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조세 대함미사일
예상치 못한 전쟁에서 명성을 얻다.
  • 남도현
  • 입력 : 2022.02.07 08:53
    AM39 공대함 엑조세 미사일. 1982년에 이른바 엑조세 쇼크를 불러온 모델이다. <출처: 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AM39 공대함 엑조세 미사일. 1982년에 이른바 엑조세 쇼크를 불러온 모델이다. <출처: 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이 발발한 후 항공모함(이하 항모)이 바다의 제왕으로 등장한 이유는 보다 먼 거리에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태평양 전역처럼 양측 모두가 항모를 운용 중이라면 작전 등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지만, 영국만 보유한 유럽 전역은 지휘관이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항모가 절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함포의 사거리가 긴 쪽이 유리하다는 오래된 해전의 패러다임은 깨졌다.

    그런데 아무리 거함거포 시대가 끝났다고 해도 당연히 항모만으로 해전을 치를 수는 없었다. 또한 항모 또한 전함 못지않은 거함이어서 운용하는 데 부담이 많았다. 비록 전함이나 순양함 같은 대형 함이 필요 없게 되었어도 여전히 전투함들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 많았다. 이는 정책 담당자들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거함이 퇴출된 이상 화력의 감소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코마급 고속정에서 발사되는 P-15 대함미사일. 1967년 60톤 고속정이 1,730톤의 구축함을 격침시켜 버리면서 해전의 역사는 새롭게 쓰였다. 이를 흔히 스틱스 쇼크라고 부른다. < 출처: Public Domain >
    코마급 고속정에서 발사되는 P-15 대함미사일. 1967년 60톤 고속정이 1,730톤의 구축함을 격침시켜 버리면서 해전의 역사는 새롭게 쓰였다. 이를 흔히 스틱스 쇼크라고 부른다. < 출처: Public Domain >

    바로 그때 실용화되기 시작한 대함미사일은 좋은 해결책이 되었다. 함포의 사거리보다 먼 곳에서, 그것도 극히 작은 플랫폼에서도 목표물을 정확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한 것이었다. 제3차 중동전쟁 당시인 1967년 10월 21일에 이집트 고속정에서 발사된 P-15 대함미사일에 의해 이스라엘의 구축함인 에일라트가 격침된, 이른바 스틱스 쇼크는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나토를 탈퇴한 후 독자적인 국방 노선을 걸어온 프랑스도 자극받았다. 스틱스 쇼크가 있던 바로 그 해, 프랑스의 노르 아비아시옹(Nord Aviation, 1970년 아에로스파시알로 합병, 현 MBDA)은 새로운 대함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 미사일은 클수록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고 보다 강력한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함포처럼 함의 크기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해도 무턱대고 크게 만들 수는 없다.

    2016년까지 운용된 독일 해군의 게파르드급 미사일 고속정 탑재된 엑조세 발사관. 총 4기의 MM38을 탑재했다. < 출처: Public Domain >
    2016년까지 운용된 독일 해군의 게파르드급 미사일 고속정 탑재된 엑조세 발사관. 총 4기의 MM38을 탑재했다. < 출처: Public Domain >

    고심 끝에 노르 아비아시옹은 미사일의 크기를 사거리 40km 범위 내에서 제2차 대전형 경순양함 이하 규모의 함정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했다. 사실 이는 여타 경쟁작과 비교하면 특별히 차이가 없었다. 대신 개발진은 생존성을 중시했다. 아무리 강하고 사거리가 길다고 해도 목표물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요격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대공 요격이 충분히 가능한 아음속으로 최고 속도를 상정했기에 상대의 레이더 감시망을 피해 목표까지 날아가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렇게 해서 수면을 스치듯 불과 1~2m 정도의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시 스키밍(Sea-skimming) 기술이 최초로 적용되었다. 프랑스어로 날치라는 의미를 가진 엑조세(Exocet)라는 이름도 이러한 특유의 인상적인 기동 모습에서 유래된 것이다.

    2013년 개최된 방산 전람회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엑조세 모형. 함대함 외에도 공대함, 지대함, 잠대함처럼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 < 출처: (cc) Tiraden at Wikimedia.org >
    2013년 개최된 방산 전람회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엑조세 모형. 함대함 외에도 공대함, 지대함, 잠대함처럼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 < 출처: (cc) Tiraden at Wikimedia.org >

    최초 양산형인 MM38이 1975년부터 일선 배치가 시작되었다. 이는 서방의 표준 대함미사일 대접을 받는 AGM-84 하푼보다 2년이나 빠른 개발 및 배치 속도였다. 덕분에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렸고 여기에 더해 1982년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에서 유명세를 얻으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또한 수상함정 외에 항공기, 잠수함, 육상 발사 플랫폼을 이용해 발사할 수 있는 모델도 있다.


    특징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엑조세의 사거리가 최초 40km 내외로 정해졌다. 우선 1960년대는 대함미사일이 또 다른 함포라고 인식하던 시기여서 전함의 주포 사거리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100톤 이하의 소형 함정 탑재까지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은 함정은 어쩔 수 없이 탑재한 센서류의 성능도 낮을 수밖에 없으니 40km를 벗어난 목표를 추적해서 공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엑조세가 선체 측면을 정확히 가격하는 순간의 모습. 정확도가 높은 대함미사일로 명성이 높다. < 출처: Public Domain >
    엑조세가 선체 측면을 정확히 가격하는 순간의 모습. 정확도가 높은 대함미사일로 명성이 높다. < 출처: Public Domain >

    처음에는 가속성이 뛰어난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사용하다가 MM40부터는 터보제트엔진을 사용해서 사거리를 늘렸는데 블록3의 경우는 200km까지 확대되었다. 파이어 앤 포켓 방식으로 발사 후에는 관성 유도 방식으로, 종말 단계에 이르러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으로 목표까지 비행한다. MM40 블록2부터는 전파흡수제를 표면에 발라 레이더로 피탐되는 면적을 줄였고 전자전 방해 능력도 추가되었다.

    사거리가 200km까지 늘어난 MM40 블록3. 정확도와 감시망 회피 능력도 대폭 향상되었다. < 출처: (cc) Marcomogollon at Wikimedia.org >
    사거리가 200km까지 늘어난 MM40 블록3. 정확도와 감시망 회피 능력도 대폭 향상되었다. < 출처: (cc) Marcomogollon at Wikimedia.org >

    엑조세는 경쟁 대함미사일과 비교하면 크기가 작은 편이어서 그만큼 탄두가 작다. 노르 아비아시옹은 마하 0.9의 속도로 목표를 타격하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200kg도 안되는 탄두로 대형 함을 일격에 격파하기는 무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시커로 타이밍을 측정해 미사일이 명중하고 0.015초 후에 탄두가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불발 또는 불발로 의심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운용 현황

    대함미사일이 해전의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꾼 대단한 무기임에는 틀림없으나 실전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비싸고 보유 수량도 많지 않은 대함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은 당연히 주력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상대의 주력함을 공격한다는 것은 전면전 혹은 이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제2차 대전 이후에도 전쟁은 많이 벌어졌지만 주력함 간의 교전이나 대함미사일을 날릴 만큼 커다란 규모의 해전은 흔치 않았다.

    AM38의 공격을 받고 불타는 영국의 구축함 셰필드(D80). 화재를 잡지 못해 6일 후 결국 격침되었다. 이 사건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 출처: (cc) Argentina.gob.ar at Wikimedia.org >
    AM38의 공격을 받고 불타는 영국의 구축함 셰필드(D80). 화재를 잡지 못해 6일 후 결국 격침되었다. 이 사건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 출처: (cc) Argentina.gob.ar at Wikimedia.org >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엑조세는 인상적인 실전을 펼친 대함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가 발사한 공중발사 엑조세에 의해 영국의 최신 구축함 셰필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6일 후 격침되었다. 이는 흔히 엑조세 쇼크로 회자된다. 앞서 언급한 스틱스 쇼크가 대함미사일의 등장을 알린 사건이라면 엑조세 쇼크는 이제 대함미사일 없이 해전을 치를 수 없다는 증거가 되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국가 간에 벌어진 전쟁에서 엑조세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왔다. 많은 나라들이 앞다투어 구매에 나선 덕분에 현재까지 3,500기 이상 생산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많다. 1970년대 중반에 정부가 대함미사일의 도입에 나섰으나 미국이 하푼의 판매를 거부하자 엑조세를 대타로 도입하면서 한국 해군의 본격적인 대함미사일 시대가 개막되었던 것이었다. 현재는 전량 퇴역했다.

    1987년 이라크 공군의 오인 사격으로 엑조세에 가격 당한 미 해군 호위함 FFG-31 스타크의 파손 부위. CIC가 파괴되고 35명의 승조원이 사망했으나 함은 극적으로 살릴 수 있었다. < 출처: Public Domain >
    1987년 이라크 공군의 오인 사격으로 엑조세에 가격 당한 미 해군 호위함 FFG-31 스타크의 파손 부위. CIC가 파괴되고 35명의 승조원이 사망했으나 함은 극적으로 살릴 수 있었다. < 출처: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MM38: 사거리 42km의 함대함형

    MM38 < 출처: Public Domain >
    MM38 < 출처: Public Domain >

    AM39: 사거리 50~70km 공대함형

    AM39 < 출처: (cc) David Monniaux at Wikimedia.org >
    AM39 < 출처: (cc) David Monniaux at Wikimedia.org >

    SM39: 어뢰발사관을 이용한 잠대함형

    SM39 < 출처: (cc) MDBA >
    SM39 < 출처: (cc) MDBA >

    MM40: 최대 사거리 200km의 함대함형

    MM40 < 출처: (cc) Bublegun at Wikimedia.org >
    MM40 < 출처: (cc) Bublegun at Wikimedia.org >



    제원

    제작: MBDA
    무게: 780kg
    전장: 6m
    전폭: 1.1m
    지름: 0.348m
    탄두: 165kg
    엔진: 고체연료 로켓엔진
            터보제트엔진(MM40 Block3)
    사거리: 40km(MM38)~200km(MM40 Block3)
    고도: 시스키밍
    속도: 마하 0.93
    유도: 관성항법, 능동 레이더 유도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엑조세 대함미사일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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