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Ju 88 폭격기
다양한 용도로도 사용된 독일의 주력 폭격기
  • 남도현
  • 입력 : 2021.12.28 09:04
    제2차 대전 당시에 질적, 수적으로 독일의 주력을 담당한 융커스 Ju 88 폭격기. < 출처 : Public Domain >
    제2차 대전 당시에 질적, 수적으로 독일의 주력을 담당한 융커스 Ju 88 폭격기.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독일 공군의 폭격기는 육군의 기갑부대와 더불어 제2차 대전 초기에 연이어 대승을 이끈 주인공이다. 그런데 전쟁사에 전격전이라는 새로운 장을 이끈 것은 분명하지만 의외로 독일은 폭격기를 거시적으로 운용하지 못했다. 연합국 특히 미국처럼 적의 중심부를 타격해서 전쟁 의지를 꺾어버리는, 이른바 전략폭격 대신에 최전선에서 지상군을 지원하는 공중 포대로써 특화했기 때문이었다.

    우랄 폭격기의 일환으로 개발된 4발 도르니에 Do 19 중폭격기 프로토타입. 하지만 발터 베버의 순직과 더불어 전략폭격이 가능한 장거리 중폭격기 도입이 좌절되면서 독일 공군은 최전선의 지상군 지원에 특화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우랄 폭격기의 일환으로 개발된 4발 도르니에 Do 19 중폭격기 프로토타입. 하지만 발터 베버의 순직과 더불어 전략폭격이 가능한 장거리 중폭격기 도입이 좌절되면서 독일 공군은 최전선의 지상군 지원에 특화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초대 참모총장이던 베버(Walther Wever)처럼 전략폭격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도 있기는 했다. 그는 우랄 폭격기(Ural Bomber)로 명명된 장거리 4발 중(重)폭격기를 이용해서 후방 깊숙이 위치한 적의 핵심 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36년에 불의의 사고로 순직하면서 계획은 좌절되었다. 결국 독일 공군의 한계는 1940년 벌어진 영국본토항공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독일이 운용한 중형(中型) 폭격기들은 폭장량이 1~3톤에 불과해서 한번 출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 어려웠다. 속도가 느린 데다 자체 방어 능력도 좋지 않아 요격에 나선 영국 전투기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호위를 담당한 Bf 109는 당대를 선도한 뛰어난 전투기였으나 항속 거리가 짧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폭격기들을 보호하기가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전쟁 말기에 미국이 동원한 중폭격기 같은 수단이 필요했다.

    전략폭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2차 대전 중반에 미국 본토 폭격이 가능한 대륙 간 횡단 폭격기로 개발된 메서슈미트 Me 264 프로토타입. 하지만 실전 배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전략폭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2차 대전 중반에 미국 본토 폭격이 가능한 대륙 간 횡단 폭격기로 개발된 메서슈미트 Me 264 프로토타입. 하지만 실전 배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문제는 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독일에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독일의 뛰어난 기술력을 고려하고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겠지만 결국 전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전쟁 전에 개발했던 폭격기를 계속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시간이 흐를수록 해당 분야에서 연합군과의 격차는 커졌고 결국 패했다. 이처럼 폭격기 전력은 독일군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이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과를 기록했지만 그나마 Ju 88은 자존심을 세워준 폭격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당시에 제작된 독일의 모든 군용기를 통틀어 Bf 109 전투기, Fw 190 전투기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었다는 점만으로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연합군 조종사들도 격추하기 까다로운 대상으로 첫손 꼽았다. 이처럼 피아 모두가 독일 최고라고 인정하며 전쟁 내내 수적으로 주력 폭격기 역할을 담당했다.

    최초 여객기로 개발된 도르니에 Do 17 폭격기. 폭장량이 1톤에 불과하고 쉽게 격파되어 연필이라는 악명으로 불렸다. < 출처 : Public Domain >
    최초 여객기로 개발된 도르니에 Do 17 폭격기. 폭장량이 1톤에 불과하고 쉽게 격파되어 연필이라는 악명으로 불렸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제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운용한 3대 폭격기는 Ju 88, He 111, Do 17이다. 이중 Ju 88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성능이 여타 기종보다 월등히 좋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탄생 배경과 관련이 많다. 제1차 대전 패전 후 독일은 군용기의 개발과 보유를 금지 당했다. 하지만 여러 편법을 동원해서 은밀히 전력 육성에 나섰다. 민간기를 만들 때 추후 군용기로의 개조를 염두에 두고 개발했던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위에 언급한 He 111, Do 17이 그렇게 탄생한 폭격기다. 덕분에 1935년 히틀러가 재군비를 선언했을 때 전력을 쉽게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민간기로 속여서 개발되었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과를 기록했다. 반면 Ju 88은 독일이 재군비를 선언한 이후 처음부터 폭격기로 개발되었다. 이처럼 탄생 배경부터 다른 만큼 성능 차이도 컸다.

    Ju 88은 처음부터 폭격기로 개발되어 제2차 대전 중 독일이 운용한 여타 폭격기보다 좋은 성능을 발휘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은 처음부터 폭격기로 개발되어 제2차 대전 중 독일이 운용한 여타 폭격기보다 좋은 성능을 발휘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35년 독일 항공성은 800~1,000kg의 폭탄을 장착하고 전투기와 맞먹는 시속 500km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이른바 고속폭격기 획득 사업을 시작했다. 경쟁에 참여한 융커스(Junkers)는 기체를 공기역학적으로도 고속 비행이 가능하도록 날렵하게 설계하고 기골도 대폭 보강했다. He 111, Do 17과 달리 다른 용도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경제성, 편의성 등을 배제하고 철저히 폭격기에 맞도록 설계한 것이었다.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각각 구조를 달리하고 다른 엔진을 장착한 5개의 프로토타입을 동시에 만들어 테스트에 들어갔다. 1937년 9월, Bf 109 전투기보다 빠른 시속 523km의 속도로 비행에 성공한 3호기(4943)가 당국의 낙점을 받아 양산형인 Ju 88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당국의 급강하폭격 성능 추가처럼 요구 사항을 해결하느라 예정된 기간을 넘겨 1939년이 돼서야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1943년 그리스 아스티파랄리아 상공을 비행 중인 Ju 88 편대 < 출처 : Public Domain >
    1943년 그리스 아스티파랄리아 상공을 비행 중인 Ju 88 편대 < 출처 : Public Domain >

    때문에 제2차 대전 초기에는 활약상이 미미했다. 하지만 소량이 투입되었음에도 1940년 영국본토항공전에서 상대적으로 생존 확률이 높아 일선에서 가장 선호하는 폭격기가 되었다. 사실 이전까지 독일의 폭격기들은 제대로 요격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문제점을 몰랐다. 이후 생산에 박차를 가해 1941년 독소전쟁부터 독일의 주력 폭격기 지위를 차지하고 종전이 될 때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징

    Ju 88의 가장 큰 장점은 시속 500km가 넘는 최고 속도였는데 등장 당시 기준으로는 최신 전투기에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최대 3톤의 폭장량은 He 111, Do 17의 1.5~2배에 달해서 한 번 출격으로 더 많은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주익에 쌍발로 장착한 엔진은 외형으로는 미국의 폭격기처럼 공랭식 성형엔진처럼 보이나 원통형 카울링 안에 라디에이터를 환상으로 배치한 수랭식 엔진이다.

    Ju 88은 배치 당시에 최신 전투기와 맞먹는 고속 비행이 가능했고 기동력도 좋아 폭격기 이외에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 출처 : (cc) Umeyou at Wikimedia.org >
    Ju 88은 배치 당시에 최신 전투기와 맞먹는 고속 비행이 가능했고 기동력도 좋아 폭격기 이외에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 출처 : (cc) Umeyou at Wikimedia.org >

    기동 능력이 좋고 개조도 용이해서 장거리전투기형, 야간전투기형, 급강하폭격기형, 사막작전형, 해상작전형처럼 다양한 파생형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합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요격하기 어려운 독일 폭격기로 첫손에 꼽았다. 여러 사정으로 말미암아 독일이 새로운 폭격기나 중폭격기 개발에 난항을 겪자 Ju 88을 기반으로 후속 폭격기 개발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후속 폭격기가 Ju 188이다.


    운용 현황

    Ju 88은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총 14,882기가 생산되었다. 제2차 대전의 시작인 1939년 폴란드 침공전부터 실전에서 활약했으나 당시에는 단 12기만 작전에 투입되었기에 별다른 전과를 올리지 못했지만 활약상이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다. 프랑스 침공전에서 지상, 해상 목표물 공격에 좋은 성과를 올렸으나 일부 구조적 문제와 조종 미숙으로 예상보다 손실이 많이 나왔다.

    Ju 88의 생산 라인. 독일이 생산한 모든 군용기 중 세 번째로 많이 만들어졌을 만큼 애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의 생산 라인. 독일이 생산한 모든 군용기 중 세 번째로 많이 만들어졌을 만큼 애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기체 개량과 조종사 재교육이 필요했지만 곧바로 영국본토항공전에 투입되었고 이는 결국 심각한 결과로 이어졌다. 단지 상대적으로 He 111, Do 17보다 좋았을 뿐이지 단독으로 적진을 공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이었다. 개량형인 Ju 88 A-4가 등장했을 때는 영국본토항공전이 거의 끝난 상태였다. 결국 Ju 88이 진정으로 명성을 떨친 때는 이듬해 발발한 독소전쟁이다.

    이후 독일 폭격기의 주력을 담당하며 종횡무진 활약했고 다양한 용도로 많은 다른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제공권이 밀린 1944년부터는 작전을 벌이기 어려웠다. 동맹국인 핀란드, 헝가리, 이탈리아, 루마니아에 일부 공급되었고 중립국인 스페인이 15기를 구매해서 운용하기도 했다. 전후 프랑스에서 노획해서 1951년까지 사용했는데, 이것이 Ju 88의 마지막 운용 기록이다.

    독소전쟁 초기에 격추되어 모스크바 시내에 사기 진작용으로 전시된 Ju 88 < 출처 : Public Domain >
    독소전쟁 초기에 격추되어 모스크바 시내에 사기 진작용으로 전시된 Ju 88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Ju 88 A-1: Jumo 211 B-1 엔진 탑재.

    Ju 88 A-1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A-1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A-2: Jumo 211 G-1 엔진 탑재.
     
    Ju 88 A-4: 윙팁 개량, Jumo 211 J-1 엔진 탑재.

    Ju 88 A-4 < 출처 : (cc) Herranderssvensson at Wikimedia.org >
    Ju 88 A-4 < 출처 : (cc) Herranderssvensson at Wikimedia.org >

    Ju 88 A-5: 주익, 조종 계통 개량.

    Ju 88 A-5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A-5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A-15: A-4 기반 폭장량 증가.
     
    Ju 88 A-17: 뇌격기.
     
    Ju 88 B: Ju 188 프로토타입이 된 전투폭격기.
     
    Ju 88 C-1: A-1 개조 장거리전투기.
     
    Ju 88 C-2: A-5 개조 장거리전투기.

    Ju 88 C-2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C-2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C-4: A-5 개조 장거리전투기.
     
    Ju 88 C-5: BMW 801 엔진 탑재한 장거리전투기.
     
    Ju 88 C-6: A-4 개조 야간전투기.

    Ju 88 C-6 야간전투기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C-6 야간전투기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D: A-4 기반 장거리 정찰기.

    Ju 88 D 장거리 정찰기 < 출처 : (cc) Ducatipierre at Wikimedia.org >
    Ju 88 D 장거리 정찰기 < 출처 : (cc) Ducatipierre at Wikimedia.org >

    Ju 88 G: 야간전투기.

    Ju 88 G 야간전투기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G 야간전투기 < 출처 : Public Domain >

    Ju 88 H: G형 기반 장거리 전투 및 정찰기형.
     
    Ju 88 P: 대전차 공격기형.

    Ju 88 R: C형 기반 BMW 801 엔진 탑재한 장거리전투기.

    Ju 88 R 장거리 전투기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Ju 88 R 장거리 전투기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Ju 88 S: A-4형 기반 고속폭격기형.
     
    Ju 88 T: S형 기반 정찰기형.


    제원(Ju 88 A-4)

    형식: 쌍발 중형폭격기
    전폭: 20m
    전장: 14.4m
    전고: 4.8m
    주익 면적: 54.5㎡
    최대 이륙 중량: 12,105kg
    엔진: Junkers Jumo 211J 수랭식 엔진(1,350마력)×2
    최고 속도: 510km/h(고도 5,300m)
    실용 상승 한도: 8,200m
    전투 행동반경: 1,790km
    무장: 최대 3,000kg 폭장(단거리 저고도 비행)
            7.92mm MG 81 기관총×5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Ju 88 폭격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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