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6 자주대전차포
마침내 기갑전에서 미국의 우위를 달성하다
  • 남도현
  • 입력 : 2022.01.17 08:50
    강력한 90mm 주포를 탑재한 M36 자주대전차포는 독일의 모든 기갑 장비를 제압할 수 있었다. < 출처 : (cc) User:Fat yankey at Wikimedia.org >
    강력한 90mm 주포를 탑재한 M36 자주대전차포는 독일의 모든 기갑 장비를 제압할 수 있었다. < 출처 : (cc) User:Fat yankey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미국은 방어 전략상으로 보자면 섬나라라고 할 수 있다. 육지로 국경을 마주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우호국이거나 군사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아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없다. 때문에 제2차 대전 발발 직전까지만 해도 육군은 상당히 빈약했다. 상비군 병력이 20만도 되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 20위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래서 진주만을 급습당한 후 전쟁에 참전했을 때 부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병력은 쉽게 증강할 수 있지만 무기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능력을 고려하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어려움이 없으나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로 싸워서 이기기는 힘들다. 문제는 적과 능히 맞설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그런 우려대로 최초로 독일과 마주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까지 보유한 전차로 독일 기갑부대와 대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M36의 기반이 되었던 M10 자주대전차포.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76.2mm 주포로는 독일 중전차를 잡기가 어려웠다. < 출처 : (cc) Rémi Stosskopf at Wikimedia.org >
    M36의 기반이 되었던 M10 자주대전차포.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76.2mm 주포로는 독일 중전차를 잡기가 어려웠다. < 출처 : (cc) Rémi Stosskopf at Wikimedia.org >

    당장 독일의 전차를 잡을 수단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76.2mm 대전차포를 장착한 자주대전차포인 GMC M10(이하 M10), GMC M18(이하 M18)을 연이어 제작해 일선에 투입했다. 독일의 주력인 3호, 4호 전차를 요격하는 데 효과가 좋았으나 1942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배치되기 시작한 중장갑의 6호 전차 티거를 잡기 어려웠다. 그나마 투입된 양이 적어 당시에는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나 결국 서부전선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결론적으로 좀 더 강력한 대전차포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M1 90mm 대공포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전차포 개발에 착수했다. 사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Flak 88의 사례에서 보듯이 포구 속도가 빠르고 연사력이 뛰어난 대공포를 이용해서 대전차포를 제작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개발된 T7 프로토타입 대전차포가 실험에서 양호한 결과가 나오자 90mm M3 전차포로 제식화했다.

    M36은 물론 M26, M46, M47, M48 전차에 탑재된 전차포의 기반이 된 90mm M1 대공포. < 출처 : (cc) User:Balcer at Wikimedia.org >
    M36은 물론 M26, M46, M47, M48 전차에 탑재된 전차포의 기반이 된 90mm M1 대공포. < 출처 : (cc) User:Balcer at Wikimedia.org >

    처음에는 사격 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데 좋은 구조라고 판단해서 개방형 마운트에 설치한 M3 전차포를 M4 전차 차체와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총 4,000문 획득을 예정했으나 GMC T53 프로토타입(이하 T53)의 테스트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무포탑이어서 작전 능력이 떨어진 데다 M10, M18도 오픈 탑이어서 방어력이 취약하다는 소리를 듣는 와중이었기에 차체에 단순히 포신을 얻은 T53에 대한 일선의 거부감은 대단했다.

    결국 T53은 취소되고 M3 전차포를 포탑에 탑재하는 대안이 선택되었다. 기간을 단축하고자 1943년 M10A1 차체를 이용한 GMC T71 프로토타입(이하 T71)과 M10 차체를 이용한 GMC T71E1 프로토타입(이하 T71E1)이 동시에 제작되어 실험에 들어갔다. 실험 결과 T71이 승자가 되어 1944년 4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는데 그것이 바로 GMC M36(이하 M36)다. 이후 공급량을 늘리고자 T71E1은 물론 M4 전차 차체를 기반으로 파생형도 함께 만들어졌다.

    M10A1 차체를 기반으로 한 GMC T71 프로토타입 < 출처 : Public Domain >
    M10A1 차체를 기반으로 한 GMC T71 프로토타입 < 출처 : Public Domain >

    기존 M10, M18의 고질적인 화력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한 강력한 90mm 주포를 탑재한 M36은 등장과 동시에 미군의 가장 강력한 기갑 장비가 되었다. 5호 전차, 6호 전차를 능히 잡을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겪어 온 고질적인 질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아무리 양으로 밀어붙여도 희생을 피할 수 없었다. 때문에 미군은 독일 전차 요격의 대부분을 항공대의 지원에 의존해 왔으나 적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바로 그런 시점에 등장한 M36은 한마디로 구세주였다. 당연히 짧은 활약 기간에도 불구하고 데뷔와 동시에 미군의 주력 자주대전차포가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M36은 미군 수뇌부에 잘못된 신호를 전해 주었다. 무기의 조달과 공급을 책임진 AGF(육군 지상군 사령부)가 M4 전차와 M36이면 충분하다고 오판하고 일선의 중전차 공급 요구를 거부한 것이었다. AGF는 무기는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이 좋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M36의 등장으로 미군은 독일 전차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주대전차포를 전차처럼 운용하면서 낭패를 보기도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M36의 등장으로 미군은 독일 전차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주대전차포를 전차처럼 운용하면서 낭패를 보기도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기갑전에 두 장비가 모두 투입될 수는 있어도 근접해서 싸우는 전차와 원거리에서 적 전차를 요격하는 자주대전차포는 용도가 엄연히 다른 무기다. M4 전차가 독일 중전차에게 한낱 먹잇감에 불과하자 일선에서 M36을 무리하게 근접전에 투입하고는 했는데 방어력이 부족해서 낭패를 보았던 것이다. 결국 감내하기 어려울 만큼 희생이 늘어나자 M3 전차포를 탑재하고 중장갑을 두른 M26 전차가 전쟁 말기에 등장했다.


    특징

    M36은 M3 전차포를 처음으로 탑재한 기갑 장비다. 해당 전차포가 이후 꾸준한 개량을 통해 M26을 필두로 1960년대까지 미군에서 순차적으로 주력을 담당했던 M46, M47, M48에도 사용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히 당대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6호 전차 B형에 탑재된 KwK 43 전차포와 비교하면 포구 속도가 느려 관통력이 약간 떨어진 대신 사거리가 길어 전반적인 성능은 엇비슷했다. 다시 말해 M36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공격력이다.

    M36의 가장 큰 특징은 당대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90mm M3 전차포다. < 출처 : (cc) AlfvanBeem at Wikimedia.org >
    M36의 가장 큰 특징은 당대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90mm M3 전차포다. < 출처 : (cc) AlfvanBeem at Wikimedia.org >

    반면 기동력과 방어력은 좋지 않았다. M10 차체에 별다른 개량 없이 더 무거운 M3 전차포와 커다란 포탑을 탑재했기에 당연히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데뷔 당시 기준으로는 구형이라 할 수 있는 VVS(수직 볼류트 현가장치)를 그대로 채용해서 기동력이 M10보다 뒤졌다. 다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도로에서 시속 42km의 최고 속도는 그럭저럭 무난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장갑이 얇은 데다 미국 자주대전차포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오픈 탑 포탑 구조여서 방어력은 상당히 나빴다. 사실 긴 사거리를 이용해 원거리 교전만 펼치면 이런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M36이 데뷔한 서부전선은 개활지나 시가지가 대부분이어서 쉽게 격파당하고는 했다. M36을 구축전차로 해석하는 자료가 많으나 이런 이유 때문에 전차 임무까지 담당했던 독일의 구축전차처럼 활약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웠다.

    장갑이 얇고 포탑이 오픈 탑 구조여서 방어력이 좋지 않다. 때문에 근접전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 출처 : (cc) 玄史生 at Wikimedia.org >
    장갑이 얇고 포탑이 오픈 탑 구조여서 방어력이 좋지 않다. 때문에 근접전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 출처 : (cc) 玄史生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M36은 1944년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유럽에서 전쟁이 끝난 이듬해 5월까지 총 2,314문이 제작되었다. 1944년 10월부터 실전에 투입되었는데 기갑사단 예하의 독립 자주대전차포대대로 편성되어 활약했다. 당시 M26 전차와 더불어 원거리에서 독일 중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비였다. 그런데 종종 외형 때문에 일선에서 전차처럼 운용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등장했다.

    벌지 전투 당시인 1944년 12월 20일에 벨기에 가도를 통과하는 M36 부대. < 출처 : Public Domain >
    벌지 전투 당시인 1944년 12월 20일에 벨기에 가도를 통과하는 M36 부대. < 출처 : Public Domain >

    M36에게 있어 가장 컸던 전장은 제2차 대전의 서부전선이었다. 종전 후 9개국에 공급되었고 많은 전쟁, 분쟁에서 활약했다. 6.25전쟁 당시에는 M26, M46의 공급량이 부족해서 중전차 역할까지도 담당했는데 110문을 공급받은 한국군은 이를 기반으로 전차부대를 창설했을 정도였다. 특히 1951년 이후 고지전으로 전황이 바뀌자 강력한 화력을 앞세워 적진 타격에 좋은 전과를 올렸다.

    이후 인도-파키스탄 전쟁, 프랑스-베트남 전쟁,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사용되었다. 냉전 초기에 공산권 분열을 위해 소련에 반기를 들고 독자 노선을 가던 유고슬라비아에 399문이 지원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이후 T-55 전차용 엔진으로 환장했다. 불행히도 이들은 1991년 유고슬라비아 해체 후 벌어진 여러 내전에서 한때 한 지붕 아래서 살던 이웃을 살상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유고슬라비아에 공급된 M36. 1991년 연방 이후 벌어진 여러 내전들에서 이웃을 살상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유고슬라비아에 공급된 M36. 1991년 연방 이후 벌어진 여러 내전들에서 이웃을 살상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90mm GMC M36: M10A1 차체에 M3 주포 결합형.

    90mm GMC M36 < 출처 : (cc) 玄史生 at Wikimedia.org >
    90mm GMC M36 < 출처 : (cc) 玄史生 at Wikimedia.org >

    90mm GMC M36B1: M4A3 전차 차체에 M3 주포 결합형.

    M36B1 < 출처 : Public Domain >
    M36B1 < 출처 : Public Domain >

    90mm GMC M36B2: M10 차체에 M3 주포 결합형.

    M36B2 < 출처 : cc) User:Fat yankey at Wikimedia.org >
    M36B2 < 출처 : cc) User:Fat yankey at Wikimedia.org >



    제원

    생산업체: GM 외
    도입 연도: 1944년
    생산 대수: 2,324문
    중량: 32톤
    전장: 7.47m
    전폭: 3.05m
    전고: 3.28m
    무장: 1×90mm M3 대전차포
             1×12.7mm M2 기관총
    엔진: 포드 GAA V8 가솔린엔진 450마력(M36, M36B1)
             GM 6046 트윈인라인 디젤엔진 375마력(M36B)
    추력 대비 중량: 15.2마력/톤
    항속 거리: 240km
    최고 속도: 42km/h(도로)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M36 자주대전차포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