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당초 공약으로 부각됐던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대신 용산 국방부 청사로 확정됐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군 안팎이 술렁이며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방부는 공식 명령이 떨어지면 신청사 10개 층에서 근무 중인 1000여 명의 직원이 이달 말쯤까지 신속하게 이사를 완료할 수 있도록 준비 지시를 내린 상태다. 오는 5월 10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국방부 신청사 리모델링을 하려면 1개월가량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달 말까진 방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1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1~2주 안에 이사하기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을뿐더러 국방부 영내 다른 건물에 여유 공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신청사에 있던 장·차관실과 각 국·실은 합참과 국방부 별관(국방부 옛 청사)으로, 국방부 별관을 사용 중인 부서는 서울 용산 후암동 옛 방위사업청 건물 등으로 연쇄 이동하는 '밀어내기식' 이사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야전에서 1개 대대(400~500여 명)가 이전하려 해도 몇 년의 준비 및 이주 기간이 필요하다"며 "1000여 명의 직원이 거의 동시에 움직이려면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권 교체기에 맞춰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 준비 동향을 보이는 안보 취약기에 군의 신속한 대응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대혼란' 상황을 자초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도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고,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기념일 및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일을 전후해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이버 보안 문제와 지휘통제(C4I) 시스템 구축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사를 하게 되면 군 통신망을 다시 깔아야 하는데 북한의 해킹 등에 대비하려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점검 및 준비를 해야 한다. 청와대 상황실(지하 벙커) 시스템을 옮기는 데는 수개월 이상의 시간과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무리한 조기 이전은 여러 부작용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속도라도 조절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