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3 폭격기
참신했으나 정작 필요할 때 구식이 되어버린 폭격기
  • 남도현
  • 입력 : 2022.02.09 09:11
    TB-3은 탄생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수준의 중폭격기였지만 제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구식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가장 아쉬웠던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소련의 자부심이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TB-3은 탄생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수준의 중폭격기였지만 제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구식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가장 아쉬웠던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소련의 자부심이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 중 혹독하게 당한 전과로 말미암아 당시 소련의 항공기 제작 기술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독소전쟁 초창기에 소련 공군의 주력을 담당하던 I-16 전투기 같은 경우는 독일 공군의 전과를 올려준 표적지에 불과하다는 혹평까지 받았을 정도로 성능이 떨어졌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1950년에 한반도 하늘에 갑자기 등장한 MiG-15는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TB-3은 세계 최초의 외팔보 4발 폭격기다. 그럼에도 비행 능력을 감소시키는 외부에 도출된 고정식 랜딩기어에서 보듯이 구시대의 모습도 가지고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TB-3은 세계 최초의 외팔보 4발 폭격기다. 그럼에도 비행 능력을 감소시키는 외부에 도출된 고정식 랜딩기어에서 보듯이 구시대의 모습도 가지고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엄청난 변화처럼 보이나 기본적으로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사실 외세의 간섭까지 불러온 내전을 겪으며 탄생한 소련은 체제 수호를 위해 군사 분야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항공 무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작해서 하나하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술을 쌓아 왔기에 냉전 시대에 이르러 미국과 더불어 해당 분야를 선도할 수 있었고 그 여파는 현재의 러시아에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부터 배치가 시작된 투폴레프 TB-3 폭격기(이하 TB-3)는 그러한 사연 많았던 초창기 소련 항공 무기의 명과 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최초의 외팔보 4발 폭격기일 정도로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구현했으나 배치된 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2선으로 물러났을 만큼 한계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가장 필요할 때 나름대로 역할을 해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다.

    TB-3의 기반이 되었던 TB-1. 소련 최초의 전 금속제 항공기다. < 출처 : (cc) Vadim Indeikin at Wikimedia.org >
    TB-3의 기반이 되었던 TB-1. 소련 최초의 전 금속제 항공기다. < 출처 : (cc) Vadim Indeikin at Wikimedia.org >

    TB-3의 개발은 1925년 장거리 작전이 가능한 4발 중폭격기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군부가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TsAGI(유체역학연구소)에 연구를 지시하면서 시작되었다. 제2차 대전에서 활약한 4발 폭격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B-17, B-24, B-29, 쇼트스털링, 핼리팩스, 아브로 랭커스터 등보다 거의 10년이나 앞섰던 발걸음이었다. 이는 당시 소련이 폭격기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여기에 HTK BBC(공군기술위원회)가 야간 작전이 가능하고 별도의 개조 없이 수송기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 조건을 추가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TsAGI가 연구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형 항공기에 특화된 투폴레프 설계국(이하 투폴레프)이 개발에 착수했다. 투폴레프는 이제 막 시험 비행에 성공한 소련 최초의 쌍발 단엽 폭격기이자 전 금속제 항공기인 TB-1의 크기를 키우는 형태로 설계에 들어갔다.

    승무원들이 오픈된 조종석과 사수석에 탑승하고 있다. 배치된 지 10년도 되지 않아 퇴출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전근대적인 구조다. < 출처 : Public Domain >
    승무원들이 오픈된 조종석과 사수석에 탑승하고 있다. 배치된 지 10년도 되지 않아 퇴출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전근대적인 구조다. < 출처 : Public Domain >

    덕분에 개발 기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으나 문제는 커진 크기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엔진이었다. 애초 장착을 예정한 미쿨린 엔진과 일부 부속의 개발이 늦어져 해외에서 도입해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그런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1930년 12월 22일 프로토타입이 초도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실시된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자 불과 두 달 후에 소련군은 TB-3라는 이름으로 제식화하고 양산을 승인했다.

    1932년부터 일선 배치가 시작되었는데 양산형의 무게가 시제품보다 10퍼센트 정도 더 나가는 문제가 드러났다. 당연히 그만큼 비행 능력이 떨어졌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프로토타입에 사용된 것보다 원자재의 품질이 열악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배치가 시급했기에 엔진과 프로펠러의 개량, 기관포탑, 폭탄 마운트의 구조 개선 등을 실시해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소련군 공수부대는 최초로 대규모 집단 강하에 성공하였으며 주된 투입수단이 TB-3 였다. < 출처 : Public Domain >
    소련군 공수부대는 최초로 대규모 집단 강하에 성공하였으며 주된 투입수단이 TB-3 였다. < 출처 : Public Domain >

    배치 초기에는 당대 최고의 폭장량과 비행 능력을 자랑했다. 또한 최초로 대규모 집단 강하에 성공한 소련군 공수부대의 수단으로 사용되며 강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항공 기술의 발달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1930년대 말이 되었을 때는 비행 속도나 작전 고도가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게 되었다. 제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출격을 감행했으나 많은 피해를 입고 나서 후방 작전용으로 임무가 바뀌어 소모되어 갔다.


    특징

    TB-3은 훗날 와류를 일으켜 오히려 비행 성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게 되지만 당대는 최신 기법으로 소문난 독일 융커스(Junkers)의 특허인 물결 형 두랄루민 응력 외피로 제작되었던 점도 특징이다. 더불어 일단 크기가 큰 데다 최초의 외팔보 4발 폭격기여서 소련의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로 자주 사용되었다. 또한 5톤의 폭장량은 유명한 B-17보다 많이 나가는 수준이었다.

    TB-3의 삼면도. 전간기에 개발된 항공기답게 중간자적인 구조를 엿볼 수 있다. < 출처 : (cc) Kaboldy at Wikimedia.org >
    TB-3의 삼면도. 전간기에 개발된 항공기답게 중간자적인 구조를 엿볼 수 있다. < 출처 : (cc) Kaboldy at Wikimedia.org >

    그러나 제2차 대전이라는 시공간에서 보자면 TB-3은 인상적인 폭격기가 아니다. 배치된 지 불과 10년 만에 퇴역을 논의할 만큼 구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는 TB-3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발달 속도가 빨라서 더 좋은 성능의 경쟁자나 폭격기를 요격하는 좋은 전투기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제2차 대전 중에 일선 폭격을 담당하기에는 문제가 많아 수송기나 전투기를 매달고 다니는 공중항공모함 플랫폼으로 사용되었다.

    I-16 전투기 등 모두 5기를 동체 장착한 TB-3. 이처럼 항공모기로도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I-16 전투기 등 모두 5기를 동체 장착한 TB-3. 이처럼 항공모기로도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TB-3은 1932년부터 1937년 사이에 크게 두 차례로 나뉘어 총 818기가 제작되었다. 처음에는 훈련이나 행사 등에 소련군의 위용을 보여준 것 정도로만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비단 TB-3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 사실 무기는 평시에 특별히 활약할 일이 없다. 1938년 극동의 하산 호수에서 벌어진 일본군과의 국경 충돌에 41기의 TB-3이 출격해서 폭격을 실시한 것이 최초의 실전 사례다.

    비행 중 기체 밖으로 나와 주익 위로 옮겨 간 후 낙하하는 방식으로 공수부대원들을 투하하는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비행 중 기체 밖으로 나와 주익 위로 옮겨 간 후 낙하하는 방식으로 공수부대원들을 투하하는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이듬해 인근에서 벌어진 할힌골 전투에도 500회 이상을 출격했다. 폭격뿐 아니라 병력 및 장비 수송용으로도 사용되었는데 1기를 비전투 손실로 잃은 것 이외에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다. 그해 겨울 핀란드를 침공하며 시작된 겨울전쟁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일선에서 활약하기에는 속도, 작전 고도 등이 미흡해서 폭격기로의 운용을 포기하고 용도 변경하거나 순차적으로 도태시키기로 결정했다.

    T-38 수륙양용 경전차를 탑재한 TB-3의 모습. 폭격기가 아니라 수송기로 주로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T-38 수륙양용 경전차를 탑재한 TB-3의 모습. 폭격기가 아니라 수송기로 주로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하지만 1941년 6월 22일, 독소전쟁이 발발했을 때 공군이 516기를, 해군이 25기를 운용 중이었다. 도태 중이라 전력 외로 취급하던 중이었고 초전에 독일의 공습으로 상당수가 파괴되었으나 수적으로 폭격기 전력의 25퍼센트를 담당하고 있었기에 쉴 새 없이 작전에 나서야 했다. 어려운 와중에 병력 및 화물 수송에 많은 전공을 세웠다. 그러나 한숨을 돌린 1942년이 되어서 후방 임무에 투입되었고 순차적으로 소모되어 갔다.

    TB-3에서 내리는 스탈린. 탑승을 한 것인지 시찰을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TB-3에서 내리는 스탈린. 탑승을 한 것인지 시찰을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TB-3 4M-17F: 미쿨린 M-17F 엔진 장착 초기 양산형

    < 출처 : Public Domain >
    < 출처 : Public Domain >

    TB-3 4M-34: 미쿨린 AM-34 엔진 장착형

    < 출처 : Public Domain >
    < 출처 : Public Domain >

    TB-3 4M-34R: 미쿨린 AM-34R 엔진 장착형

    < 출처 : Public Domain >
    < 출처 : Public Domain >

    TB-3 4AM-34RD: TB-3 4M-34R 기반 유선형 동체의 장거리 시연기
     
    TB-3 4AM-34RN: 미쿨린 AM-34RN 엔진, 4날 프로펠러 등을 장착한 실험기
     
    TB-3 4AM-34FRN/FRNV: I-16 전투기를 운용하기 위한 발진용 항공기. 미쿨린 AM-34FRN/FRNV 엔진, 4날 프로펠러 장착형

    I-16 전투기를 수납한 TB-3 4AM-34FRN < 출처 : Public Domain >
    I-16 전투기를 수납한 TB-3 4AM-34FRN < 출처 : Public Domain >

    TB-3D: 샤르모스키 AN-1 디젤엔진 장착 제안형
     
    G-2: 퇴역기를 개조한 화물수송기

    G-2 민간용 화물수송기 < 출처 : Public Domain >
    G-2 민간용 화물수송기 < 출처 : Public Domain >

    ANT-6-4M-34R: 북극 탐사기

    ANT-6-4M-34R < 출처 : Public Domain >
    ANT-6-4M-34R < 출처 : Public Domain >



    제원

    형식: 4발 중폭격기
    전폭: 41.8m
    전장: 24.4m
    전고: 8.5m
    주익 면적: 234.5㎡
    최대 이륙 중량: 19,300kg
    엔진: 미쿨린 M-17F 12기통 수랭식 피스톤엔진(705마력)×4
    최고 속도: 212km/h
    실용 상승 한도: 4,800m
    전투 행동반경: 2,000km
    무장: 5,000kg 폭장
            7.62mm DA 기관총×6~8정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TB-3 폭격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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