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4 전차
유고가 낳은 T-72 기반 '발칸의 야수'
  • 윤상용
  • 입력 : 2022.05.24 08:34
    2016년 4월, 세이버 정션(Sabre Junction) 16 연습 간 촬영된 슬로베니아 육군의 M-84. (출처: US Army University Press)
    2016년 4월, 세이버 정션(Sabre Junction) 16 연습 간 촬영된 슬로베니아 육군의 M-84. (출처: US Army University Press)


    개발의 역사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사회주의 국가로 출발한 유고슬라비아는 건국 초에 주로 노획한 이탈리아나 독일군 장갑차나 전차를 도입해 운용했으며, 일부는 독일군이 프랑스나 폴란드, 러시아, 영국에서 노획해 쓰던 것을 압류해 운용했다. 유고는 건국 초에 주로 유고 파티산(Partisan)이 노획한 900여 대의 장갑차나 전차를 활용하여 사용했으며, 건국 후에는 이들을 두 개 전차 여단으로 재편했다. 전차 전력에 관심이 많던 유고의 요시프 브로즈 티토(Josip Broz Tito, 1892~1980) 대통령은 1945년 5월, 4개의 전차 사단을 신규 창설한 뒤 이를 묶는 제1 전차군단 창설을 명령했으며, 앞서 존재하던 두 개 여단 역시 증편하여 2개 사단이 되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나머지 두 개 사단은 영영 창설되지 못했다. 사실 예산 문제보다도 900대에 달하는 기존 전차의 국적과 종류가 다 달라 유지 관리와 부품 조달이 지나치게 복잡한 상태였는데, 사단을 두 개 증편하여 전차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은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유고슬라비아는 소련에 군사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으며, 소련은 1945년 7월에 대표단을 보내 유고 군 점검에 들어갔다. 소련은 ‘제1 전차군단’의 상태가 문제가 많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으며, 충분한 운용 자원이나 인력도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인원 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권고를 한 후 최초의 전차 교육 시설을 설립했다.

    유고는 건국 초에 노획한 900여 대의 장갑차나 전차를 활용하여 두 개 전차 여단으로 재편했다. <출처: Public Domain>
    유고는 건국 초에 노획한 900여 대의 장갑차나 전차를 활용하여 두 개 전차 여단으로 재편했다. <출처: Public Domain>

    아울러 기존 보유 전차 대부분이 실전에서 운용하기 어렵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차량이라는 평가에 따라 신형 전차 도입을 추진했으며, 소련 측은 1947년부터 308대의 T-34-85 전차와 52대의 Su-76 자주포를 유고슬라비아에 공여했다. 1940년대 말까지 425대의 T-34를 보유하게 된 유고는 총 6개의 전차 여단을 편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48년 코민포름(Cominform) 이후 집권자인 티토는 소련과 거리를 두면서 독자적인 사회주의를 선언하면서 티토-스탈린 간 분열이 발생했다. 일단 티토와 스탈린(Joseph Stalin, 1878~1953)은 미묘하게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었으며, 스탈린은 다른 위성 국가와 달리 지속적으로 소련에 반대하는 유고를 더 확실히 장악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티토는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다가 1948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스탈린은 이때부터 유고와 동구권 국가 사이의 모든 형태의 협력을 차단하도록 지시했고, 이 때문에 유고는 사회주의 노선의 국가임에도 서방 쪽으로 어느 정도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마셜플랜(Marshall Plan) 문제였다. 소련의 스탈린 서기장은 모든 공산권 국가는 일괄적으로 미국의 마셜플랜을 거부하도록 강요했으며, 유고 역시 이 강요에 의해 한차례 마셜플랜 수령을 거부했다. 하지만 소련과 관계를 끊게 된 유고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미 정부에 마셜플랜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역시 유고의 요청을 받고 갈등했으나 결국은 1949년부터 소규모의 지원을 시작했고, 결국 1950년부터 1953년까지는 “마셜플랜” 명목이 아닌 다른 명목으로 대규모의 지원금을 보냈다.

    유고가 획득한 미국전차들. 왼쪽부터 M47 패튼, M4A3E4 셔먼, M18 헬캣이다. <출처: Public Domain>
    유고가 획득한 미국전차들. 왼쪽부터 M47 패튼, M4A3E4 셔먼, M18 헬캣이다. <출처: Public Domain>

    두 국가의 관계 단절은 그간 무기체계 대부분이 소련제 일색이었던 상황에서 군사적으로도 문제가 됐다. 일단 유고는 서방 국가에 무기 공급을 타진했으며, 1951년에는 대표단을 미국으로 보내 군사 협력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이 협상은 1951년 11월 14일에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티토는 주 유고 미국 대사인 조지 앨런(George Allen)과 군사지원협정서에 서명했다. 그 덕에 유고는 1951년부터 1958년까지 미제 M4A3E4 셔먼(Sherman) 전차를 599대, M47 패튼(Patton) II 전차 319대, M7B2 프리스트(Priest) 자주포 56대, M18 핼켓(Hellcat) 240대, M36 잭슨(Jackson) 자주대전차포 399대, M3A1 정찰경전차 300대, M8 자주포 265대, M15 대공포 등 다수의 물자를 공여 받았다. 이때부터 유고 정부는 본격적으로 국내 방위 산업 육성에 힘을 쏟았으며, 그 결과 유고슬라비아의 방위 산업은 서부 발칸반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미-소 모두와 돌아가면서 협력한 결과로 두 국가의 기술을 모두 조금씩 흡수할 수 있었다는 점도 유고의 특징이 되었다. 유고의 방산 수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매년 30억 달러 규모의 방산 수출고를 올렸을 뿐 아니라 국가 수입의 두 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관광 산업의 두 배 규모가 됐다. 특히 그중에서 두각을 보인 대표적인 업체는 항공업체인 소코(SOKO), 소화기 업체인 자스타바(Zastava) 등이 있었으며, 2차세계대전 중 공장 시설이 추축국에 의해 대파 당하자 공산주의 정치가인 듀로 자코비치(Đuro Đaković, 1886~1929)가 주도하여 설립된 듀로 자코비치 등이 있었다. 특히 듀로 자코비치는 1950년대부터 미국 업체인 밥콕 앤 윌콕스(Bobcock and Wilcox)의 지원으로 디젤 엔진과 열차를 개발했으며, 곧 수출까지 하면서 본격적으로 방위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한편 유고와 소련의 갈등 관계는 1953년, 스탈린의 죽음을 기점으로 완화됐다. 다시 소련과 지원 관계를 복원한 유고슬라비아는 기존 소련제 무기체계의 부품을 공급받기 시작했고, 반면 미국과 관계가 다시 멀어지기 시작하자 미제 장비의 사용량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고는 미제 장비를 뜯거나 복제하려 하지는 않은 듯 하나, 이들 장비를 소련제 부품으로 유지 관리 혹은 수리해 보려 했던 정황은 보인다. 결국 미제 장비는 1960년대를 기점으로 대부분 도태하고 말았다.

    스탈린 사후 유고와 소련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T-54와 T-55 등이 도입되기도 했다. <출처: Public Domain>
    스탈린 사후 유고와 소련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T-54와 T-55 등이 도입되기도 했다. <출처: Public Domain>

    한편, 앞서 도입된 T-34-85 전차는 1970년대 중후반부터 도태가 시작됐다. 특히 앞서 도입한 소련제 장비 대부분의 유지 정비 소요가 커지고 비용이 높아지면서 장비류의 교체가 심각하게 고려되기 시작했고, 70년대 초부터는 미국이나 서독과 협상해 M47 전차를 들여오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소련제를 살펴보게 된 유고군은 1977년 소련으로 대표단을 보내 T-72 전차 수입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유고는 T-72의 성능에 만족했으며, 가급적 현지 면허 생산 형태로 도입하기를 희망했다. 소련 측 역시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1978년에 두 대의 T-72M(T-72A의 수출형 형상)이 유고로 인도됐으며, 1981년에는 열 대 정도가 추가로 인도됐다. 이후 80년대 중반까지 유고는 약 60대의 T-72 계열 전차를 추가로 도입했다. T-72M의 현지 생산 기술을 완전히 익힌 유고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이 T-72M 계열 전차의 자체 개조를 통한 현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유고슬라비아는 국내 방산 업체를 동원하여 T-72M의 업그레이드를 시작했으며, 우선 사격통제장치부터 교체하고, 복합장갑을 채택하여 방어력을 높이며, 엔진 역시 1,000마력 엔진으로 교체했다. 그 밖에 전반적인 업그레이드와 개조 작업을 거친 T-72M은 M84로 새롭게 명명했으며, 1988년부터는 필요에 따른 수많은 파생형이 개발되기 시작하여 유고가 해체된 1991년까지 10종류 이상의 파생형이 제작됐다.

    스탈린 사후 유고와 소련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T-54와 T-55 등이 도입되기도 했다. <출처: Public Domain>

    유고슬라비아는 1991년까지 650대가량의 M84 계열 전차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고 연방 해체 후에는 그중 212대를 세르비아가 인수하고 나머지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나누어 운용했다. 이후에도 M-84 전차는 유고뿐 아니라 중동권에서 ‘가성비가 좋은’ 전차로 평가받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쿠웨이트에 도입된 전차는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rom)으로 일컬어지는 걸프전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특징

    M-84 전차는 T-72 전차에 기반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외양만 비슷할 뿐, 내부 체계는 차이가 크다. 우선 M-84A형은 기본적으로 소련제 2A46 활강포를 응용한 125mm 활강포가 장착됐다. 포연 배기 장치는 포신 중간에 설치됐으며, 열로 인해 포신이 휘는 것을 막기 위해 열상 코팅이 되어 있다. 배기 장치는 특히 연속으로 속사를 할 경우 같은 속도로 포신을 냉각하는 역할을 한다. M-84에는 자동급탄장치가 장착되어 있어 분당 최대 8발의 발사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주포의 예비탄은 포탑 하부 차체 부분에 약 40발까지 적재된다. 사실 이 애매한 적재 공간은 T-72의 설계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일단 탄약이 차체 중앙부에 적재되어 있으므로 어지간해서 외부 공격으로 피탄되기 어려운 위치이기는 하나, 대전차무기나 대전차지뢰 등으로 차체 중앙까지 관통되는 상황에는 유폭할 수밖에 없어 2차 대폭발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위치이다.

    2020년 합동 전술연습 중 촬영된 세르비아 육군용 M-84AS1. M84 시리즈 중 가장 최신 형상으로, 현재까지 시제 차량만 운용 중이다. (출처: Srđan Popović/ Wikimedia Commons)
    2020년 합동 전술연습 중 촬영된 세르비아 육군용 M-84AS1. M84 시리즈 중 가장 최신 형상으로, 현재까지 시제 차량만 운용 중이다. (출처: Srđan Popović/ Wikimedia Commons)

    M-84는 다양한 파생형이 있지만 전 형상 모두 7.62mm 공축기관총이 주무장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대공 방어를 위해 12.7mm 대공포가 지휘관석에 장착되어 있다. M-84 시리즈는 모두 전차장, 포수, 조종수 3인 승무원을 필요로 하며, 전차장석은 포탑 우측에, 포수는 좌측에, 조종수석은 차체 전면부에 위치한다. 대부분 소련제 전차가 그렇듯 M-84 역시 수동 급탄이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적외선 서치라이트와 관측장비용 케이스가 없는 점이 T-72와 구분되며, M-84A는 컴퓨터화된 사격통제체계와 탄도 데이터 센서, 주야간 관측장비가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2세대 이미지 강화장비가 통합되어 있다.

    슬로베니아 육군 M-84의 포탑 부분. (출처: US Army)
    슬로베니아 육군 M-84의 포탑 부분. (출처: US Army)

    M-84의 장갑은 기본적으로 410mm 강철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M-84A형부터는 강철판 사이에 샌드위치 형태로 비금속, 고무, 탄화붕소를 혼합한 방어판(통칭 '쵸밤 장갑')을 포함시켰다. 전차 경사면에는 라미네이트 장갑을 썼고, 두 강철판 사이에 유리섬유로 강화한 강화 플라스틱을 끼웠다. 또한 경사면 전체에 16mm 강철판을 용접해 붙였다. 전체 장갑의 두께는 전면 경사부가 약 550mm~650mm, 포탑부는 560mm~700mm 정도에 달한다. 유고 내전 중에 M-84는 전면부에 여러 발의 대전차 공격을 받고도 버티는 모습을 보여 장갑능력을 검증받았다. 하지만 전차 후방과 측면은 잘못 피탄되는 경우 포탄 유폭을 일으켜 끔찍한 대폭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포탑의 전면에는 12문의 연막탄 발사기가 장착됐으며, 양쪽에 각각 5문과 7문으로 나뉘어 설치됐다. 야시경과 포수의 조준장비는 모두 포탑 상부 우측에 설치됐으며, 작은 서치라이트도 설치되어 있어 단거리 전투 시 사용된다. M-84는 핵, 생물학, 화학(NBC) 공격에 대비한 방호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슬로베니아 육군 M-84의 포탑 부분. (출처: US Army)

    M-84의 엔진은 기본적으로 12기통 V46-6 디젤 엔진으로, 최대 출력은 약 780마력에 달한다. M-84A형은 엔진을 V46-TK 1,000마력 엔진으로 교체했으며, 최대 연료량은 1,200리터로 항속 거리 450km까지 달한다. 크로아티아군이 개조한 파생형인 M-84A4 “스나이퍼(Sniper)” 형상은 독일제 1,100마력 엔진을 장착했으며, M-84 시리즈 중 후기형에 해당하는 M-84D의 엔진은 최대 1,200마력까지 출력을 낼 수 있다. M-84D형은 연료 탑재량도 1,450리터까지 확장됐다.  M-84 시리즈의 최고 속도는 약 68km/h까지 도달 가능하며, 장비가 없는 상태로 1.2m 정도의 얕은 강이나 하천을 건널 수 있다.


    운용 현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M-84 전차는 쿠웨이트에 대량으로 수출됐다. 쿠웨이트는 1980년대 말부터 이라크와 긴장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M-84 전차를 약 200대(M-84AB 170대, M-84ABI 15대, M-84ABK 15대) 가량 주문해 제35 기갑여단에 배치했으나, 인도가 진행 중이던 1989년에 유고슬라비아가 사실상 해체되는 바람에 공장의 양산이 중단되어 150대를 끝으로 더 인도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이라크 군이 쿠웨이트 침공을 단행하자 쿠웨이트는 제대로 M-84를 써보지도 못하고 항복했으며, 이라크는 이들 M-84 전차를 노획했다. 이후 다국적군이 ‘사막의 방패’ 작전(Operation Desert Shield)을 단행하면서 쿠웨이트 내 이라크 군을 축출하자 쿠웨이트 제35여단도 M-84 약 70대를 전부 회복했으나, 이후 이라크 영내로 역습을 시작한 ‘사막의 폭풍’ 작전이 단행됐을 때는 M-84 전차가 이라크 군의 T-72 전차 및 T-72를 기반으로 개발 중이던 아사드 바빌(أسد بابل, ‘바빌론의 사자’) 전차와 실루엣이 흡사해 오인으로 인한 우군 사격 가능성이 높아 공세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M-84는 이라크 군의 T-62나 T-55 전차를 상대로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 중 촬영된 쿠웨이트 육군 M-84AB 전차. 지뢰 개척이 끝난 지역을 먼저 지나간 후 안전하다고 수신호로 표시하고 있다. (출처: Staff Sgt. Dean M. Fox/US Army)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 중 촬영된 쿠웨이트 육군 M-84AB 전차. 지뢰 개척이 끝난 지역을 먼저 지나간 후 안전하다고 수신호로 표시하고 있다. (출처: Staff Sgt. Dean M. Fox/US Army)

    M-84가 활약한 또 다른 전장은 유고슬라비아 내전이었다. 슬로베니아 독립전쟁, 통칭 “10일 전쟁” 중 유고슬라비아 인민군(세르비아)은 M-84 전차를 동원해 슬로베니아군의 바리케이드 격파를 시도했으며, 슬로베니아 군 역시 구 유고연방 군이 크로아티아 영내에 남겨둔 M-84를 인수해 이를 활용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유고-세르비아 군이 대량의 M-84를 시내로 투입시켜 크로아티아 측을 압박하려 했지만, 오히려 기동이 제한된 도시 내에서 움직임이 제한되는 바람에 대전차무기나 RPG 등에 당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때 M-84의 우수한 방어력이 빛을 발했는데, 어느 M-84 한 대는 다섯 발의 로켓 공격을 받고도 견디다가 여섯 째 공격이 엔진실을 때리는 바람에 승무원이 모두 탈출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는 상대적으로 M-84가 거의 투입되지 않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 지역에 개입한 대부분의 국가가 주력 전차로 T-55를 썼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독일에서 진행된 얼라이드 스피릿(Allied Spirit) IV 연습 간 촬영된 슬로베니아 육군의 M-84 후면. (출처: US Army)
    2016년 1월, 독일에서 진행된 얼라이드 스피릿(Allied Spirit) IV 연습 간 촬영된 슬로베니아 육군의 M-84 후면. (출처: US Army)

    유고연방 해체 이후에는 세르비아계 국영 방산 수출 업체인 유고임포트(Yugoimport SDPR)사가 M-84의 수출입 업무를 수행했으며, 양산은 크로아티아 슬라폰스키 브로드(Slavonski Brod)에 위치한 쥬로 자코비치사가 계속 수행해오고 있다.

    독일 언론지인 DPA는 2022년 4월 중순경 슬로베니아가 우크라이나에 M-84 전차를 제공할 예정이며, 그 대신 독일이 슬로베니아로 레오파르트(Leopard) 2 전차나 마르더(Marder) 차륜형 보병전투장갑차(IFV)를 공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슬로베니아는 2027년을 목표로 군 현대화를 추진 중이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별개로 노후 장비 현대화 혹은 처분을 추진 중인 상황이었으므로 여분의 M-84를 공여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슬로베니아 군 국방백서에 따르면, 슬로베니아 육군에는 현재 실전 배치 상태인 M-84 전차가 약 14대가량 있으며, 예비 물자로 비축한 차량이 약 32대가량 존재한다.


    파생형

    M-84 전차: 소련제 T-72M에 기반한 최초 형상. 1984년~1987년 사이에 150대 이하가 양산됐다.

    얼라이드 스피릿(Allied Spirit) IV 연습 중 촬영된 슬로베니아 육군의 M-84 전차. (출처: US Army)
    얼라이드 스피릿(Allied Spirit) IV 연습 중 촬영된 슬로베니아 육군의 M-84 전차. (출처: US Army)

    M-84A 전차: 업그레이드 형상으로, 소련의 T-72M1과 유사하나 엔진과 장갑이 강화됐다. SUV-M-84 신형 사격통제장치가 설치되었으며, DNNS-2 포수 주야관측경, 내장 레이저 거리측정기 및 TNP-160 잠망경식 관측경, TNPA-65 보조 잠망경, DNKS-2 주야간 전차장 잠망경, TNPO-168V 조종수 잠망경이 장착됐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 개량형인 M-84AB를 포함, 약 450대가 양산됐다.

    M-84AB 전차: M-84A의 쿠웨이트군 형상. 신형 통신 장비와 인터콤이 설치됐다. 쿠웨이트 육군의 제35 아쉬-샤히드(Ash-Shahid) 기갑여단에 배치됐으며, 이중 일부는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에 투입됐다. 전쟁 중 단 두 대의 M-84AM만 상실됐으나 전후 두 대 모두 복구됐다. 쿠웨이트는 원래 200대의 전차를 주문했으나 유고슬라비아 해체로 양산이 중지되어 150대만 인도받았다. 모든 계기가 영어와 아랍어로 표기됐다.

    쿠웨이트 육군용 형상인 M-84AB 형상. 쿠웨이트가 걸프전 직전에 도입한 전차로, 최초 200대를 주문했으나 유고 내전 발발 때문에 150대로 인도가 종료됐다. 걸프전 개전 후 이라크 군에게 대부분 노획당했지만 '사막의 방패' 작전 후 회복해 이라크 역습 단계에서 일부 사용됐다. (출처: Srđan Popović/wikimedia Commons)
    쿠웨이트 육군용 형상인 M-84AB 형상. 쿠웨이트가 걸프전 직전에 도입한 전차로, 최초 200대를 주문했으나 유고 내전 발발 때문에 150대로 인도가 종료됐다. 걸프전 개전 후 이라크 군에게 대부분 노획당했지만 '사막의 방패' 작전 후 회복해 이라크 역습 단계에서 일부 사용됐다. (출처: Srđan Popović/wikimedia Commons)

    M-84ABN 전차: 유고슬라비아 육군용으로, M-84AB에 지상항법장비가 장착된 형상.
     
    M-84AK/ABK 지휘용 전차: 유고슬라비아군 사양으로, M-84AB에 각종 통신 장비와 지상항법 장비, 발전기가 지휘 목적으로 설치됐다.

    유고슬라비아 육군용 지휘차량인 M84AK 지휘용 전차의 모습. 주로 통신 능력과 지상항법장비에 특화되어 있다. (출처: Srđan Popović/Wikimedia Commons)
    유고슬라비아 육군용 지휘차량인 M84AK 지휘용 전차의 모습. 주로 통신 능력과 지상항법장비에 특화되어 있다. (출처: Srđan Popović/Wikimedia Commons)

    M-91 “비호르(Vihor: 돌풍)” 전차: 유고슬라비아 군 형상으로, M-84의 화력을 증강하기 위해 현대적인 광학 장비를 설치하고, 개선형 APFSDS탄을 운용하도록 했다. 포탑 역시 재설계 되었으며, 일부 자료에서는 신형 1,200마력을 장착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고 내전 발발로 시제 차량만 두 대가 제작됐다.

    M-91 “비호르” 전차 <출처: Public Domain>
    M-91 “비호르” 전차 <출처: Public Domain>

    M-84A 스나이퍼(Sniper) 전차: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군 형상. 신형 SCS-84 주야간 관측경, DBR-84 탄도계산 컴퓨터, 신형 포탑 고각/회전 센서, 신형 라칼(Racal) 통신 패키지가 장착됐다. 크로아티아 군이 1996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공장에서 약 40대가량 양산해 도입했으며, 소문에는 1,100마력 독일제 엔진으로 교체했다고 하나 실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로는 사실무근으로 알려졌다. 2008년 크로아티아 군이 운용하던 M-84 전량이 M-84A4로 업그레이드됐다.
     
    M-84AI 장갑구난구호차: 유고슬라비아와 폴란드군 형상. 1990년대 중반, 쿠웨이트가 M-84A 전차를 대량으로 도입하면서 별도로 구난구호차 형상을 요청해 개발됐다. 개발 기간이 짧았으므로 별도 개발을 하는 대신 기성품을 이용해 개발했다. 이 때문에 폴란드로부터 WZT-3 면허를 구입하여 M-84AI 차량에 사용했으며, 생산은 세르비아 내 “10월 14일” 공장에서 양산했다. 쿠웨이트 군 형상인 M-84ABI 개발 계획도 있었지만 실행되지는 못했다. 무장은 12.7mm 기관총을 전차장 해치에 장착했고, 연막탄 발사용 박격포(우측 8문, 좌측 4문)가 설치됐으며, TD-50 견인용 크레인, 차량 앞부분 장착 대형 삽날, 윈치(winch) 세트 등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M-84AS 전차: 세르비아군 형상. M-84의 업그레이드 형상이다. 신형 사격통제장치가 설치됐고, 실린더형 패드를 포함한 고강도 강철, 티타늄, 알루미늄 복합 장갑 및 폭발성 반응장갑(NERA: Non-Explosive Reactive Armor) 같은 신형 장갑이 적용됐다. 모듈식 콘탁트(Kontakt)-5 장갑과 신형 9M119 스비르(Svir: NATO 코드명 AT-11 스나이퍼) 유도미사일도 장착이 가능하며, 아가바(Agava)-2 열상관측경과 슈토라 전자광학 능동형 방어체계도 통합됐다. 2004년 7월에 처음으로 일반 공개됐으며, 외양이나 능력 모두 러시아의 T-90S와 유사하지만 T-90S 쪽의 장갑이 더 우세한 반면, M-84S의 기동력이 조금 더 높다.
    장갑이 튼튼해 정면 근거리에서 대전차 미사일을 여러 차례 맞아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형 열상 이미지 카메라가 전차장석과 조종석에 설치되어 있어 야간에도 운용이 가능하다. 주포로는 125mm 2A46M 활강포가 장착됐고, 엔진으로는 1,200마력 디젤 엔진이 채택되어 있어 최대 시속 72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M-84AS는 쿠웨이트 육군도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M-84AS1 전차: 세르비아 육군의 마지막 형상이며, 시제 차량 개발 단계에 있다.
    추가 장갑을 장착하고, 폭발성 능동형 반응장갑(ERA)이 적용됐으며, 열상 이미지 카메라와 주야간 관측경이 통합되었고, 지휘정보시스템 장착, 소프트-킬(Soft-kill) 능동방어체계, 신형 무전시스템, 12.7mm 기관총 장착 무선조종무장거치대(RCWS: Remotely-Controlled Weapon Station) 화생방 (CBRN) 방호 장비 등이 장착됐다. 추가로 국내 개발 1,200 마력 엔진 장착을 추진했으나 채택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타코보(Tacovo) 2020 행사 중 촬영된 M-84의 업그레이드 형상인 M-84AS1. 세르비아 육군이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한 형상이다. (출처:Srđan Popović/Wikimedia Commons)
    타코보(Tacovo) 2020 행사 중 촬영된 M-84의 업그레이드 형상인 M-84AS1. 세르비아 육군이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한 형상이다. (출처:Srđan Popović/Wikimedia Commons)

    M-84D/M95 데그만(Degman) 전차: 크로아티아 군 형상. 현용 M-84 전차에 1,200마력 엔진을 장착하고, 신형 RRAK 능동반응장갑(ERA)을 설치한 형상. M-84D는 이스라엘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사가 개발한 샘슨(Samson) 원격조종무장거치대(RCWS)가 장착됐으며, 신형 오메가(Omega) 탄도 계산 컴퓨터가 채택됐다. M-84A4와 M-84D는 자동급탄장치 역시 15%가량 속도가 빨라 기존 분당 8발 발사하던 것이 분당 9발로 늘었다. 후방에는 체인을 설치해 엔진실을 보호했으며, 탄약창 주변에도 슬랫(SLAT) 장갑을 둘러 대전차 유도 미사일이나 포탄으로부터 유폭을 방지한다. M-84D에는 포탑 바구니가 설치되어 예비탄을 적재할 수 있으며, 이 바구니에도 슬랫 장갑을 장착했다. M-84D와 M-84A4에는 콩스버그(Kongsberg)제 12.7mm 프로텍터(Protector) 원격 무장거치대가 설치됐으며, LIRD-4B 레이저 방사선 탐지 및 경보장치, LAHAT 대전차 미사일 등이 장착됐다. 설계상 스위스 RUAG사의 120mm 콤팩트형 주포를 장착할 수 있지만, 크로아티아 군이 NATO 스탠더드 120mm 포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장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본으로 장착한 독일 라인메탈제 L44 120mm 주포가 가격이 비싼 데다, 독일 측의 기술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안으로 고려됐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예산 문제 때문에 단 두 대만 M-84D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됐다.

    M95 데그만 전차 <출처: armedconflicts.com>
    M95 데그만 전차 <출처: armedconflicts.com>



    제원(M-84 기준)

    종류: 주력전차
    제조사: 베오그라드 군사기술연구소/쥬로 자코비치(Đuro Đaković)
    승무원: 3명(전차장, 포수, 조종수)
    전장: 6.86m(차체 길이; 포신 정렬 시 9.53m)
    전고: 2.19m
    전폭: 3.57m
    중량: 41.5t
    장갑: 고강도 강철, 강화 플라스틱, 균질압연강판(RHA), 모래 혹은 화강암 강화제(전차 전면부, M-84A)
    주무장: 125mm 2A46 활강포(42발 적재, 자동급탄기에 22발)
    부무장: 7.62mm 공축기관총 x1 (2,000발), 12.7mm 대공기관총 x1(300발), 연막탄 사출기 x12
    포신각: -6˚~+13.5˚
    포탑 회전각: 360˚
    사격 속도: 분당 9발
    포신 안정 장치: 2
    출력체계: 1,000마력 디젤식 V46K 엔진
    출력 대비 중량: 24.1 마력/톤
    현가장치: 토션 바
    선로 폭: 580mm
    캐터필러 길이: 4,270mm
    최대 연료량: 1200+400리터
    항속 거리: 700km
    최고 속도: 68km/h
    정면 등판력: 58%
    횡경사 등판력: 47%
    최저 지상고: 426mm
    수직 장애물 극복 높이: 0.85m
    참호 통과 깊이: 2.8m
    도섭 심도: 1.2m(장비 장착 시 5m)
    대당 가격: 약 3,138만 달러(1983년 기준)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M-84 전차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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