YF-84F < Public Domain >

    F-84F: J65 엔진 환장형.

    F-84F < Public Domain >
    F-84F < Public Domain >

    RF-84F: F-84F 기반 정찰기. 715기.

    RF-84F < Public Domain >
    RF-84F < Public Domain >

    RF-84K: FICON 계획용 기생 전투기.
     
    XF-84H: 초음속 터보프롭 시험기.

    XF-84H < Public Domain >
    XF-84H < Public Domain >

    YF-84J: J73 엔진 환장형. 2기 개조.

    YF-84J < Public Domain >
    YF-84J < Public Domain >



    제원(F-84G)

    전폭: 11.10m
    전장: 11.61m
    전고: 3.84m
    주익 면적: 24㎡
    최대 이륙 중량: 23,340kg
    엔진: 앨리슨 J35-A-29 터보제트(5,560 lbf)
    최고 속도: 1,001km/h
    실용 상승 한도: 12,300m
    전투 행동반경: 1.600km
    무장: 12.7mm AN/M2 브라우닝 기관총 X 6
            Mk 7 전술핵폭탄 X 1
            4,450 파운드 폭장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F-84 전투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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