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F 뇌격기
전쟁이 발발한 순간 등장한 걸작 뇌격기
  • 남도현
  • 입력 : 2022.03.30 08:40
    TBF 뇌격기는 결함이 많았던 전작의 생산을 조기에 종료하고 탄생한 덕분에 태평양 전쟁의 개막과 동시에 실전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TBF 뇌격기는 결함이 많았던 전작의 생산을 조기에 종료하고 탄생한 덕분에 태평양 전쟁의 개막과 동시에 실전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1931년 미국은 기존 함의 선체를 개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항공모함(이하 항모)으로 설계된 3척의 신예함 도입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항모가 비록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을 따르느라 부족한 점이 있었음에도 해전사의 전설이 된 요크타운급이다. 이때 새로운 항모의 획득과 더불어 새로운 함재기 개발도 함께 시작되었다. 요크타운급에 공급할 물량뿐 아니라 기존 노후 함재기로 함께 대체할 예정이었다.

    1937년부터 실전 배치된 TBD 뇌격기. 기대가 컸지만 불과 2년 만에 퇴출이 결정되었을 정도로 성능이 부족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37년부터 실전 배치된 TBD 뇌격기. 기대가 컸지만 불과 2년 만에 퇴출이 결정되었을 정도로 성능이 부족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렇게 해서 배치된 함재기들이 흔히 태평양 전쟁 초기에 미 해군의 3총사라고 불리는 F4F 전투기, SBD 폭격기, TBD 뇌격기다. 당연히 이들에 대한 기대가 컸고 실제로 미드웨이 해전의 판세를 결정한 SBD처럼 신화를 쓴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데뷔와 동시에 일선에서 실망스러운 반응이 나왔고 가상 적국이던 일본의 함재기와 비교했을 때 성능이 객관적인 열세로 확인되어 곧바로 후속기 사업을 벌여야 했다.

    그중에서도 1937년부터 배치된 TBD가 가장 문제가 많았다. 미국 최초의 전 금속제 단엽기였을 만큼 여러 최신 기술을 적용했음에도 기체 진동이 심해 조종이 불편했다. 어뢰를 투사하려면 해발 15m까지 내려와서 시속 200km 이하의 속도로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비행해야 했는데 이때 적기나 대공포에 요격당하기 쉬웠다. 문제는 방어력이 빈약해서 생존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TBF는 TBD보다 항속 거리, 폭장량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생존을 위해 방어력 향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 출처 : Public Domain >
    TBF는 TBD보다 항속 거리, 폭장량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생존을 위해 방어력 향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 출처 : Public Domain >

    결국 1939년 130기를 마지막으로 TBD의 퇴출이 결정됨과 동시에 이를 후속할 새로운 뇌격기 사업이 시작되었다. 여러 회사가 참여한 경쟁에서 그루먼(Grumman)이 제안한 TBF가 채택되었다. 그루먼은 전작의 단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일단 진동기라는 비아냥을 받을 만큼 심했던 기체 떨림 문제를 해결했고 700km에 불과한 작전 반경과 폭장량도 배 이상 늘렸다. 무엇보다 생존 능력 향상에 많은 신경을 썼다.

    뇌격기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어뢰 발사인데, 당시 공중 투하 어뢰의 성능 때문에 TBF도 결국 종말 단계에서는 저고도, 저속으로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기체의 구조와 작전 목적상 속도와 기동력으로 적의 요격을 회피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생존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안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루먼은 주요 부위에 장갑판을 덧대는 방식 등으로 방어력을 늘렸다.

    TBF는 2차대전시기의 단발 항공기 중에서 가장 무거운 기체였다. < 출처 : Public Domain >
    TBF는 2차대전시기의 단발 항공기 중에서 가장 무거운 기체였다. < 출처 : Public Domain >

    당연히 기체의 크기가 커졌다. 때문에 TBF는 함재기였음에도 제2차 대전에서 활약한 단발 항공기 중에서 가장 무거웠다. 1940년 4월, 2개의 테스트용 프로토타입이 발주되었고 1941년 8월 7일에 XTBF-1가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실시된 각종 실험을 일사천리로 통과하자 해군은 TBF의 양산을 결정했다. 지금보다 항공기 제작에 투입된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시기였다고 해도 이는 엄청나게 빠른 개발 속도였다.

    공교롭게도 생산라인이 완성된 것을 기념해서 대중에게 TBF 공개 행사를 처음 벌인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급습하며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다. 때문에 TBD 대체 물량인 130기 정도만 조달될 예정이었던 TBF는 앞으로 어느 정도나 만들 것인지 기약도 없이 대대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가장 필요할 때 등장한 뇌격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운명처럼 제2차 대전 내내 종횡무진 활약했다.

    TBF는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양산을 개시했다. 전운이 감돌던 시기였지만 엄청난 개발 속도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 (cc) Airwolfhound at Wikimedia.org >
    TBF는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양산을 개시했다. 전운이 감돌던 시기였지만 엄청난 개발 속도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 (cc) Airwolfhound at Wikimedia.org >


    특징

    TBF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중폭격기 같은 기체 하부에 설치된 폭탄창이다. 이곳에 Mk13 어뢰 또는 Mk24 기뢰는 물론 2,000파운드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때문에 외부에 돌출된 형태로 어뢰를 달고 다니는 전작이나 여타 국가의 뇌격기와 쉽게 구분할 수 있고 공기 저항을 덜 받아 비행 능력이 향상되었다. 또한 이 공간에 각종 장비를 탑재해서 조기경보기, 대잠초계기 등으로 개조될 수 있었다.

    기체 하부 개폐식 폭탄창에 Mk13 어뢰를 장착하는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기체 하부 개폐식 폭탄창에 Mk13 어뢰를 장착하는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앞서 소개했듯이 TBF는 제2차 대전 당시에 활약한 가장 무거운 함재기였음에도 주익이 완전히 접히는 Sto-Wing 방식이어서 주기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그루먼이 특허를 출원한 기술로 TBF와 같은 시기에 함께 개발된 함상전투기인 F4F-4 모델에 최초로 적용되었다. 현재 활약 중인 E-2 조기경보기, C-2 수송기에도 적용된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히 시대를 선도했다고 할 수 있다.

    TBF는 조종사, 무전수 겸 폭격수, 후방 사수가 일렬로 착석한다. 기수와 주익에 전방 교전용 기관총이 탑재되어 있고 후방과 기체 하부에 방어용 기관총 터릿이 설치되어 있다. 무전기를 제거하면 추가 착석이 가능할 만큼 내부 공간이 넓다. 뇌격기로도 대단한 활약을 펼쳤지만 이처럼 넉넉한 공간을 이용해 함상 연락기 또는 수송기로도 사용되었고 전후에도 용도를 바꿔 생을 이어갔다.

    주익이 완전히 접혀 주기 된 모습. Sto-Wing 방식 덕분에 수납 시 공간을 적게 차지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주익이 완전히 접혀 주기 된 모습. Sto-Wing 방식 덕분에 수납 시 공간을 적게 차지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TBF는 1944년 말까지 9,839기가 생산되었다. 전쟁 중 미국이 엄청난 항모를 건조했기에 수요가 당연히 많기도 했지만, 폭장량이 좋고 항속 거리가 길어서 지상 기지 기반으로도 많이 운용되었고 영국도 애용했기 때문이었다. 흥미롭게도 개발자인 그루먼이 전투기 생산에 주력하다 보니 TBF는 하청을 준 GM에서 더 많이 제작되었다. 약 7,500기 정도가 GM에서 만들어졌는데 이를 별도로 TBM이라 한다.

    데뷔전인 미드웨이 해전에 참가했다가 구사일생으로 귀환한 TBF. 6기가 출격해서 사진 속 1기만 생환할 수 있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데뷔전인 미드웨이 해전에 참가했다가 구사일생으로 귀환한 TBF. 6기가 출격해서 사진 속 1기만 생환할 수 있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TBF의 최초 실전은 1942년 6월의 미드웨이 해전이다. 6기가 참가해 5기가 격추되었기에 결과만 보자면 41기가 투입되어 37기를 상실한 TBD와 같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다만 TBF는 기체의 성능보다 신참 승무원들의 경험 부족이 더 큰 원인이었다. 이후 베테랑 조종사들이 등장하며 수많은 해전에서 많은 전과를 올렸다. 야마토급 전함을 비롯한 많은 일본의 군함이 생을 마감할 때 반드시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날개를 잃고도 비행중인 TBF 어벤저 < 출처 : Public Domain >
    왼쪽 날개를 잃고도 비행중인 TBF 어벤저 < 출처 : Public Domain >

    1944년부터 SB2C가 본격 배치되면서 2선으로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해 종전 무렵에는 임무를 중단했다. 미국에서는 일부가 정찰, 초계, 조기경보기 등의 플랫폼으로 사용된 것을 제외하고 1940년대에 전량 퇴역했고 캐나다와 일본에서는 1960년대까지 해상초계기 등으로 사용되었다. 여러 유명인과도 인연이 있는데 전쟁 중 제41대 대통령인 조지 H.W. 부시가 조종사로, 영화배우 폴 뉴먼이 후방 사수로 탑승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TBM-3W 조기경보기. 공교롭게도 TBF에게 혹독하게 당한 일본이 가장 마지막까지 군용으로 사용했다. < 출처 : (cc) 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 >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TBM-3W 조기경보기. 공교롭게도 TBF에게 혹독하게 당한 일본이 가장 마지막까지 군용으로 사용했다. < 출처 : (cc) 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 >



    변형 및 파생형

    XTBF-1: 프로토타입. 2기.

    XTBF-1 < 출처 : Public Domain >
    XTBF-1 < 출처 : Public Domain >

    TBF-1: 초기 양산형. 1,526기.

    TBF-1 < 출처 : Public Domain >
    TBF-1 < 출처 : Public Domain >

    TBF-1C: 12.7mm 기관총 2문 주익 장착형. 765기.

    TBF-1C < 출처 : (cc) airforcefe at Wikimedia.org >
    TBF-1C < 출처 : (cc) airforcefe at Wikimedia.org >

    TBF-1D: TBF-1 기반 레이더 장착형.
     
    TBF-1CD: TBF-1C 기반 레이더 장착형.
     
    TBF-1E: TBF-1 기반 전자전기.
     
    TBF-1J: TBF-1 기반 악천후용 작전기.
     
    TBF-1L: TBF-1 기반 개폐식 탐조등 장착형.
     
    TBF-1P: TBF-1 기반 정찰기.
     
    TBF-1CP: TBF-1C 기반 정찰기.
     
    XTBF-2: XR-2600-10 엔진 탑재 실험기.
     
    XTBF-3: R-2600-20 엔진 탑재 실험기.
     
    TBM-1: TBF-1 GM 생산형. 550기.
     
    TBM-1C: TBF-1C GM 생산형. 2,336기.
     
    TBM-1D: TBF-1D GM 생산형.
     
    TBM-1E: TBF-1E GM 생산형.
     
    TBM-1J: TBF-1E GM 생산형.
     
    TBM-1L: TBF-1L GM 생산형.
     
    TBM-1P: TBF-1L GM 생산형.
     
    TBM-1CP: TBF-1L GM 생산형.
     
    TBM-2: XTBF-2 GM 생산형.
     
    TBM-3: TBM-1C 개량형. 4,011기.

    TBM-3 < 출처 : (cc) Cory W. Watts at Wikimedia.org >
    TBM-3 < 출처 : (cc) Cory W. Watts at Wikimedia.org >

    TBM-3D: TBM-3 기반 레이더 장착형.

    TBM-3D < 출처 : Public Domain >
    TBM-3D < 출처 : Public Domain >

    TBM-3E: TBM-3 기반 전자전기. 646기.

    TBM-3E < 출처 : Public Domain >
    TBM-3E < 출처 : Public Domain >

    TBM-3H: TBM-3 기반 초계기.
     
    TBM-3J: TBM-3 기반 악천후용 작전기.
     
    TBM-3L: TBM-3 기반 개폐식 탐조등 장착형.
     
    TBM-3M: TBM-3 기반 로켓 발사기형.
     
    TBM-3N: TBM-3 기반 야간작전기.
     
    TBM-3P: TBM-3 기반 정찰기.
     
    TBM-3Q: TBM-3 기반 전자전기.
     
    TBM-3R: TBM-3 기반 함상수송기.

    TBM-3R < 출처 : Public Domain >
    TBM-3R < 출처 : Public Domain >

    TBM-3S: TBM-3 기반 대잠전기.
     
    TBM-3U: TBM-3 기반 유틸리티기.
     
    TBM-3W: TBM-3 기반 조기경보기.

    TBM-3W < 출처 : Public Domain >
    TBM-3W < 출처 : Public Domain >

    타폰 GR.I: 영국 공급형 TBF-1. 400기.
     
    어벤저 Mk.II: 영국 공급형 TBM-1/TBM-1C. 334기.
     
    어벤저 Mk.III: 영국 공급형 TBM-3. 222기.

    어벤저 Mk.III < 출처 : Public Domin >
    어벤저 Mk.III < 출처 : Public Domin >

    어벤저 AS4: 영국 공급형 TBM-3E.
     
    어벤저 AS5: 영국 공급형 TBM-3S.
     
    어벤저 AS6: 영국 공급형 TBM-3S. 100기.
     
    어벤저 AS3: 캐나다 공급형 대잠전기. 98기.

    어벤저 AS3M: 캐나다 공급형 후방감지기 부착 대잠전기.

    어벤저 AS3M < 출처 : Public Domain >
    어벤저 AS3M < 출처 : Public Domain >

    어벤저 Mk.3W2: 캐나다 공급형 TBM-3W. 8기.


    제원

    전폭: 16.51m
    전장: 12.195m
    전고: 5.00m
    주익 면적: 46㎡
    최대 이륙 중량: 7,876kg
    엔진: 라이트 R-2600-8 트윈 사이클론 14기통 공랭식 성형엔진, 1,700hp(1,300kW)×1
    최고 속도: 447km/h
    실용 상승 한도: 6,900m
    전투 행동반경: 1,456km
    무장 : 7.62mm M1919 기관총×1(기수) 또는 12.7mm M2 기관총×2(주익)
             12.7mm M2 기관총×1(후방)
             7.62mm M1919 기관총×1(배면)
             2,000파운드 폭장
             Mk13 어뢰 또는 Mk24 기뢰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TBF 뇌격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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