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M18 헬캣
빠르고 강력했으나 아쉬움도 많았던 전차 사냥꾼
  • 남도현
  • 입력 : 2021.12.23 09:12
    M18 GMC는 빠른 속도와 준수한 화력이 장점인 경량의 자주대전차포다. < 출처 : (cc) JTOcchialini at Wikimedia.org >
    M18 GMC는 빠른 속도와 준수한 화력이 장점인 경량의 자주대전차포다. < 출처 : (cc) JTOcchialini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전차가 등장한 이상 대전차포의 탄생은 필연이었다. 제2차 대전이 발발하고 집단화된 기갑부대가 주축이 된 기동전이 대세가 되자 대전차포도 자주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독일군이 이러한 장비들을 앞세워 전격전의 신화를 쓰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자 미국은 대책에 나섰다. 1940년 M3 GMC(Gun Motor Carriage)를 개발했으나 급조하다시피 한 것이어서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M10 GMC는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대전차 기갑장비다. 성능이 준수하다는 의미이기는 하나 일선에서는 좀 더 빠르고 다루기 쉬운 자주대전차포를 원했다. < 출처 : (cc) Jean-Pol GRANDMONT at Wikimedia.org >
    M10 GMC는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대전차 기갑장비다. 성능이 준수하다는 의미이기는 하나 일선에서는 좀 더 빠르고 다루기 쉬운 자주대전차포를 원했다. < 출처 : (cc) Jean-Pol GRANDMONT at Wikimedia.org >

    1941년 12월 7일이 일본의 진주만 급습을 받고 참전하게 되면서 미국은 본격적인 자주대전차포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M4A2 차체에 M7 대전차포를 탑재한 M10 자주대전차포가 개발되어 1942년 말부터 일선에 공급이 이루어졌다. M10은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대전차 기갑장비였을 만큼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미 육군은 가격이 비싸고 야지 주행력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평시라면 M10이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문제점을 개량하는 방식을 택하겠지만 승리를 위해서 라면 모든 시도가 허용되는 전시였기에 미 육군은 별도의 차체를 기반으로 한 후속작 개발에 착수했다. 개념은 신속히 목표를 치고 빠질 수 있도록 고속 기동이 가능한 자주대전차포였다. M10이 기존 장비들을 최대한 이용했기에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1943년 6월 애버딘 시험장에서 촬영된 T70 자주대전차포 시제3호차량. 후에 M18로 양산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43년 6월 애버딘 시험장에서 촬영된 T70 자주대전차포 시제3호차량. 후에 M18로 양산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기갑장비의 속도를 향상시키려면 엔진과 현가장치의 성능이 좋아야 하나 당시는 해당 분야의 기술력이 뒤지던 시절이어서 일단 가볍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가벼울수록 장갑이 얇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방어력이 빈약해지게 된다. 전차라면 심각한 고민거리겠지만 원거리에서 적 전차를 요격하는 것이 목적인 대전차포여서 그다지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대신 속도가 빠르면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실패로 막을 내린 소련의 BT 고속전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차량이 빨라도 음속으로 날아다니는 포탄보다 빠를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오판이었으나 당시에는 참고할 것이 없었다.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내어야 했을 만큼 한마디로 모든 것이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다만 경량화를 시도한 목적 중 하나가 공수를 염두에 두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미래지향적인 측면도 있었다.

    기동 중인 M18. 노면에서 시속 89km의 놀라운 속도로 이동이 가능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전투를 벌였다. < 출처 : (cc) Motortrend.com >
    기동 중인 M18. 노면에서 시속 89km의 놀라운 속도로 이동이 가능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전투를 벌였다. < 출처 : (cc) Motortrend.com >

    그렇게 해서 고속 주행을 목적으로 새롭게 개발된 차체에 57mm 포를 결합한 T49 GMC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어 실험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 최초의 자주대전차포인 M3 GMC도 75mm 포를 장비했을 정도였으니 1942년이 되었을 때 57mm 포로 잡을 수 있는 전차는 없다시피 했다. 곧바로 개량에 들어가 75mm 포와 76.2mm 포를 장착한 다양한 종류의 T67 GMC가 개발되어 곧바로 테스트에 들어갔다.

    T67의 포탑은 전차처럼 밀폐식 포탑을 갖춘 T49와 달리 차체의 확장 없이 주포가 커지면서 오픈 탑 구조로 변경되었다. 적 보병의 급습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만큼 방어력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실전을 통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픈 탑 포탑은 T67, M10 GMC 이후 등장하는 M36 GMC도 적용되면서 미국산 자주대전차포의 상징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때문에 이들은 독일의 돌격포나 구축전차 역할까지 담당하기는 어려웠다.

    재현 행사에 등장한 M18 자주대전차포. 흔히 헬켓(Hellcat)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 출처 : (cc) Alf van Beem at Wikimedia.org >
    재현 행사에 등장한 M18 자주대전차포. 흔히 헬켓(Hellcat)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 출처 : (cc) Alf van Beem at Wikimedia.org >

    실험 결과 T67의 주행력이 만족할 정도로 나오지 않자 현가장치를 크리스티 방식에 토션 바 형식으로 바꾸고 내부 구조를 변경하면서 특이하게 기동륜을 전방으로 옮긴 T70 GMC로 다시 환골탈태했다. 각종 테스트에서 흡족한 결과나 나오자 곧바로 양산이 결정되었다. 이런 탄생 과정을 거쳐 전쟁 중반기부터 M10과 더불어 미 육군 자주대전차포의 양대 축 중 하나를 담당한 걸작이 M18 GMC 헬켓(Hellcat, 이하 M18)이다.


    특징

    M18의 주포인 76.2mm M1A1와 포연 확산을 막기 위해 머즐 브레이크가 달린 M1A1C, M1A2 전차포는 미국의 주력인 M4A1(76), M4A3(76) 전차는 물론 M10의 주포와 동일한 것이다. 위력이 독일의 7,5cm KwK 40 전차포, 7,5cm PaK 40 대전차포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6호 전차는 격파가 어렵지만 이보다 하위 전차라면 충분히 요격이 가능했다. 때문에 M18은 크기에 비해 공격력이 뛰어난 전형적인 자주대전차포라고 할 수 있다.

    M18은 M4 전차, M10 GMC와 같은 주포를 사용했다. 때문에 체급에 비해 그럭저럭 준수한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M18은 M4 전차, M10 GMC와 같은 주포를 사용했다. 때문에 체급에 비해 그럭저럭 준수한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M18의 가장 큰 특징은 전술한 바와 같이 기동력이다. 도로에서 시속 89km의 최고 속도는 현대 기갑 장비들에서도 보기 힘든 엄청난 수준이다. 방어력을 희생해 가며 무게를 줄인 대신 M4 전차에 사용하는 R975 엔진을 장착해서 중량 대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고 당시 미국의 여타 기갑차량이 사용하던 VVS(수직 볼류트 현가장치)보다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토션바 현가장치를 채택한 덕분이었다.

    M3, M4 전차에서 보듯이 R975 엔진을 사용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차체의 높이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M18은 샤프트를 대각선으로 놓고 변속기와 유니버설 조인트를 바닥에 수평으로 설치하는 방식으로 높이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엄폐 능력이 향상되었고 엔진의 탈부착이 쉬워서 야전에서 정비하기도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수적으로 마치 경전차처럼 외형도 상당히 미려하다.

    M18은 M3, M4 전차와 같은 항공기용 성형엔진을 사용했으나 차체의 높이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때문에 M24 경전차처럼 매끈한 외관을 갖출 수 있었다. < 출처 : (cc) Benzene at Wikimedia.org >
    M18은 M3, M4 전차와 같은 항공기용 성형엔진을 사용했으나 차체의 높이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때문에 M24 경전차처럼 매끈한 외관을 갖출 수 있었다. < 출처 : (cc) Benzene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M18은 1943년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이듬해 10월까지 총 2,507문이 제작되었다. 1944년 1월에 있었던 안지오 상륙작전을 시작으로 실전에서 활약을 펼쳤다. 화력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는 비단 M18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주포를 사용하는 미국의 전차, 자주대전차포 모두에게 해당되는 고민이었다. 또한 장갑이 빈약해서 3호, 4호 전차는 물론 보병의 공격에도 쉽게 격파되고는 했다.

    공수부대의 지원을 위하여 바스통에 도착한 제2사단 제705 대전차대대 소속의 M18 헬캣 < 출처 : Public Domain >
    공수부대의 지원을 위하여 바스통에 도착한 제2사단 제705 대전차대대 소속의 M18 헬캣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러나 뛰어난 기동력을 앞세워 독일 전차의 취약 부위로 파고 들어가 공격을 하는 방식으로 좋은 전과를 올렸다. 대표적으로 전쟁 말기에 벌어진 바스토뉴 공방전 당시에 4문의 M18이 22대의 5호 전차 판터를 격파하는 놀라운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대전차전에서는 M4나 M10보다 교환비가 양호했다. 기갑전이 없었던 태평양 전역에서는 주로 보병 화력 지원용으로 사용되었다.

    유럽 전역 종전 직전인 1945년 4월 독일 비슬록에서 전투 중인 제824 대전차대대 소속 M18. < 출처 : Public Domain >
    유럽 전역 종전 직전인 1945년 4월 독일 비슬록에서 전투 중인 제824 대전차대대 소속 M18.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인 M39 다목적 장갑차가 병력이나 물자 수송용 등으로 사용된 것을 제외하면 제2차 대전 종전 후 미군에서는 곧바로 퇴역했다. 이때 상당량이 여러 나라에 공급되었다. 6.25전쟁에 중공군이 참전하자 확전을 막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43문의 M18이 대만에 제공되었는데 대만군은 이들로 기갑사단을 편성했다. 섬이라는 전략적 이점을 살려 주력 전차처럼 운용한 것이었다.

    개조를 거쳐 64식 전차라는 이름으로 운용된 대만군의 M18. < 출처 : (cc) 玄史生 at Wikimedia.org >
    개조를 거쳐 64식 전차라는 이름으로 운용된 대만군의 M18. < 출처 : (cc) 玄史生 at Wikimedia.org >

    또한 특이하게도 공산주의 국가이면서도 소련과 거리를 두고 독자 노선을 걷던 유고슬라비아에 240문이 공급되었다. 그 외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도 각각 100문 미만이 지원되었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면서 벌어진 내전에서 활약한 것을 제외한다면 제2차 대전 이후 실전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M18은 오로지 독일군을 상대하기 위해 태어나 활약한 장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형 및 파생형

    T49 GMC: 크리스티식의 서스펜션, 밀폐형 포탑을 갖춘 프로토타입.

    T49 GMC 시제차량 < 출처 : Public Domain >
    T49 GMC 시제차량 < 출처 : Public Domain >

    T67 GMC: T49 차체에 오픈탑 75mm 포를 탑재한 프로토타입.

    T67 GMC 시제차량 < 출처 : Public Domain >
    T67 GMC 시제차량 < 출처 : Public Domain >

    T70 GMC: T67 기반 M18 프로토타입.

    T70 GMC 시제차량 < 출처 : Public Domain >
    T70 GMC 시제차량 < 출처 : Public Domain >

    M18 GMC: 양산형

    M18 '헬켓' 양산형 < 출처 : (cc) User:Dammit at Wikimedia.org >
    M18 '헬켓' 양산형 < 출처 : (cc) User:Dammit at Wikimedia.org >

    T86 / T86E1 / T87: M18 헬캣을 기반으로 개발된 수륙양용차량. T86과 T86E1은 M18과 동일하게 76mm 주포를 장착한 수륙양용 대전차자주포(Amphibious GMC)인 반면, T87은 T88과 동일하게 105mm 곡사포를 장착한 수륙양용 자주곡사포(Amphibious HMC)였다.

    T86 GMC(좌)와 T87 HMC(우) < 출처 : Public Domain >
    T86 GMC(좌)와 T87 HMC(우) < 출처 : Public Domain >

    105mm HMC T88: M18 차체에 105mm 곡사포를 결합한 프로토타입.

    105mm HMC T88 < 출처 : Public Domain >
    105mm HMC T88 < 출처 : Public Domain >

    90mm MC M18: M18 차체에 M36 포탑을 결합한 프로토타입.

    90mm MC M18 < 출처 : Public Domain >
    90mm MC M18 < 출처 : Public Domain >

    M39 다목적 장갑차: M18의 차체를 기반으로 한 다용도 장갑차.

    M39 다목적 장갑차 < 출처 : Public Domain >
    M39 다목적 장갑차 < 출처 : Public Domain >



    제원

    생산업체: GM
    도입 연도: 1943년
    생산 대수: 2,507문
    중량: 18톤
    전장: 6.65m
    전폭: 2.87m
    전고: 2.57m
    무장: 1×3인치(76.2mm) M1 대전차포
            1×12.7mm M2 기관총
    엔진: 콘티넨탈 R975-C1 350마력, 콘티넨탈 R975-C4 400마력
    추력 대비 중량: 19.8~22.6마력/톤
    항속 거리: 160km(M10)
    최고 속도: 89km/h(도로), 42km/h(야지)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M18 헬캣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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