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 라이트닝 전투기
영국이 독자 개발한 유일한 초음속 전투기
  • 남도현
  • 입력 : 2022.01.25 09:15
    BAC 라이트닝은 현재까지 영국이 독자 개발한 마지막 제공전투기다. <출처: BAE Systems>
    BAC 라이트닝은 현재까지 영국이 독자 개발한 마지막 제공전투기다. <출처: BAE Systems>


    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말부터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이른바 제2세대 전투기가 본격적으로 실용화되기 시작한 1950년대까지는 가히 전투기 역사의 백가쟁명 시기라고 단언해도 결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전투기가 등장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을 정도로 수많은 전투기가 이 시기에 탄생했다. 물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무기사에 한 획을 그었을 만큼 인상적인 전투기도 있었다.

    영국의 제1세대 전투기인 슈퍼마린 어태커. 유명한 스피트파이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나 전작의 명성을 잇는 데는 실패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영국의 제1세대 전투기인 슈퍼마린 어태커. 유명한 스피트파이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나 전작의 명성을 잇는 데는 실패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냉전이라는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제2차 대전의 혹독했던 경험이 생생히 남아있던 시기였기에 새로운 전쟁을 막기 위한 대규모 지출이 용인되었던 것이다. 비용이나 기술 문제로 다자간 협력으로 전투기를 개발하는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제작사가 자체 자금으로 먼저 개발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쟁을 주도한 미국과 소련 외에도 많은 나라들이 전투기 제작에 뛰어들었다.

    지금도 전투기 분야의 강자인 프랑스, 스웨덴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이집트, 인도, 체코슬로바키아 같은 의외의 나라들도 도전장을 내밀었을 정도였다. 당연히 복엽기 시절부터 무기사에 길이 빛날 명작 전투기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던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심장인 제트엔진은 언급한 국가들도 수입해서 사용했고 미국과 소련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었을 만큼 기술적으로 앞서 있었다.

    라이트닝 P1A 시제기의 비행장면 <출처: BAE Systems>
    라이트닝 P1A 시제기의 비행장면 <출처: BAE Systems>

    비록 제2차 대전을 겪으며 국력이 쇠퇴했음에도 영국은 전 세계에 엄청난 식민지를 보유하고 있는 제국의 위엄을 유지하고자 전투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글로스터 미티어, 드 하빌랜드 뱀파이어로 제1세대 전투기 시대를 선도했고 1950년대 들어 드 하빌랜드 베놈, 드 하빌랜드 시 빅슨, 슈퍼마린 스위프트, 슈퍼마린 시미터, 글로스터 자벨린, 호커 헌터, 폴랜드 냇 같은 전투기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내용으로만 보면 미국, 소련과 맞먹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런데 제2차 대전 당시를 능가하는 전성기처럼 보였으나 정작 이때부터 영국은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경제 문제로 더 이상 과거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애틀리 정부가 군사비 지출을 억제하자 1960년 들어 영국은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영국은 전투기를 미국에서 도입하거나 다자간 협력 사업에 참여해서 획득하고 있다.

    이륙 중인 라이트닝. 영국이 독자 개발해 실전 배치된 유일무이한 초음속 전투기다. < 출처 : (cc) Mike Freer @Wikipedia.org >
    이륙 중인 라이트닝. 영국이 독자 개발해 실전 배치된 유일무이한 초음속 전투기다. < 출처 : (cc) Mike Freer @Wikipedia.org >

    그러한 전성기이자 쇠락의 출발점이던 1950년대 탄생한 전투기 중에서 BAC 라이트닝(British Aircraft Corporation Lightning, 이하 라이트닝)은 가히 영국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현재까지 영국이 독자 개발한 유일한 초음속 항공기라는 사실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물론 속도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지만 음속 돌파를 제2세대 전투기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이트닝의 위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1947년 영국 군수성은 최고 시속 1,593km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고 고도 15,000m에서 작전을 벌일 수 있는 신예 전투기 획득 사업을 공표했다. 다시 말해 초음속 전투기를 요구한 것이었다. 음속 돌파에 대한 도전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프로펠러기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제 막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제트엔진은 이런 꿈을 달성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라이트닝의 심장인 롤스로이스 에이번 엔진. 11,000대 이상이 생산된 베스트셀러 터보제트엔진이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라이트닝의 심장인 롤스로이스 에이번 엔진. 11,000대 이상이 생산된 베스트셀러 터보제트엔진이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마침 당시에 롤스로이스가 선보인 에이번 터보제트엔진은 F-4의 심장으로 유명한 GE의 J79 터보제트엔진보다 추력이 더 나갈 만큼 강력했다. BAC의 전신인 잉글리쉬 일렉트릭(이하 EE)은 이를 심장으로 삼으면 초음속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F-102의 개발 사례에서 보듯이 기체의 형상도 뒷받침되어야 했다. EE는 마치 델타익처럼 보일 정도로 날렵한 60도의 후퇴각을 가진 주익을 택했다.

    당국은 검토 끝에 EE가 제출한 F23/49 제안을 승인하고 1949년 프로토타입 P.1을 발주했다. 그렇게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에이번 엔진에 문제가 발생했다. 주기적으로 진동과 소음으로 발생하는 서징(Surging) 현상이 나타난 것인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탑재가 불가능했다. 이에 암스트롱 시들리의 사파이어 터보제트엔진을 장착해 연구를 계속했다. 또한 미익 구조를 놓고 개발진 내에서 많은 갑론을박이 오갔다.

    에이번 엔진의 문제점이 해결될 동안 기체 실험에 사용된 사파이어 엔진을 장착한 P.1A 프로토타입. < 출처 : (cc) Clemens Vasters at Wikipedia.org >
    에이번 엔진의 문제점이 해결될 동안 기체 실험에 사용된 사파이어 엔진을 장착한 P.1A 프로토타입. < 출처 : (cc) Clemens Vasters at Wikipedia.org >

    이런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1954년 8월 4일 초도 비행에 성공했는데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애프터버너 작동 없이 수평에서 마하 1.2, 하강 상태에서 마하 1.4로 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1957년에는 문제점을 해결한 에이번 엔진이 탑재된 프로토타입이 당대 세계 최고인 시속 1,811km의 속도로 비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각종 실험 결과에 만족한 군수성이 양산을 결정했고 1959년부터 라이트닝이라는 이름으로 배치가 시작되었다.


    특징

    라이트닝은 전면에 에어 인테이크가 설치되었는데 이는 제2세대 서방 전투기에서는 보기 드문 구조다. 여기에 노즈콘을 장착한 데다 이빨 빠진 델타(Notched Delta)라고 불리는 날렵한 후퇴익 주익을 갖추어 MiG-21과 외형이 상당히 유사하다. 통상적으로 주익은 뒷전 후퇴각을 앞전 후퇴각보다 작은 테이퍼(Taper) 형상을 갖추나 라이트닝은 후퇴각이 동일하다. 때문에 익면적이 F-4와 맞먹을 정도로 넓다.

    라이트닝은 기수와 주익이 동시대에 탄생한 소련의 제2세대 전투기인 MiG-21과 유사하다. < 출처 : (cc) Danie van der Merwe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은 기수와 주익이 동시대에 탄생한 소련의 제2세대 전투기인 MiG-21과 유사하다. < 출처 : (cc) Danie van der Merwe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의 가장 큰 특징은 쌍발 엔진을 상하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동체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종석 뒤편에 상부 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고속 비행에 유리하도록 전면 면적을 축소하는 데는 성공했어도 균형 문제로 엔진이 동체 중앙에 위치하게 되면서 연료 탑재에 문제가 생겼고 그만큼 항속 거리에 영향을 주었다. 추가 연료 탱크 등을 달았지만 기동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라이트닝 전투기는 독특하게도 엔진을 상하로 배치하여 동체면적을 최소화했다. <출처: BAE Systems>
    라이트닝 전투기는 독특하게도 엔진을 상하로 배치하여 동체면적을 최소화했다. <출처: BAE Systems>

    메인 랜딩기어가 주익 하부에 수납되는 구조인 데다 주익의 후퇴각이 커서 보조 연료 탱크 부착이 어렵고 무기 탑재량도 기체의 크기에 비해 적다. 다만 본토 방공 임무가 가장 큰 목적이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하 2의 속도와 제4세대 전투기 못지않은 뛰어난 상승력 때문에 일선에서 선호했다. 여담으로 F-35에 붙은 라이트닝 II라는 이름은 미국의 P-38 라이트닝과 영국의 BAC 라이트닝을 모두 승계한 것이다.

    연료 탱크가 대형화된 라이트닝 F.6. 하지만 기동력이 떨어졌다. < 출처 : (cc) Mike Freer at Wikipedia.org >
    연료 탱크가 대형화된 라이트닝 F.6. 하지만 기동력이 떨어졌다. < 출처 : (cc) Mike Freer at Wikipedia.org >



    운용 현황

    라이트닝은 프로토타입을 포함해 337기가 생산되었다. 영국의 여건 상 해외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그 정도가 한계라 할 수 있다. 처음 언급처럼 영국이 1950년대에 많은 전투기들을 개발했지만 쇠퇴해가는 경제 사정을 고려한다면 연구, 투자, 생산, 운용을 전략적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게을리하며 국산 전투기 개발이 중단되었다. 오늘날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프랑스와 비교하면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편대 비행중인 라이트닝 F6 편조 <출처: BAE Systems>
    편대 비행중인 라이트닝 F6 편조 <출처: BAE Systems>

    1959년부터 배치가 시작되어 방공 임무를 담당했는데 영국 본토는 물론 서독, 사이프러스, 싱가포르의 영국군 기지에도 배치되었다. 1974년부터 순차적으로 후계기로 대체되었고 1988년 제11비행대를 마지막으로 전량 퇴역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41기, 쿠웨이트가 12기를 도입했으나 이들도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의 국경 분쟁 등에 동원된 사례를 제외하고는 실전 기록은 없다.

    라이트닝은 '60~'70년대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활약하며 본토 이외에 서독, 사이프러스, 싱가포르에도 배치되었다. <출처: BAE Systems>
    라이트닝은 '60~'70년대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활약하며 본토 이외에 서독, 사이프러스, 싱가포르에도 배치되었다. <출처: BAE Systems>



    변형 및 파생형

    P.1A: 사파이어 엔진을 탑재한 프로토타입. 2기.

    1955년 언론에 공개된 라이트닝 P.1A 시제기 (WG760) <출처: BAE Systems>
    1955년 언론에 공개된 라이트닝 P.1A 시제기 (WG760) <출처: BAE Systems>

    P.1B: 에이번 엔진을 탑재한 프로토타입. 3기.

    라이트닝 P.1B 시제기 (XA847) <출처: BAE Systems>
    라이트닝 P.1B 시제기 (XA847) <출처: BAE Systems>

    라이트닝 F.1: P.1B의 양산형. 19기.

    라이트닝 F.1 < 출처 : (cc) Michael Garlick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 F.1 < 출처 : (cc) Michael Garlick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 F.1A: 공중 급유 장치를 장착한 개수형. 27기 개조.

    라이트닝 F.1A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라이트닝 F.1A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라이트닝 T.4: F.1A 기반 병렬 복좌 연습기. 프로토타입 2기, 20기.

    라이트닝 T.4 < 출처 : Public Domain >
    라이트닝 T.4 < 출처 : Public Domain >

    라이트닝 F.2: 에이번 210R 엔진을 탑재형. 44기 신조, 2기 개조.
     
    라이트닝 F.2A: F.2를 F.6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개량형. 31기 개조.

    라이트닝 F.2A < 출처 : (cc) David Cowling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 F.2A < 출처 : (cc) David Cowling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 F.3: 에이번 301엔진 탑재, 기관포 제거, 레드탑 운용 능력 등이 추가된 개량형. 70기.

    라이트닝 F.3 < (cc) MilborneOne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 F.3 < (cc) MilborneOne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 F.3A: 내주 연료 탱크가 대형화된 개량형. 16기 개조.
     
    라이트닝 T.5: F.3 기반 병렬 복좌 연습기. 22기.
     
    라이트닝 F.6: 주익 연료 탱크 대형화, 기관포 재탑재된 개량형, 39기 신조. 24기 개조.

    라이트닝 F.6 <출처: BAE Systems>
    라이트닝 F.6 <출처: BAE Systems>

    라이트닝 F.52: F.2 사우디아라비아 공급형. 5기 개조.
     
    라이트닝 F.53: F.6 사우디아라비아 공급형. 46기 신조, 1기 개조.
     
    라이트닝 T.54: T.4 사우디아라비아 공급형. 2기 개조.
     
    라이트닝 T.55: T.5 사우디아라비아 공급형. 6기.

    라이트닝 T.55 < 출처 : Public Domain >
    라이트닝 T.55 < 출처 : Public Domain >

    라이트닝 F.53K: F.6 쿠웨이트 공급형. 12기.

    라이트닝 F.53K < 출처 : (cc) RuthAS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 F.53K < 출처 : (cc) RuthAS at Wikipedia.org >

    라이트닝 T.55K: T.5 쿠웨이트 공급형. 2기.
     
    시 라이트닝 FAW.1: 함재기 제안형.


    제원(라이트닝 F.6)

    형식: 쌍발 터보제트 전투기
    전폭: 10.62m
    전장: 16.84m
    전고: 5.97m
    주익 면적: 44.08㎡
    최대 이륙 중량: 20,752kg
    엔진: 롤스로이스 에리번 301R 터보제트(12,690파운드)×2
    최고 속도: 마하 2.27
    실용 상승 한도: 18,000m
    최대 항속 거리: 1,500km
    무장: 30mm ADEN 기관포×2
            파이어스트릭 공대공미사일×2
            레드탑 공대공미사일×2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BAC 라이트닝 전투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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