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R-4 보병전투차
미운 오리 새끼에서 항전의 상징이 된 장갑차
  • 남도현
  • 입력 : 2022.04.12 08:39
    BTR-4는 소련 시절 개발된 BTR-80의 영향을 받았으나 전혀 별개로 취급되는 우크라이나산 보병전투차다. < 출처 : (cc) Artemis Dread at Wikimedia.org >
    BTR-4는 소련 시절 개발된 BTR-80의 영향을 받았으나 전혀 별개로 취급되는 우크라이나산 보병전투차다. < 출처 : (cc) Artemis Dread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전쟁이 확실하다고 경고했음에도 설마 하던 이들이 많았기에 그만큼 충격이 컸다. 어쨌든 그렇게 전쟁이 시작된 이상 대부분은 2014년 크름반도 합병 당시처럼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다못해 미국도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국외로 도피해서 망명 정부를 세울 것을 권고했을 정도였다.

    러시아군이 구분을 위해 Z 표식을 달고 작전 중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양측 모두 소련 시절에 개발된 무기 체계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일단 양적으로 러시아가 압도적으로 우세했기에 조기 종전을 예상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3~4일이면 끝날 것 같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교전이 우크라이나 영내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러시아가 우세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 리비우에서 벌어진 공개 행사에 참여한 BTR-4. 현재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맹활약 중이다. < 출처 : (cc) Andrii2603 at Wikimedia.org >
    2018년 리비우에서 벌어진 공개 행사에 참여한 BTR-4. 현재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맹활약 중이다. < 출처 : (cc) Andrii2603 at Wikimedia.org >

    3월 29일 미국 상원에서 개최된 청문회에 참석한 미군 유럽사령부의 토드 월터스 사령관이 "그동안 러시아의 군사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라고 실토하며 정보수집 역량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고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군의 연이은 헛발질에 더해서 우크라이나군의 놀라운 항전으로 말미암아 외형상의 전력 차이가 무의미해 보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시절에 소련군의 핵심 전력과 관련 산업이 집중해서 배치된 지역이었다. 1991년 연방이 해체된 후 러시아에 핵무기를 이전하고 재래식 전력도 감축되었으나 필연적으로 소련 시절의 유산을 많이 물려받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유럽의 빈국으로 몰락했을 만큼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지만 의외로 군수 산업의 수준은 대단하다.

    비록 현재 우크라이나는 경제적으로 빈국이지만 상당수의 무기를 개발하고 만들 수 있을 만큼 해당 산업의 기반이 튼튼한 편이다. < 출처 : (cc) Прес-служба Національної академії СВ at Wikimedia.org >
    비록 현재 우크라이나는 경제적으로 빈국이지만 상당수의 무기를 개발하고 만들 수 있을 만큼 해당 산업의 기반이 튼튼한 편이다. < 출처 : (cc) Прес-служба Національної академії СВ at Wikimedia.org >

    T-34, T-54, T-64, T-80 전차를 개발한 하르키우 모조로프 설계국과 이를 생산한 말리셰프 공장, 세계 최대의 수송기인 An-225로 유명한 안토노프 설계국, 현존 최대의 ICBM인 R-36을 제작한 유즈노예 설계국, 소련 해군의 주력함을 건조한 미콜라이우 조선소를 비롯한 많은 업체가 우크라이나에 있다. 그래서 여전히 무기 시장에서 중요한 공급자 중 하나이며 우크라이나군도 많은 국산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BTR-4 보병전투차도 그러한 배경으로 탄생한 우크라이나산 무기 중 하나다. 개발을 시작했을 당시에 기대가 상당했지만, 연이어 발생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으로 말미암아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차륜형 장갑차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고 조국이 위기에 빠지자 BTR-4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현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라고 할 수 있다.

    BTR-4는 개발과 배치 과정 중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으나 나라에 위기가 닥치자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BTR-4는 개발과 배치 과정 중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으나 나라에 위기가 닥치자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BTR-4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서방식으로 개조된 BTR-80이라 할 수 있다. 소련 시절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경험을 피드백해서 탄생한 BTR-80은 현재 러시아군의 주력 APC(병력수송장갑차)다. 5,000대 이상이 생산되었을 만큼 성공작이었기에 대부분의 옛 연방 소속국들도 사용 중인데 우크라이나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단순히 사용자로 그치지 않고 이를 자체적으로 개량해서 전력화하고 수출까지 했다.

    BTR-80UP나 수출형인 BTR-94, 2000년대에 탄생한 BTR-3이 단순 개량형이라면 2010년대에 전력화된 BTR-4는 전작들과 전혀 다르게 진화한 우크라이나의 별종 BTR-80이다. 통상 BTR 시리지를 APC로 구분하는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BTR-4를 IFV(보병전투차)라고 주장한다. 최근에 와서 APC와 IFV의 차이가 모호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크게 의의를 둘 필요는 없지만, 이번 전쟁에서 IFV답게 활약하고 있다.

    BTR-80은 측면의 보조 해치를 이용해서도 보병이 승하차할 수 있으나 편리한 구조가 아니다. BTR-4는 후방에 커다란 해치를 설치하면서 고질적인 승하차 문제를 해결했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0은 측면의 보조 해치를 이용해서도 보병이 승하차할 수 있으나 편리한 구조가 아니다. BTR-4는 후방에 커다란 해치를 설치하면서 고질적인 승하차 문제를 해결했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4는 BTR-60부터 이어진 특유의 8×8 섀시와 차체 외형이 전작과 비슷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서방 장갑차의 개발 사상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내부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엔진이 운전석 뒤로 옮겨지면서 후방에 보병들이 신속히 승하차가 가능한 커다란 출입구가 생겼다. 때문에 크기가 작아서 공간만 차지하고 정작 유사시에는 있으나 마나 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BTR-80의 측면 출입구는 폐지되었다.

    또한 차장, 조종수를 위해 상부 해치 외에도 측면에 별도의 문을 설치해 유사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전면 창의 크기를 늘리는 대신 방탄유리를 부착해 시야가 넓어졌다. 전면전보다는 저강도 분쟁 투입을 대비한 구조하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전면 창의 크기를 이전 BTR-80처럼 축소하고 대신 디지털 광학 장비를 장착해서 관측 능력을 향상시킨 변형도 있다.

    BTR-4의 파생형인 BSEM-4K 구급차. 후방 출입구가 크고 실내 공간이 넉넉함을 알 수 있다. < 출처 : (cc) Нацгвардія України at Wikimedia.org >
    BTR-4의 파생형인 BSEM-4K 구급차. 후방 출입구가 크고 실내 공간이 넉넉함을 알 수 있다. < 출처 : (cc) Нацгвардія України at Wikimedia.org >

    그러나 장기간의 정국 혼란과 경제 침체로 채택이 불투명했고 냉전 종식 후 이어진 군축 여파로 수출도 어려움을 겪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이라크, 인도네시아에 판매가 되었지만, 품질 하자로 물량 일부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2014년 취임한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이 방위력 향상의 일환으로 도입을 결정하면서 국내 납품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어렵게 기사회생했지만 이번 전쟁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징

    BTR-4의 공격력은 한마디로 다양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보병 화력 지원용으로 제안된 MOP-4K 같은 파생형을 제외하더라도 기본형도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공격용 모듈을 장착할 수 있다. 크게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BM-7 Parus 모듈은 30mm 기관포, 30mm 발사기, 대전차미사일 발사기로 구성된다. 그 외 비슷한 사양의 GROM 모듈, Thunder 모듈, 쌍열 23mm 기관포를 장착한 BAU 23 모듈 등이 있다.

    BTR-4는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 출처 : (cc) UKROBORONSERVICEV >
    BTR-4는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 출처 : (cc) UKROBORONSERVICEV >

    주무장인 30mm KBA-2 기관포는 디지털 사격 통제 장치와 열화상 조준장치를 장착해 정확도가 높고 자동화된 급탄 장치 덕분에 탄종을 상황에 따라 즉시 변경할 수 있다. 이번 전쟁에서 BMP-1을 기반으로 개발된 BRM-1K 정찰장갑차를 능히 격파하고 T-72B3 전차와 교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갑차로 전차와 정면 대결은 어지간하면 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활약상이라 할 수 있다.

    장갑은 정면 기준으로 12.7mm 기관총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슬랫 아머, 증가 장갑 등을 장착해서 방어력을 늘릴 수 있다. 화생방전을 대비한 방호 장치와 피폭 시 화재를 자동으로 꺼줄 수 있는 자동 소화 장치도 기본으로 장착되었다. 증가 장갑을 장착하면 무게가 최대 8톤 정도 늘어나지만 강력한 엔진 덕분에 주행력은 상당히 양호하다. 특히 차륜형임에도 험지 돌파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다.

    BTR-4는 강력한 엔진 덕분에 노상에서 시속 110km로 달릴 수 있고 험지 돌파 능력도 뛰어나다. < 출처 : (cc) UKROBORONSERVICEV >
    BTR-4는 강력한 엔진 덕분에 노상에서 시속 110km로 달릴 수 있고 험지 돌파 능력도 뛰어나다. < 출처 : (cc) UKROBORONSERVICEV >


    운용 현황

    BTR-4의 설계는 하르키우 모조로프 설계국이, 생산은 말리셰프 공장이 하고 있다. 2008년에 개발이 완료되었으나 본격 양산은 2011년부터 이루어졌다. 현재까지 약 240대 정도가 만들어졌고 향후에도 계속 생산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가 2009년에 420대를 주문했으나 88대가 납품된 후 품질 문제로 계약이 취소되었고 55대를 발주한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문제로 5대를 받고 추가 인도를 거부한 상태다.

    마리우폴 전투 중 우크라이나 아조프 대대 소속 BTR-4의 공격을 받고 격파되는 러시아군의 BRM-1K 정찰장갑차. <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q3oRu_M4mgA >
    마리우폴 전투 중 우크라이나 아조프 대대 소속 BTR-4의 공격을 받고 격파되는 러시아군의 BRM-1K 정찰장갑차. <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q3oRu_M4mgA >

    이처럼 거부된 물량 중 상당수를 우크라이나군이 인수해서 운용 중이다. 장갑에 균열이 발생한 것처럼 여러 문제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쟁이 발발한 후 실전에서 맹활약 중이다. 물론 제한적으로 공개된 일부 전과만으로 성능을 정확히 평가할 수는 없다. 러시아 측 자료를 보면 공습으로 쉽게 격파당하는 모습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르키우 전투에서 격파된 BTR-4. 이처럼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물러섬 없이 러시아군을 상대하고 있다. < 출처 : (cc) AFP photo >
    하르키우 전투에서 격파된 BTR-4. 이처럼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물러섬 없이 러시아군을 상대하고 있다. < 출처 : (cc) AFP photo >



    변형 및 파생형

    BTR-4A: Iveco 엔진, Thunder 전투 모듈을 장착한 초기형.

    < 출처 : (cc) Stanislavovich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Stanislavovich at Wikimedia.org >

    BTR-4V: Deutz 엔진, BM-7 Parus 전투 모듈 장착형.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BTR-4E: 양산형
     
    BRM-4K: 정찰차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BTR-4K: 지휘차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BTR-4KSh: 지휘 및 참모차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BTR-4MV1: 방어력이 NATO 표준으로 업그레이드된 개량형.

    < 출처 : (cc) VoidWanderer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VoidWanderer at Wikimedia.org >

    MOP-4K: 화력지원 차량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AlekBo1 at Wikimedia.org >

    BREM-4K: 구난차

    < 출처 : (cc) Ministry of Defense of Ukraine >
    < 출처 : (cc) Ministry of Defense of Ukraine >

    BSEM-4K: 구급차

    < 출처 : (cc) Ministry of Defense of Ukraine >
    < 출처 : (cc) Ministry of Defense of Ukraine >



    제원

    생산업체: KMDB
    도입 연도: 2014년
    중량: 25.3 톤(증가 장갑 추가 시)
    전장: 7.76m
    전폭: 2.93m
    전고: 3.02m
    무장: 30mm KBA-2(2A72) 기관포 또는 20mm 2A7M 기관포×1
             7.62mm RKT 기관총×1
             30mm AG-17 유탄발사기
             9M113 대전차미사일 발사기
    엔진: 말리셰프 3TD 디젤(489hp) 또는 Deutz EURO 디젤(598hp)
    추력 대비 중량: 20마력/톤(증가 장갑 추가 시)
    서스펜션: 8×8
    항속 거리: 약 690km
    최고 속도: 110km/h, 10km/h(수상)
    탑승 인원: 승무원 3명 + 보병 8명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BTR-4 보병전투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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