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스먼트 베이급 호위항공모함
미국의 마지막 호위 항공모함
  • 남도현
  • 입력 : 2022.04.19 08:38
    커먼스먼트 베이급은 선단 보호, 상륙전 지원, 항공기를 비롯한 물자 수송 등의 임무를 담당했던 미국의 마지막 호위항모다. < 출처 : Public Domain >
    커먼스먼트 베이급은 선단 보호, 상륙전 지원, 항공기를 비롯한 물자 수송 등의 임무를 담당했던 미국의 마지막 호위항모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태평양 전쟁은 항공모함(이하 항모)이 오랫동안 바다의 왕 노릇을 하던 전함을 밀어내고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극한 시공간이었다. 전쟁의 시작부터 항모가 주도했고 이후 1942년 말까지 벌어진 대규모 결전에서 예외 없이 승패를 결정했던 핵심이었다. 이전에 있었던 중일전쟁이나 유럽 전역에서도 활약했으나 이 정도로 엄청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을 만큼 극적인 변화였다.

    항해 중인 커먼스먼트 베이급 14번 함 CVE-118 시실리. 종전 후 취역해서 의미 있는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항해 중인 커먼스먼트 베이급 14번 함 CVE-118 시실리. 종전 후 취역해서 의미 있는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당연히 항모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전쟁 발발 당시에 보유했던 항모들이 격전을 치르며 하나하나 소모되어 나갔기에 일선은 다급했다. 미국은 엄청난 생산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건함에 나섰으나 항모, 아니 군함 자체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때문에 한창 제작 중인 정규항모 이외에 빨리 일선에 공급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요구되었다. 그런 시대상을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 호위항모(Escort carrier)다.

    호위항모는 함대나 선단을 근접 보호하거나 해안 인근에서 전투를 벌이는 지상군을 지원하는 용도다. 그래서 정규항모에 비해 크기가 작고 빠른 제작을 위해 구조도 간단하지만 그만큼 성능이 떨어진다. 처음에는 경항모로 구분되었으나 1943년 7월 15일 제정된 미 해군 규정에 따라 호위항모로 별도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시초는 영국의 주문에 따라 기존 선체를 개조해서 1941년부터 제작에 들어간 보그급(Bogue class)이다.

    카사블랑카 호위항모는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항모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나 운용 중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개선이 요구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카사블랑카 호위항모는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항모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나 운용 중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개선이 요구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당시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 전이어서 미국은 보그급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그러나 영국에 먼저 공급이 되어야 했으므로 미국은 S4형 전시표준선 선체를 기반으로 새롭게 설계한 호위항모 제작에 착수했다. 그것이 역사상 가장 많이 만들어진 항모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카사블랑카급(Casablanca class)이다.

    카사블랑카급은 어려웠던 시절에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지만 실전을 겪으면서 아쉬운 점도 드러났다. 일주일에 한 척 꼴로 취역했다는 것은 미국의 엄청난 생산력을 상징하지만 구조가 간단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방어력이 빈약해 교전 중 쉽게 격파되었고 항해 능력도 떨어져 악천후에 함재기 출격이 어려웠다. 당연히 일선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후속 함을 요구했다.

    생가몬급 호위항모가 커먼스먼트 베이급의 기반이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생가몬급 호위항모가 커먼스먼트 베이급의 기반이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커먼스먼트 베이급(Commencement Bay class) 호위항모다. 카사블랑카급을 운용하면서 얻은 경험을 개발에 대폭 반영했으나 선체는 그보다 먼저 제작된 생가몬급(Sangamon class)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생가몬급은 항모 공급에 어려움을 겪던 1942년 초에 T3급 유조선 선체에 비행갑판을 설치한 급조 항모로 카사블랑카급의 건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단 4척만 제작되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체가 커서 안정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평가가 좋았다. 이에 커먼스먼트 베이급은 생가몬급처럼 T3급 유조선 선체를 기반으로 하되 용골부터 항공모함으로 설계가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생가몬급을 카사블랑카급 방식으로 개발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전시답게 초도함 CVE-105 커먼스먼트 베이를 시작으로 1943년에만 4척이 건조에 들어갔을 만큼 획득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CVA-10 요크타운 항모(좌)와 함께 요코스카 항에 정박한 CVE-118 시실리 항모의 1954년 모습. 커먼스먼트 베이급은 전쟁 후반에 미국이 주도권을 잡은 뒤에 생산되어 2차대전에서 활약의 기회가 많지 않았다. < 출처 : 미 해군 >
    CVA-10 요크타운 항모(좌)와 함께 요코스카 항에 정박한 CVE-118 시실리 항모의 1954년 모습. 커먼스먼트 베이급은 전쟁 후반에 미국이 주도권을 잡은 뒤에 생산되어 2차대전에서 활약의 기회가 많지 않았다. < 출처 : 미 해군 >

    1차분 15척, 2차분 10척 그리고 추가로 10척 획득을 예정했지만 1944년이 되었을 때는 전쟁의 주도권을 미국이 확실하게 잡은 상태여서 공급이 급하지 않게 상황이 바뀌었다. 비단 커먼스먼트 베이급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정규항모인 에식스급(Essex class)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그러한 와중에도 종전 직전까지 총 10척이 실전 배치될 수 있었으나 아무래도 활약상이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특징

    커먼스먼트 베이급은 전장 151m에 만재 배수량 24,830톤인 T3급 유조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호위항모로는 상당한 큰 편이다. 인디펜던스급(Independence class) 경항모보다 컸고 정규항모인 요크타운급(Yorktown-class)과 맞먹었을 정도다. 덕분에 내부 연료 탑재 공간이 넉넉해 장거리 운항도 가능했고 사출기가 2기여서 함재기 운용 능력도 대폭 확대되었다. 하지만 호위항모답게 한계도 뚜렷했다.

    전속 항진 중인 CVE-106 불록 아일랜드. 호위항모로 개발되어 최고 속도가 20노트에 미치지 못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전속 항진 중인 CVE-106 불록 아일랜드. 호위항모로 개발되어 최고 속도가 20노트에 미치지 못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우선 격납고를 비롯한 함재기 관련 공간이 작아서 단순 수송이 아닌 항공 작전에 투입하면 30여 기 내외의 함재기만 운용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작전 목적이 제한적인 호위항모로 개발되었기에 T3급 유조선의 동력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속도가 느렸다. 결국 종전 후 미국이 정규항모 단일 체제로 정비하면서 커먼스먼트 베이급은 현재까지 미 해군의 마지막 호위항모가 되었다.

    그래도 같은 시대에 건조된 여타 호위항모, 경항모에 비해서 크기가 크고 성능도 좋은 편이어서 오랫동안 현역에 머물 수 있었다. 제2차 대전 종전과 더불어 상당수가 퇴역하거나 폐함 처리된 카사블랑카급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상륙강습함처럼 다른 용도로 변신해서 생을 연장하거나 상태가 좋은 일부는 1970년대 초까지 유사시를 대비한 예비 함 등으로 보존되기도 했다.

    CVE-107 길버트 아일랜즈는 전후 개조되어 통신중계함 AGMR-1 애나폴리스로 바뀌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CVE-107 길버트 아일랜즈는 전후 개조되어 통신중계함 AGMR-1 애나폴리스로 바뀌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커먼스먼트 베이급은 획득이 예정된 35척 중 17척만 완공되었는데 그중 7척은 종전 이후에 취역했다. 6척은 건조에 착수는 했으나 완공을 보지 못했고 12척은 발주 자체가 취소되었다. 따라서 10척만 제2차 대전에 참전할 수 있었는데 2번 함 CVE-106 블록 아일랜드를 비롯한 몇 척이 해병대 전용 항모로 운용되는 특이한 사례를 남겼다. 태평양 전쟁 말기에 벌어진 여러 교전에 참전했으나 특이 사례는 없다.

    1945년 5월 10일 CVE-106 블록 아일랜드에서 출격 중인 제511 해병전투비행대 소속 F6F-5N. < 출처 : Public Domain >
    1945년 5월 10일 CVE-106 블록 아일랜드에서 출격 중인 제511 해병전투비행대 소속 F6F-5N. < 출처 : Public Domain >

    호위항모로는 큰 편이어도 새롭게 등장한 제트 함재기를 운용하기는 버거웠다. 그렇다고 전후 군비 감축이 단행되면서 퇴역 조치를 했어도 대부분 선령이 2년도 되지 않았기에 폐기까지는 곤란했다. 때문에 CVE-108 쿨라 걸프를 비롯한 몇 척이 한국전쟁에서 참전했으나 주로 항공기 수송용으로 사용되었다. 그 외 강습상륙함, 헬기모함, 수송함, 통신중계함 등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커먼스먼트 베이급이 건조에 들어간 1943년이 되었을 때 이미 항모 전력은 미국으로 완전히 기운 상태였고 격차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한 전황과 제작 중인 여타 항모들을 고려한다면 커먼스먼트 베이급은 발주나 건조를 시급히 감축할 필요가 있었다. 예정보다 절반 정도만 제작되었어도 사실 이 또한 너무 많았다. 효율적인 전력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과유불급이었던 항모라고 할 수 있다.

    1950년 12월 30일 한국전쟁 참전 당시에 갑판 제설 작업 중인 CVE-116 바둥 스트레이트. < 출처 : Public Domain >
    1950년 12월 30일 한국전쟁 참전 당시에 갑판 제설 작업 중인 CVE-116 바둥 스트레이트.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CVE-105 Commencement Bay
    건조 1943년 9월 23일
    진수 1944년 5월 9일
    취역 1944년 11월 27일
    퇴역 1946년 11월 30일

    CVE-105 커먼스먼트 베이 < 출처 : Public Domain >
    CVE-105 커먼스먼트 베이 < 출처 : Public Domain >

    CVE-106 Block Island
    건조 1943년 10월 25일
    진수 1944년 6월 10일
    취역 1944년 12월 30일
    퇴역 1954년 8월 27일
     
    CVE-107 Gilbert Islands
    건조 1943년 11월 29일
    진수 1944년 7월 20일
    취역 1945년 2월 5일
    퇴역 1946년 5월 21일
    재취역 1951년 2월 5일
    재퇴역 1955년 1월 15일
     
    CVE-108 Kula Gulf
    건조 1943년 12월 16일
    진수 1944년 8월 15일
    취역 1945년 5월 12일
    퇴역 1946년 7월 3일
    재취역 1951년 2월 15일
    재퇴역 1955년 12월 15일

    CVE-108 쿨라걸프 < 출처 : Public Domain >
    CVE-108 쿨라걸프 < 출처 : Public Domain >

    CVE-109 Cape Gloucester
    건조 1944년 1월 10일
    진수 1944년 2월 12일
    취역 1945년 3월 5일
    퇴역 1946년 11월 5일
     
    CVE-110 Salerno Bay
    건조 1944년 2월 7일
    진수 1944년 10월 19일
    취역 1945년 5월 19일
    퇴역 1947년 10월 4일
    재취역 1951년 6월 20일
    재퇴역 1954년 2월 16일
     
    CVE-111 Vella Gulf
    건조 1944년 3월 7일
    진수 1944년 10월 19일
    취역 1945년 4월 9일
    퇴역 1946년 8월 9일

    CVE-111 벨라걸프 < 출처 : Public Domain >
    CVE-111 벨라걸프 < 출처 : Public Domain >

    CVE-112 Siboney
    건조 1944년 4월 1일
    진수 1944년 11월 9일
    취역 1945년 5월 14일
    퇴역 1949년 12월 6일
    재취역 1950년 11월 22일
    재퇴역 1956년 7월 31일
     
    CVE-113 Puget Sound
    건조 1944년 5월 12일
    진수 1944년 9월 20일
    취역 1945년 6월 18일
    퇴역 1946년 10월 18일
     
    CVE-114 Rendova
    건조 1944년 6월 15일
    진수 1944년 12월 29일
    취역 1945년 10월 22일
    퇴역 1950년 1월 27일
    재취역 1951년 1월 3일
    재퇴역 1956년 6월 30일

    CVE-114 렌도바 < 출처 : Public Domain >
    CVE-114 렌도바 < 출처 : Public Domain >

    CVE-115 Bairoko
    건조 1944년 7월 25일
    진수 1945년 1월 25일
    취역 1945년 7월 16일
    퇴역 1950년 4월 14일
    재취역 1950년 9월 12일
    재퇴역 1955년 2월 18일
     
    CVE-116 Badoeng Strait
    건조 1944년 8월 18일
    진수 1945년 2월 15일
    취역 1945년 11월 14일
    퇴역 1946년 2월 20일
    재취역 1947년 1월 6일
    재퇴역 1957년 5월 17일
     
    CVE-117 Saidor
    건조 1944년 9월 29일
    진수 1945년 3월 17일
    취역 1945년 9월 4일
    퇴역 1947년 9월 12일

    CVE-117 세이도어 < 출처 : Public Domain >
    CVE-117 세이도어 < 출처 : Public Domain >

    CVE-118 Sicily
    건조 1944년 10월 23일
    진수 1945년 4월 14일
    취역 1946년 2월 27일
    퇴역 1954년 10월 4일
     
    CVE-119 Point Cruz
    건조 1944년 12월 4일
    진수 1945년 5월 18일
    취역 1945년 10월 16일
    퇴역 1947년 6월 30일
    재취역 1951년 7월 26일
    재퇴역 1956년 8월 31일
     
    CVE-120 Mindoro
    건조 1945년 1월 2일
    진수 1945년 6월 27일
    취역 1945년 12월 4일
    퇴역 1955년 8월 4일

    CVE-120 민도로 < 출처 : Public Domain >
    CVE-120 민도로 < 출처 : Public Domain >

    CVE-121 Rabaul(건조 취소)
    건조 1945년 1월 29일
    진수 1945년 6월 14일
     
    CVE-122 Palau
    건조 1945년 2월 19일
    진수 1945년 8월 6일
    취역 1946년 1월 15일
    퇴역 1954년 6월 15일

    CVE-122 팔라우 < 출처 : Public Domain >
    CVE-122 팔라우 < 출처 : Public Domain >

    CVE-123 Tinian(건조 취소)
    건조 1945년 3월 20일
    진수 1945년 9월 5일

    CVE-123 티니언 < 출처 : Public Domain >
    CVE-123 티니언 < 출처 : Public Domain >

    CVE-124 Bastogne(건조 취소)
    건조 1945년 4월 2일
     
    CVE-125 Eniwetok(건조 취소)
    건조 1945년 4월 20일
     
    CVE-126 Lingayen(건조 취소)
    건조 1945년 5월 1일
     
    CVE-127 Okinawa(건조 취소)
    건조 1945년 5월 22일
     
    CVE-128 ~ CVE139(발주 취소)


    제원

    경하 배수량: 11,373톤
    만재 배수량: 24,100톤
    전장: 169.8m
    선폭: 32.05m
    흘수: 9.35m
    추진기관: 2×4기통 증기터빈(16,000hp)
                 2×프로펠러
    속력: 19.25노트
    무장: 2×5인치 함포
           36×40mm 보포스 대공포
           20×20mm 오리컨 대공포
    함재기: 평균 30기 탑재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커먼스먼트 베이급 호위항공모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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