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D-1 공수장갑차
공수장갑차의 역사를 개막하다
  • 남도현
  • 입력 : 2022.02.22 10:05
    최초의 공수장갑차인 BMD-1로 훈련 중인 러시아군. 오래전에 양산이 종료된 장비이나 현재도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최초의 공수장갑차인 BMD-1로 훈련 중인 러시아군. 오래전에 양산이 종료된 장비이나 현재도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인간은 비행기가 탄생한 직후부터 이 놀라운 문명의 이기를 무기로 사용할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정찰이나 연락 등의 단순한 임무에 투입했지만, 최초의 비행기가 하늘을 난 지 약 10년 후에 발발한 제1차 대전에서 공중전이 시작되었고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폭격이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더 많은 군사 분야에 비행기를 이용하려 했다.

    1935년 키예프에서 열린 대규모 공수 시범 모습. 참관국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을 정도로 소련은 공수부대의 발전을 선도한 국가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35년 키예프에서 열린 대규모 공수 시범 모습. 참관국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을 정도로 소련은 공수부대의 발전을 선도한 국가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렇게 탄생한 것 중 하나가 공수부대다. 병력을 원하는 곳에 신속히 투입하는 것은 유사 이래 모든 전략가들이 꿈꿔왔던 희망 사항이었다. 비행기는 이런 숙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1930년대에 이르러 소부대 병력의 수송이 가능한 항공기가 등장하면서 각국은 앞다투어 공수부대를 창설했고 제2차 대전 중에 실전 투입도 이루어졌다. 소련은 그러한 역사를 선도한 국가 중 하나다.

    소련은 1931년에 세계 최초로 정규 공수부대를 창설했고 1935년에는 여러 나라의 참관단을 키예프로 초빙해 대규모 시범을 선보였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으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독일은 크게 감명받고 최초로 실전에 투입된 공수부대라는 명성을 얻게 되는 팔슈름야거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영국은 적진에 투하된 병력의 생존에 의문을 표시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소련 공수부대는 경전차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수전차를 하천에 투하하는 방법으로 공수부대의 부족한 화력을 보강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소련 공수부대는 경전차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수전차를 하천에 투하하는 방법으로 공수부대의 부족한 화력을 보강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실전 결과도 이런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일은 제2차 대전 초기에 에반에마엘 요새를 점령하는 신화를 썼으나 1941년 크레타섬 전투에서 엄청난 손실을 본 후 대규모 공수가 금지되었다. 영국은 1942년 횃불 작전 투입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재미를 보았으나 1944년 마켓 가든 작전에서 참혹한 패배를 당했다. 이처럼 공수부대는 효과가 크지만 무장과 보급이 한정되어 적진에서 전투를 벌이는 데 제약이 많다.

    소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42년 2월 르제프 전투 당시, 브야즈마 일대에 대규모 공수작전을 실시해서 독일군의 배후 차단에 성공했으나 후속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화력이 빈약해서 결국 제풀에 무너진 사례가 있었다. 비행기를 이용하다 보니 가지고 갈 수 있는 무기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벌어진 현상이다. 그렇다고 국토가 넓고 교통망이 나쁜 소련이 공수부대를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BMP-1은 보병전투차의 역사를 개막한 걸작으로 BMD-1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기본적으로 BMP-1의 크기와 무게를 줄인 것이 BMD-1이라고 보면 된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MP-1은 보병전투차의 역사를 개막한 걸작으로 BMD-1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기본적으로 BMP-1의 크기와 무게를 줄인 것이 BMD-1이라고 보면 된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소련은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커다란 전쟁을 수도 없이 치렀지만 1962년 벌어진 쿠바 위기는 초유의 경험이었다. 엄청난 지상군을 보유했어도 이를 대서양 건너의 쿠바까지 신속히 전개할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공수부대를 보낼 수 있었지만 경무장이어서 작전을 펼치는 데 한계가 많았다. 반면 미국은 엄청난 전력을 쿠바의 심장부를 향한 칼날이라 할 수 있는 관타나모에 즉시 배치했다.

    공수부대용 기갑장비가 절실히 요구되었다. 핵전쟁 바로 앞까지 다가갔을 정도로 시간이 촉박했기에 처음에는 배치 직전이던 BMP-1 장갑차를 후보로 고려했다. BMP-1은 IFV(보병전투차)라는 영역을 새롭게 개척했을 만큼 병력 수송은 물론 전투도 가능한 뛰어난 걸작 장갑차다. 하지만 당시 주력 수송기였던 An-12에 싣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결국 BMP-1의 개념을 수용한 보다 가벼운 장갑차가 필요했다.

    BMD-1은 1970년부터 일선에 배치되었다. BMP-1을 기반으로 했지만 냉전의 대립이 심각한 시기여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개발과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 출처 : (cc) Владимир Саппинен at wikimedia.org >
    BMD-1은 1970년부터 일선에 배치되었다. BMP-1을 기반으로 했지만 냉전의 대립이 심각한 시기여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개발과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 출처 : (cc) Владимир Саппинен at wikimedia.org >

    1965년 VgTZ(볼고그라드 트랙터 공장)은 BMP-1 사업 당시에 ChTZ의 Ob'yekt 764와 벌인 경쟁에서 탈락한 Ob'yekt 914을 기반으로 Ob'yekt 915의 개발에 착수했다. 핵심은 BMP-1의 가장 큰 특징인 73mm 2A28 저압 활강포를 장착해서 화력을 그대로 유지하되 공수가 가능하도록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미 기반이 있었기에 1967년에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고 각종 시험을 거쳐 1969년부터 양산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공수장갑차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무기가 BMD-1이다. 러시아어 Boyevaya Mashina Desanta의 약자인데, 말 그대로 공수장갑차(Combat Vehicle of the Airborne)라는 뜻이다. 비무장에 병력을 탑승시키지 않은 상태로 무게가 7톤 이하여야 한다는 당국의 요구보다 500kg이 더 나갔지만 An-12에 탑재가 가능했고 여타 성능도 충분히 만족스러워 곧바로 공수부대의 필수 장비로 배치가 이루어졌다.

    기동 훈련 중인 벨라루스 제63기동여단 소속 BMD-1. 현재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마치 IFV처럼 운용 중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기동 훈련 중인 벨라루스 제63기동여단 소속 BMD-1. 현재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마치 IFV처럼 운용 중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특징

    BMD-1은 수송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한마디로 같은 시기에 개발된 BMP-1을 소형화, 경량화한 것이다. 로드휠의 수량과 배치 간격이 차이가 나는 정도를 제외하면 외형이 상당히 비슷하다.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해 무게를 줄였는데 방어력은 7.62mm탄이나 포탄의 파편을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이는 동시대에 개발된 여타 장갑차와 비교해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2A28 저압 활강포와 9M113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한 BMP-1 포탑. BMD-1도 같은 무장을 장착했다. < 출처 : (cc) Darkone at Wikimedia.org >
    2A28 저압 활강포와 9M113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한 BMP-1 포탑. BMD-1도 같은 무장을 장착했다. < 출처 : (cc) Darkone at Wikimedia.org >

    경량 장갑차임에도 공격력은 준수하다. 이는 동시대 서방제 장갑차와 비교해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다만 BMP-1과 비교하면 포신 안정장치를 비롯한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명중률이 떨어지고 작동도 불편하다. 주포가 73mm 구경이나 저압포여서 보병을 근접해서 화력 지원할 수나 있는 정도다. 9M113 대전차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는 BMD-1P부터는 전차 요격도 가능하다.

    수송기 탑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서스펜션을 조절해 전고를 낮출 수 있고 낙하산으로 투하할 수 있도록 자체와 구동 계통이 튼튼하게 제작되었다. 병력이 탑승한 상태로 투하가 가능하지만 위험을 대비해 분리해서 낙하한 후 BMD-1에 탑승해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3명의 승무원 이외에 4명의 전투병이 탑승할 수 있지만 내부가 좁아서 장거리가 아니면 보병은 하차해서 이동한다.

    BMD-1의 삼면도. 총 7명의 병력이 탈 수 있으나 실내가 좁아 장시간 내부에 탑승해서 작전을 펼치기는 어려웠다. < 출처 : Public Domain >
    BMD-1의 삼면도. 총 7명의 병력이 탈 수 있으나 실내가 좁아 장시간 내부에 탑승해서 작전을 펼치기는 어려웠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BMD-1은 1987년까지 3,800여 대 정도가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소련 연방에 속했던 국가들 외에도 앙골라, 이란, 인도, 쿠바, 이라크 등에서 운용되었다. 소련과 소련을 대부분 승계한 러시아만이 개발 의도대로 공수장갑차로 사용하거나 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현재 지구상에 사단급 이상의 공수부대,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중화기와 장비를 전투 지역에 즉시 공수해서 교전을 벌일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아프가니스탄 점령 당시 BMD-1을 타고 카불 시내를 순찰하는 소련군. 공격력과 방어력 모두가 예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아프가니스탄 점령 당시 BMD-1을 타고 카불 시내를 순찰하는 소련군. 공격력과 방어력 모두가 예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에 실전에서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차체가 작아 산악 지대에서 작전을 펼치기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빈약한 방어력으로 말미암아 예상외로 고전을 겪었다. 특히 마그네슘 합금 재질이어서 화재에 취약했다. 때문에 후기형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했지만 방어력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또한 공격력도 정확도와 사거리가 떨어져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전훈은 BMD-2의 탄생을 이끌었다.


    변형 및 파생형

    BMD-1: 양산형

    BMD-1 장갑차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BMD-1 장갑차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BMD-1K: 지휘차
     
    1V118/1V119: 포병관측차

    1V118 포병관측차 < 출처 : Public Domain >
    1V118 포병관측차 < 출처 : Public Domain >

    BRehM-D: 구난차
     
    BTR-D: 장갑구급차

    BTR-D 장갑구급차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D 장갑구급차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MD-1P: 9M113의 발사기 탑재 개량형

    BMD-1P 장갑차 < 출처 : Public Domain >
    BMD-1P 장갑차 < 출처 : Public Domain >

    BMD-1M: 주행 성능이 개선되고 연막탄 발사기가 부착된 개량형


    제원

    생산 업체: Volgograd Tractor Plant
    도입 연도: 1969년
    중량: 8.3톤
    전장: 5.41m
    전폭: 2.53m
    전고: 1.97m
    장갑: 알루미늄 합금
    무장: 73mm 2A28 저압 활강포 1문
             9M113 대전차미사일
             7.62mm RKT 기관총 3정
    엔진: 5D-20 6기통 수랭식 디젤, 241마력(180kW)
    추력 대비 중량: 18.1마력/톤
    서스펜션: 유기압식 토션 바
    항속 거리: 약 600km(도로), 116km(수상)
    최고 속도: 80km/h(도로), 45km/h(야지), 10km/h(수상)
    양산 대수: 3,800대 이상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BMD-1 공수장갑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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