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선제타격도 불사한다는 지도자와 국민 결기가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입력 : 2022.01.31 00:00
북한이 2022년1월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월28일 밝혔다. 북한은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1800km를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


안녕하세요, 최근 제1 야당 대선후보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선제타격’을 언급한 데 대해 여당과 사회 일각에서 “그럼 전쟁 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북 핵미사일 위협에 야당 후보 ‘선제타격’ VS 여당 후보 ‘위험한 전쟁도발’

제1 야당 후보는 지난 11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에 대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하는 상황이 오면 대응 방법은 선제타격뿐”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여당 후보와 대표는 “위험한 전쟁도발 주장” “선제타격론은 적의 공격 징후를 정보조작으로 왜곡시켜 전쟁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야당 후보는 지난 26일 당 정책토론회에서 “선제타격을 바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침략적 도발 행위를 할 것이 확실시될 때에, 우리가 적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그 도발을 지시한 지휘부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능력이 있고 그럴 의지가 있다고 천명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우리의 애티튜드(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2022년1월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대성공'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시험발사 현장에 참관했다. /뉴스1


최근 이슈가 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은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과 구분해서 봐야하는데요, 선제타격은 핵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초고강도 도발이 임박했을 때 미사일 발사 전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등을 때리는 것입니다. 예방타격은 지금과 같은 평상시에 미리 중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인데요, 이스라엘의 이라크 원자로 및 시리아 핵시설 공습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예방타격은 평상시 적이 공격하기 전에 때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 불법으로 규정되곤 합니다.

◇실제 선제타격은 현실적 어려움 많아

선제타격은 상황에 따라 매우 복잡 미묘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논란이 돼왔는데요, 자위권 차원에서의 선제타격은 용인된다는 시각이 많지만 어느 수준까지 용인될 것이냐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들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북한이 핵탄두 미사일을 쏠 것 같아 우리가 선제타격을 했는데 북한이 실제 공격 없이 남한이 먼저 전쟁 도발을 했다고 뒤집어씌울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지요.

군사기술적 측면에서 북한에 대한 ‘킬 체인’(Kill Chain)과 선제타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150~200여기에 달하는데 이를 가급적 미사일 쏘기 전에 발견해 30분내에 타격하겠다는 게 ‘킬 체인’ 입니다. 이는 북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거의 실시간으로 추적해야만 가능한 일인데 아직까지 한·미 양국군의 능력엔 한계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미 연합작전계획 5015엔 선제타격 개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2022년 1월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외교안보 글로벌비전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덕훈 기자


킬 체인과 선제타격 등이 실패하는 것에 대비해 한·미 양국은 북한이 미사일이 발사된 뒤 요격하는 KAMD(한국형미사일방어)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탐지 및 요격이 어렵게 점점 비행고도가 낮아지고 있고 변칙기동까지 합니다. 북한이 지난 27일 발사한 KN-23 미사일은 최대 고도가 20㎞에 불과했습니다. 패트리엇 PAC-3 및 천궁2 요격미사일의 최대 요격고도와 비슷하고, 사드 미사일 최저 요격고도(40㎞)의 절반에 불과한 것입니다. 북한이 ‘대성공’을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이 어려운 것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비굴했던 영국 체임벌린 총리 VS 스위스 국민의 결기

북한이 실제 핵탄두 미사일들을 쏴서 단 1발이라도 우리 땅에 떨어진다면 대재앙이 초래될 것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때문에 제1야당 후보가 얘기했듯이 그런 상황에선 선제타격만이 우리의 생존을 지킬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수사적 의지의 표현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도자의 그런 의지 표현이 정말 전쟁을 초래 또는 촉발하는 것이냐, 아니면 전쟁 억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냐가 논쟁의 핵심이 되겠지요.

역사적으로 지도자와 국민이 적국에 대해 비굴한 태도를 취했을 경우와 단호한 의지, 즉 결기를 보였을 경우 상반된 결과를 초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도자와 국민의 비굴한 태도가 결국 적국의 침입, 전쟁을 초래한 경우는 2차대전 당시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1938년 9월 30일 아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독일 뮌헨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을 독일에 넘겨주는 대가로 아돌프 히틀러로부터 ‘유럽의 평화’를 약속받고 돌아와 의기양양하게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외쳤습니다.

1938년9월 히틀러와 함께 서명한 선언서를 의기양양하게 흔들어대면서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외치는 영국 체임벌린 총리. 하지만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으로 평화는 1년만에 깨졌고 체임벌린은 '잘못되고 실패한 유화정책 신봉자'로 비난을 받았다. /조선일보 DB


불과 20년 전에 끝난 제1차 세계대전의 악몽 같은 상처를 기억하고 있던 체임벌린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평화를 지키고 싶어 했고, 영국과 프랑스 여론도 이를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굴욕적인 뮌헨협정의 평화는 이듬해 9월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1년만에 깨지게 됩니다. 반면 역시 히틀러의 침공 위협을 받았던 영세중립국 스위스는 이와 대조적으로 “독일군이 스위스를 침공해 온다면 우리 모두 이탈리아로 향하는 모든 도로를 끊어버리자! 그리고 최후의 1인까지 결사항전하자!”는 결기를 보여줬습니다. 결국 독일군은 스위스 침공을 포기했지요.

◇‘현무-4′ 등 초강력 무기 있어도 쓸 의지 없으면 무용지물

현정부는 ‘안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 고위력 ‘괴물 미사일’ 현무-4,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F-35 스텔스기, 유사시 북 수뇌부 제거작전을 펴는 특전사 특수임무여단(일명 참수작전부대) 등 북한에 대한 강력한 타격능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곤 했습니다. 사실이 아닌,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무기가 있어도 이를 쓸 의지가 없으면, 결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에 가까운 것입니다. 이런 무기를 남한 정부와 군이 진짜 쓸 수 있다는 확신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심어줘야 김정은이 유사시 핵미사일 단추를 함부로 못 누르겠지요. 지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 북한의 포격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 등 수뇌부가 ‘강력 대응’ 의지를 표명하며 굽히지 않자 북한은 결국 굴복하고 협상을 제안해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1월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내부에서 ‘전쟁이냐 평화냐’ 논란 벌일 때인가?

이달 들어 전례 없이 6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한 북한은 30일에는 도발 수위를 크게 높여 4년여만에 중거리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습니다. 이제서야 대통령 주재 NSC가 열리고 청와대는 ‘규탄한다’ 는 표현을 썼습니다. 북한이 자기들 목표와 시간표에 따라 착착 도발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지금 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을 가지고 우리 내부에서 ‘전쟁도발’ ‘전쟁이냐 평화냐’ 논란을 벌일 때인가요? 여야, 국민 모두 정치적 노선과 이해관계를 떠나 날로 고도화하는 북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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