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111 폭격기
전격전의 주인공이었으나 짧았던 전성기
  • 남도현
  • 입력 : 2022.02.24 08:58
    He 111 폭격기는 제2차 대전 초기에 있었던 독일군의 전격전을 이끈 주인공 중 하나다.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폭격기는 제2차 대전 초기에 있었던 독일군의 전격전을 이끈 주인공 중 하나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공군의 엄호를 받는 집단화된 기갑부대가 신속히 전선을 돌파해서 적을 굴복시키는, 이른바 전격전(Blitzkrieg)은 제2차 대전 당시의 독일군을 상징한다. 그런데 집중과 속도를 이용한 기동전은 오래전부터 있어 온 전쟁 기법이었다. 다만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독일은 20세기 이후에 등장한 항공기와 전차를 이용해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궁극의 기동전을 현실로 만들었다.

    He 111 폭격기는 이러한 독일의 전격전을 이끈 주인공 중 하나다. 제2차 대전을 기록한 영상에서 특유의 소음이 인상적인 Ju 87 급강하폭격기를 많이 소개해서 그렇지 전격전이 빛을 발한 1941년 이전까지 독일군의 진격로를 미리 청소하는 역할을 담당한 주역은 He 111이었다. 비록 4년 후 데뷔한 Ju 88 폭격기에 주력의 지위를 내주었으나 He 111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활약한 독일 공군의 마당쇠였다.

    He 111은 제2차 대전이 발발 이전부터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활약한 독일 공군의 마당쇠였다.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은 제2차 대전이 발발 이전부터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활약한 독일 공군의 마당쇠였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이처럼 He 111은 전쟁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폭격기였지만 흥미롭게도 여객기로 먼저 탄생했다. 엄밀히 말해 추후 군용기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여객기로 개발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데는 독일이 제1차 대전에서 패한 후, 군용기의 개발과 공군의 보유를 금지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히틀러는 육군 대령인 케셀링(Albert Kesselring)을 예편시켜 민항을 전담하는 항공국장으로 발령 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공군을 비밀리에 재건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담당했다. 아직은 승전국의 눈치를 봐야 했기에 속임수를 쓴 것이었다. 여담으로 이는 독일 공군이 전략적으로 운용되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포병 출신인 그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독일 공군이 공중 포대로 특화되어 버린 것이었다.

    He 111을 비롯한 많은 군용기의 개발에도 관여하며 독일 공군의 재건을 이끈 알베트 케셀링. 그러나 육군 출신인 그의 영향으로 공중 포대 역할에 특화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을 비롯한 많은 군용기의 개발에도 관여하며 독일 공군의 재건을 이끈 알베트 케셀링. 그러나 육군 출신인 그의 영향으로 공중 포대 역할에 특화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부임 직후 케셀링은 관계자들을 소집한 후 새로운 민항기를 개발할 때 폭격기로 쉽게 개조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독일이 재군비에 나선다는 암묵적인 의지였지만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이에 하인켈 항공기(Heinkel Flugzeugwerke)는 자사의 엔지니어인 군터 형제(Siegfried and Walter Günter)가 개발 중인 He 111을 내세워 경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10~12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는 He 111은 1932년 개발된 He 70 단발 수송기의 크기를 키우고 주익 양측에 엔진을 장착한 쌍발기로 설계되었다. He 70은 1933년에 8차례나 기록을 경신했을 만큼 당대 최고의 비행 속도를 자랑했기에 He 111에 대한 하인켈의 기대는 당연히 컸다. 이를 폭격기로 개조하면 전투기의 방해를 뚫고 목표까지 단숨에 날아갈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1939년 하인켈의 He 111 생산 라인 전경 < 출처 : Public Domain >
    1939년 하인켈의 He 111 생산 라인 전경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런 예상대로 일사천리로 개발을 마친 He 111은 1936년에 프로토타입기인 A-1이 시속 402km의 속도로 비행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1935년에 히틀러가 재무장을 선언했기에 굳이 여객기로 속여가며 개발할 필요도 사라졌다. He 111은 융커스의 Ju 86, 도르니어의 Do 17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선보이며 재건된 독일 공군의 주력 폭격기로 낙점되었다.

    곧바로 양산에 들어가 제2차 대전 발발 전까지 802기가 생산되었고 일부는 해외에 수출도 이루어졌다. 흥미롭게도 양산 단계에 이르러 굳이 속이고 만들 필요가 사라졌음에도 12기의 민항기가 별도로 생산되어 루프트한자(Lufthansa)에서 운용되었다. 독일군에 최초로 공급된 DB600 엔진을 탑재한 He 111B는 동일 엔진을 장착한 Bf 109 전투기 초기형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했다.

    1938년 스페인 내전 당시에 폭탄을 투하 중인 콘돌 군단 소속 He 111 < 출처 : Public Domain >
    1938년 스페인 내전 당시에 폭탄을 투하 중인 콘돌 군단 소속 He 111 < 출처 : Public Domain >

    실전 데뷔는 독일이 스페인 내전에 개입하면서 이루어졌다. 의용군 형식으로 편성된 콘도르 군단(Legion Condor)에 배치된 4기의 He 111B가 1937년 3월 9일 과달라하라 전투에서 처음 폭격에 나섰다. 이후 내전이 끝날 때까지 총 94기가 공급되어 종횡무진 활약했고 이는 독일 공군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전례가 되었다. 그리고 1939년 제2차 대전이 발발한 직후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폴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침공전에서 포병의 사거리 밖의 적 후방을 타격하고 이후 지상군이 공격에 나서면 진격로를 청소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1940년 여름 영국본토항공전이 시작되자 속도와 방어력에서 상당한 약점이 드러났다. 이때를 기점으로 Ju 88에게 주력의 지위를 내주었으나 무기의 생산성이 나쁘다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던 독일의 사정 상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만들어졌고 활약했다.

    He 111은 비록 1941년부터 주력의 자리에서 내려왔으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은 비록 1941년부터 주력의 자리에서 내려왔으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특징

    아무리 He 111이 폭격기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었어도 He 70을 기반으로 한 데다 표면적으로 여객기로 설계가 이루어졌기에 태생적으로 문제점이 있었다. 고속 비행이 가능하도록 유선형 동체와 타원형 주익을 택했음에도 최초 양산형인 He 111A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데다 DB600 엔진의 개발이 늦어져서 BMW VI 엔진을 장착했기에 기대했던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10기 전부를 중국에 판매했다.

    1939년 9월, 폴란드 상공을 비행 중인 He 111 편대 < 출처 : Public Domain >
    1939년 9월, 폴란드 상공을 비행 중인 He 111 편대 < 출처 : Public Domain >

    개량에 나서면서 무게를 줄이다 보니 기체의 강도가 부족해졌다. 군용기로 전환했을 때 장갑판마저 생략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적기의 요격에 상당히 취약했고 이는 1941년부터 2선급 폭격기로 전락하는 이유가 되었다. 탄생 당시에는 당대 최고의 속도를 자랑했지만 4년 후 제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그저 그런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속도로 적기의 요격을 따돌린다는 고속 폭격기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He 111은 전방 관측창은 유별날 정도로 커서 요격에 나선 전투기들에게 좋은 타격 목표가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은 전방 관측창은 유별날 정도로 커서 요격에 나선 전투기들에게 좋은 타격 목표가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의 외형적 특징 중 하나가 유리로 된 전방 관측창이다. 시계를 확보하기 위한 구조로 많은 항공기가 사용하는 방식이나 He 111은 유별나다고 할 정도로 큰 편이다. 요격에 나선 전투기들의 좋은 목표가 되면서 해당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승조원들의 희생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250kg 폭탄 8개를 동체 중앙 하부에 설치된 2개의 폭탄창에 장착할 수 있는데, 특이하게 탄두가 위로 향하게 수직 방향으로 꽂아 넣는 방식이다.
    운용 현황

    He 111은 1934년부터 1944년까지 총 6,508기가 생산되었다. 앞서 언급처럼 제2차 대전 초반에 수적으로 질적으로 독일 공군의 주력 폭격기를 담당하며 1941년의 바바로사 작전까지 놀라운 전격전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비록 영국본토항공전에서 희생이 크기는 했지만 한때 영국을 항복 직전까지 거세게 몰아붙였다. 만일 호위를 제대로 받았거나 독일이 중간에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다.

    1940년 9월 7일, 런던 대공습 당시에 템스강 상공을 비행 중인 He 111. 하지만 이를 정점으로 주력기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40년 9월 7일, 런던 대공습 당시에 템스강 상공을 비행 중인 He 111. 하지만 이를 정점으로 주력기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전쟁 후반기에는 수송기, 뇌격기, 방공기구 제거기, 글라이더 견인기처럼 다양한 용도의 플랫폼으로 사용되었다. 전쟁 내내 독일군이 활약한 곳이면 빠짐없이 등장했고 추축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는 물론 중립국인 터키, 스페인에서도 사용했다. 특히 스페인은 직도입뿐만 아니라 독일이 패전한 직후인 1945년 5월부터 면허생산형인 CASA 2.111을 제작해 1973년까지 운용했다.


    변형 및 파생형

    He 111 A-0: He 111 V3을 기반으로 한 기체. 10기, 전량 중국 판매.

    He 111 A-0 < Public Domain >
    He 111 A-0 < Public Domain >

    He 111 B-1: DB600C 엔진 탑재 폭격기 최초 양산형.
     
    He 111 B-2: DB600CG 엔진 탑재 양산형.

    He 111 B-2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B-2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D-0: DB600Ga 엔진 탑재 선행양산형.
     
    He 111 E-1: Jumo211A-1 엔진 탑재. 폭장량이 2,000kg으로 증가된 개량형.

    He 111 E-1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E-1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E-3: Jumo211A-3 엔진 탑재 개량형.
     
    He 111 E-4: 외부 폭장이 가능한 개량형.
     
    He 111 E-5: E-4 기반 내부에 추가 연료 탱크를 장착한 개량형.
     
    He 111 F-1: 주익 개량형.
     
    He 111 F-2: 무전기 위치가 변경된 개량형.
     
    He 111 F-4: 외부 폭장이 가능한 개량형.
     
    He 111 G-3: BMW132Dc 엔진 탑재형.

    He 111 G-3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G-3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G-4: DB600G 엔진 탑재 수송기형.
     
    He 111 G-5: DB600Ga 엔진 탑재 터키 공급용.
     
    He 111 J-1: DB600CG 엔진 탑재형.
     
    He 111 P-1: DB601A-1 엔진 탑재형.

    He 111 P-1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P-1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P-2: P-1 개량형.
     
    He 111 P-3: P-1, P-2 기반 연습기.
     
    He 111 P-4: 외부 폭장이 가능한 개량형.
     
    He 111 P-6: DB601N 엔진 탑재형.
     
    He 111 P-6/R2: 글라이더 견인기.
     
    He 111 H-1: Jumo211A-1 엔진 탑재형.
     
    He 111 H-2: Jumo211A-3 엔진 탑재형.

    He 111 H-2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H-2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H-3: 하부에 20mm 기관포를 탑재한 대함공격기형.
     
    He 111 H-4: Jumo211D-1 엔진 탑재형.
     
    He 111 H-5: 폭장량을 2,500kg으로 증가시킨 개량형.
     
    He 111 H-6: 뇌격기형.

    He 111 H-6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H-6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H-7: H-6 기반 야간폭격기형.
     
    He 111 H-8: H-3, H-5에 기구 파괴용 와이어 커터를 장비한 기체.
     
    He 111 H-9: H-6에 기구 파괴용 와이어 커터를 장비한 기체.
     
    He 111 H-10: H-6 기수에 20mm 기관포를 탑재한 개량형.

    He 111 H-10 < 출처 : (cc) WordPress >
    He 111 H-10 < 출처 : (cc) WordPress >

    He 111 H-11: 무장 강화형.
     
    He 111 H-15: BV 246 무선 유도 폭탄 탑재형.
     
    He 111 H-16: Jumo211F-2 엔진, MG 131 기관총 장착형.
     
    He 111 H-16/R3: 폭격 선도기.
     
    He 111 H-18: H-16/R3 기반 야간작전기.
     
    He 111 H-20: 글라이더 견인기.

    He 111 H-20 < 출처 : (cc) Skytamer.com >
    He 111 H-20 < 출처 : (cc) Skytamer.com >

    He 111 H-20/R1: 강하병 수송기형.
     
    He 111 H-20/R2: 화물 수송기형.
     
    He 111 H-20/R3: 야간폭격기.
     
    He 111 H-21: H-20/R3 기반 Jumo213 엔진 탑재형.
     
    He 111 H-23: Jumo213A-1 엔진 탑재형.
     
    He111 Z-1: 글라이더 견인용 쌍동기.

    He111 Z-1 < 출처 : Public Domain >
    He111 Z-1 < 출처 : Public Domain >

    He 111 Z-3: Z-1 기반 장거리 정찰기.
     
    CASA 2.111 A: He 111 H-16 스페인 면허생산형.
     
    CASA 2.111 C: A 기반 정찰폭격기.
     
    CASA 2.111 F: A 기반 연습기.
     
    CASA 2.111 B: 롤스로이스 멀린 500-20 엔진 탑재형.

    CASA 2.111 B < 출처 : (cc) Umeyou at Wikimedia.org >
    CASA 2.111 B < 출처 : (cc) Umeyou at Wikimedia.org >

    CASA 2.111 D: B 기반 정찰기.
     
    CASA 2.111 E: B 기반 수송기.


    제원(He 111 H-6)

    형식: 쌍발 중형폭격기
    전폭: 22.6m
    전장: 16.4m
    전고: 4m
    주익 면적: 87.6㎡
    최대 이륙 중량: 14,000kg
    엔진: Junkers Jumo 211F 수랭식 엔진(1,300마력)×2
    최고 속도: 440km/h
    실용 상승 한도: 6,500m
    전투 행동반경: 2,300km
    무장: 최대 3,600kg 폭장
            7.92mm MG 81 기관총×7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He 111 폭격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