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4 리버레이터 폭격기
가장 많이 생산되었으면서도 유명하지 못한 폭격기
  • 남도현
  • 입력 : 2022.01.13 08:55
    B-24는 현재까지 가장 많이 생산된 중폭격기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B-24는 현재까지 가장 많이 생산된 중폭격기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1938년 3월,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합병했다. 아무리 형식상으로는 오스트리아의 자발적인 행위라고 해도 1939년까지 양국 합병을 금지한 생제르맹 조약을 위반한 것이었다. 이를 명분으로 영국, 프랑스는 군사 행동을 벌여서 독일을 단죄할 수 있었으나 상황을 애써 외면했다. 이를 마지막으로 히틀러가 도발을 멈춰주기를 바랐던 것인데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체코슬로바키아에게 주데텐란트를 내놓으라고 겁박한 것이었다.

    B-24의 기반이 되었던 콘솔리데이티드 Model 31. XP4Y 초계기 프로토타입으로도 불린다. < 출처 : Public Domain >
    B-24의 기반이 되었던 콘솔리데이티드 Model 31. XP4Y 초계기 프로토타입으로도 불린다. < 출처 : Public Domain >

    바다 건너에서 유럽의 심상치 않은 상황을 지켜보던 미국은 전쟁이 목전에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외교적으로는 중립이었지만 막판에 끌려 들어가다시피 한 지난 제1차 대전처럼 참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를 대비해 군비 증강에 나섰다. 개발을 완료했으나 예상보다 비싼 획득 가격과 자신들의 작전 영역을 침범한다는 해군의 반대 때문에 획득이 유보되었던 B-17 폭격기도 양산에 착수했다.

    육군항공대(USAAC)는 B-17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콘솔리데이티드(Consolidated)에게 하청 생산을 의뢰했다. 그런데 업무 협의를 위해서 보잉을 방문하고 돌아온 콘솔리데이티드 경영진은 육군항공대에게 B-17보다 더 좋은 폭격기를 만들어 공급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한창 개발 중이던 쌍발의 Model 31 비행정의 크기를 키우면 B-17보다 성능이 향상된 폭격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시험 비행 중인 XB-24 프로토타입기. < 출처 : Public Domain >
    시험 비행 중인 XB-24 프로토타입기. < 출처 : Public Domain >

    육군항공대는 전력을 다양화하고 B-17의 실패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제안을 수락했다. 콘솔리데이티드가 제출한 Model 32를 검토한 후 육군항공대는 신예 폭격기가 B-17보다 더 긴 작전 범위, 더 빠른 속도 그리고 여기에 추가해서 더 많은 폭탄을 탑재해야 한다는 C-212로 명명된 구체적인 사양을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1939년 2월, XB-24 프로토타입기가 발주되었다.

    XB-24는 기본적으로 개발이 거의 완료된 Model 31을 전후좌우로 늘린 형태여서 개발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시험 중 추락 사고 등을 겪은 B-17과 달리 커다란 어려움도 없어서 개발에 나선 지 불과 10개월 만인 1939년 12월 29일에 하늘을 나는 데 성공했고 곧바로 9기의 YB-24 실험기가 제작되었다. 테스트 결과 항속 거리, 속도, 폭장량이 B-17보다 좋은 것으로 나오자 B-24라는 이름으로 양산이 결정되었다.

    영국 공군이 운용한 리버레이터 Mk.VI. 이후 B-24에도 리버레이터라는 이름이 명명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영국 공군이 운용한 리버레이터 Mk.VI. 이후 B-24에도 리버레이터라는 이름이 명명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런데 당시는 제2차 대전이 발발한 직후였으나 미국이 참전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발주 수량이 미국이 36기였던 반면 프랑스가 120기, 영국이 164기로 더 많았다. 1940년 6월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하면서 프랑스 공급분도 영국에 인도되었다. 때문에 B-24 양산 초기인 1941년에 가장 중요한 사용자는 영국이었다. 이런 이유로 영국이 부여한 리버레이터(Liberator)라는 이름이 이후 미국에서도 공식으로 통용되었다.

    그러다가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급습한 직후 미군도 대량 발주를 했다. 콘솔리데이티드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더글러스, 포드, 노스아메리카에서도 생산이 이루어졌다. 곧바로 전선에 투입되어 활약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중폭격기가 되었다. 급조했다는 소리를 들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개발 기간이 대단히 짧았음에도 성능이 무난했기 때문이었다.

    Me 262의 공격을 받고 기체가 절단된 제448폭격비행단 소속 B-24M. 기체가 약하고 생존성이 떨어져 폭격기 승무원들이 선호하지 않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Me 262의 공격을 받고 기체가 절단된 제448폭격비행단 소속 B-24M. 기체가 약하고 생존성이 떨어져 폭격기 승무원들이 선호하지 않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단순 수치상으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B-17보다 비행 성능이나 폭장량이 앞섰다. 하지만 B-17이 유럽 전역을, 뒤에 등장하는 B-29가 태평양 전역을 상징하는 폭격기로 대접받는 것과 달리 B-24의 유명세는 무안할 정도로 없다시피 하다. 대중뿐 아니라 실제로 폭격기 승무원들에게도 선호도가 낮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하늘을 나는 관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생존성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최대 상승 고도가 낮아 대공포로부터 위험했다. 그래서 장거리 초계용이나 방공망이 취약한 태평양 전역에서 주로 활약했고 B-29가 본격 배치된 후에는 2선급 전력으로 물러나야 했다. 더 큰 문제는 피격 받았을 경우 쉽게 비행 불능 상태에 빠지거나 파괴될 만큼 내구성이 떨어졌고 방수가 되지 않아 바다에 불시착하면 쉽게 침몰했다. 이는 기체의 일부를 상실했어도 귀환에 성공한 B-17 등과 비교하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B-24는 폭격기로서는 한계가 있었지만 대잠초계기로서 독일 U보트 사냥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 출처 : Public Domain >
    B-24는 폭격기로서는 한계가 있었지만 대잠초계기로서 독일 U보트 사냥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 출처 : Public Domain >

    반면 영국에 공급된 B-24들은 장거리 비행 능력을 살려 대서양에서 골칫거리였던 독일의 U보트 사냥에 좋은 전과를 내었다. 이러한 전과를 바탕으로 미 해군은 초계기형인 PB4Y-1을 개발해서 사용했는데 1970년대까지도 일선에서 활약했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B-24는 많이 생산되었고 그만큼 전쟁 내내 종횡무진 활약했음에도 주인공으로 대접받지 못한 비운의 폭격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징

    B-24는 Model 31에 적용한 낮은 받음각에서도 양력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두껍고 코드가 좁은 이른바 데이비스 날개(Davis wing)와 H 형태에 가까운 쌍둥이 수직미익 구조를 그대로 채택했다. 전반적으로 Model 31을 전후좌우로 늘린 형태이나 B-17과 비교하면 크기가 작다. 그럼에도 터보 과급기가 장착된 강력한 R-1830 성형엔진을 탑재한 덕분에 B-17보다 멀리 그리고 빠르게 비행할 수 있었다.

    폭이 좁고 두툼한 데이비스 날개 구조의 주익과 H 형태의 쌍둥이 수직 미익 구조를 갖추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폭이 좁고 두툼한 데이비스 날개 구조의 주익과 H 형태의 쌍둥이 수직 미익 구조를 갖추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B-24는 오늘날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세발자전거식 강착장치(Tricycle landing gear)를 최초로 장착한 폭격기다. 때문에 이착륙이나 육상 이동 시 시계 확보가 용이했다. B-17보다 폭장량이 늘었으나 작전 환경 등을 고려할 때 크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폭탄창이 가운데 기둥을 중심으로 양측에 배치되었는데 커버가 셔터 방식이어서 폭탄창 작동 시 비행 성능의 변화가 작은 편이다.

    군더더기 없이 콤팩트하게 설계되어 외형에 비해 내부 구조가 큰 편이고 항속 거리도 길어 초계기, 정찰기, 수송기 등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특히 일선에서 미 육군의 주력 수송기이던 C-87이나 C-47보다 수송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덕분에 적진까지 날아가 폭탄을 던지고 오는 폭격기로서 평판이 좋지 않았음에도 많이 생산되어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었다.

    비록 폭격기로써는 평판이 좋지 않지만 초계기, 수송기 등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비록 폭격기로써는 평판이 좋지 않지만 초계기, 수송기 등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B-24는 1940년부터 1945년까지 4개 사의 5개 공장에서 파생형을 포함해 총 18,188기가 생산되었다. 단순 수치상으로 1시간에 1기 꼴로 만들어진 것으로 앞의 설명처럼 중폭격기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다. 대부분 제2차 대전 중 미국, 영국과 영연방국이 사용했는데 이들 국가에서 폭격기로서의 임무는 종전과 함께 끝났다. 일부 물량이 인도, 중국, 브라질, 터키 등에도 흘러 들어갔으나 1968년 인도를 마지막으로 전량 퇴역했다.

    역사적인 플로이에슈티 공습 당시의 모습. 하지만 많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타격을 입히지 못해 실패한 작전으로 기록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역사적인 플로이에슈티 공습 당시의 모습. 하지만 많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타격을 입히지 못해 실패한 작전으로 기록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많이 생산된 만큼 여러 전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장거리 비행 능력을 살려 1943년 8월 1일 벌인 플로이에슈티 유전 공습이 대표적이나 투입된 177기 중 절반인 88기만이 생환할 수 있었다. 44기가 격추되었고 45기가 중간에 불시착하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처럼 생존 능력에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받은 미군은 이후 B-24를 제공권이 완전히 장악된 지역 등에만 투입했다.


    변형 및 파생형

    XB-24: Model 32 프로토타입. 1기.
     
    YB-24 / LB-30A: 양산 전 실험기. 7기.

    YB-24 < 출처 : Public Domain >
    YB-24 < 출처 : Public Domain >

    B-24A: 초기 양산형. 9기.
     
    XB-24B: 터보 과급기 장착 실험기.
     
    B-24C: XB-24B 기반 양산형. 9기.
     
    B-24D: 양산형. 2,725기.

    B-24D < 출처 : Public Domain >
    B-24D < 출처 : Public Domain >

    TB-24D: 훈련기. 5기.
     
    B-24E: B-24D 포드사 생산형. 801기.

    B-24E < 출처 : Public Domain >
    B-24E < 출처 : Public Domain >

    XB-24F: B-24D 기반 방빙 장치 실험 개조기.

    XB-24F < 출처 : Public Domain >
    XB-24F < 출처 : Public Domain >

    B-24G: B-24D 노스아메리칸 생산형. 430기.
     
    B-24H: B-24G 성능 개량형. 3,100기.
     
    B-24J: R-1830-65엔진. 터보과급기 장착 후기 양산형. 6,678기.

    B-24J < 출처 : (cc) Valder137 at Wikimedia.org >
    B-24J < 출처 : (cc) Valder137 at Wikimedia.org >

    TB-24J: B-24J 개조 연습기. 621기.
     
    XB-24K: B-24D 개조 단일 수직 미익 실험기.
     
    B-24L: 볼터렛 등을 제거한 경량형. 1,667기.

    B-24L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B-24L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RB-24L: B-24L 개조 B-29 승무원 훈련기. 194기.
     
    B-24M: 볼터렛이 부활된 최종 양산형. 2,593기 제조.

    < 출처 : (cc) Cameron11598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Cameron11598 at Wikimedia.org >

    TB-24M: B-24M 개조 B-29 연습기. 111기.
     
    XB-24N: 단일 수직 미익 프로토타입. 1기.

    XB-24N < 출처 : Public Domain >
    XB-24N < 출처 : Public Domain >

    YB-24N: XB-24N 기반 양산 전 프로토타입. 7기.
     
    XB-24Q: B-24L 개조 B-47용 레이더 실험기. 1기.

    BQ-8: 무선 조종의 무인 비행 폭탄.

    F7T-3D 추적기와 함께 비행중인 BQ-8 시제기 < 출처 : 미 해군 >
    F7T-3D 추적기와 함께 비행중인 BQ-8 시제기 < 출처 : 미 해군 >

    XF-7: B-24D 개조 정찰기 프로토타입. 1기.
     
    F-7: B-24D 개조 정찰기. 4기.

    제20전투지형정보단 소속의 F-7 리버레이터 < 출처 : Public Domain >
    제20전투지형정보단 소속의 F-7 리버레이터 < 출처 : Public Domain >

    F-7A: F-7 개량형. 87기.
     
    F-7B: 카메라 위치를 변경한 개량형. 123기.
     
    PB4Y: 해군 대잠초계기. 977기.

    < 출처 : Public Domain >
    < 출처 : Public Domain >

    PB4Y-P: PB4Y 기반 정찰기. 65기.
     
    리버레이터 Mk.I: YB-24, B-24A 기반 영국 공군용. 25기.

    < 출처 : Public Domain >
    < 출처 : Public Domain >

    리버레이터 Mk.II: 영국 공군용 초기 양산형. 165기.
     
    LB-30: 미군이 징발한 리버레이터 Mk.I. 82기.
     
    리버레이터 Mk.III: B-24D 영국 공군용. 145기.

    < Public Domain >
    < Public Domain >

    리버레이터 Mk.III A: 리버레이터 Mk.III 초계기형. 12기.
     
    리버레이터 Mk.V: B-24G 영국 공군용.
     
    리버레이터 Mk.VI: B-24H, B-24J 랜드리스기.
     
    리버레이터 Mk.VIII: B-24H, B-24J의 영국 공군용.


    제원(B-24J)

    형식: 4발 성형엔진 장거리 중폭격기
    전폭: 34m
    전장: 20.47m
    전고: 5.37m
    주익 면적: 97.4㎡
    최대 이륙 중량: 29,484kg
    엔진: 플랫휘트니 R-1830-35 트윈와스프 성형엔진(1,200마력)×4
    최고 속도: 478km/h
    실용 상승 한도: 8,500m
    전투 행동반경: 2,480km
    무장: 최대 3,600kg 폭장(단거리 비행)
            12.7mm M2 기관총×10정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B-24 리버레이터 폭격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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